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그림, 운보(雲甫)와 부엉이

[갈대피리]

1, 군마도, 1986, 비단에 수묵채색

 

3 ,전복도(戰服圖)

1934, 비단에 채색

4 ,아악의 리듬

1967, 비단에 수묵채색

5 ,세 악사

1970년대, 비단에 수묵채색

6 ,춘정(春庭)

1976, 비단에 채색

7 ,닭

1977, 비단에 채색

8 ,바보화조

1987, 비단에 채색

9 ,문자도

1984, 적색 종이에 수묵

10 ,서상도

1984, 비단에 수묵채색

11 ,십장생

1984, 비단에 수묵채색

12 ,귀로

1993, 비단에 수묵채색

13 ,점과 선 시리즈, 1993, 종이에 수묵채색

14 ,부엉이

1976, 비단에 수묵채색

15 ,초저녁

1974, 종이에 수묵담채

16 ,청산도

1967, 비단에 수묵채색

17 ,백운도(白雲圖)

1978, 비단에 수묵담채

18 ,수묵 청산도

1976, 비단에 수묵담채

19 ,탈춤

1961, 종이에 수묵채색

20 ,바라춤

1961, 종이에 수묵채색

21 ,청자(靑磁)의 이미지

1960~1964, 종이에 채색

22 ,연(蓮)II, 유자, 학과 매병, 연꽃과 고양이

1958~1959, 종이에 수묵담채

23 ,군해(群蟹), 1966, 종이에 수묵담채

24 ,정청(靜廳) / 1934 / 종이에 채색

25 ,동자(童子) / 1932 / 비단에 채색

26 ,흥락도(興樂圖) / 1957 / 종이에 수묵채색

27 ,복덕방 / 1953~1955 / 종이에 수묵담채

28 ,가을(엽귀) / 1935 / 비단에 채색

29 ,군상(群像) / 1959 / 종이에 수묵담채

30 ,군작(群雀) / 1959 / 종이에 수묵채색

31 ,호박꽃 / 1959 / 종이에 수묵담채

32 ,금붕어 / 1960년대 / 비단에 수묵채색

33 ,고양이와 나비 / 1964 / 종이에 수묵채색

34 ,청산도 / 1970 / 비단에 수묵채색

35 ,청록산수 / 1976 / 비단에 수묵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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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보 (김기창 화백)는 동물들을 유달리 좋아했다.

운보는 천부적인 예술적 재능이 있었지만 평상의 삶 속에서는 장애로 인한 많은 무시와 배신 등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으며 살아 왔다. 그런 이유 때문에 ‘동물들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한가지 믿음으로 동물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주었으며, 집에서 키우던 동물들이 죽으면 잡아먹지 못하게 하고 꼭 묻어 주도록 당부하였다.

그는 가축들이 죽었을 때 주위 사람들이 잡아먹는지 어떻게 묻어 주는지 감독을 하는 일도 있었다.

<운보의집>에는 사슴을 비롯한 칠면조, 오골계, 토끼, 금계, 은계, 꿩, 공작, 닭 등이 있었는데 운보는 가끔 그것들을 스케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으며 특히 개들을 좋아해서 운보는 아침마다 집안의 개들을 돌아가며 쓰다듬어 주었다.

1993년 운향미술관에서 대표작 15점을 도난당했을 때도 이를 알게 된 운보는

 “왜 그래! 그림만 가져가지 개를 왜 죽여, 나쁜 놈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다고, 천벌이나 받으라고 해!”

라며 부들부들 떨면서 주먹을 쥐고 허공에 수차례 원을 그렸다고 한다.

아끼는 대표작들보다 개를 잃은 것을 더욱 아파하면서 울먹였는데 이들은 개의 목을 자르고 혀를 뽑아서 걸어 놓고 갔던 것이다.

