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미인과 호걸 그는 다륭으로부터 상금을 받게 되었는데 모두 위소보가 황상앞에서 좋 은 말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가 나타난 것을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벌떡 몸을 일으켜 그를 맞더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계공공,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이곳까지 왕림하시게 되었소이까?" 위소보는 웃었다. "나는 그저 와서 몇 명의 대담한 반역도들을 구경하려는 것뿐이오." 그리고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말했다. "황상께서는 나에게 문초를 받아내는 걸 도우라고 합디다. 그래서 그들 을 지휘한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알아내려는 것이오." 조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네." 그리고 나직히 말했다. "세 명의 반역도들은 매우 당차 입을 꼭 다물고 있읍니다. 이미 두 개 의 가죽채찍이 끊어질 정도였으나 그저 입을 꼭 다물고서 한다는 말이 오삼계가 그들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가서 물어보도록 하겠소." 그는 서쪽 대청으로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나무기둥 위에는 세 명의 사내가 묶여 있었는데 윗통을 벌거벗긴 채였고 이미 채찍질로 피와 살 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사람은 구레나룻을 기른 대한이었고 다른 두 사람은 이십여 세의 젊은이인데 한 사람은 살결이 무척 희었고 다른 한 사람은 온 몸에 문신을 하였는데 가슴팍에는 흉칙한 호랑이 머 리를 문신하고 있었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이 두 사람 가운데 유일주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그는 고개를 돌려 조제현에게 말했다. "조형, 아마도 그대들은 사람을 잘못 잡았는지도 모르니 잠깐 자리를 비워 주시구려." 조제현은 말했다. "네" 그는 몸을 돌려 나가면서 문까지도 닫아 주었다. 위소보는 입을 열었다. "세 분의 존성대명은 어찌 되시오?" 그 구레나룻의 사내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을 했다. "이 개같은 태감아! 너에게 무슨 자격이 있어 나의 이름을 묻는단 말이 냐?"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나는 부탁을 받고 온 몸이오. 유일주라고 하는 친구를 구하려고 왔소 이다......." 그 말이 떨어지자 세 사람은 얼굴은 모두 놀람과 의아한 빛으로 물들어 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구레나룻의 사내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의 부탁을 받았소?" 위소보는 말했다. "당신네들 가운데 유일주라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할 말이 있는 것이고 없으면 그만두기로 합시다." 세 사람은 다시 한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망설이는 빛을 보였다. 아마도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구레나 룻의 사내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오?" 위소보는 말했다. "나에게 부탁을 한 두 분의 친구 가운데 한 분은 성이 목씨이고 한 분 은 성이 유씨이외다. 철배창룡을 그대들은 알고 있소, 모르고 있소?" 구레나룻의 사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철배창룡 유대홍을 운남성이나 귀주성, 그리고 사천성 일대에서 모르 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오? 목검성은 목천하의 아들로서 강호에 떠돌 아다니는 신세로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형편이오." 그러면서 그는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 분이 목가 소공야와 유나리를 모르시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들의 친구는 아닌 모양이구려. 따라서 이와 같은 초식들도 알아 볼 수가 없 을 것이오." 그러면서 그는 자세를 가다듬고 이초의 목가권을 펼쳐 보였다. 물론 횡 소천군과 고산유수라는 이초였다. 그 가슴팍에 호랑이 머리를 문신한 젊은이가 어 하는 소리를 냈다. 위 소보는 손을 멈추고 물었다. "왜 그러시오?" 그 사람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오." 구레나룻의 사내가 물었다. "그와 같은 초식은 누가 가르쳐 준 것이오?" 위소보는 웃었다. "내 마누라가 가르쳐 준 것이오." 구레나룻의 사내는 퉤 하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 "태감에게 무슨 마누라가 있어?" 