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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회]
팽가의 장로는 모두 열두 명이다. 이렇게 커다란 세가에 장로가 단지 열두 명뿐이라고 한다면 웃을지도 모르나 연배나 혈통,
그리고 무공수위를 놓고 봤을 때 팽가의 장로라고 할 만한 사람은 오직 이들 열두 명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중도를 지키고 있는 장로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기껏해야 팽만익과 팽만운, 그리고 신황에게 당한 팽만소 정도가 전부였다
나머지 아홉 명은 모두 나름대로 줄을 대고 팽만유와 팽만력에게 붙어 있었다.
비록 지금은 장로직을 맞고 있지만 세가의 특성상 밑으로 내려 갈수록 가주의 직계자손에 밀려 그들의 자손은 한직으로 밀려날 게 뻔한 상황이었다.
아무리 지금 그들이 권력을 잡고 있어도 오직 당대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팽만유와 팽만력의 유혹은 달콤한 금단의 열매와 다름이 없었다. 이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결국 팽만유와 팽만력의 손을 잡고 말았다.
팽만영도 그런 인물 중의 하나였다.
그는 자신의 거처에서 차를 들고 있었다.
“허~어! 왜 이렇게 속이 갑갑하단 말인가??”
아까부터 왠지 속이 울렁거리는 그였다. 때문에 속을 달래려고 차를 끓였지만 그마저도 왠지 쓰게 느껴졌다.
“휴~! 아무리 내 자식들을 위해서라지만 내가 이러는 것이 잘하는 일인가 싶구나.”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달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팽만유와 손을 잡고 있었다. 그는 자신 이후 한직으로 밀려날 자식들을 생각하면 제대로 잠이 오지 않았다.
자신이 속해 있는 이 거대한 세가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과도 같아서 오직 순혈(洵血)만을 중요시 한다.
그래서 순혈이 아닌 자손들은 시간이 지나고 몇 대가 지나다 보면 외직으로 밀려나고 종국에는 어느 순간 도태되고 만다.
그것이 그가 팽만유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던 이유였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 이상 때대로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좋게 자신을 위로하고 변명을 해도 자신이 하는 일은 분명 반역에 동조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팽만유는 그에게 찾아와 곧 큰 일이 있을 것이니 거사를 치를 준비를 하라고 했다. 때문에 그는 조만간 팽가의 권력구도가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또한 오늘 아침에 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의의 일격에 팽만소가 엄청난 중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때문에 그는 내일 부하들에게 지시해서 경계를 더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허~어! 나이가 드니 자꾸 마음이 약해지는구나. 내가 흔들리면 내 밑의 식솔들이 흔들린다. 만영아! 더 이상 흔들리면 안된다.”
팽만영은 찻잔을 들며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다 잡앗다.
투웅!
팽만영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미세한 진동이 그의 몸을 타고 찻잔으로 전달된 것이기 때문이다.
“설마..........?”
그는 급히 찻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순간 팽만영의 눈에 자신의 거처로 들어오는 일단의 무리들이 보였다.
마치 무인지경을 걷듯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남자들, 팽만영은 불길한 느낌이 전신을 잠식해오는 것을 느꼈다.
“설마 벌써 그들이?”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급히 자신의 도를 집어 들고 밖으로 향했다
팽만영의 거처를 경계하던 무사는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다짜고짜 공격을 하는 무인에 의해 어떻게 제대로 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쓰러져야 했다.
그는 혈도가 짚인 채 꼼짝도 못하고 바닥에 누워 그저 눈을 깜빡거린 채 자신의 앞에서 떠드는 남자들의 말을 들어야 했다.
“이곳이 팽만영 장로님의 처소입니다.”
“인원은?”
“보통 이삼십 명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모두 제압하도록.......!”
“넷!”
보고를 하는 목소리의 주인은 바닥에 스러져 있는 남자도 잘 아는 자였다. 팽가 젊은 무인들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기를 원하는 철혈각의 부대주가 바로 그였으니까.
팽광형,철혈각의 부각주로 팽주형의 부재 시 철혈각을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무공이 팽주형에 못지않으며 팽소에도 강단이 있는 성격으로 같은 또래들의 선망의 대상인 인물이었다.
또한 강한 성격 탓에 팽가의 어른들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 버릇으로 더욱 유명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는 자는 오직 팽가의 어른들뿐이었고, 그들을 제외하면 정말 존경할 만한 사람에게만 고개를 숙였다.
때문에 어지간한 인물들은 그에게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런 그가 팽가의 인물이 아닌 사람에게 공대를 하고 잇다.
‘도대체 누구기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는 눈을 치뜨며 팽광형이 공대를 하고 있는 남자를 보려고 했으나 그가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남자의 신발뿐이었다
신발 주인의 목소리는 그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그는 기억력이 매우 뛰어나 팽가 사람들 대부분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렇게 무심한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팽가의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감정이 절제된 음성의 주인이 없었다. 대문에 그는 본능적으로 신발주인이 팽가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안에 알려야 하는데.........’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의 눈꺼풀은 의지를 배반하고 점점 무겁게 내려앉았다.
캬우웅!
그는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정신은 나락으로 떨어져 그것이 진실인지 아니면 환청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신황의 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걸어가는 철혈각의 젊은 고수들도 그런 신황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때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팽만영의 처소를 지키던 무인 한 명이 그들을 제지하려 나섰다.
“이봐! 당신.........”
퍼~~억!!
“컥!”
남자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팽광형이 먼저 손을 쓴 것이다.팽광형은 주위를 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
“모두 제압한다. 단 죽이지는 마라. 모두 형제들이니까.”
“넷!”