운보는 청주에 내려 온 후 <운보의집> 안채 정자에 앉아서도 볼 수 있도록 뒷산 중턱에 부인의 묘를 이장해 놓고 살았는데, 한번은 홀로 정자에서 잉어들에게 먹이를 주다 말고 멍하니 있었다고 한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지붕 너머에 있는 부인 우향의 산소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우향, 조금만 기다려. 나도 곧 갈 거야…”라고 독백하는 소리에 슬쩍 훔쳐보니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또 명절이 돼 차례를 모실 때였는데 할머니, 어머니, 우향의 사진을 쓰다듬으면서 나지막하고 어눌한 말투로

 “이 분들이 귀먹은 꼬맹이를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분들이야”

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모두 1993년의 일이라 한다.

불구의 운보는 일생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수없는 무시와 마음의 상처를 받은 반면에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운보의 사회복지사업과 청주 <운보의집>에 대해 관심을 주기도 했다.

현재 운보미술관 옆으로 사슴들이 있는데 내가 처음 <운보의집>에 갔던 1989년에는 안채 대문 앞에 사슴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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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1972년에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린 <부엉이> 그림이다.

내가 운보 선생의 존재를 맨 처음 알게 된 것은 1972년부터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황석영의 <장길산>이란 소설의 삽화를 통해서였다.

그 때 나는 다소 조숙한 고2의 학생이었고, 일간신문의 정기 구독자로서 연재소설을 빠짐없이 읽고 있었다.

연재소설 귀퉁이에 먹으로만 그려 넣었던 장길산 그림들의 소재는 주로 구월산에서 활약하던 화적패들의 모습이었다.

그 작디작은 화폭 속에 운보는 소설 내용을 함축하는 장면들을 기가 막히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것들은 만화 보다 더 사실적이었고 판화 보다 더 선동적이었다.

어째 먹 하나로 이런 생동감을 표현해 낼 수 있단 말인가 ! 운보는 역시 천재였다.

십여년 동안 연재되었던 <장길산>은 80년대초에 접어들면서 그 대하의 막을 내렸다.

도둑이 되어 화적패를 이룰 수밖에 없었던 조선 중기 이후 민초들의 애환을 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내면서,

작가 황석영은 당시 엄혹하던 70년대의 유신체제를 에둘러 비판하고자 하였다.

당시 한국일보 사장이었던 장기영으로부터 선불로 인세를 받아 챙겨든 황석영은 사흘만에 인사동 주점가에서 가난한 문우들을 불러모아 지갑을 탕진하고 말았다.

다시 술김에 사장실로 쳐들어간 황석영은 다시 선불을 요구했으나,

대인풍의 인물로서 3공 초기 경제부총리까지 역임했던 술꾼 장기영은 너털웃음으로 다시 두둑한 봉투를 쥐여 주었다고 한다.

황석영의 실력과 배짱을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30대를 도전과 좌절과 방황으로 보내면서 화가 운보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마도 90년대 말미쯤 경복궁 동문 앞 현대화랑인가 하는 곳에서 운보의 88세 미수전을 한다는 소식을 신문으로 알게 되었다.

아~! 그 유명한 <장길산>을 그렸던 화백이 벌써 그믐달을 맞이하였구나...하면서 나는 만사를 제껴놓고 전시장으로 갔다.

운보는 거기에 없었고, 고색창연하게 색바랜 옛그림들이 컴컴한 지하 전시장 등불 밑에서 빛나고 있었다.

운보가 원래 벙어리 수준의 말더듬이에다가 귀머거리 화가임은 만인이 아는 사실이다.

타고난 체력이 지나치게 넘치는데다 도덕윤리관념이 다소 희박하여 주변의 제자 등 치마 두른 여인네들만 보면

 거시기를 잘 절제하지 못하였다는 염문이 파다하였다.

그래서인지 운보 보다 더 유명한 우향 박래현 화백은 중년의 나이에 뉴욕으로 떠나버렸고,

남편 보다 훨씬 일찍 미국에서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건 유언비어라기 보다는 거의 정설이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세상의 갈채를 받는 미술계의 거목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그늘이 존재하며,

인생이란 누구에게나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예외없이 죄인에 불과한 존재라는 사실이다.