그러면서 끊임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본래 위소보를 개같은 태 감이라고 욕을 했으나 나중에 그의 말이 조금 색다른 점이 있고 행동이 특이한지라 개 같다는 말을 빼 버리게 된 것이다. 위소보는 말했다. "태감에게 어째서 마누라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오? 상대방에서 시집을 오려고 하는데 당신이 말릴 수 있겠소. 내 마누라의 성은 방씨이고 이 르은 외자로서 이라고 하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살결이 고운 젊은이가 갑자기 호통을 내질렀다. "터무니없는 소리" 위소보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의 이마에는 푸른 힘줄이 돋아나있었고 두 눈에서는 금방 불이라도 뿜어 나올 것 같았는데, 극도로 다급해 하 는 모습이 아닌가? 위소보는 이 사람이 바로 유일주라고 생각했다. 그는 약간 갸름한 얼굴 을 하고 있었는데 얼굴 모습은 무척 준수했다. 다만 크게 화를 내고 있 는 얼굴이라 그 표정이 약간 무시무시했다. 위소보는 즉시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뭐가 터무니없는 소리란 말이오? 내 마누라는 목왕부 중에서 유백방소 사대가장의 하나인 방씨 집안의 후손이란 말이오. 나에게 중매를 선 사 람은 소씨 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명이 소강이라 하며 별호가 있는데 별 호는 성수거사라 한다오. 그리고 또 한 사람 백씨 성을 가진 중매인이 있소. 그의 형인 백한송은 최근 어떤 사람에게 맞아 죽었는데 백한풍은 너무나 곤궁한 나머지 남의 중매인이 되어 돈을 얻어서는 그의 죽은 형 을 수렴할 수 있었다오....." 그 젊은이는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난다는 듯 크게 고함을 쳤다. "너는...... 너는...... 너는......" 그 구레나룻의 사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형제, 아무 소리도 하지 말게." 그리고 위소보에게 말했다. "목왕부의 집안의 일을 그대는 꽤나 많이 알고 있구려."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목씨 집안의 사위가 아니겠소? 그러니 장인 영감 집안의 일을 어 찌 모르겠소. 그 방이 소저로 말하면 본래 나에게 시집오려고 하지 않 았소. 그의 사형 유일주와는 이미 혼약이 맺어져 있다고 했소. 그러나 그 유가라는 자가 못나게시리 매국노인 오삼게의 부하로 들어가 황궁으 로 뛰어들어서는 황제를 찔러 죽이려 했다는 말을 듣게 되었소. 그대도 생각해 보시오...... 오삼계라는 이 매국노는......" 거기까지 말한 그는 음성을 낮추어서 말했다. "오랑캐와 결탁해서 우리 대명나라 천자의 아름다운 강산을 두 손으로 청나라 개도적들에게 바치지 않았겠소? 오삼계라는 녀석에 대해서 무릇 우리 한나라 사람이라면 그의 껍질을 벗기려고 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그의 살을 뜯어물고 싶어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형편이오. 그런데 유일 주라는 녀석은 주군으로 모실 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어찌하여 오삼계에게 투신을 하느냔 말이외다. 방소저는 자연 체면이 서지 않는 다고 느끼고 다시는 그에게 시집을 가려고 하지 않았소." 그 젊은이는 다급해져서 말했다. "나는...... 나는...... 나는......" 구레나룻의 사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람에게는 각기 뜻이 있는 법이외다. 귀하가 청나라 궁중에서 태감 노릇을 하고 있는 것도 영광스러울 것은 없소." 위소보는 대답했다. "맞소, 맞아. 물론 영광스러울 것도 없소. 그런데 우리 마누라는 옛 정 인을 잊지 못하고 반드시 알아 보라는 것이었소. 즉 그 유일주가 도대 체 죽었는지 않았는지, 정말 죽었다면 그녀가 나에게 시집오는 데 대해 서 더욱더 마음 편하게 생각할 것이고 이후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 아니겠소? 하지만 그녀의 유사형을 위해 신위를 모시고 지전이 라도 불살라 드려야 하지 않겠소? 세 분 친구 가운데 유일주라는 사람 은 없지요? 그럼 나는 돌아가서 방소저에게 사실을 알리고 오늘밤 바로 혼례를 올리도록 하겠소이다."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 젊은이는 말했다. "내가 바로...." 그 구레나룻의 사내는 호통을 내질렀다. "말하지 마라!" 그 젊은이는 힘주어 몇 번 버둥거리더니 부르짖었다. "그는... 그는...." 갑자기 그는 침을 위소보에게 뱉았다. 위소보는 몸을 날려 피했다. 세 사람의 손과 발은 모두 다 거친 우근으 로 꽁꽁 묶여 있어서 좀처럼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은 분명히 유일주이다. 본래 그가 인정을 하려고 했지만 구레 나룻의 사내가 막았다.) 잠시 생각해 본 끝에 그는 떠오르는 계책이 있어 말했다. "당신들은 이곳에서 기다리도록 하시오. 내 다시 가서 우리 마누라에게 물어보도록 하겠소이다." 그리고 그는 바깥으로 나와 조제현에게 말했다. "나는 어느 정도 단서를 잡아 냈으니 고문을 더 가하지 않도록 하시오. 잠시 후 다시 오겠소이다." 