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딱 지나간다
신년 새해 온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듯해도 낼 모래면 보름을 채운다
노는 것도 세월이 잡아 먹는다
그냥저냥 살면 될 나이이것만 아내는 바쁜 시계 바늘을 돌리고 있다
정초라고 손자들 챙기더니 막내 놈 생일이라고 한 번 더 챙기더니
직장 다니며 피곤해서 입맛 떨어진 딸에게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끓여 냉동을 하고 택배로 부친다
나야 운전만 하면 되지만 모른 척하고 지나가면 엄마나 할머니 딱지가 떨어질까 겁나
그러는 건 아닌지 모르것다
그냥 가만히 창문 열고 멍 때리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내 맘대로 하는 건 아니다
창고에 걸어두고 먹던 마늘을 말라비틀어지기 전에 까서 믹서로 갈아 냉장보관을 한다며
바가지로 넉넉하게 담아 와 내민다
나이 먹은 죄로 양 어깨에 훈장이 달라붙은 것이 무거워 통증이 심하게 오는 바람에
어제 정형외과에 가 주사를 맞고 안정을 취하려던 참인데
마늘을 까려면 한 시간은 어깨가 고생을 하게 생겼다
마늘은 농사 할 때도 고생을 시키더니 일 없어 한가한 것을 즐기는 꼴을 못 본다
열 한 평되는 창고가 있어 잡동사니 몰아넣고 생각나면 끄집어다 쓰기 좋았는데
내가 봐도 쓰레기장이나 다름없다
툭하고 던져 놓고는 찾아 쓸 때면 어느 구석에 뒀는지 한참을 뒤적거려야 할 정도 인데
아내가 돈독이 올랐다
마을에서 부동산하는 곽씨 마누라를 미장원에서 만났는데 요즘 능곡이 재개발이 되는 바람에
전세나 사글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데 우리 집 창고를 방으로 만들면 월세 50은 받는다고
바람을 넣었던 모양이다
집수리하는 양씨가 다녀가고 생판 모르는 늙은이도 다녀가더니 견적이라고 내미는데
방 하나 들이는데 이천하고도 오백이 넘게 들어간단다.
고만 두자고 했다
월세 오십이 들어온다고 한들 목돈 들여 놓고 원금 찾을 때까지 4년 넘게 기다려야
들어간 공사비가 나올 판인데 뭐 하러 하느냐고 하였더니
아내가 웃으며 산수 공부를 손가락으로 했냐고 묻는다
돈 삼천에 이자가 오십이면 할 만한 장사라는 것이다
당신이 하시던 말든 상관 안 할 테니 죽는 날 까지 밥 세끼만 달라고 하고 말았다
오십이든 백이든 간에 어차피 내가 만질 돈은 아니라서 그렇다
등기는 내 앞으로 되어 있지만 바지사장이 된지 오래 되었으므로
이제와 돈이 생긴다고 떼어 줄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나는 등기권리증 소지만 하였지 권리행사를 할 수 없는 것은 알 만한 사람들은
소문으로 모두 알고 있기에 나는 허수의 아비 일 뿐이다
큰소리 나지 않고 조용히 사시다가 부자가 되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요즘은 날씨가 춥지 않아 낮에 한두 시간씩 밭에 나가 과일나무 전지를 하고 있다
일도 아니고 운동도 아닌 소일거리일 뿐이지만 방에서 답답함을 벗어나기엔 안성맞춤이다
비닐 속에서는 마늘이 올라 와 푸른색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이런 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잡념이 사라진다.
날이 더워 사니 못 사니 해도 일거리가 있어야지 답답하니 하루하루가 덧없다
친구들은 노인 일자리를 구한다고 복지관을 들락거리다가 일자리를 얻어 좋다고 한다
하루 세 시간 일하고니 할 만하다고 자랑하기에 이력서를 내 밀어 볼까 했는데
그것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워 포기하였다
곧 밭에 일거리가 생기니 농사일로 소일거리삼아 세월 보내련다
내 몸이나 잘 추슬러 살다가 염라대왕한테 알현하러 가는 게 낫지
감당 못 할 일을 할 나이는 아닌 것 같다
이것저것 벌려 놓고 다 하지 못할 것인데 시간에 쫒기며 살기는 좀 그렇다
어쩌다가 나이를 먹어 일을 겁내고 사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어느 시절 이었던가 그런 때가 있었다
몸 아끼지 않고 대들던
그땐 내가 등기부상 권리자였고 직접 권리 행사를 했었지
주름진 계절이 오고 한 칸씩 뒤로 밀려간다.
그걸 긍정하기 힘들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다
길을 걷다가 쉬어가는 늙은이가 안보이더니 내가 그 자리에 앉은 것을 어쩌랴
이젠 쉬어 가는 게 편하니 이걸 어쩌랴
첫댓글 하루 세 끼 차려 주도록 기다린단 말인가?
나는 아침 점심은 알아서 해결하고 저녁 한 끼만 얻어 먹는다네..
이제는 힘이 없으니 시키는 데로 해야지 우짜겠노.ㅋㅋ
글씨가 안보이고 새까맣게 검은줄만
글씨를 보이도록 새로 수정을 하게나.
까맣게 된 부분을 드래그 하면 볼 수는 있지만 번거로우니 귀찮아도 새로 보이도록 해주면 더욱 좋지..
나두 마찬가지여 돈은 타서 스니가는
살다보니 이리 되었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