그 전시장에서 나는 화첩과 더불어 1호 크기의 그림 엽서를 몇 장 샀는데,

그 중 맨 먼저 산 엽서가 바로 위에 게재한 부엉이 그림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게재한 저 그림은 실제 보다 축소되기도 하였지만,

내가 그때 놀라움 속에 바라보았던 화폭의 이미지와는 한참 다른 분위기다.

그림의 실물은 그 배경색이 무척 어두운 느낌을 드리우고 있었다.

저 그림을 보는 순간, 예전에 법률을 공부했었던 나의 뇌리에는 문득 재판 장면이 떠올랐다.

아아~~ 부엉이의 세계에서도 재판들을 하는구나....

전면에 등만 보이며 뒷짐을 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웅크리고 있는 저 주인공 부엉이는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나머지 네 명의 판관 부엉이들로부터 분노의 눈빛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것일까 ? 

그림 배경을 볼 때 특이한 사실은, 저 부엉이 다섯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시점이 밤이 아니고

낮에 속한 새벽녁이란 사실이다. 부

엉이는 원래 야행성 동물로서 밤의 어둠 속에서 사냥활동을 하고 낮에는 주로 수면을 취한다.

그런데 빛이 밝아오는 새벽녁에 저런 회의를 소집한다는 사실은 그들의 세계에서 예외적인 비상사태를 맞고 있음에 틀림없다.

하루의 활동을 접는 새벽녁임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계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냐~ 아냐~....저건 재판 장면이 아녀~

저건 어디선가 디지게 얻어터지고 절뚝거리며 귀가한 막내동생의 하소연을 듣고 분노하는 형들의 표정일거야~

<야 이 빙신아... 누가 널 그렇게 패드냐...>

<우리 부엉이 가문을 똥칠한 넘아... 나가 뒈지지 않고 뭣하러 기어들어 왔냐...>

<너... 그동안 도장에 댕기며 읎앤 돈이 을마더냐... 지금 다 뱉어놔... 밖에서 주어터질라고 그 비싼 돈 들이며 운동했어...?>

<널 쥐어팬 넘이 누구야? 얼른 대..! 어떤 넘이야..? 우리가 지금 집에 돌아가 잠자게 생겼어...? 엉 ?>

.....

한 폭의 그림은 이렇듯 무한정한 상상을 불러내었다.

그림에는 한낱 밤새에 불과한 부엉이의 표정에서도 인생을 읽게 하는 무한정한 힘이 있다는 것이다.

Angir Eej-Gitchi Me / Serchmaa

/

[동린]

귀한 그림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갈대피리]

네~ 공감에 감사합니다^^

[낙낙장송]

갈대피리님 잘지내시지요.
전에 운보 김기창화백에 대해서 들었던 이야기들인데
갈대피리님과도 연이 닿아있으셨나 보네요.
하하하 저 부엉이를 보시고 재판 장면을 떠 올리셨다니
저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았습니다.
오른쪽 부엉이 셋은 허삼수 허화평 허문도 이고
좌측은 장세동 그리고 뒷짐진이는 전두환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자신의 그림보다도 동물들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는
운보 김기창 화백께서 정말로 동물들을 내 형제들처럼
아꼈으리라고 생각이 드네요.
편안한날 되세요.

[갈대피리]

ㅎㅎ...5공시대 쓰리허...한가닥씩 혔었지요.
그래봤자 권불십년...10년도 안되어 사라졌어요.
그때 좀 잘할걸...다들 후회하시겄지만 기회란 다시 오지 않는 법! 운보도 사생활은 말들이 많았지만...실력으로 흠을 카버하며 살다 가신것 같아요~ ^^~

[필레오]

귀한그림 볼수 있어서 참 감사 합니다~^*^

[갈대피리]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긴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영준]

좋은작품 감상 감사합니다..

[갈대피리]

감사합니다. 아득한 세월너머 추억은 아늑하기도 하고 때로는 스산하기도 합니다.^^

[우렁양(일산)]

잘 감상 했습니다
음악도 좋아요

[갈대피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