이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위소보는 방이와 목검병이 허기에 지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자기 방으 로 돌아가기 전에 먼저 주방으로 가서는 손아래의 태감에게 풍성한 음 식을 한 상 만들어 자기의 거처로 보내도록 하라고 일렀다. 이유는 어젯밤 뭇시위들이 역적을 잡는 데 공을 세웠으니 오늘 잔치를 벌여 경하하겠다는 것이며, 그 연회석장에서 자객을 잡는 비밀을 논해 야 하니 소태감이 시중을 들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그리고 그는 자기의 처소로 돌아가 자물쇠를 따고는 방안으로 들어갔 다. 그리고는 가만히 안쪽 방문을 열었다. 목검병은 나직이 부르짖으며 일어나 앉더니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어째서 이제야 돌아오시죠?" 위소보는 웃었다. "기다리느라고 마음이 초조해진 모양이구려. 그렇소? 그러나 나는 좋은 소식을 알아냈소." 방이는 베개 위에서 머리를 쳐들며 물었다. "무슨 좋은 소식인가요?" 위소보는 탁자 위의 촛불에 불을 켰다. 그러고 보니 방이의 두눈이 불 그레한 것이 아마도 조금 전까지 울었던 모양이었다. 위소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소식은 그대에게는 무척 좋은 것이나 나에게 있어서는 정말 빌어먹 을 소식으로서, 막 손에 잡히게 된 마누라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되었 소. 아, 유일주라는 그 녀석이 놀랍게도 아직 죽지 않았더구려." 방이는 아 하는 소리를 내질렀다. 그 음성에는 기쁨의 빛이 역력했다. 목검병은 기뻐서 물었다. "우리 유사형은 편안무사하신가요?" 위소보는 말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나려면 아마도 수월하지 않을게요. 그는 궁안의 시위들에게 사로잡혀 있는데 매국노 오삼계가 보내서 궁안으로 들어와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고만 하고 있소. 죽을 죄에서 벗어나기도 어 렵지만 그와 같은 소문이 퍼지게 된다면 강호의 영웅호걸들은 모두 다 그가 오삼계의 주구가 되었었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 아니겠소? 그렇게 된다면 목을 잘리게 되더라도 고약한 명성만 남기게 될 것이 아니겠 소?" 방이는 몸을 일이키고 말했다. "우리가 황궁으로 들어서기 전에 이미 그 점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바가 있어요. 그저 오삼계라는 매국노를 쓰러뜨려서 돌아가신 황제와 목공야 를 위해 깊은 원한을 갚을 수만 있다면 우리의 목숨이나 죽은 후의 명 성 같은 것은 이미 도외시하기로 했어요." 위소보는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말했다. "좋소. 뼈대가 있군. 이 지아비께서는 매우 탄복했소. 방소저, 우리에 게 한 가지 상의해야 할 일이 있소. 만약 내가 그대의 유사형을 구해 준다면 그대는 어떻게 하겠소?" 방이의 두 눈에 섬광이 스쳐가며 두 뺨을 살짝 붉히더니 말했다. "그대가 정말 우리 유사형은 구할 수만 있다면 그대가 나에게 어떠한 어렵고도 위험한 일을 시키든지 간에 이 방이는 결코 눈살 하나 찌푸리 지 않겠어요." 이 몇 마디의 말은 그야말로 쇠를 자르듯 단호했다. "그럼 우리 약속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리고 소군주는 증인이 되어 주시오. 만약에 내가 그대의 유사형을 구출해 내서 소공야 목검성과 철 배창룡 유대홍 유나리에게 건네어 주게 된다면....." 목검병은 그 말을 가로챘다. "그대는 우리 오라버니와 우리 사부를 아세요?" 위소보는 말했다. "목씨 집안의 소공야와 철배창룡은 대명이 쟁쟁한 사람들인데 그 어느 누가 모르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그대는 좋은 사람이에요. 만약 유사형을 구할 수만 있다면 모두들 그 대의 은혜를 고마워할거예요."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고 그저 거래를 하자는 것이오. 유일주라는 사 람은 엄청나오. 그야말로 그는 황제를 찔러 죽이려고 했던 놈이요. 내 가 그를 구하려면 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큰 모험을 해야 되지 않겠소? 관가에서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면 내 머리만 땅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안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 분 형 님과 네 분 누이동생, 그리고 이모부, 이모, 고모부, 고모, 외삼촌, 외 숙모,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외사촌 형님과 동생, 외사촌 누나와 누이 동생들 모두가 머리를 잘리게 되는 것이 아니겠소? 이것이야말로 멸족 을 당하는 것이 아니겠소? 그리고 우리 집안의 금, 은, 집, 솥, 바지, 신발까지 모두가 관가에 적발되는 것이 아니겠소?" 그가 한 마디 '아니겠소' 하고 물어볼 때마다 목검병은 고개를 끄덕여 그렇다는 표시를 했다. 방이는 말했다. "바로 그래요. 이 일은 정말 끼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요. 