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편성
경기도 도당굿의 음악은 삼현육각(三絃六角) 편성, 즉 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ㆍ징 등으로 반주한다. 피리는 대나무로 만든 관대에 서(舌)를 껴서 부는 겹서 악기로써, 지공(指孔)은 앞에 7개, 뒤에 1개가 있다. 피리가 두 대 편성되는 경우는 쌍피리라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음악을 주도하는 이가 목피리이고 목피리의 음악을 따라 하는 이가 겹피리이다. 대금은 젓대라고도 하는데, 대나무로 만든 긴 관대에 부는 구멍(吹口)과 7개의 지공을 뚫은 악기이다. 해금은 울림통에 대나무를 꽂아 세우고 명주실을 꼰 2줄을 말총으로 만든 활로 문질러서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이런 삼현육각의 악기 편성은 18세기 그려진 김홍도의 그림에 보이는데, 본래 삼현육각 편성은 북(좌고)이 편성되지만 굿판에서는 북 대신에 징을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악사
예전에는 경기도 지역의 무업은 다른 세습무권과 마찬가지로 아버지 가계를 중심축으로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에게로 사제권이 전승되는 부가계내 고부계승(父家系內 姑婦繼承)이 원칙이었다. 경기도의 세습무들을 통칭하여 ‘화랭(花郞)이패’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남녀간의 역할분담이 명확하다. 즉, ‘미지’(혹은 ‘지미’)라고 불리는 여자 무당은 노래와 춤을 학습하여 굿을 주관하는 사제자이고, ‘화랭이’라고 불리는 남자 악사는 악기 등으로 굿의 반주음악을 담당하면서 일부 굿거리에서는 직접 노래와 춤을 연행하기도 한다. 화랭이는 다른 이름으로는 산이, 선어증꾼, 선증애꾼, 선굿꾼, 선소리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미지는 대개 화랭이와 부부관계인 경우가 많아서 미지가 굿을 주재하고 화랭이가 장구 반주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화랭이
경기도 세습무가 다른 지역의 세습무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굿에서의 남자 악사, 즉 화랭이의 참여가 많다는 것이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여성 무당인 당골이 노래와 춤으로 굿을 주관하는 사제자 역할을 하고 남성 악사인 고인은 장구ㆍ징ㆍ피리ㆍ아쟁 등의 악기를 연주하고 구음(口音)으로 무가 선율을 따라하는 보조자 구실을 한다. 동해안 지역에서도 여자 무당이 노래와 춤으로 굿을 주관하는 사제자 역할을 하고 남자 악사인 양중 혹은 화랭이는 장구ㆍ꽹과리ㆍ징 등을 연주하고 바라지를 하는 보조자 구실을 한다. 동해안 양중은 전라도 고인에 비해 보조악사의 구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굿에 참여하기도 하는데, 대개 굿의 마지막 거리인 대거리는 양중이 노래와 재담, 춤으로 연행한다. 또한 마을에 따라서 탈을 쓰고 노는 탈굿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탈굿을 연행하는 것도 양중의 역할이다. 바리공주의 내용을 길게 구연하는 굿거리인 방심굿도 양중이 했다고 한다.
전라도와 동해안의 남자 악사들에 비해 경기도의 남자 악사인 화랭이의 굿 참여는 훨씬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굿판을 정화(淨化)시키는 부정굿에서 화랭이가 자신의 장구 반주에 맞추어 무가를 부르는 앉은부정을 한 후에 미지가 화랭이의 장구 반주에 맞추어 무가를 부르는 선부정을 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부정을 물리는 돌돌이를 할 때에도 화랭이의 역할이 크다. 돌돌이를 하면서 우물이나 장승, 마을의 어귀 등 주요한 지점에서는 미지의 축원에 이어 화랭이가 무가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잡귀잡신을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경기도 도당굿 중 군웅노정기, 중굿, 뒷전 등의 거리는 화랭이가 도맡아서 주재한다. 화랭이가 하는 거리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좁아진 굿판을 벌리는 터벌림이었다. 예전에는 터벌림을 할 적에 10여 명의 화랭이가 출연하여 땅재주나 줄타가와 같은 각종 기예를 선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경기도 화랭이는 다른 지역의 남자 악사에 비해 굿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한 것이다.
