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현안, 재개발사업의 출구전략
부산시 재개발사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적인 부동산 붐에 편승한 정비사업구역 지정이 잇따르면서 과도하게 늘어났다. 현재 재개발사업은 주민들의 생활터전 상실, 지역 공동체 붕괴, 이해 당사자 간 법정 소송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재개발사업은 기존의 전면철거 위주의 사업방식을 지양하고 정비구역 해제, 새로운 개발모델 도입, 정책적 지원 확대, 지역재생 등을 통한 도시재창조의 전환점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재개발사업의 새로운 개발 모델 도입을 위해선 지역재생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주민합의가 선행되어야 함
Ⅰ. 재개발사업의 현실
1. 190개 재개발사업 구역 중 사업완료는 불과 4곳
○ ‘201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목표연도인 2010년 현재 부산시 190개 정비예정구역 중 준공된 곳은 4곳
- 이 중 2곳은 기본계획 수립 전의 사업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사업이 완료된 곳은 청학 3구역․연지1구역 2곳 뿐
○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역도 전체의 1/3에 불과하고, 조합설립까지 진행된 구역도 전체의 절반 수준임
2. 재개발 사업 지역 황폐화 초래
○ 당초 재개발사업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의 일부
○ 그러나 현재 재개발사업은 부진한 사업 진행으로 해당 지역의 황폐화를 촉진시키는데다, 주거비용 차이로 인해 대부분의 주민이 재정착하지 못하고 다른 불량주거지로 이주하는 악순환 반복
3. 지역공동체 붕괴 촉발
○ 재개발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거비용 차이로 인해 기존 주민의 과반수 이상이 재정착하지 못하고 지역사회를 떠난다는 점임
○ 또한 사업 과정에서의 각종 조합 비리로 조합원들의 불신이 팽배한데다, 부진한 사업 진행으로 시공사와 조합 간 법정 소송 발생
○ 또한 세입자와 주택소유주 간 이주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불화를 일으키고 물리적 충돌까지 야기
Ⅱ. 부산 재개발사업의 문제점
1. 과도한 정비예정구역 지정
1) 전쟁 이후 피난민에 의한 무질서한 주거지 형성
○ 부산시는 6.25전쟁 때 발생한 피난민들이 산지 주변에 몰리면서 무질서하게 주거지가 형성됐고, 이후 정책이주지 등에 의해 도시 곳곳에 불량주거지가 산재
○ 또한 도시 외곽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도시 발전을 위한 개발 가용지도 부족
- 이에 따라 부산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불량주거지를 개선하고 전체적인 공간구조의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
2) 재개발사업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
○ 2000년대 초 서울에서 재개발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부산 시민들의 재개발사업에 대한 기대도 상승
- 또한 지방선거 등에서 후보들마다 출마 지역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것도 재개발사업 남발을 부채질
3) 완화된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 ‘부산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는 서울에 비해 완화된 규정을 적용함에 따라 더 많은 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
- 서울시 정비조례의 경우 주택재개발사업 대상구역에 대해 노후불량건축물 2/3이상 지역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 기본계획 수립 때는 이보다 완화된 60%이상을 기준으로 적용
- 부산시 정비조례는 노후불량건축물 50%이상 지역을, 기본계획은 40%를 기준으로 하면서 10% 정도 완화
○ 4m미만 도로점유율과 주택접도율 구역내 4미터이상의 도로에 접한 건축물의 총수를 구역내 건축물총수로 나눈 백분율
, 주택밀도의 경우도 부산은 서울에 비해 완화된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정비예정구역이 늘어남
4) 시가화면적 중 정비예정구역은 13%
○ 부산시는 2004년 ‘2010 부산광역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라 주택재개발사업 182개 구역을 비롯한 총 478개의 정비예정구역을 지정한데 이어 기본계획 변경을 통해 2010년 기준 487개의 정비예정구역을 지정
○ 부산의 정비예정구역 면적은 시가화면적의 13%로 대전과 함께 서울(9%)과 6대 광역시 중 최고 비율
2. 낮은 사업성으로 인한 사업 추진 불가능
■ 높은 주택보급률과 부동산 경기침체
○ 지속적인 주택공급과 인구감소로 인해 2009년 부산의 주택보급률이 107.5%에 달하면서 서울(주택보급률 94.6%)에 비해 주택 수요가 제한적
서울시와 6대 광역시 주택보급률
○ 또한 부동산 규제강화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와 부산지역의 경제불황도 주택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침
■ 낮은 분양가로 인한 기대수익률 저조