그러니 결코 그대에게 해 달라고 청을 할 수가 없어요. 어찌 되었든 우리.... 우 리.... 사형은 죽었어요. 나도 살아날 수 없게 될 것이니 모두 목숨을 잃게 되었다고 체념할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그러면서 그녀는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위소보는 말했다. "뭐 처음부터 슬퍼서 눈물 흘릴 필요는 없소. 그대와 같이 수화폐월의 미녀가 눈물을 흘리면 내 마음도 부드러워지게 되거든. 방소저, 내 그 대를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하겠소. 내 반드시 그대의 유사형을 구출해 내겠소. 우리는 반드시 한 마디로 약속합시다. 만약에 그대의 유사형을 구출해 내지 못한다면 나는 한평생 그대의 소와 말, 그리고 종이 되도 록 하겠소. 그러나 그대의 유사형을 구출해 내게 된다면 그대는 한평생 나의 마누라가 되어야 하오. 장부일언은 그야말로 무슨 말(馬)이라도 뒤쫓아 잡을 수 없다는 그 한 마디를 잊지 않으면 될 것이오." 방이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얼굴의 붉은 기운은 점차 가라앉고 창 백한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계 오라버니, 유사형의 목숨을 구해 내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이라 도.... 어떠한 일이라도 나는 마다하지 않겠어요. 만약 그대가 정말 그 를 편안무사하게 구해 낸다면 나는 한평생 그대의 시중을 들어도 안 될 것은 없어요. 다만... 다만...."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방문 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말을 알리 는 소리가 들렸다. "계공공, 술과 음식을 가져 왔습니다." 방이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위소보는 대답했다. "좋아." 그리고 그는 방을 나서면서 안쪽 방문을 닫고 앞쪽의 문을 열었다. 네 명의 태감이 밥과 찬, 그리고 그릇들을 들고 들어와 바깥 방에다 차려 놓기 시작했다. 모두 다 열 두 쟁반의 찬이 마련되었고 달리 한 냄비에 운남기과계(雲南汽鍋鷄)가 있었다. 네 명의 태감들은 여덟 짝의 젓가락 과 술잔들을 놓더니 공손하게 말했다. "계공공, 또 모자라는 것이 없습니까?" 위소보는 말했다. "되었네. 이제 돌아들 가게." 그리고 한 사람에게 한 냥씩의 은자를 내렸다. 네 명의 태감들은 좋아 하며 나갔다. 위소보는 방문을 닫고서는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는 음식을 안쪽 방으 로 옮겼고 탁자를 침대 앞으로 밀었다. 그런 후 세 개의 잔에 술을 따 르고 세 그릇의 밥을 담고서는 물었다. "방소저, 조금 전 다만.... 다만 하고 말했는데 다만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오?" 이때 방이는 목검병의 부축을 받아 일어나 앉아 있는 상태였다. 그 말 을 듣고 얼굴을 붉히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후에 나직한 음성 으로 말했다. "나는 본래 그대가 궁중의 집사인데 어떻게 마누라를 맞아들일 수 있겠 느냐고 말하려 했어요. 그러나 어찌되었든 간에 그대가 우리 유사형의 목숨을 구할 수만 있다면 저는 한평생 그대를 돌보도록 하겠어요." 그녀의 살결은 그야말로 옥과 같이 아름답고 수정같이 매끄러웠다. 붉 은 촛불을 받게 되자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위소보 는 나이가 어렸으나 그와 같은 모습을 보고 가슴이 설레이는 것을 금할 수 없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원래 그대는 내가 태감이라 마누라를 맞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려 했 군. 마누라를 맞아들이고 못 들이는 것은 내 일이니 그대가 걱정할 것 은 없소이다. 내 다시 그대에게 묻겠는데 내 마누라가 되겠소?" 방이는 아름다운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얼굴에 약간 노기를 띠었다. 그 리고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굳은 결심을 한 듯 말했다. "그대의 처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대가 나를 청루에 팔아 기녀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나는 즐겁게 응하겠어요." 이 몇 마디의 말을 만약 다른 남자가 듣게 되었다면 매우 불쾌하게 생 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위소보는 본래 기녀원 출신이라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좋소. 바로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자 훌륭한 마누라, 그리고 훌륭한 누이, 우리 세 사람이 함께 술을 들도록 합시다." 