철혈각의 고수들이 대답을 한 채 모두 흩어졌다. 그들은 도를 뽑아들며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팽만영의 부하들을 쳐갔다.
“이야아앗!”
“당신들 누구야? 우릴 왜...........”
“크아앗!”
철혈각의 고수들과 팽만영의 부하들이 격돌하며 장내 곳곳에서는 타격음과 함께 남자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도광이 번쩍이고 쇳소리가 귀를 아프게 울렸다.
신황은 무심히 주위의 광경을 둘러보다 걸음을 옮겼다. 팽광형은 그런 신황의 옆에 나란히 서서 걸었다.
그때 누군가 그들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이놈! 팽광형. 네가 감히 이곳에 난입을 하다니.”
커다란 도를 들고 노호를 터트리는 남자. 그는 바로 팽만영의 아들인 팽무형이었다.
그는 늦은 시간에 무단난입을 해 피를 부르고 있는 철혈각의 인물을 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불시에 받은 기습,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하던 그의 부하들이 마치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비록 죽지는 않았으나 바닥에 엎어져 꿈틀대는 그들의 모습은 충분히 팽무형의 가슴에 서늘한 바람을 불게 했다.
팽광형은 그런 팽무형에게 거침없이 달려가며 도를 뽑아 들었다.
어차피 제압을 해야 한다면 말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신황의 거침없는 행동을 보면서 그가 얻은 깨달음이다.
“팽광형~!”
슈우우~!
팽무형은 소리를 질렀으나 팽광형은 도를 내질렀다.
차아앙!
팽무형은 급히 도를 들어 팽광형의 공세를 막았다. 하지만 한번 밀리기 시작한 이상 전세를 뒤집기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패도적으로 도를 움직이며 폭풍처럼 몰아치는 팽광형에게 팽무형은 연신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신황은 잠시 그 광경을 무심히 바라보다 다시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순간 그의 눈이 칙칙하게 가라앉았다.
도를 들고 급히 뛰어나오는 노인을 보았기 때문이다. 몸에서 느껴지는 범상치 않은 기세와 풍모, 그것이 그가 이곳의 주인인 팽만영임을 알려주었다.
쉬~익!
신황은 지체없이 팽만영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몸은 마치 빗살처럼 팽만영을 향해 짓쳐 들었다.
“너희들이 감히!”
팽만영은 다짜고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신황에게 노호를 터트리며 도를 뽑아 들었다.
턱!
그러나 그는 미처 도를 뽑아보지도 못했다. 신황의 손이 어느새 손잡이를 잡은 팽만영의 손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큭!”
팽만영이 놀라 정면을 바라보자 그곳엔 신황의 무심하게 가라앉은 눈이 보였다. 북풍한설만큼이나 차가운 신황의 음성이 팽만영의 귀를 간질였다.
“배에 기름기만 끼었군.”
“뭐?”
촤하학~!
순간 팽만영의 아랫배에서 가슴 위까지 한줄기 혈선이 그어졌다. 그리고 그 끝에는 신황의 손이 있었다. 어느새 월영인이 그의 가슴을 훑고 지나간 것이다.
“흐~윽!”
불같은 통증이 가슴에 서 느껴지자 팽만영의 눈이 불신으로 크게 떠졌다. 미처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신황의 공격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죽지는 않을 거야. 약속했으니까.”
신황은 무너져 내리는 팽만영의 귀에 그렇게 속삭이곤 뒤돌아 섰다
같은 장로라도 저번에 상대했던 팽만소가 팽만영보다 훨씩 강했다.
평화로운 삶에 찌들어 자신의 수련을 게을리 한 채 권력에만 집착을 한 팽만영은 이미 신황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정식으로 싸워도 상대가 안 될 텐데 신황이 틈을 주지 않고 섬전처럼 움직였으니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신황은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어진 팽만영을 뒤로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이미 팽무형을 제압한 팽관형이 그의 옆으로 합류했다.
이미 팽무형보다 한수 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팽광형이다. 거기에다가 기세에서 뒤졌으니 팽만형은 얼마 대항해 보지 못하고 그만 제압을 당하고 만 것이다.
저벅저벅!
그들이 걸음을 옮기자 그들의 주위로 곧 철혈각의 고수들이 하나둘씩 합류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 곳곳에는 검붉은 선혈이 배어 있었다.
어차피 상처 하나 없이 제압하기는 불가능하기에 오히려 독하게 손을 쓴 것이다.때문에 바닥에는 상처를 입은 남자들이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나 그들은 모두 족히 몇 달은 요양해야할 상처를 입고 말았다. 때문에 지금 그들이 반항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신황은 선두로 다시 철혈각의 고수들이 걸음을 옮겼다.
“다음은?”
“팽만강 장로입니다.”
신황의 말에 팽광형이 대답을 했다. 어느새 팽광형의 말투는 신황의 그것을 닮아가고 있었다. 물론 본인은 그것을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가지.”
“넷!”
다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르르~!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선혈자국이 선명한 발자국과 설아의 울음소리만이 남았다.
퐁풍같았다.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신황과 철혈각의 고수들은 마치 폭풍처럼 팽만유와 팽만력의 편에 붙은 장로들을 방문했다.
그들은 어느 편이고 가리지 않았다. 팽만영을 시발점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장로부터 치기 시작한 그들의 행보는 미처 그들이 어떻게 대비를 할 틈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백영각에서 정보를 철저히 차단했기에 그들은 신황과 철혈각의 습격자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비록 전체적인 세력으로는 장로들의 세력에 뒤졌지만 개인적인 능력으로는 그들보다 훨씬 앞서는 철혈각의 고수들이다.
