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두 명의 승객이 들어와서 좀 떨어진 좌석에 앉았다.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는 동안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조용해지자 그는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그는 잠시라도
생각의 실마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중요한 점은 불결하다는 겁니다."
그는 말문을 다시 열었다.
"이론적으로 사랑은 이상적이고 고상하다고 하지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입에 담거나 생각만 해도 추잡하고 낯뜨거운 겁니다. 자연이 괜히 그렇게
만들었겠습니까. 추잡하고 창피한 것이라면 그렇게 또 이해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처럼 추잡하고 낯뜨거운 것을 아름답고 고상한 것인 양하거든요.
내 경우 사랑이 처음에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나는 동물적
욕심을 한껏 채운다는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도 않았을뿐더러 육체적으로 그처럼
마음껏 성욕을 발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왠지 자랑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마음껏
즐겼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지니는 정신적인 면은 물론 심지어 육체적인 면도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왜 서로에 대해 앙심을 품게 되었는지 모르고 어리둥절해질
수밖에요. 그러나 알고보니 뻔했습니다. 그 앙심은 다른 게 아니라 동물적인 것에
억눌려 있던 인간적인 천성의 저항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우리가 서로 미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 미움은 서로 부추겨 범죄를 저지른 공범이 서로에 대해 갖는
미움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불쌍한 그녀가 첫달에 임신한 채로 돼지처럼 나와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범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얘기가 옆길로 샜다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에요! 나는 줄곧
내가 아내를 어떻게 죽였는지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법정에서는 내게 아내를 뭘로 어떻게 살해했는지 묻습디다. 어리석기 짝이 없어요!
그들은 내가 10월 5일 칼로 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내를 살해한 것은 그 날이
아니에요. 훨씬 전입니다.
사람들은 지금도 자기 아내를 죽이고 있지 않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말입니다. 나도
똑같았습니다."
"그래 어떻게 죽이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내가 물었다.
"바로 그겁니다. 뻔한데 아무도 알려고들지 않는 게 신기해요. 의사들이 나서야
하는데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요. 아주 간단합니다. 남자와 여자는 동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고 나면 임신을 하게 되고 다음에는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됩니다. 이때 육체적인 사랑은 여자나 아이에게 다 해롭습니다.
남자와 여자의 숫자는 거의 같습니다.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는 명백합니다. 그러니
성욕을 자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데 대단한 지혜가 필요치 않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혈액 속에서 돌아 다니는 백혈구와 온갖 잡동사니를 발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사실을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에게 탈출구는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필요에 따라 여성의 능력, 바꿔
말하면 어머니가 되는 능력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남자는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지요.
다른 하나는 탈출구라 부르기에는 뭣합니다. 좀 거칠긴 하지만 정면으로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겁니다.
사실 여자가 임신도 해야 하고 애도 키워야 하고 동시에 남편의 정부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는 정도까지 동물은 수준이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힘이 남아돌
수도 없구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세계는 히스테리 환자,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들투성입니다. 아시다시피 처녀나 동정을 지키는 사람들 중에는 히스테리 환자가
없습니다. 오직 남편과 같이 사는 여편네들에게서만 그런 환자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죠.
병원은 자연의 법칙을 어김으로써 히스테리에 시달리는 여자들로 넘칩니다.
히스테리 환자가 됐건 샤르코(장 마르텡 샤르코 1825,1893. 프랑스 의사이자
신경병리학자. 정신요법의 창시자. 히스테리, 노이로제 연구에 전념하여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의 환자가 됐건 정신적 불구이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세상의 반은
불구자인 사람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여자가 임신하거나 태어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보십시오. 얼마나
위대합니까. 아이는 대를 잇고 자라서 우리를 대신합니다. 그런데 이 성스러운 일이
무엇인가에 의해 침해받는다? 상상만 해도 끔직한 일이 아닙니까! 그러니 여성의
자유니, 권리니 하며 떠들어대지요. 이건 식인종이 포로를 식용으로 사육하면서 그들의
권리와 자유에 대해 신경쓰고 있노라고 주장하는 거나 똑같죠."
나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요? 만일 그렇다면,"
나는 한마디했다.
"아내를 2 년에 한 번 사랑해줄 수 있다는 이야긴데, 그러면 남자는."
"남자는 꼭 그래야 합니다."
그가 말을 받았다.
"그렇게 의사들은 우깁니다. 나라면 의사들에게 여자들의 의무를 이행하라고
명령하고 싶습니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한 남자를 골라 그에게 보드카, 담배, 아편이 필수적이라고 주입시키면 실제로
그렇게 되고 맙니다. 그러니까 신은 남자를 만들 때 뭐가 필요한지 몰랐지만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를 그처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십시오. 맞는 게 아닙니다.
의사라는 마법사들은 남자라면 의당 욕정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여기에
아이를 낳는 문제와 키우는 문제가 섞여들어갔어요. 욕정의 충족을 방해하는
요소지요. 이것이 문제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에게 상의하라고 그럽니다. 생각 한번
잘해냈지요. 이 마법사들이 사기치는 짓을 그만둔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젠 때가 된
겁니다. 사람들이 정신착란을 일으켜 나가서 총으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다
이 때문입니다. 달리 뾰족한 수가 있겠어요?
동물들은 후대가 자기들을 이어줄 것을 아는 양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동하죠.
인간만이 이를 모르고 있고 또 알려고들지도 않아요. 오로지 최대한 욕정을 채우는
데만 관심을 쏟을 뿐입니다. 누가 그러느냐구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그러지요.
아시다시피 동물들은 자손을 만들 수 있을 때만 교접합니다. 그러나 추악한 만물의
영장은 마음내키는 대로 아무 때나 그 짓을 해요. 그걸로 부족해서 이 원숭이 같은
짓을 창조를 위한 위대한 행위니 사랑이니 하며 승화시킵니다. 그리고는 추하기 짝이
없는 사랑의 이름으로 망쳐놓습니다. 뭘 망쳐놓느냐구요? 인류의 절반인 여성들을
말입니다.
인류가 진리와 지복을 향해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어야 할 여성들을 모두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미명하에 협조자는커녕 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보십시오. 인류가
전진하는 데 도처에서 훼방을 놓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바로 여자들입니다. 여자들이
왜 그럴까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그는 마지막 말을 두어 차례 되풀이하고나서 몸을 가볍게 떨더니만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國外명작
[톨스토이] 결혼 13
해시시
추천 0
조회 1
21.04.23 17:39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