방이는 본래 눈앞의 이 나이 어린 태감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 런데 그가 비수로 어전시위 부총관인 서동을 죽이고 기이한 약으로 그 의 시체를 없애는 것을 보고 또 궁중의 뭇시위들과 다른 태감들이 모두 다 그에게 매우 공경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보고서야 그가 확실히 대 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유일주는 그야말로 그녀가 온 마음을 기울여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정식으로 혼인 약속은 없었으나 두 사람은 이미 서로 마음을 통하고 있 었고 한 사람은 그대가 아니면 시집을 가지 않겠다는 식이었고 또 상대 방에서는 그대가 아니면 장가를 들지 않겠다는 식이었다. 그리고 어젯 밤 두 사람이 동시에 궁안으로 들어와 그와 같은 큰일을 해내게 되었을 때 방이는 유일주가 그만 시위들에게 사로잡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러나 자기 역시 상처입은 몸이라 구할 수가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반드 시 난을 당하게 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나이 어린 태감은 그가 비단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방법을 강구해서 그를 구해 내겠다 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쨌든 유사형을 위험한 곳에서 벗아나게 할 수만 있다면 내 한평생 고생을 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하늘이 내게 대하여 박하지 않았음을 감사드리겠다. 그리고 이 나이 어린 태감이 어찌 또 나를 처로 받아들 일 수 있겠는가? 그는 그저 입바른 우스갯소리로써 말로만 나에게 득을 보려고 하는 것이니 내가 그의 뜻을 약간 따른다 하더라도 대단할 것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점을 깨닫게 되자 빙그레 웃으며 술잔을 들고 말했다. "이 한잔의 술은 그대와 함께 마시겠어요. 그러나 그대가 만약 우리 유 사형을 구해 내지 못한다면 내 검 아래 귀신이 되는 것을 면하기 어려 울거예요." 위소보는 그녀가 방긋 웃는 모습이 꽃과 같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속 으로 무척 흐뭇해져서는 술잔을 들고 말하였다. "우리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지 나중에 잡아떼면 안 되오. 만약 내가 그대의 유사형을 구하게 되었을 때 그대가 약속을 저버리고 다시 그에 게 시집을 가겠다면 어떻게 되는 것이오. 그리고 그대들 두 사람이 손 을 합쳐 나를 공격한다면 나는 그야말로 그대들의 적수가 될 수 없을 것이고, 그가 한 칼을 들어 비스듬히 내려치고 그대가 검을 들어 곧장 내려치게 된다면 이 계공공은 대뜸 네 조각으로 나누어지고 말 것이니 이와 같은 일은 방비하지 않을 수 없구려." 방이는 웃음을 거두고 숙연히 말했다. "하늘에 두고 맹세합니다. 계공공이 만약 유일주를 편안무사하게 구해 낸다면 소녀 방이는 계공공에게 시집을 가 처가 되겠으며 한평생 남편 에 대해서 절개와 지조를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설사 계공공이 저를 아 내로 맞아들일 수 없을지라도 저는 한 마음 한뜻으로 당신을 한평생 모 시겠습니다. 만약 두 가지의 마음을 품는다면 저는 그야말로 만겁의 지 옥으로 떨어져 다시는 환생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그 한 잔의 술을 땅바닥에 뿌렸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소군주가 바로 증인이 될 것이요." 위소보는 크게 기뻐서 목검병에게 물었다. "누이, 그대에게는 내가 구해주어야 할 사랑하는 사람이 없소?" 목검병은 말했다. "없어요. 저에게 어찌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겠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애석하군. 애석해." 목검병은 말했다. "뭐가 애석해요?" 위소보는 말했다. "만약 그대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구출해 낸다면 그대 역시 나에게 시집와 마누라가 되지 않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쳇, 한 사람의 마누라가 있어도 부족해서 두 사람이나 차지하겠다는 거예요?" 위소보는 웃었다. "그야말로 못난 두꺼비가 하늘 나라의 거위고기를 먹으려고 하는 짓이 겠지. 이봐, 누이, 그대의 유사형과 함께 잡혀 있는 사람은 아직도 두 명이나 있소. 한 사람은 구레나룻의 수염을 길렀으며...." 목검병은 그 말을 받았다. "그는 오(吳)사숙이에요." 위소보는 다시 했다. "또 한명은 몸에 문신을 하고 있었는데 가슴에는 호랑이 머리를 새겨 놓았더군." 목검병은 말했다. "그는 청모호(靑毛虎) 오표(敖彪)예요. 바로 오사숙의 제자이죠." 위소보는 물었다. "그 오사숙의 이름은 무엇이오?" 목검병은 말했다. "오사숙의 이름은 오립신(吳立身)이라고 해요. 그리고 별호는 요두사자 (搖頭獅子)라 하죠." 위소보는 웃었다. "그 별호는 그럴싸하군. 남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그는 언제나 고개를 가로젓겠군." 목검병은 말했다. "계 오라버니, 그대가 유사형을 구하려고 한다면 내친 김에 오사숙과 오사형도 함께 구해 주세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 오사숙과 오표에게는 수화폐월의 여자 단짝에 없소?" 