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제가....

얼마전에 병원 다니느라 자주 시내를 나간 일이 있었습니다. 시내 개봉관 앞에서 줄지어 서있는 젊은이들을 보며 예전 생각이 나서 빙긋이 웃음 머금었답니다. 지금 고3이 될려는 딸아이가 아마도 중2때 였나 기억이 가물합니다만.. 몹시도 내성적인 딸아인 책을 참 좋아한답니다. 그런 딸아이에게 사춘기가 왔는지.. 무슨 고민이 그리도 많은지 말수도 점점 줄어들고 웃음을 보기가 힘들어 졌습니다. 딸아이 방을 치우다 보면 낙서같이 휘갈겨 쓴 글들을 보곤 하는데 죽음에 대한 글들이 자주 눈에 띄어서 덜컥덜컥 겁이 나기도 하였습니다. 착하고 얌전한 딸아이라 걱정없이 잘 커 가더니 .. 선배들에게 아이들 키운 조언도 구해보고 또래랑 아가씨들과 대화도 해 보고 중둥부 부모를 위한 모임에도 다녀 보았답니다. 혼자서만 고민하는 것 보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더라구요. 어느 날 중등부 부모님 모임에 참석하니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 이래선 안 된다'라는 내용을 연극으로 보여주더군요. 삐딱하게만 나가는 사춘기 아들을 향해 어쩌다 나누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아버지: 야~ 니 무슨 고민있나~한 번 말 해 보그라~ 아들 : 없심더~ 이러면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래요. 저도 곧잘 그랬기 때문에 그 연극 보면서 많이 웃었는데 제가 할 땐 몰랐었는데 남이 그렇게 하니까 참 웃기더라구요. 집에 돌아와 딸아이에게 이야기 해줬지요. 사실은 네가 걱정이 되어서 그런 모임 갔었는데..하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를 이야기 해줬더니 "그카마 엄마 저어~얼때로 이야기 안 하쥐~~" "그라마 우예 물우보마 되는데?" "모올라~" 답은 들을 수 없었어도 오랫만에 딸아이랑 허리 부여안고 맘껏 웃었답니다. 아~정말로 엄마 노릇은 참 힘들었습니다. 무슨 고민을 하는 지 알아야 도와주던지 말던지 하죠. 그러던 어느 날 신문을 뒤적이다가 눈에 화악~하고 띄는 게 '마요네즈'란 영화광고였습니다. 엄마같지 않는 엄마..딸이랑 티격태격..등 간략한 영화 소개글이 저를 사로 잡았답니다. 우리 집 남편은 밥 세끼는 주~거도 제 시간에 먹어야 된다는 철학을 안고 사는 사람입니다.(저흰 자영업을 하니까 세 끼 다 먹어야 한답니다) 사건을 저지르기엔 오로지 토요일 오후 뿐이였습니다. 드디어 D-day!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가방 내려 놓자 말자 손 탁~하고 부여 잡고 "가잣~엄마 쫌 도와도고!" "밥도 안 묵꼬 어데 갈라꼬~ 또 짐 들어 달라꼬?" "야튼 니 없으마 안 됭께 빨리 가잣~" 딸아인 제가 도와달라면 거절치 않는 착한 아이거든요. 시간도 급했지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버스를 탔는데 에고~ 잘못 탔네요. 버스를 내려 두 코스나 되는 길을 다시 뛰기 시작했답니다. 알고나 가자는 딸아이에겐 늦어서 큰일났다만 연발하면서 복잡한 주말 오후 시내 거리를 질주했지요. (참고로 저 달리는 거 진짜로 싫어한답니다.쫌 굵어든요) 드디어 영화관 앞에서 숨 쉑쉑~~몰아쉬며 뜀박질 멈추었습니다. 딸아인 황당한 얼굴 표정으로 "여어가?" "으~응 헥헥헥.." 얼마나 뛰었던지 시간도 쫌 남았더라구요. "이 영화가 글케도 재미가 있댄다. 니가 영화보러 오자카마 올끼가? 낸도 이카고 싶어서 이카는 거 아니닷~" 아이가 좋아하는 햄버거랑 음료수도 사 먹이고 팝콘까지 한 봉지 사서는 영화를 보았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리얼하게 연기를 잘 하는지.. 등장인물도 별로 없고 철부지 엄마랑 야무진 딸이랑 티격태격하는 일상사의 이야기들에 저는 너무나 웃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였습니다. 저는요 그 영화 대박 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잠잠해 지더라구요. 영화관 나오면서 감상을 물었더니 엄마랑 진짜루 많이 닮았더라구요. 켁~ 지 눈엔 이 엄마가 철부지로 보였나 봅니다. 그 일 이후로 어둡기만 했던 딸아이 얼굴이 많이 밝아졌답니다. 아빠랑 남동생도 모르는 은밀한 비밀을 공유한 공범자라 그런지 대화하기도 한결 쉬웠고 가끔씩 서로 쳐다보면서 이유도 없이 깔깔대기도 하면서 말이죠. 그 뒤에도 '타이타닉'이란 영화가 한창 뜰 때 같이 갈랴느냐고 물었더니 싫다네요. 그럼 예매 해 줄테니 친구랑 볼래? 하고 물어도 귀찮다네요. 저는 친구랑 좌석도 없이 젤 앞 스크린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아서 세시간 넘게 보았기에 귀는 멍멍~하고 목은 뻐근해서 혼났는데 말입니다. 나중에 친구집에서 비디오로 빌려 봤다고 하더군요. 비디오로 보는 것 보다 영화관에서 보는 그 감동이 어떤건지.. 시디로 듣거나 티브에서 들려오는 가수들의 노래보다 직접 라이브 그 현장에서 느껴지는 그 뜨거운 열기를 아직은 알 수 없었나 봅니다. 침침하고 눅눅하기만 하던 딸아이의 사춘기는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커 갈수록 성격도 밝아지고 지금은 주말 오후가 되면 가끔씩 친구들이랑 영화도 보러 다닌답니다. 마요네즈..김혜자..최진실.. 우리 모녀에겐 참 좋은 영화였고 좋은 추억거리 였습니다. 다시 한 번 딸아이랑 같이 보아도 좋은 그런 영화 기다려봅니다. 피에쑤: 제가 좋아하는 음악 들을 수 있을까요? 조용필님의 15집에 나오는 "너의 그 느낌" 아니면 17집에 나오는 "처음느낀 사랑이야"를 들었슴 좋겠습니다. 만약에 채택이 된다면 녹음해서라도 듣고 싶습니다.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요^^* 피에쑤2: 전에 방송에 보낸 글이거든요. ㅎㅎㅎ 단지 우리 카페 문 열면 어딘가에는 new가 보였슴 싶어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