더구나 장로들은 신황이 제압을 했으니 그들은 나머지 인물들만 상대하면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장로들의 세력은 별달리 저항도 못해보고 철저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팽만유와 팽만력이 이 사실을 눈치 챘을 때는 이미 그들을 지지하던 장로들의 세력이 거의 무너진 뒤였다. 신황은 아예 뿌리 채 그들의 기반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그렇게 신황과 철혈각의 고수들은 추호의 용서도 없이 모든 것을 정리해 나갔다.
쾅~앙!
팽만력은 자신의 탁자를 거칠게 내려치며 노호성을 터트렸다.
“아니, 어떻게 우리를 지지하던 장로들이 이렇게 잘려나갈 때까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 내가 평생을 바쳐 끌어 모은 자들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죄송합니다. 백영각에서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는 바람에 미처 눈치를 체지 못했습니다.”
암영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그도 미리 예측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불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팽만유와 팽만소가 신황에 의해 크게 낭패를 당햇다고 들었을 때도 놀라기는 했지만 그가 바로 다음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는 미처 짐작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렇게 처참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평생을 일궈온 기업이 거덜 나고 그를 지지해주던 장로들이 모두 제거를 당하자 팽만력의 노기는 극에 달해 있었다. 아무리 냉정하게 생각하려 해도 너무나 어이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팽만력에 비해 그의 어머니인 관주희는 한층 냉정했다. 그녀는 냉정하게 지금 사태를 계산하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움직이다니. 정말 뒷통수를 맞아도 크게 맞았구나.
내가 이곳에서 팽생 만들어온 인맥이 오늘 하루 만에 거덜이 나다니. 본가에서 명왕과 대적을 하지 말라더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구나.’
그제야 본가에서 왜 신황과 원한을 맺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그녀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신황이 팽가에 들어온 지 불과 사흘도 안 돼 이렇게 폭풍처럼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더라도 방대한 팽가의 정보를 그 안에 모으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신황이 움직이는 것을 보니 이미 자신들뿐만 아니라 팽만유 측의 정보마저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과감하게 움직이다니......’
치가 떨릴 정도로 과감한 결단력에 행동력이다. 만약 적만 아니라면 정말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정말 그 피해자가 자신만 아니라면 말이다.
관주희는 한참을 생각하다 암영에게 물었다.
“지금 그자는 어떻게 행동하고 있지?”
“이장로의 거처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장로마저 제압하고 나면 우리 차례이겠구나.”
“하지만 이장로는 그리 쉬운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꼭 그들을 제압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 역시 우리만큼 비장의 수를 준비해두고 있으니까요.”
암영의 회의적인 말에 관주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본가에서 그를 견제한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까지 상황을 봤을 때 그는 모든 것을 철저히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고 있다.
분명 지금의 상황도 계산 하에 두고 벌이는 일일 것이다.그렇다면 마냥 안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관주희의 말에 팽만력과 암명의 얼굴이 굳어졌다. 팽만력은 심각한 표정으로 관주희에게 물었다.
“그럼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그가 형님을 제압한다면 저희도 휘험합니다. 차라리 형님과 함께 그를 합공할가요? 그런 다음에 형님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지금 가주와 그의 식구들을 공격하는 것이 나을 것 같구나.
지들이 소가주의 권위를 내세워 우리들을 친다면 차라리 가주를 죽이고 신물을 손에 넣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게야.
더구나 만유 그 아이를 아무런 희생 없이 제압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그러니 우리는 가주 위를 손에 넣고 그 여세를 몰아 그들을 제압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일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관주희의 눈에 독한 빛이 스쳐지나갔다.
억지로 이곳에 시집을 온 후 피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오직 이 순간을 노리고 말이다.
팽만력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이번기회에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좋습니다!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이어 암명에게 명령을 내렸다.
“암영, 그들을 모두 준비시켜라. 금지를 친다”
순간 암영이 대답을 하고 사라졌다. 그러자 팽만력도 자신의 애병인 검은 도를 집어 들며 일어났다.
그때 관주희가 같이 일어났다.
“이번엔 나도 같이 움직이겠다. 그리고 만우, 그 아이의 최후를 내 눈으로 보겠다. 저주받을 그의 씨앗을 말이다.”
“알겠습니다. 어머님!”
팽만력이 관주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모두 끝내는 거야. 그래서 저주받을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거야.”
중얼거리는 관주희의 눈에서는 섬뜩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팽만유의 거처는 이미 초비상 상태에 돌입해 있었다.
신황과 철혈각의 고수들이 벌이는 거침없는 피의 숙청에 대한 정보를 불과 얼마전에 파악했기에 그들의 움직임은 다급하기 이를 데 없었다.
팽만유의 부하들이 첩첩히 그의 처소를 에워쌌고, 안에서는 비상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그놈, 그놈이.......”
콰~~앙!
팽만유는 탁자를 내려치며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의 수염은 푸들푸들 떨리고 있었고, 그의 주먹은 자단목으로 만든 두꺼운 탁자를 뚫고 들어가 있었다.
“벌써 움직이다니.......아직 이쪽은 준비가 채 안 끝났는데.”
제갈우희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팽만소가 신황의 손에 쓰러진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런데 벌서 움직이다니. 아직 그들은 시간이 필요한데 신황은 그럴틈을 주지 않았다.
그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팽만유와 관계된 장로들을 숙청해나갔고 그들이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빨리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자의 성격으로 보아 이곳으로 쳐들어오는 것도 시간문제일 겁니다.”
철장우가 급히 말했다.
그는 이제야 신황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그는 단지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치밀하면서도 냉철했다.
또한 한 번 기회를 잡으면 절대로 놓치지 않을 정도로 집요했다. 그런 자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정말.......집요한 놈이구나. 어떻게 이럴 수가...........”