목검병은 말했다. "몰라요. 그것은 왜 묻죠?"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먼저 그들에게 좋아하는 여자들이 있는지 없는지 물어봐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어라 하고 그들을 구해 봤자 그저 헛고생만 하는 것이 아니겠소." 별안간 눈앞에 검은 그림자가 번쩍였다. 그리고 한 가지 물건이 얼굴로 날아들었다. 위소보는 급히 고개를 숙였으나 이미 때가 늦었으며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이마에 적중되었다. 그 물건은 박살이 나 버렸 는데 바로 술잔이었다. 위소보와 목검병은 동시에 놀라 부르짖었다. "어이쿠!" 위소보는 세 걸음을 물러서게 되었으나 의자와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이마에서는 선혈이 줄줄 흘러내리게 되었고 두 눈은 술로 모호해져 그 저 사물이 희뿌옇게만 보였다. 방이는 호통을 내질렀다. "그대는 즉시 유일주를 죽여요! 이 아가씨도 더 살고 싶지 않아! 온종 일 그대의 터무니없는 업신여김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어!" 원래 그 술잔은 바로 방이가 던진 것이었다. 다행히 그녀는 중상을 입 은 나머지 손에 실린 힘이 대단치 않았다. 따라서 위소보의 이마에는 술잔이 적중되었으나 그저 약간 살가죽에 손상을 입은 정도였다. 목검병이 말했다. "계 오라버니, 이리 오세요. 내가 상처를 봐 드릴께요. 유리조각 같은 것이 살 속에 박혀서는 안 돼요." 위소보는 말했다. "나는 다가가지 않겠소. 우리 마누라가 남편을 모살하려고 하는데 내 어찌 다가가겠소?" 목검병은 말했다 "누가 그대보고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라고 했어요? 또 다시 남의 여인 을 빼앗겠다고요? 저까지도 화가 나는군요."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아! 이제야 알겠군. 원래 그대들 두 사람은 질투를 한 것이군. 내가 다른 여인을 얻으려고 하니까 나의 큰 마누라고 작은 마누라고 간에 모 두 다 크게 질투를 불러일으켰군." 목검병은 술잔을 들고 말했다. "그대는 나를 뭐라고 불렀지요? 나 역시 술잔을 그대에게 던질 수 있어 요." 위소보는 소맷자락을 뻗쳐 눈을 훔쳤다. 그리고 보니 목검병은 짐짓 화 가 난 양 입술을 뾰로통하니 내밀고 있었는데 눈가와 입가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리고 방이의 표정을 보니 약간 겸연쩍어하는 표정이 아 닌가. 그는 자기의 이마가 아프기는 했으나 마음속은 흐뭇하기만 해서 말했 다. "큰 마누라가 나에게 술잔을 던졌는데 작은 마누라가 던지지 않는다면 너무나 공평하지 못한 일이지." 그리고 한 걸음 다가가서는 말햇다. "작은 마누라도 던져요." 목검병은 말했다. "좋아요." 그리고 손을 쳐들더니 술잔에 따른 반 잔의 술을 그의 얼굴에 뿌렸다. 위소보는 피하지 않고 반 잔의 술이 모두 그의 얼굴에 뿌려지는 것을 고스란히 받았다. 그리고 혓바닥을 내밀어 얼굴의 핏물과 술을 함께 핥 아 먹으며 쩝쩝 소리가 나도록 입맛을 다셨다. "정말 맛있군, 맛있어. 큰 마누라는 때려서 피를 흘리게 했고 거기다가 작은 마누라가 뿌린 술을 더하게 되자 아이구! 그야말로 맛이 좋아 죽 을 지경이로구나. 맛이 좋아 죽을 지경이야." 목검병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고 방이 또한 훗 하고 웃으며 욕을 했다. "망나니!" 그리고 품속에서 한 조각의 손수건을 꺼내 목검병에게 내밀며 말했다. "그대가 상처를 닦아 주도록 해요." 목검병은 웃었다. "상처를 입힌 사람은 그대인데 왜 내가 닦아 줘요?" 방이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말했다. "그대는 그의 작은 마누라가 아니에요?" 목검병은 침을 뱉었다. "쳇. 그대는 조금 전 친히 그에게 응낙했지만 나는 응낙한 적이 없어 요." 방이는 웃으며 말했다. "약속을 하지 않았다고 누가 그래요? 그가 작은 마누라도 던지라고 했 을 때 그대는 술을 그대에게 뿌렸잖아요? 그것이야말로 스스로 작은 마 누라가 되겠다는 것을 응낙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에요?" 위소보는 웃었다. "맞았소. 맞아! 우리 큰 마누라도 귀엽고 작은 마누라도 귀엽군. 그대 들 두 사람은 안심하시오. 내 다시는 남의 여자들을 찝적거리지 않으리 다." 방이는 위소보에게 다가오라 하고는 그의 이마에 난 상처에 유리조각이 있는지 없는지 살핀 후 핏물을 닦아 냈다. 세 사람은 술을 별로 마실 줄 몰랐으나 배가 고팠던 참이라 적지 않은 찬을 먹었다. 그리고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그야말로 그들의 방안은 봄 바람이 이는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내게 되자 위소보는 하품을 하고 말했다. "오늘밤 나는 큰 마누라하고 자야 하나, 아니면 작은 마누라하고 자야 할까?" 방이는 얼굴빛을 굳히고 정색하며 말했다. "그대는 우스개의 말을 해도 정도가 있어야 해요. 그대가 다시 침대 위 로 기어오른다면 나는.... 나는 일검으로 그대를 죽이고 말겠어요." 위소보는 혀를 내밀었다. "끝내 언젠가는 나의 이 목숨을 그대의 손에 빼앗기게 되겠군." 그리고 그는 밥과 찬을 바깥 방으로 옮겼다. 