○ 서울시 관리처분 완료구역의 경우 평균 기대수익률이 40%를 넘지만, 부산의 경우 최대 33%, 최소 1.5%로 평균 기대수익률이 15% 수준
- 서울과 비교해 사업성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함에 따라 지역 민간건설사들의 사업추진이 부진
○ 즉 부산시 재개발사업 구역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가 600만원 이하로 서울의 60%선으로 사업성이 매우 낮아 수익률 저조의 주 원인이 됨
○ 특히 부산은 재개발사업구역에 저소득층이 많아 관리처분단계에서 현금청산자 비율이 높은 편이고, 이는 건설사의 금융비용 부담을 가중시킴
3. 재개발사업 지연으로 인한 주민갈등 발생
■ 법정 소송과 물리적 충돌 발생
○ 재개발사업구역 주민의 대다수가 사회취약계층인 점을 이용해 사업 추진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들의 비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민 갈등과 불신 증폭
○ 종전 자산에 대한 낮은 감정가, 세입자 이주 문제, 부진한 사업 진행 등으로 인해 전국 대부분의 재개발사업지에서 각종 법정 소송이 발생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물리적 충돌까지 야기
■ 사업 부진으로 인해 지역 커뮤니티 붕괴
○ 재개발사업은 기존 주민들에게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켜 생활터전을 빼앗고 다른 불량주거지로 비자발적 이주를 강요하는 악순환 초래
○ 사업 부진으로 인해 주민이주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경우 도시 우범지역이 형성되고 이는 주변 지역에도 악영향
Ⅲ. 도시재생에 주력하는 선진국의 재개발 정책
1. 도시재생 위주의 재개발사업 추진
○ 선진국은 1980년대 이후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의 재개발(redevelopment)이 아닌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한 도시의 전반적인 재활성화(regeneration)를 도모하는 도시재생에 주력
- 도시재생은 지역의 실업․빈곤 등 사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방식을 통해 주민들의 사회․경제 여건을 회복하는데 초점
2.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
○ 영국은 도시재생정책을 낙후지역을 개선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적 차원으로 여김
○ 따라서 중앙정부는 예산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 및 지역전략파트너십과 협약을 하고, 이를 2-3년으로 나눠 평가해 도시재생사업의 과정과 성과를 철저히 관리
3.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 구축(Public Private Partnership)
○ 미국은 도시재생사업의 기획 초기단계부터 민간사업자․투자자․금융기관 등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
-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하고 사업을 진행해 장기적으로 양질의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추진
○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PPP형태의 독립기관이 3만5,000개 정도 설립되어 마스터플랜 작성, 토지의 집약화, 디벨로퍼 모집, 공공공간과 인프라 정비, 공적 파이낸스 적용, 프로젝트 진행관리, 자산운영 등을 담당
4.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원
○ 영국의 단일도심재생기금은 전국에서 경쟁을 통해 선발된 민관파트너십 활동 및 시가지활성화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보조금 지원
○ 프랑스는 국립공탁은행의 도시재생기금을 바탕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공공임대단지, 도심, 개인주택지, 산업쇠퇴지역 등을 대상으로 도시재생사업 추진
5. 주민 참여형 도시재생
○ 일본의 ‘마을만들기’는 구역지정과 계획수립단계부터 행정․주민협의회를 구성하고, 주민 아이디어를 전문가 자문을 받아 사업에 적극 반영
○ 주거환경개선 뿐만 아니라 주민의 지속적인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하는 영국의 도시재생사업도 세입자․주민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의사결정을 주도
Ⅳ. 부산시 재개발사업의 새로운 모색
1. 구역특성을 고려한 개발 모델 도입
○ 지금까지의 재개발사업은 모두 전면 철거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이런 획일적인 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사업진행이 힘든 상황
- 따라서 구역별 사업여건에 따른 지구 분류 및 새로운 사업방식 도입 필요
○ 입지․부지규모․지형 등을 고려한 사업성,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포함한 주민참여도에 따라 전 재개발사업 구역을 4개로 유형화
유형 1) 구역 해제 후 커뮤니티 주도의 마을만들기
○ 사업성이 낮아 민간 주도형 사업은 어렵지만 주민참여도가 높은 경우 주민 자력에 의한 마을만들기가 가능하므로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조성을 공공에서 보조