정말 악몽 같은 밤이다. 그의 일생에 있어 언제 이런 적이 있었던가? 팽만유는 신황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는데 신황은 이미 팽만유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사흘도 안 돼 풍풍처럼 몰아치니 이건 어떻게 손을 써볼 방법이 없었다.
제갈우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연혼귀령대를 움직여야합니다.”
“아직 연혼귀령대는 완벽하지 못하네. 이틀 정도는 더 있어야 완벽해질 수 있어.”
“하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이장로님도 보셨지 않습니까? 그의 손속을..........더구나 이젠 그에겐 뒤를 따르는 고수들까지 있습니다.”
“........빌어먹을!”
팽만유의 눈이 붉게 충혈 됐다.
아직 연혼귀령대는 완벽하지 않다. 물론 지금 이상태만으로도 무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나 이틀만 더 시간이 있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무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연혼귀령대가 신황 때문에 불완전한 채 깨어나야 한다니. 정말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정말 막바지로 몰린 것이다.
“좋다! 비록 불완전하긴 하지만 어차피 연혼귀령대는 무적이다. 내 신황이란 녀석을 연혼귀령대의 제물로 바치리라.”
팽만유가 탁자를 치며 일어썼다. 그는 가슴속에서 피나는 심화를 신황의 피로 식힐 것이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사실 연혼귀령대는 신황뿐 아니라 팽가 전체를 피로 씻을수 있는 전력이었다.
백 년 전 지금의 무림맹을 결성하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 하늘의 마라고 일컫는 천마(天魔)의 강호행보 때 그를 따르던 인물 중에 귀사야(鬼邪爺)라는 인물이 있었다.
귀사야의 특기는 각종 마물과 강시의 제련이었는데 그때 그가 만들어낸 것이 바로 연혼불사강시(燃魂不死疆屍)였다.
그 당시 무림맹의 인물들이 천마를 합공했을 때 그이ㅡ 몸에 채 손을 대기도 전에 연혼불사강시에 의해 격퇴당해야 했다.
그 당시 많은 고수들이 이 연혼불사강시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자들에게는 아직도 공포스런 존재로 군림하는 것이 바로 연혼불사강시였다.
연혼불사강시는 일반 강시와 달리 살아있는 사람을 제련해 만들어내는 마물이었다.
사람의 혼은 그대로 남겨둔 채 이지를 제압해 만들어내는 연혼불사강시는 평소에는 보통의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한다.
그야말로 살아잇는 허깨비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떤 특수한 신호를 통해 뇌에 명령을 내리면 그때부터는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살인병기로 화한다.
통증도 느끼지 않고 두려움도 없다. 오직 명령에만 복종을 하고 임무가 끝날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더구나 몸이 거이ㅡ 금강불괴에 가까워서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상처하나 입힐 수 없었다.
팽만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신황뿐 아니라 만력이 녀석까지 모두 쓸어비릴 것이다. 어차피 이제 숨길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으니까.”
“오늘일은 무림맹에서 수습할 겁니다. 그러니..........”
콰아앙~!
제갈우희는 갑자기 들여오는 폭음에 말을 멈추고 철장우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올것이 왔다는 얼굴로 철장우 역시 제갈우희를 보고 있었다.
“온 모양이군. 지옥을 보여주지.”
누가 말릴 틈도 없이 팽만유가 밖으로 나갔다. 철장우와 제갈우희 역시 고래를 끄덕이고는 팽만유의 뒤를 따랐다.
문이 부서져 나갔다. 그러자 안쪽에 도를 들고 있는 무인들이 보인다.
그들은 모두 긴장한 빛으로 신황과 철혈각의 고수들을 보고 있었다.
신황은 문으로 걸어 들어가면 말했다.
“반 시진, 그 안에 모든 상황을 끝낸다.”
“넷!”
팽광형이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다
가능하니 하라고 하는 것이다. 팽광형은 그렇게 생각했다.
신황은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 나가는 팽광형과 그의 부하들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반 시진은 버틸 수 있겠지’
자신이 이곳을 치는 동안 분명 팽만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자신의 뒤통수를 치니든 아니면 금지를 치든 말이다.
자신의 뒤통수를 친다면 언제든 환영이지만 금지를 친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무이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속전속결이었다. 저들이 미처 예상치 못할 만큼 이곳의 일을 끝내고 저들을 압박한다.
매우 위험한 작전이지만 금지에서 대기하고 있는 팽만익과 팽만운 그리고 초풍영에다 백영각의 인원이 상당수 그곳에 투입되 있다.
그들이라면 제아무리 험한 일을 당한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크르르~!
그때 신황의 어깨 위에 자리를 잡고 있던 설아가 울음을 터트리며 하늘을 바라봤다.
“붉은 달(赤月)이 떳구나. 이런 날은 살심이 유달리 들끓지.”
신황은 설아가 바라ㅂ고 있는 붉은 달을 보며 말했다.
예로부터 이렇게 붉게 물든 달이 뜨면 유난히 사람들의 마음은 유난히 요동친다. 그것도 아주 거칠게 말이다.
때문에 이런 날에는 유독 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설아의 눈도 어느새 세로로 가늘어져 있었다. 설아 역시 들긇는 살심을 참기 힘든 모양이었다.
신황은 설아의 턱을 만지며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장내는 난장판으로 변해 있었다. 철혈각의 고수들과 팽만유를 따르는 자들이 뒤엉켜 난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황은 그곳을 마치 무인지경처럼 걸었다. 그는 주위에서 벌어지는 싸움에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전방의 건물에만 집중이 되어 있었다.
“이노~~옴!”