그리고 한 장의 돗자리를 꺼내 땅바닥에 펴고 옷을 입은 채 잠을 청했다. 이때 그는 실로 피곤하 기 이를 데 없는 몸인지라 삽시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그는 매우 따뜻함을 느끼고 눈을 떠서 바라보니 그의 몸 위에는 이불이 덮혀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베개가 받쳐져 있었다. 몸을 일으켜 보니 침대 위의 모기장이 나직이 드리워져 있었다. 모기장을 사이에 두고 어렴풋이 방이와 목검병이 베개를 같이하고 잠들 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가만히 일어나서 모기장을 들쳤다. 그러고 보니 방이의 얼굴은 요 염했고 목검병의 얼굴은 청초했다. 두 미녀의 아리따운 얼굴은 서로 조 화를 이루어 빛을 발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명주 같기도 하고 아름다 운 옥 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화사하고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 위소보는 그야말로 두 소녀에게 각기 입맞춤을 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 으나 혹시 그녀들이 놀라 깨게 될까봐 속으로 생각했다. (제기랄, 이 두 소녀가 만약 정말 나의 큰 마누라와 작은 마누라가 된 다면 나는 그야말로 즐겁기 이를 데 없겠구나. 여춘원에 언제 이와 같 은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있었느냔 말이다.) 그는 가볍게 발걸음을 죽이고 문을 열었다. 문에서 끽 하는 소리가 나 자 방이는 잠에서 깬 듯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계...... 계...... 안녕히 주무셨어요?" 위소보는 말했다. "계, 뭐라고 했죠? 훌륭한 지아비라고 불러 주지도 않다니." 방이는 말했다. "그대는 아직 사람을 구출해 내지 않았잖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안심하시오. 지금 사람을 구하러 가는 길이오." 목검병 역시 잠에서 깬 듯 물었다. "이른 아침부터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는 줄곧 잠자지 않았소. 두 사람은 그야말로 밤새도록 정담을 나 누고 있었지." 그리고 그는 하품을 하며 입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 "정말 피곤하군. 정말 피곤해. 나는 이제 좀 자야겠어." 그는 다시 기지개를 켰다. 방이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대와 더불어 무슨 할 말이 그토록 많아서 밤을 새우면서까지 말한단 말이에요?" 위소보는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마누라, 우리는 이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합시다. 그대는 한 통의 편지를 쓰도록 하시오. 내가 가져가서 그대의 유사형에게 보여 주 어야 그는 나를 믿고 따라 궁에서 빠져나가게 될 것이오. 그렇지 않으 면 그는 한사코 자기가 오삼계의 사위라고 할거란 말이야." 목검병은 그 말을 가로챘다. "그는 오삼계의 사위 되는 사람의 조카로 가장하고 있는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방소저가 나의 큰 마누라가 되었으니 유일주는 그저 오삼계의 사위 노 릇을 할 수밖에 없겠군." 방이는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하지만 한 통의 편지를 쓴다는 것은 그럴싸 하 군요. 그런데.... 그런데.... 무슨 말을 써야 하죠?" 위소보는 말했다. "무슨 말이든 다 괜찮소. 그저 내가 그대의 지아비이고 천하에서 제일 가는 좋은 사람으로서 가장 의리가 깊은데 그대의 부탁을 받고 달려와 구하고자 하는 사실은 절대 틀림없는 일이라고 말하도록 하시오." 그는 해대부가 쓰던 붓, 벼루, 종이들을 찾아내서 먹을 갈았다. 그리고 한 장의 하얀 종이를 조그만 탁자 위에 놓고 침대 앞으로 내밀 었다. 방이는 몸을 일으켜 앉더니 붓을 받아 들었다. 갑자기 눈에서 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목메인 어조로 물었다. "내가 무슨 내용을 써야 하나요?" 위소보는 그녀의 측은한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약해지는 것을 느 끼며 말했다. "무슨 글을 써도 좋소. 어쨋든 나는 글자를 모르니 그대는 나에게 시집 와서 마누라가 되었다는 말은 하지 마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유사 형이 화를 내서는 내가 구해 주는 것을 마다할지도 모르오." 방이는 말했다. "그대는 글자를 모르나요? 또 거짓말을 하는거죠?"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글자를 안다면 후레자식이고 그대의 지아비가 아니라 그대의 아 들이고 손자이외다." 방이는 붓을 들고 잠시 생각하더니 그래도 글을 쓰기가 어려운 듯 흐느 끼며 울기 시작했다." 위소보는 가슴 가득히 끓어 오르는 호기를 억누를 수 없어 큰소리로 말 했다. "좋소, 좋아! 내가 유일주를 구출해 낸 이후 그대는 그에게 시집을 가 도록 하시오. 내 그와 다투지 않도록 하겠소. 