○ 다양한 문화강좌와 소모임을 통해 주민공동체 의식과 애향심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문제를 주민들이 함께 해결해나가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어 사업 성공 가능성 높음
유형 2) 기존의 전면재개발 방식
○ 사업성과 주민참여도가 모두 높은 경우 민간건설사 참여에 의한 현행 전면재개발 방식 유지
○ 구역의 주변여건에 따라 개별 사업을 진행하거나 인근 구역들과 함께 주거지형 재정비촉진사업으로 전환해 사업 진행 가능
유형 3) 민간참여 거점확산형 정비
○ 사업성은 높지만 주민참여도가 낮은 경우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할 경우 마찰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성을 바탕으로 민간참여 거점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 시행
- 거점개발을 기반으로 주민의 자발적 주택개량을 촉진하는 주민참여형 정비사업
- 민간이 순환용 임대주택 및 주민의 사회․경제 생활지원시설을 공급하고, 중․저층 공동주택, 단지형 단독주택지, 도시형 타운하우스 등 새로운 거점개발 사업모델을 제시
거점확산형 정비방식 예시
<개발1단계> 거점개발
-구역전체 마스터플랜 수립
-구역 일부에 순환주택 등 거점 개발
-도로, 상하수도 등 정비기반시설 연계
<개발2단계> 단계별 주택개량
-정비된 도로에 따라 블록 단위 개발
-주민합의에 따라 단계별 순환 정비
-도로, 공원, 주차장 확보
<개발3단계> 단계별 주택개량
-기존 가로망과 마을의 특성을 살린 필지 단위 공동 개발 등
-주민간 권리조정을 위한 컨설팅 지원
유형4) 공공주도 거점확산형 정비
○ 사업성과 주민참여도가 모두 낮아 사업 추진이 힘든 경우 공공 주도로 거점확산형 주거환경개선사업을 하면서, 주거선택 바우처제도를 도입해 계층통합형 주거환경 개선을 촉진
○ 거점확산형 정비방식은 기존 현지개량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사회적 재정비의 성격이 있는 새로운 정비
- 공공이 정비구역 내 일정 규모와 위치를 정해 순환용주택․주민공동시설․문화시설․상업시설 등을 포함하는 커뮤니티 거점을 개발하고, 이를 근거지로 주민자력에 의한 주택개량을 지원하는 방식
2. 미 추진 정비구역의 부분적 해제
○ 부산지역 190개 주택재개발사업 정비예정구역 중 27개는 추진위원회의 승인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43개는 정비구역 지정 후 조합설립이 안 된 상태
○ 이들 70개 구역은 현재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지역의 쇠퇴화를 촉진하는 상황이므로 주민합의를 통한 구역해제를 검토하고 이후의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
○ 따라서 전문기관을 통해 모든 정비예정구역에 대한 물리적․사회적 실태조사를 하고 구역별로 사업성을 면밀히 살핀 뒤 이후 추진 방안을 검토할 필요
3. 특단의 정책 지원 강구
■ 정부지원 특별법 제정에 의한 재정 확충
○ 부산의 불량주거지 문제는 8.15해방․ 6.25전쟁 등으로 인한 국가 차원의 사회․역사적 산물로 인식해야 하는데도 부산시만의 관점으로 접근함에 따라 주거환경개선에 한계 존재
○ 민간에 의한 현재 정비사업 방식은 한계에 봉착해 공공에 의한 개발 불가피
- 이에 대한 부산시 재개발기금은 턱없이 부족해 정부의 특별법 제정에 따른 적극적 지원 필요
■ 국․공유지 무상 제공 및 민간 토지 기부 장려
○ 재개발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므로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구역 내 국․공유지를 무상제공해 민간 건설사의 참여 활성화를 유도할 필요
○ 재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해 민간이 소유한 토지의 기부를 장려토록 하는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
4. 지역재생을 위한 상생 프로그램 운영
■ 사회복지프로그램과 연계
○ 도시재생은 주거환경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경제적 향상을 비롯한 전반적 생활여건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이를 지속적으로 보조할 수 있는 사회복지프로그램과의 연계가 요구됨
○ 주민 고용기회 창출과 적정 소득의 확보, 자녀 교육기회 확대, 충분한 의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지원방안도 필요
■ 주민 교육과 전문가 투입을 통한 주민갈등 해결
○ 정비예정구역 주민 대부분이 학력과 소득이 낮고, 연령대는 높으며,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기 때문에 재개발사업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 상존
○ 구역지정 당시의 종전자산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신규 분양주택에 입주하기엔 크게 부족
- 이 때문에 주민들이 추가비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헌집이 새집으로 바뀐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삶의 터전을 잃는 사례 빈번
○ 구역 내 주민에게 법률자문을 할 수 있는 변호사․법무사 등과 경제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전문가들 도움 필요
- 이들 전문가들이 재개발아카데미(가칭)를 통해 재개발의 전 과정에 걸쳐 주민들에게 협력하고 조언하는 구조 형성이 요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