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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임제에 의한 임제종! 동아시아 불교사를 주름잡다.
몇 주간 황벽선사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주는 황벽의 제자 가운데 걸출한 선사인 임제를 소개한다. 임제 의현(臨濟義玄, ?~867)은 황벽의 법을 이어서 마조선을 주체적인 선으로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곧 임제는 마조계 4세에 해당하며, 법맥 흐름은 마조-백장-황벽-임제이다. 선종의 5가 가운데 임제에 의해 개창된 임제종은 조동종曹洞宗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동아시아에 종지宗旨가 그대로 전한다. 임제는 우리나라 조계종의 연원인 선사이며[근대, ‘임제종’이라고 잠깐 명명함], 일본은 임제종이라 명명한다. 베트남의 틱낫한(Thich Nhat Hanh, 釋一行, 1926~2022)도 임제종계 법맥이며, 현 중국 본토와 대만의 선사들 중에도 임제종계 법맥이 많다.
불교사에 걸출한 임제! 그의 출가 및 지도한 스승들을 만나보자. 임제는 출가해 처음에는 학문 연구에 몰두해 강사로서 교학에도 매우 뛰어났다. 특히 그는 <화엄경>에 뛰어난 강사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임제는 불도의 길을 나아감에 교학으로 해결되지 못함을 통렬히 깨닫는다.
모든 교학을 접고 길을 떠났는데, 한 수좌首座[선배격 승려]를 만난다. 이 수좌는 임제에게 ‘공부한지 얼마나 되었는지를 물은 뒤 노사老師를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임제가 ‘한 번도 뵌 적이 없다’고 답하자, 수좌는 노사를 찾아가 ‘불법의 대의가 무엇이냐?’를 물으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임제는 황벽을 찾아간다.
임제가 황벽을 만나 인사하고,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황벽은 그를 내동댕이친다. 스승의 몇 차례 과격함에도 임제는 황벽의 간명직절簡明直截한 기연機緣으로 깨달음을 이루었다. 또한 임제의 대오大悟에 빼놓을 수 없는 선사가 있는데 바로 대우大愚이다. 황벽선사는 법문하는 도중에 ‘깊은 산속에서 홀로 수행하고 있는 대우’에 대해 말했다. 대우는 황벽에게 ‘훗날 뛰어난 후배가 있거든 내게 한번 보내라’고 했었다.
임제가 대중에 있다가 황벽의 말을 듣고, 곧 찾아뵙기로 한다. 임제는 길을 떠나 대우를 찾아가 말했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왔습니다.”
그날 밤 임제는 대우선사 앞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경전 내용을 총동원해 마음껏 설명했다. 대우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다음날 아침, 임제에게 말했다.
“멀리서 찾아온 자네를 생각해 어젯밤엔 자네의 말을 들어주었네. 그런데 자네는 예의도 모르고 허튼 소리만 계속 지껄이더군.”
이렇게 말한 뒤, 대우는 임제를 몽둥이로 몇 차례 때려 문밖으로 내쫓았다. 임제는 황벽에게 와서 그대로 이실직고하니, 황벽이 말했다.
“대우선사는 자네에게 훌륭한 선지식이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게.”
이 말에 임제가 또 대우를 찾아갔으나 대우는 “염치도 모르고 또 왔네.”라고 하면서 몽둥이를 휘둘렀다. 임제가 황벽에게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대우스님의 몽둥이질 속에서 깨닫게 해주신 은혜는 백겁 만겁에도 갚을 수 없습니다.”
얼마 후, 임제가 또 대우에게 찾아가니 이전과 마찬가지로 몽둥이를 들었다. 임제도 이번에는 몽둥이를 막아내면서 대우를 넘어뜨렸다. 대우는 임제의 이런 언행을 보고 말했다.
“내가 이 산속에서 일생을 쓸모없이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된 제자를 하나 얻었군.”
임제가 대우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3번이나 찾아 갔으나 3번이나 몽둥이질을 받아 가면서 임제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임제대오’라는 기연으로 유명하다. 활안活眼의 종사로 뛰어난 임제! 위대한 스승들의 인연으로부터 불교사에 우뚝 선 것이다.
임제는 깨달음을 얻고, 황벽 문하에서 얼마간 머문 뒤 여러 곳을 행각行脚하다가 하북성河北省 진주鎭州 임제원臨濟院에 머물렀다. 임제라는 법호도 그가 머물었던 임제원에서 비롯된다. 임제는 하북부河北府의 부주府主 왕 상시(王常侍)의 초청에 의하여 진주에서 개당설법한 뒤 많은 제자들을 제접하였고, 그의 독특한 선풍을 드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