이렇듯이 경기도 화랭이는 악사의 역할만이 아니라 굿을 주재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서 경기도 지역에는 전통적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무업을 대물림하는 세습무가가 많았다. 예를 들어, 오산(烏山) 지역의 대표적인 화랭이였던 이용우(李龍雨, 1899-1987)는 약 11대에 걸쳐 무업을 대물림한 전통적인 세습무가 출신이다.
이용우는 대표적인 경기도 화랭이 중의 하나였는데, 그가 참여하는 도당굿에서는 화랭이가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는 군웅노정기나 뒷전은 그가 도맡아서 연행했다고 한다. 또한 이용우는 판소리나 대금, 꽹과리, 춤 등에도 능숙한 다재다능한 명인이었다. 이용우는 계모였던 박금초(朴錦草)로부터 8세부터 판소리를 배웠으며, 부친이 이끄는 창극단을 따라 전국을 유랑했는데, 이 때 함께 다닌 명창으로 송만갑(宋萬甲)과 이동백(李東伯) 등이 있었다고 한다. 15세부터 20세까지는 광무대(光武臺)를 비롯해서 단성사(團成社) 등을 따라서 전국 각지를 유랑하며 소리를 했다고 한다. 22세 되던 무렵에는 대금 공부를 통해서 잽이로서 도당굿을 다녔다고 한다. 이후 숙부인 이종만(李鐘萬)에게서 6년 동안 도당굿에 필요한 춤, 노래, 무악 장단, 마달(문서), 굿의 진행 제차 등을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화랭이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30세 무렵부터는 다시 창극단을 따라 나서면서 틈틈이 도당굿에도 참여하였다. 이렇게 이용우는 전통민속예능인인 동시에 경기도 도당굿의 대표적인 화랭이였다.
이용우가 이렇게 전통예술과 굿을 아울러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전통적인 세습무가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용우의 집안 내력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 학자인 아카마츠 치조(赤松智城)와 아키바 타카시(秋葉隆)에 의해 조사(심우성 역, 『조선무속의 연구』 (서울: 동문선, 1990 [1937])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이용우의 가계(家系)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오산 지역의 화랭이 이용우의 가계
이용우의 집안은 대대로 화성(華成)의 재인청(才人廳)을 운영하는 실제적인 담당자였다. 그의 고조부인 이계명(李啓明)은 표창방(表彰方)이었고, 증조부인 이광달(李光達)을 비롯하여 조부인 이규인(李奎仁), 부친인 이종하(李鐘河)는 팔도도대방(八道都大方)이었으며 그의 숙부인 이종만(李鐘萬)은 도산주(都山主)를 역임했다. 재인청 조직은 대방(大方)을 우두머리로 해서 그 밑에 2명의 도산주를 두고, 다시 도산주 밑에는 4명의 집망을 둔다. 집망 밑에는 4명의 공원, 그리고 그 밑에 다시 2명의 장무를 둔다. 이런 재인청 조직은 아래와 같다.
대방 (1) - 도산주 (2) - 집망 (4) - 공원 (4) - 장무 (2)
이런 재인청 조직에서 이용우의 숙부인 이종만은 두 번째 직급인 도산주를 맡았으며, 그의 부친ㆍ조부ㆍ증조부는 우두머리인 대방을 맡았던 것이다. 팔도도대방은 특히 여러 지방 도(道) 재인청의 대방 중에서도 으뜸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용우의 집안이 얼마나 뛰어난 화랭이 집안인지를 알 수 있다.