어쨌든 그대는 나를 따르 게 된 후에도 여전히 그와 노닥거리게 될 것이고, 장래에 파란 모자를 쓴 멍텅구리가 되느니, 역시 그대가 즐겁게 그 빌어먹을 유일주라는 녀 석에게 시집을 가도록 하는게 좋겠소. 그대는 무슨 글이고 쓰고 싶은 대로 쓰도록 하시오. 제기랄, 이제 나는 아무것도 마음에 두지 않기로 했소." 방이는 눈물을 머금고 있는 한쌍의 큰 눈을 들어 그를 한번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눈초리에는 기쁜 빛이 떠도는가 하면 또한 고마워하는 정도 서려 있었다. 그녀는 종이 위에 몇 줄의 글을 써서는 종이를 접으 며 말했다. "아무쪼록...... 아무쪼록 그에게 건네 주세요."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빌어먹을, 그대는 그대니 그대니 하고 부를 뿐 오라버니라고 한 마디 물러 주지 않는구려, 이야말로 냇물을 지나게 되면 다리를 부숴 버리고 잿밥을 먹은 뒤는 화상을 찾지 않는 격이군.) 그러나 그는 이미 영웅호걸처럼 호기가 매우 높다는 듯이 행동한 이상 다시는 방이 보고 자기의 마누라가 되라고 강요할 수 없었다. 그는 접 은 쪽지를 받아 품 속에 집어넣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문을 나서며 생각했다. (영웅이 되려면 스스로 손해를 좀 봐야 한다. 훌륭한 마누라를 두 손으 로 남에게 바치게 되었구나.) 건청궁 옆 시위들 방에서 당직의 우두머리로 있는 사람은 장강년이었 다. 그는 이미 하룻밤 전에 다륭의 당부로 계공공이 자객을 구출해서 궁안을 빠져나가는 데 대하여 도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나 결코 어떤 흔적을 드러내어 자객들로 하여금 의심을 품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당부받고 있었던 터라 위소보가 찾아온 것을 보고는 재빨 리 마중 나왔으며 눈짓을 해서 위소보와 함께 가산 옆으로 가 나직이 물었다. "계공공, 어떻게 사람을 구할 생각입니까?" 위소보는 그의 다정한 태도에 속으로 생각했다. (황상께서는 나에게 몇 사람의 시위를 죽여서 사람을 구하도록 하여 유 일주 일당들로 하여금 의심을 품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 장 노형은 나에게 무척 좋게 대하니 나로서는 차마 죽일 수가 없구나. 다 행히 못난 계집애의 편지가 있으니 유가라는 죽일 놈은 결코 믿어 의심 치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생각해 본 후 대답했다. "내 다시 가서 그 세 후레자식들을 심문해 보고 임기응변으로 조처하리 다." 장강년은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말했다. "계공공, 정말 감사합니다." 위소보는 물었다. "또 무엇이 감사하다는 것이오?" 장강년은 말했다. "소인이 계공공과 더불어 일을 하게 되면 이후 공공께서는 반드시 음양 으로 돌봐 주실 것이 아닙니까? 그렇게 된다면 소인은 벼슬이 오르고 재물이 늘어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죠." "그대가 한마음 한뜻으로 황상에게 충성을 다해 일을 한다면 장래 한가 지 일만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장강년은 깜작 놀라 물었다. "무엇을 걱정해야 합니까? "그대 집안의 창고가 너무 적어서 그 많은 은자를 넣어 두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는구려." 장강년은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그러나 곧 웃음을 거두고 나직이 말했 다. "공공, 우리 십여 명의 시위들은 몰래 상의했습니다. 모두들 힘을 다하 여 공공을 위해 일을 처리하도록 했으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공공께 서 궁안의 태감 가운데 총수령이 되도록 해드리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그것 참 잘 되었구려. 그러나 내가 더 나이가 든 이후 다시 이야기하 기로 합시다." 위소보는 전노본이 살아있는 돼지를 들여보내 빈틈을 메꾸었던 일을 상 기하고 물었다. "서부총관은 어디로 갔소? 다총관과 그대들은 모두 바삐 돌아가고 있는 데 어째서 서부총관은 보이지 않소?" 장강년은 말했다. "아마도 태후께서 그를 궁밖으로 내보내 일을 시켰을 것입니다."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부총관을 보게 되면 내 방으로 한번 왔다 가라고 하시오. 황상께서 몇 마디의 말을 그에게 물어 보겠다고 하셨소." 장강년은 대답했다. 이어서 유일주 등 세 사람을 묶어 놓은 대청으로 들어섰다. 하룻밤 보 지 않은 사이에 세 사람의 정신은 많이 위축돼 있었다. 비록 더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고 하나 이틀 밤 이틀 낮을 두고 음식을 먹지 못했으니 무쇠로 만들어진 사내라 하더라도 견딜 수가 없을 것이 다. 대청에서 지키고 있던 칠팔 명의 시위들은 일제히 위소보에게 인사 를 했는데 그 언사가 매우 공경스러웠다. 위소보는 큰 소리로 말했다. "황상께서 분부를 내리셨소. 이 세 반역도는 대역무도한 자이니 즉시 참수하여 뭇사람들에게 본을 보이라고 했소. 그러니 빨리 가서 술과 고 기, 그리고 밥과 찬들을 가져와 그들에게 배불리 먹이도록 하시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