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머리와 트렌치 코트를 입은 사진만을 본 탓인지 백 건우를 생각하면 깊은 가을을 닮은 남자같다.
아내인 윤 정희와 잔잔한 물결 이는 강가를 산책하는 조용한 모습이 예술가의 멋을 한층 더 해준다.
3월 13일은 그가 예술의 전당에서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의 지휘로 런던필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협주곡 2번을 연주하는 날이었다.
아들이 실용음악과를 다니면서 락을 공부하는데
웬지 클래식 음악하는 사람이나 애호가중 자기가 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편치않아해서 몰래 집을 나서며 마음은 약간 불편했지만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연이라 전에 구입해서 몇번이나 들었던 백건우가 연주한 cd를 크게 틀고 공연장을 향했다.
박수속에 입장하는 그는 중늙은이인 내가 봐도 아름다웠고,
1악장 Andantino 중간을 연주해 갈 때부터 내 가슴은 이상한 긴장감이 차오기 시작했고,
그의 손 놀림에 따라 연주가 끝나는 순간까지 마에스트로의 실황 연주속에서 꿈을 꿨다.
cd로 몇번 들었던 기억은 가물거리고 황홀한 연주만 내 눈앞에 펼쳐졌다.
중간 휴식시간 커피를 들고 창밖을 보니 봄비가 방울 방울 내리고 있었다.
그냥 그 순간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후반부는 내 지인이 그토록 좋아하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6번이 연주되었고,
이곡의 백미라는 4악장의 과격하고 웅장한 피날레 대신 비통하고 느린 악장으로 전개되어,
마지막 여음이 비창이라는 정서를 깊이 느끼게 해주는데 유프프스키의 두 손에 의해 이어지는 마지막 악흥을 관객은 여지없이 이른 박수로 깨버렸다.
몇번의 커튼 콜로 앙콜을 불렀지만 꽉 차는 박수소리를 뒤로하고 지휘자는 수석바이얼린을 이끌고 나가는게 분명 마음이 상한것 같았다.
첫댓글 음~~ 따뜻한 햇살속에 제 팔뚝에서 소름이 짝~~그 감동이 전율해 오네요... 넘 부럽습니다.
바우님의 글을 읽고 나니 절망과 어둠속의 깊은 나락으로 빠져드는듯한 비창의 4악장 듣고 싶어져 클래식 방에 올려놓고 감상하고 갑니다^^*
아~~~비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