이용우와 더불어 경기도의 마지막 화랭이로 여겨지는 이가 경기도 도당굿의 기능보유자였던 조한춘(趙漢春, 1919-1995)이다. 조한춘의 외가는 서해안의 전통적인 세습무가였으며, 그의 모친인 양백련은 영종도의 세습무가계 출신의 무녀였다. 이런 환경에서 그는 어려서 굿판의 음악을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어려서 당시 경기 일대에서 최고의 악사로 이름을 날리던 이덕만(李德萬)이나 양경원(梁慶元), 이태순(李泰淳) 등에게서 해금ㆍ피리 등의 악기를 배웠고, 20세기 전반 최고의 춤꾼이자 명고(名鼓)로 이름을 날렸던 한성준(韓成俊, 1874-1941)에게서 장구를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조한춘은 21세 때에 세습무 집안 출신의 이연순과 결혼하는데, 이 때부터 장모인 서간난과의 인연이 시작된다. 서간난은 군웅굿으로, 이연순은 도당굿 중 대감놀이로 이름을 떨친 미지였다. 이연순과 결혼한 조한춘은 경기도 도당굿판을 휩쓸고 다니면서 최고의 화랭이로 자리매김한다. 조한춘의 화랭이 맥은 큰 아들 조영길과 셋째 아들 조영국, 사위 성재삼이 잇고 있다.
이들 경기도 화랭이의 수효는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 장주근이 1978년 현지조사(「무속」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경기편』, 문화재관리국)를 할 당시에 경기도 지역에서 15쌍의 화랭이 집단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이 숫자는 유기룡과 이보형의 1971년 조사(유기룡ㆍ이보형, 『시나위』, 문화재관리국)에 비하면 현저하게 감소된 것이다. 특히 이용우와 조한춘이 사망한 이후에는 전통적인 화랭이의 맥은 거의 끊겼다.
미지
예전에 경기도 도당굿판을 휩쓴 미지로는 서간난(1903-1987)이 있었다. 서간난은 조한춘의 장모이기도 한데 김포 출신으로 20세에 신이 내려 무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부평, 김포, 인천 일대에서는 가장 노련한 무당으로 손꼽혔던 서간난은 경기도 도당굿을 가장 잘 보존하던 미지로 꼽힌다.
서간난 이후 경기도 도당굿 미지의 계보를 잇는 이는 오수복(吳壽福, 1924년생)이다. 오수복은 경기도 용인시 역북동에서 출생한 강신무이다. 오수복은 31세인 1954년에 신이 내려 가보만신에게 내림굿을 받게 되는데, 가보만신은 줄광대로 유명했던 이봉원의 친누나이다. 이후 가보만신과 단짝을 이루며 경기도 도당굿을 다니던 오수복은 이용우에게서 도당굿을 제대로 배우면서 도당굿의 미지로 거듭나게 된다. 그러나 오수복이 경기도 도당굿의 주(主) 미지로 굿을 하게 된 것을 그다지 오래 된 것 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1980년 황루시의 조사나 1984년 김헌선의 조사에서 미지는 서간난이었기 때문이다. 오수복이 경기도 도당굿의 미지로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서간난 사후로써 그녀가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인 경기도 도당굿 기ㆍ예능 보유자로 인정된 1990년 이후부터이다.
