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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예산집행 로드맵 감감
'탄소배출 주범' 삼척 블루파워 짓는 건 어떻고
탄소배출 줄인 사례가 있기는 하지, 힌남노 때
또 다른 힌남노 기다릴까, 아니면 팔을 비틀까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포스코는 탄소 배출량에서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배출량은 7019만 톤, 국내 총 배출량(6억 5450만 톤)의 10.7%에 해당하는 양이다. 2021년 가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이 전체의 4.7%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마무시한 규모다. 한 개 기업이 말이다. 이는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일 뿐 거기서 사용되는 전력이 배출한 탄소량은 빠져있다.
이러한 배출량이 얼마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는지는 간접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영국의 ‘코먼웰스’와 미국의 ‘기후와 공동체 프로젝트’라는 두 싱크탱크가 미국과 영국의 군대가 2015년에서 2022년까지 배출한 온실가스가 환경에 미친 피해를 분석한 보고서가 그것이다. 올 11월에 발표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두 나라 군대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4억 3000만 톤, 환경에 끼친 피해액은 1110억 달러(144조 7000억 원)에 이른다.
그럼 포스코는 어떨까. 포스코가 같은 기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은 양국 군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뛰어넘는 5억 9000만 톤. 이를 위 보고서 방식대로 계산하면 그 피해액은 1536억 달러, 200조 원을 넘는다. 같은 기간 포스코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이 30조 원을 조금 넘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포스코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외부화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챙겼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포스코가 조강 1톤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는 2.05톤이다. 포스코는 철강기업이 아니라 탄소를 생산하면서 부산물로 철강을 뽑아내는 탄소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판이다. 지구의 온도상승은 물론 온 국민이 겪고 있는 폭염과 긴 장마, 산불과 가뭄이라는 고통은 포스코가 내뿜는 탄소와 무관할까?
탄소의 덫에 빠진 포스코의 ‘지속가능 경영’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탄소를 배출하면서도 포스코의 경영은 지속가능할까? 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공짜 배출을 허용하는 탄소배출 할당량을 나눠주고 있다. 포스코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1·2차 계획기간(2015~2020년)동안 남는 배출권을 팔아 남긴 수익은 1119억 원에 이른다(우원식 의원실). 대한민국 정부는 포스코의 탄소배출을 규제하기는커녕 오히려 보조금을 주며 격려하고 있는 꼴이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은 에너지 전환에 관한 한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국제사회까지 환경에 대한 정부의 무신경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럽연합(EU) 의회가 지난 4월 최종 승인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EU 바깥에서 생산된 제품이 EU 역내로 수입되면 탄소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생산공정에서 배출된 직접배출 외에도 그 과정에서 사용한 열과 전력으로 인한 간접배출까지 포함된다. 포스코가 쓴 전력이 화석연료에서 나왔다면 추가로 관세를 걷겠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올 10월부터 보고의무가 부여되는 시범시간을 거쳐 2026년부터 시행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도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 차원의 규제가 거기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RE 100을 선언한 기업에게는 무탄소 철강을 사용할 의무가 부과된다. 이는 자동차나 조선은 물론 기계나 건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부문을 포괄한다. 앞으로 철강 수요는 급속히 그린철강으로 옮겨갈 것이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가 화석연료 전기보다 싸진다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포스코는 그 엄청난 에너지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까. 환경과 인권에 관한 비재무적 공시제도가 강화되는 추세를 포스코는 어떻게 감당할까.