그때 근처에 있던 남자가 신황을 발견하고 도를 휘둘러왔다.
휘이잉!
도가 목에 닿기도 전에 도파가 밀려온다. 그만큼 남자의 공세는 사납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신황은 그런 남자의 공세를 무시하고 걸음을 옮겼다.
순간 신황의 몸에서 한줄기 은색 빛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쉬이익!
“크아악!”
갑자기 남자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며 그가 두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의 눈 부위에서는 어느새 선혈이 철철 흘러내리고 있었다.
캬우웅~!
설아가 앞발에 묻은 피를 핥으며 나직하게 울었다.
신황에게 달려드는 남자의 눈을 설아가 앞발로 할퀸 것이다. 평소에는 개을러 거의 움직이지 않는 설아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설아의 눈에는 은은한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설아가 그만 큼 살기를 뿜어내고 있다는 증거였다.
신황은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앞발을 핥는 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신황이 걸어가는 동안 멋모르고 신황을 공격했던 이들은 모두 설어아게 격퇴 당했다.
워낙 크기도 작은데다 바르기가 가히 섬전 같으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에 당하는지도 모르고 당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들은 한결 같이 눈이나 목 부위에 날카로운 상처를 입었다.
크르르~~!
설아의 울음소리가 신황의 살심마저 들끓게 만들었다.
그때 건물에서 기척이 느껴졌다.신황과 설아의 시선이 동시에 그곳을 향했다.
스스스스!
건물의 주위와 지붕위에 모습을 나타내는 붉은 인형들. 온몸에 붉은 천을 두르고 붉은 안광을 빛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붉은 달과 어울려 섬뜩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뭐야?”
방금 팽만유 측의 고수 한 명을 제압한 철혈각의 고수가 그 광경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어디서 보지도 못한 새끼들이.........”
그가 그렇게 외치며 붉은 인형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도에는 어느새 푸른 도기가 맺혀 있었다. 그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제일 앞쪽에 있는 남자를 향해 휘둘렀다.
까아앙~!
푸른 도기가 폭출 하며 붉은 인형의 허리에 격중했다.순간 철혈각 고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분명 상대는 붉은 옷 안에 아무것도 덧대 입지 않았는데 크떡도 없었다. 분명 자신의 도기라면 커다란 쇳덩이라도 간단히 잘라버릴 수 있는데 말이다.
그때 붉은 인형의 입이 열렸다.
“........적........죽인다.”
“뭐?”
파삭!
순간 철혈각 고수의 머리가 그대로 부서져 나갔다. 마치 과자처럼 부서져 나가는 거의 머리 부분에는 붉은 인형의 주먹이 존재하고 있었다.
붉은 인형의 주먹사이로는 걸쭉한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형아~~!”
그 처참한 광경에 다른 고수들 몇 명이 몸을 날렸다.
철혈각의 인물들끼리의 유대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끈끈하다.
워낙 어려서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지내는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팽소형의 죽임은 그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츠츠츠츠~!
순식간에 삼엄한 도기가 붉은 인형들을 휩쓸어갔다. 이제까지는 같은 팽가의 식구였기에 살수를 쓰지 못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때문에 그들은 가진바 내력을 모두 쏟아냈다.
순간 붉은 인형들이 그들의 공세를 무시하며 도기를 둟고 몸을 날렸다.
가가가각!
그들의 몸에 도기가 격중 하면서 옷 조각이 날렸다. 무지막지하게도 맨몸으로 도기를 뚫은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몸에는 어떤 이상도 없었다.
콰지끈!
우지직!
순간 무언가 부러져 나가는 소라가 들리며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붉은 인형들이 철혈각 인물들의 몸을 무식하게 부러트렸다.
그들은 마치 쇠망치를 휘두르는 것처럼 그렇게 손발을 놀렸고, 그럴때마다 철혈각 고수들의 팔다리는 썩은 장작개비마냥 부러져 나갔다.
“끄으으~~!”
“크허허헉!”
철혈각 고수들이 마치 쓰레기처럼 바닥에 나뒹굴며 신음을 토해냈다.
세상에 맨몸으로 도기를 뚫고 그들에게 이런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리라고 그들이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을까.
그때 팽만유가 건물 밖으로 걸어 나오며 모두 들으라는 듯 말했다.
“연혼귀령대라고 하지. 내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아이들이야. 모두가 금강불괴라 절대 상처를 입힐수 없다.”
그의 눈빛은 매우 오만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오연하게 내려다보는 눈빛,
그것은 평생을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서 만인의 떠받듦을 받고 자라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눈빛이었다.
그의 눈은 신황을 보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오직 신황만이 보였다.
그의 자존심에 유일하게 상처를 입힌 남자,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남겨준 남자가 바로 신황이다. 그 상처는 오직 신황의 목숨으로만 치유가 된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제갈우희와 철장우가 오연히 따르고 있었다.
팽만유가 움직이면 연혼귀령대가 그만큼 움직인다. 완벽하게 심령이 제압당한 상태, 이제 팽만유의 의지가 곧 연혼귀령대 전체의 의지였다.
마치 붉은 안개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듯했다.
동시에 엄청난 기세가 그들의 몸에서 풍겨져 나왔다. 그 광경에 이제까지 뒤엉켜 싸우던 팽가의 고수들은 적아를 막론하고 다 같이 주춤 물러섰다.
이제까지 서로에게 치명상만은 입힞 않던 그들이다. 비록 편이 달라서 싸우고 있지만 다 같은 팽가의 식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혼귀령대라 불리는 자들은 전혀 밀지가 않았다. 그것은 그들에게 모두 다 같이 적개심이 들게 만들었다.
주춤 물러서는 그들 앞으로 신황이 나섯다.
