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 엄마를 업고 걷던 나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힘들게 걸어가는데 훈이 엄마가 등에 붙어서 쉽게 걸어갈 수 있도록 협조를 해 주어야 하는데 자꾸만 뒤로 제쳐지니 힘이 들어 화가 난 것입니다. 나는 짜증난 목소리로 나무랐습니다.
〈훈이 엄마, 등에 딱 붙어 주세요. 자꾸 뒤로 넘어지면 내가 힘들잖아요. 내 등에서 잠자는 겁니까? 왜 자꾸만 뒤로 제쳐집니까?〉
그러면서 뒤로 쏠리는 몸을 추스려 등에 붙여서 걸으면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뒤로 제쳐지곤 하였습니다. 너무 화가 난 나는 성동소방서 마당에 이르러서 소방서 마당에 떨어뜨려 버렸습니다. 깍지 끼고 있던 손을 풀어버리니까 바닥에 쿵하고 떨어졌습니다. 화가 너무나 치민 나는 바닥에 떨어진 사람을 돌아보지도 아니하고 투덜거렸습니다.
〈사람이 협조를 해 주어야지 염치없이 등에서 잠만 자면 어떡하나요.〉
그렇게 화풀이 하다 떨어진 사람이 움직이지를 않기에 이상히 여겨 다가가 보았더니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그녀가 죽은 것을 알고는 머릿속에서 윙 소리가 나며 눈앞이 캄캄하여졌습니다. 그냥 훈이 엄마 곁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죽어서 뒤로 제쳐지는 것을 모르고, 화만 내다가 세멘 바닥에 팽개치듯이 떨어뜨렸으니 내 마음에 비참함이 물밀듯 다가왔습니다.
나는 예수가 원망스러워 하늘을 향하여 소리쳤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소리쳤습니다.
〈예수님 너무하십니다. 불쌍한 훈이 엄마 하루 종일 병원 찾아다니다가 힘없는 내 등에서 죽게 외면하십니까. 해도 너무 하십니다. 난 이제 어떡해야 합니까?〉
나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너무나 원망스러웠습니다. 나라가 세운 병원도 교회가 세운 병원도 훈이 엄마 한 사람 받아 주는 곳 없는 세상이 싫어졌습니다. 그냥 휘발유 뿌리고 불 질러 버리고 싶은 마음이 솟았습니다. 한참이나 훈이 엄마 곁에 멍하니 앉았다가 죽은 사람을 끌다시피 하여 판자촌으로 갔습니다. 업고 가다 힘들면 끌고 가다 정신 줄을 놓고 걸었습니다.
한양대학을 지나면 뚝섬으로 나가는 다리가 있습니다. 성동교란 다립니다. 다리 중간쯤에 이르러서는 더 갈 수 없도록 기운이 떨어져 다리 난간에 시체를 걸쳐 놓은 채로 그 곁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습니다. 이미 어두워져 헤드라이트를 켠 채 오고가는 자동차들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시간을 잊어버린 채 앉아 있는 동안에 내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들리는 세미한 음성을 듣게 되었습니다.
동두천 두레마을 기도길에 핀 피나물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