7일 오후 경북 포항 형산강에서 바라본 포스코의 포항 제철소가 가동이 멈춰 있다. 태풍의 힌남노의 영향으로 시간당 110mm의 비가 내린 포항 남구에 있는 포스코 포항 제철소는 핵심 설비인 고로 3기가 침수되지는 않았지만, 고로를 제외한 공장의 많은 부분이 침수되고 전기가 공급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고로 3기에는 바람을 불어넣으며 잠시 휴식을 주는 '휴풍' 조치를 하며 제철소 다른 부분의 복구를 하고 있다. '휴풍' 가능 기간인 닷새를 넘기게 되면 용광로 재가동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9.7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린워싱’에 버금가는 포스코의 기후위기 대응
포스코도 기후위기 대응에 손을 놓고 있지는 않겠다며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0%, 2035년까지 35%, 2040년에는 50% 감축을 달성해 2050년에는 넷제로(Net Zero)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약속을 믿어도 될까? 포스코는 2010년 단위쇳물당 탄소배출량을 2020년까지 9%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겨우 4% 줄이는데 그쳤다. 또한 2009년에 수소환원제철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그 기술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 약속을 믿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목표가 지속가능경영을 보장할 만큼 충분히 도전적일까?”, 그리고 ”실현가능성은 있을까?“가 그것이다. 먼저 포스코의 목표는 지속가능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직접배출량을 2019년 2.6Gt에서 2030년 1.8Gt으로 약 30%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조강 생산량 2위(2021년 기준)인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일본제철은 2013년 대비 30%, 독일 티센크루프는 2018년 대비 30% 감축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한겨레신문). 조강생산량에서 세계 7위를 차지하고 있는 포스코의 10% 감축 목표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실현가능성은 있을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로를 전기로로 바꾸는 일과 함께 철강제조에서 수소를 활용하는 방법(수소환원제철)뿐이다. 얼마전 포스코는 노후된 고로를 전기로로 바꾸는 대신 개수작업을 하겠다고 공시했다. 고로를 개수하여 수명을 연장하면 포스코가 밝힌 2030년 10% 감축도 어렵다는 것이 기후단체의 주장이다(기후솔루션, 2023). 유럽에서 실증된 수소환원제철의 상용화 기술도 여전히 개발 중일 뿐 아니라(2030년이 목표다) 기술개발을 위한 예산 집행 로드맵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연간 500만 톤에 이르는 수소, 그것도 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서 만드는 그린수소를 어떻게 확보할지도 불투명하다.
실제로 포스코의 탄소배출은 탄소중립 선언 이후에도 의미있는 감축성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5년간(2016~2021년) 7100만 톤에서 7850만 톤으로 늘었다. 그러면서 한국경제를 두고 협박이라도 하듯 정부의 지원 필요성을 역설할 뿐이다.
과연 포스코 경영진이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의지는 있는 걸까? 포스코의 탄소배출은 철강생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직도 ‘탄소배출의 주범’이라 일컫는 석탄화력발전소(삼척 블루파워)를 짓고 있는 기업이 포스코다(2030년이면 EU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완전히 퇴출된다). 삼척 블루파워가 내년 상업운전을 시작하면 탄소배출량은 연간 1280만 톤, 우리나라 전체배출량의 1.8%에 이른다.
시민 5만 명이 서명하여 블루파워 건설중단을 위한 입법(’신규석탄발전중단법‘)을 청원했지만 민생국회를 외치는 국회는 외면하고, 기업시민을 추구한다는 포스코는 의연하게 시민의 요구를 깔아뭉개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았지만 이차전지에 쓰이는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정련하는 과정에서도 수질오염, 토양침식, 온실가스 배출과 생태계 훼손 등 다양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킨다(산업연구원, 2022). 친환경 이차전지 산업의 역설이다. 또한 포스코는 ‘글로벌 친환경기업’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미얀마, 호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화석연료인 LNG 광구를 개발하고 베트남에서 LNG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에서는 가스전 사업을 하면서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 노릇을 하고 있다(프랑스와 미국 기업은 철수했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도 역대급이다.
1일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한 직원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공장 대부분이 잠기는 큰 피해가 났으나 3개월여만에 대부분 복구했다. 2023.1.1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시민’? ‘존경받는 100년 기업’?
포스코는 ‘기업시민’을 자처하고 있다.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이란 기업경영에서 경제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제도와 함께 환경/생태가치를 실현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중심에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도입하는 것이다(Mirvis & Googins, 2007). 이는 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적인 공유가치(빈곤감소, 인권 및 복지 개선, 환경보호 등)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탄소기업’에게 ‘기업시민’이라는 말도, ‘존경받는 100년 기업’이란 표현도 당치 않다. ‘문명사 변화 속에 피어난 공존의 빛’이라는 자찬은 속이 오글거리는 거짓말이다.
포스코가 ‘환경보호를 위한 공익적 활동을 전개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업시민헌장을 선포한 뒤에도 탄소배출량은 꾸준히 늘다가 2022년에 ’웃픈‘ 현상이 벌어졌다. 포스코의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019만 톤으로 2021년의 7849만 톤에 비해 무려 10%가 넘는 830만 톤이나 줄었다. 포스코가 2030년에 달성하겠다고 내세운 7100만 톤을 조기 달성했다. 이유는 엉뚱한 데 있었다. 9월 6일 발생한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석 달 동안 제대로 가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손을 놓고 기업도 나 몰라라 하는 판에 막상 탄소배출을 줄인 건 ‘힌남노’였다. 기후위기의 산물인 힌남노가 기후위기 해결의 주역으로 등장한 셈이다. 포스코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또 다른 ‘힌남노’를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더 강력한 국제규제가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포스코의 팔을 비틀어야 할까. 정부도 포기하고 포스코도 포기한 포스코 경영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출처 : 탄소기업 포스코의 탄소중립선언은 진심일까? < 민들레 광장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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