“절대 죽일수 없다고?”
“그래! 이유는 가르쳐 줄 수 없지만 네 녀석의 실력으로도 이 녀석들에겐 생채기 하나 낼 수 없을 것이다.”
“훗!”
자신감 넘치는 팽만유의 말에 신황의 입가에 싸늘한 웃음이 피어났다.
“잘 됐군! 마침 오늘은 대충 넘거가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크르르 신황의 말에 동조나 하듯이 설아가 같이 으르렁 거렸다.
그때 뒤에 있던 제갈우희가 팽만유의 귓가에 무어라 속삭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에 따라 팽만유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신황의 입가에 걸려 있던 불길한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쉬이익!
그의 몸이 흐릿해진 싶더니 갑자기 연혼귀령대 앞에 나타났다.
스거어억!
신황의 팔이 크게 원을 그렸다. 그에 따라 맨 앞에 있던 연혼불사강시의 가슴이 길게 갈라지며 선혈이 치솟아 올랐다.
크아아!
그때 가슴이 쩍 벌어진 연혼불사강시가 흉성을 터트리며 신황의 목을 잡아왔다.
연혼불사강시의 손에는 흐릿한 녹색 빛이 떠올라 있었다. 극독이 손톱에 함유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황은 불의의 사태에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자신의 목을 노리는 연혼불사강시의 팔을 간단히 피했다.
서거억!
순간 신황의 팔꿈치가 연혼불사강시의 목을 스티고 지나갔다.
그러자 연혼불사강시의 목 뒷부분 중추신경이 끊어지면서 마치 육지에 올라온 문어처럼 연혼불사강시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신황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어렸다.
“금강불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지. 그리고 이런 것들은 진정한 금강불괴가 아니야.”
“뭐?”
순간 팽만유의 얼굴에 어이없다는 빛이 떠올랐다. 잠시 시선을 돌렸을 뿐인데 어느새 연혼불사강시 한 구가 무너져 있었다.
도대체 신황이란 자는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눈만 떼면 생각치도 못했던 사고가 일어나니 말이다.
신황의 손에 쓰러진 연혼불사강시의 머리는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려 하는데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연혼불사강시의 너무나 기괴한 모습에 팽광형을 비롯해 팽가 식구들의 얼굴에 불신의 빛이 어렸다.
어떻게 명문정파인 팽가의 이장로가 이런 괴물들을 만든 것인지 도대체 믿기지 않는 것이다.
팽만유와 제갈우희를 보는 신황의 입가에 스산한 미소가 더욱 짙게 떠올랐다.
“나에게 덤빈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지옥에서............”
순간 그가 연혼귀령대 틈으로 난입을 했다.
이것이 바로 역사상 가장 험한 피의 길을 걸었다는 명왕이 본격적으로 중원에 이름을 알리게 되는 혈로(血路)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팽가의 식구들은 오늘 처음으로 명왕의 진면목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게 되었다.
신황의 움직임에 맞춰 설아가 허공으로 뛰어올라 지붕으로 올라갔다.
카우우웅!
설아가 붉은 달을 바라보며 포효를 했다. 마치 혈전의 서막을 아릴 듯이 말이다.
콰직!
신황의 주먹이 연혼불상강시의 옆구리를 격타했다. 그러자 옆구리가 움푹 패이며 갈비뼈가 부러져 나갔다.
크르르~!
일반인이라면 부러진 갈비뼈에 폐가 구멍이 뚫렸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연혼불사강시가 단 한 번 크게 숨을 들이키자 갈비뼈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이 기괴한 광경에 모든 이들이 경악을 했다
그 누구라도 갈비뼈 한쪽이 통째로 으스러진 사람은 아무 이상 없이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옆구리가 원래대로 회복되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회복력이었고 뜻밖의 역공이었다. 그러나 신황은 연혼불사강시의 두터운 팔뚝이 망치처럼자신의 머리를 내려쳐옴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연혼불사강시의 옆구리에 박힌 자신의 주먹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촤아~앙!
순간 연혼불사강시의 옆구리에 박힌 그의 손에서 월영인이 튀어나오며 연혼불사강시의 반대편 옆구리로 튀어나왔다.
그 때문에 연혼불사강시는 미처 신황에게 손을 뻗지도 못하고 허공에 손을 허우적거렸다.
팽만유는 금강불괴라고 자신하나 약물이나 대법에 의해서는 절대 금강불괴가 만들어질 수 없다.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강한 피부와 뼈를 가지게 되는데 그것을 가지고 금강불괴라고 우쭐대는 것뿐이다.
그리고 신황의 월영인은 검강에 육박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그 날카로움은 금강불괴라 할지라도 베어낼 정도다. 그러니 이런 미완성의 연혼불강시는 말할 것도 없었다.
푸욱!
다시 신황의 반대편 팔에 생성된 월영인이 연혼불사강시의 반대편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신황은 그렇게 양손을 연혼불사강시의 옆구리에 박은 채로 하얀 이를 드러냈다.
“그렇게 괴물로 살아가느니 죽는 것이 오히려 나을 거야”
촤하학~!
순간 그의 팔이 가위자로 교차하며 연혼불사강시의 상체가 잘리며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잘린 단면에서 엄청난 피가 뿜어져 나오며 허공을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신황은 그 피를 고스란히 맞으며 몸을 폭풍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휘리릭!
신황의 몸이 마치 풍차처럼 허공에서 거칠게 회전을 했다. 동시에 그의 팔꿈치에 월영인이 맺히며 앞에 있던 연혼불사강시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어 반대편 팔이 튀어나오며 연혼불사강시의 정수리를 내려쳤다.
푸욱!