현재 오수복과 더불어 경기도 도당굿을 주재하는 미지는 조광현, 김운심, 승경숙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본래는 신이 내린 강신무였는데 오수복 문하에서 경기도 도당굿을 학습받은 이들이다. 조광현(趙光鉉, 1941년생)은 경기도 화성군 출생으로 17세에 차간난에게서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다. 이후 신어머니인 차간난을 따라 다니며 경기도 도당굿을 익히다 이용우와 오수복을 만난 이후에는 그들에게서 경기도 도당굿을 배우며 다니게 된다. 김운심(金雲心, 1942년생)은 옹진군 이작도 출생으로 30세에 내림굿을 받는다. 이후 1972년부터 이용우를 수양아버지로 삼아 도당굿을 따라 다니며 무악 장단을 배우고, 1975년 이후 오수복에게서 경기도 도당굿을 배우게 된다. 승경숙(承慶淑, 1953년생)은 서울 마포 출생으로 1987년 부평의 한법사로부터 내림굿을 받고 무당이 된다. 이후 주로 서울굿을 하다가 16년 전부터 오수복 문하에서 경기도 내림굿을 사사받고 있다.
이렇게 서간난 이후 오수복을 거쳐 현재까지 내려오는 동안 경기도 도당굿의 미지는 신이 내린 강신무로 무업에 입문했다가 도당굿을 학습받은 자들이다. 이런 무당들은 전통적으로 가계(家系)로 무업이 전승되는 세습무와는 달리 도당굿에 관한 모든 기능을 학습하여 세습하게 되는 ‘기능세습무’이다. 즉, 이들은 내림을 받고 신을 모시는 강신무인데 경기도 도당굿을 학습한 후 굿판에 참여하는 것으로, 굿의 기능이 세습되는 독특한 성격의 무당이다.
무악
경기도 도당굿 춤반주 장단은 무당이 삼현육각 반주에 맞춰 추는 삼현육각춤의 장단, 무당 혹은 화랭이가 쇠(꽹과리)를 들고 춤을 추는 쇠풍장춤 장단, 그리고 무당과 화랭이가 길을 다니면서 돌돌이를 할 때 연주하는 돌돌이 장단이 있다.
① 삼현육각춤 장단; 긴염불, 타령, 허튼타령, 굿거리, 당악, 도드리
② 쇠풍장춤 장단; 반설음(터벌림), 부정놀이, 진쇠, 덩덕궁이(자진굿거리)
③ 돌돌이 장단; 취타, 길군악
삼현육각춤 장단
1) 긴염불 장단
긴염불은 3소박 6박자 (18/8박자) 장단이다.
<보례> 염불 ( ♩. = 40)
타령 장단과 허튼타령 장단은 3소박 4박자 (12/8박자) 장단이다. 허튼타령 장단은 빠른 템포이다.
♩. = 110
굿거리 장단은 약간 느린 3소박 4박자 (12/8박자) 장단이다.
당악 장단은 빠른 2소박 4박자 (4/4박자) 장단이다. 이 장단은 민속음악에서 흔히 휘모리 장단이라고도 한다.
도드리 장단은 보통 빠르기의 2소박 6박자 (6/4박자) 장단이다.
♩ = 70
반설음 장단은 화랭이가 터벌림을 할 때 연주하는 것으로서 터벌림 장단이라고도 한다. 반설음 장단은 3소박 5박자 (3+3+3+3+3, 15/8박자) 장단이다.
부정놀이 장단은 약간 빠른 2소박 4박자 (4/4박자) 장단이다.
진쇠 장단은 3소박과 2소박이 3+2/2+3+2/3+2/3+2+3/3+2+3/3+2+3/3+2+3으로 복잡하게 혼합된 것으로서, 우리나라 무악 장단 가운데 가장 복잡한 장단의 하나이다. 무당의 진쇠춤을 반주하는데, 요즘에는 많이 연주되지 않는다.
덩덕궁이 장단은 자진굿거리 장단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약간 빠른 3소박 4박자 (12/8박자) 장단이다.
취타는 정악(正樂)에서 연주하는 <취타>와 같은 것으로서, 주로 길을 행진하면서 연주하는 행악(行樂)으로 쓰인다. 이는 느린 2소박 12박자 (12/4박자) 장단이다.
길군악 장단은 3소박 8박자 (24/8박자) 장단이다. 이는 무당과 화랭이 일행이 마을을 돌면서 축원을 하는 행악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