미처 어떻게 반격을 해보기도 전에 연혼불사강시의 정수리에 신황의 월영인이 박혔다.
끄그그그!
순간 이지가 전혀 없던 연혼불사강시의 눈에 붉은 기운이 맺혔다 사라지며 입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며 몸이 무너져 내렸다.
크아아아~!
그때 뒤에서 흉측한 울음소리가 들리며 연혼불사강시들이 무더기로 신황을 향해 덤벼들었다.
연혼불사강시들은 어느새 모두 도를 꺼내 들고 있었다. 그리고 도에는 도기가 맺혀 있었다.
휘이잉~!
마치 한여름의 폭우가 쏟아지듯 신황을 향해 밀려오는 도기의 물결, 그 엄청난 기세에 신황의 뒤편에 있던 건물의 전면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위험해!”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팽가의 사람 중 누군가 자신도 모르게 경호성을 터트렸다. 그들이 보기에는 절제절명의 위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황은 그런 이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도기의 폭풍 속으로 몸을 날렸다. 그의 팔다리에는 섬뜩한 빛을 뿌리는 월영인이 맺혀 있었다.
키이이이~!
신황의 팔다리에서 만들어진 월영인이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허공을 난도질했다.
“큿!”
“크윽!”
마치 귀곡성 같은 그 소리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귀를 막으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스으윽!
스커억!
무언가 날카롭게 베어지는 소리와 함께 신황을 금방이라도 분쇄할 듯 날아오던 도기가 눈 녹듯 사라졌다.
그리고 엄청난 기세로 돌진해 오던 네다섯 구의 연혼불사강시의 움직임도 그래도 멈쳤다.
“.........”
그리고 찾아온 아주 잠시간의 정적, 하지만 장내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운 광경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화인해야 했다.
투두두둑!
모래성이 무너지듯 그렇게 무너지는 연혼불사강시의 동체, 그리고 이어 솟구치는 피의 분수, 신황은 피의 비를 피하지 않았다.
자신이 만들어낸 아수라장에서 고스란히 피의 비를 맞는 그의 모습은 지옥에서 올라온 아수라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 믿을 수 없이 처절한 광경에 팽만윤의 눈이 부릅더졌다.
“어.....어떻게? 연혼불사강시의 육체는 도검불침에 금강불괴인데..........”
그 말을 들었을까? 신황의 눈은 팽만유를 향했다.
“금강불괴라고?”
신황은 몸이 갈가리 찢긴 채로 바닥에서 굼틀거리는 연혼불사강시의 목을 짓밟으며 차갑게 말했다.
“진짜 금강불괴라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야.”
우두둑~
그의 발밑에서 연혼불사강시의 목이 으스러졌다.
“금강불괴란 말은 그렇게 함부로 쓸 만큼 가벼운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야.”
신황은 알고 있었다. 금강불괴란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괴물을, 정신과 육체를 극한까지 단련해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어떤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남자를 말이다.
진정한 금강불괴란 단순히 육체적 강함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를 자신의 의지 하에 둘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가 아는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금강불괴라고 볼 수 있었다.
‘아버지!’
그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사람이었다.
껍데기는 분명 괴물이지만 신황은 이들이 두렵지 않았다.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도 충분히 괴물이었으니까.
“뭐하느냐? 어서 협공을 해. 죽여라!”
마침내 신황의 눈빛을 견디다 못한 팽만유가 이성을 읽고 크게 고함을 쳤다. 그러자 신황의 기세에 주춤했던 연혼불사강시가 다시 흉성을 터트리며 신황을 향해 달려들었다.
해일 같은 기세로 몰려오는 수십 구의 연혼불사강시, 신황의 눈은 더욱 칙칙해지고 입가에는 더욱 섬뜩한 미소가 어렸다.
그가 맹렬히 돌진을 했다.
수십 구의 연혼불사강시를 눈앞에 두고 피로 붉게 물든 피풍의를 펄럭이며 돌진해가는 모습은 정말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 그 자체였다.
츠츠츠~!
다시 신황의 전신을 난도질 할 듯 도기가 밀려왔다. 비록 하나 하나의 도기는 대단한 게 아니지만 대여섯이 한거번에 펼치니 그 또한 장관이었다.
순간 신황이 마치 무엇에 걸린 듯이 앞쪽으로 넘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실수가 아니었다.
탁!
한 팔로 바닥을 짚는 신황, 동시에 그의 몸이 물구나무 서는 자세가 되며 다리가 벌어졌다.
쉬이익!
신황의 몸이 그 상태로 회전을 하며 발에서 월영인이 튀어나왔다. 바로 선풍련(?風聯)이었다.
신황의 발에서 쏟아져 나오는 반월모양의 월영인, 그것은 신황의 주위로 밀려오는 도기와 부딪치며 엄청난 폭음을 터트렸다.
쾅! 광! 쾅! 쾅!
마치 벽력탄이 터지는 듯한 굉음에 사람들의 고막이 찢어져 나갈 듯 아팠왔다. 그리고 그것은 연혼불사강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록 지금 이 순간 이지를 잃어버린 채 살아있는 살인병기로 화했지만 고막으로 전해져 오는 충격은 그들에게도 엄청난 자극이 되었나보다.
순간적으로 연혼불사강시가 움찔한 것이다.
신황은 그 속을 누볐다. 그의 팔다리는 날카로운 검이 되어 휘둘러졌고, 그의 몸은 섬전이 되었다.
스거억!
그의 양팔에 걸려 양쪽에 있던 연혼불사강시 두 구가 허리가 잘라지며 두 동강 났다.
하지만 연혼불사강시는 놀라운 생명력으로 반족이 남아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혼불사강시는 두 팔로 바닥을 기며 어떻게 하든 신황을 붙잡으로 했다.
그러나 신황은 다리에 공력을 집중해 연혼분사강시의 머리를 터트렸다.
콰직!
연혼불사강시의 머리가 과자조각처럼 으스러졌다.
팽만유는 몰랐다. 그가 만든 미완성의 연혼불사강시는 진짜에 비해 많은 것이 모자람을 말이다.
그는 연혼불사강시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투입했지만 불과 이틀의 차이로 겉모습만 그럴 듯한 껍데기만을 얻었을 뿐이다.
신황은 자신의 몸으로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흉성만큼은 이를 데 없이 사나워 전혀 몸을 돌보지 않았기에 신황의 몸에도 자디잔 상처가 하나씩 늘고 있었다.
그러나 신황은 자신의 몸에 나는 상처를 무시했다.
그의 팔에 긴 지상이 생기면 연혼불사강시 한 구의 목이 잘려져 나갔다.
그의 옆구리에 한줄기 혈흔이 생기면 연혼불사강시의 허리가 두 동강이 나 바닥을 뒹굴었다.
아무리 무공이 강하더라도 일대 수십의 난전을 벌이면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다. 상처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이미 그 순간부터 무인의 자격을 잃는다.
죽음의 공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다.
슈우우~!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피의 길이 생겨났다. 그것은 연혼불사강시의 피든 아니면 자신의 피든 상관이 없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가 이 싸움을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입가에는 평소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광기어린 미소가 걸려 있었다.
콰지끈!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한 구의 연혼불사강시의 머리가 산산조각 부서지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이미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신황의 옷 위로 도 다른 붉은색이 물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은 팽만유뿐만 아니라 팽광형을 비롯해 팽가의 식구들마저 공포에 물들게 하기 충분했다.
“명.....왕(冥王), 생사를 관장하는 명........부의 왕.”
팽광형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억눌린 듯한 말이 새어나왔다.
연혼불사강시의 수가 아직도 압도적으로 많이 있었고 여전히 위력전인 공격을 펼치고 있었지만 신황은 그들 모두를 압도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장내를 지배하고 있는 지독한 존재감, 마치 붉은 달 아래 오직 그 혼자만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신황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캬우우웅~!
다시 장내에 설아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그것을 신호로 다시 신황이 움직였다.
그의 양손바닥에 기의 원반이 생겨났고 신황은 그것을 거침없이 날렸다.
그리고 이어 자신의 몸도 날렸다.
쿠오오오!
연혼불사강시의 포효가 울려 퍼졌다.
콰드득!
스거억!
섬뜨간 파골음과 함께 부서져 내리는 연혼불사강시들, 그리고 폭풍처럼 움직이는 신황.
설아는 지붕 위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약간 붉어진 설아의 눈은 신황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설아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되는 신황의 모습. 아마 설아는 평생 이 광경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암향혈표(暗香血豹)와 함게 하는 자, 평생을 피의 향기에서 살지어니........!지금 천산의 전설이 팽가에 재현되고 있었다.
“악....마 같은 새끼!”
철장우의 입에서 마침내 용이 터져 나왔다.
그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공포의 빛이 짙게 어려 있었다.
절말 살다살다 이렇게 독한 인간은 처음이다. 이것은 무공의 고하가 문제가 아니다. 인간자체가 정말 지독한 것이다. 아마 신황은 무공을 익히지 않았어도 강했을 것이다.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신황을 만나 것이고, 그와 적이 된 것이다.그것이 솔직한 철장우의 심정이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후회만 할 수는 없는 법, 이 지독한 악연을 여기서 끓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다면 두고두고 후환이 될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스르릉!
철장우의 검이 뽑혀져 나왔다.
“철대주님”
뒤에서 제갈우희가 불렀다. 그러나 철장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여기에서 끝을 내야 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아직 연혼귀령대가 존재할 대 신황을 죽여야 했다. 오늘이 지나면 그를 죽이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정말 악귀 같은 녀석이 굴러들어왔군. 저런 귀신이 어디서..........”
팽만유도 도를 잡으며 앞으로 나갓다. 하도 놀라다보니 이젠 정말 놀랄 여력도 없었다.
정말 단지 한 사람 때문에 연혼귀령대도 모자라 자신까지 나서게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신황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남자였다. 지금 여기에서 은원을 확실하게 정리를 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자신의 앞날도 없었다.
그런 절실한 위기감이 팽만유의 가슴을 지배하고 있었다.
두 남자가 미친 듯히 연혼귀령대를 몰아 부치고 있는 신황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제갈우희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지금 갈등하고 있었다.
이대로 지켜봐야 하는가? 아니면 조용히 자리를 빠져 나갈것인가?
하지만 이대로 그냥 비루먹은 개마냥 꼬리를 말기에는 그녀의 높은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그래! 조금만 더 지켜보자. 비록 완성되지 못한 연혼귀령대 때문에 산통이 깨졌지만 저 두 사람이라면 십대고수도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거야.’
그녀는 비록 개개인의 능력은 신황에 뒤떨어질지 모르지만 두 사람의 힘이라면 분명 이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스거억!
끼이이이~!
막 한 구의 연혼불사강시의 숨통을 끊은 신황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두렷한 존재감에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그에게 걸오노는 철장우와 팽만유의 모습이 보였다.
앞에는 연혼불사강시 그리고 뒤에는 철장우와 팽만유, 철저하게 포위된 형국이다. 물론 당사자인 신황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제대로 해보자구.”
신황의 입가가 비틀리며 말려 올라갔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 뒤틀린 미소를 짓는 신황의 등 뒤로 눈을 빛내고 있는 설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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