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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 식품 스크랩 능이버섯 산행기, 능이는 어디에 있을까?
연초록 추천 0 조회 94 09.03.22 21: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첫번째 능선 뒷쪽이  능이버섯을 찾기 위해 목표로 삼은 산이다

 

아침 6시 숙소를 나서려다 깜짝 놀랐다. 원치 않은 비가 내린다. 아… 하늘도 야속하지. 능이를 찾기 위해 하루 더 곡성에 머물렀건만…

하늘을 본다. 비구름이 잔뜩 낀 상태다. 금세 그칠 태세는 아니다. 그렇다고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것도 아녀서 산행을 해도 괜찮겠지만 문제는 카메라다. 자연 상태의 능이를 카메라에 담는 게 목적이다 보니 두고 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할 수 없이 철수!

 

숙소에 들어와서도 아쉬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창밖으로 몇 번이나 하늘을 살폈다. 그러다 잠이 들어 10시 무렵 다시 깼다. 저 멀리 보이는 산등성으로 운무가 피어오른다. 그새 비는 그쳤다. 산행을 하기에 늦은 감은 있지만 능이를 찾고자 하는 일념은 나를 다시 산으로 가게 만든다. 목적지는 이미 정해졌다. 전날 산에 올라 반대편 산을 살펴보고 점찍어 둔 곳이다.

 

잡목, 활엽수림, 특히 참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에 능이가 있다. 참나무 밑이라고 하더라도 낮은 야산보다 600고지 이상 8부 능선에 많고, 오전에 햇볕이 나는 북. 동향을 살피면 확률은 높아진다.

 

계곡을 따라 난 산길을 걸었다. 산이 깊어질수록 약간의 두려움도 들기 시작한다. 등산로도 아닌 낯설기만 한 산을 홀로 탄다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닐 터. 10시간동안 대게잡이 배를 타고서 고생했던 일을 떠 올렸다. 강원도 양양의 악산을 타며 송이를 찾아 헤맸던 일을 떠 올렸다. 그러자 용기가 난다. 이보다 더 한 고생도 했는데, 약초꾼을 동경하면서 이 정도 산이야 못 타랴.

 

 

운지버섯, 영지 못지 않은 항암효과를 낸다

 

본격적으로 길이 없는 산속으로 들어갔다. 이름 모를 버섯들이 눈에 뜨이기 시작한다. 개중에는 운지버섯도 있고 밤버섯도 보인다. 앞서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능이버섯이 끝물인데다 누군가 휩쓸고 지나갔다면 능이를 보기가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이다. 한참을 위로 더 위로 올랐다. 능선을 기준으로 잡고 2~30미터 이상을 벗어나지 않은 채 버섯을 찾았다.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오이)꽃버섯, 국을 끓여서 먹는다

 

 

잠깐동안 이정도 모았다

 

능선으로 올라와 반대편으로 내려가 보았다. 이곳은 참나무보다 소나무가 더 많다.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꽃버섯의 주황빛이 유난히 돋보인다. 쉽게 변하지 않은 꽃버섯은 전을 붙이거나 국을 끓여먹기도 한다. 근처에서 잠시 두 주먹 정도 채취를 하였다. 작은 영지버섯도 두개 눈에 뜨인다.

 

 

영지버섯 2개가 자라고 있다

 

다시 오늘의 목표물인 능이를 찾아 나섰다. 어느새 꽃버섯의 밝은 색상에 눈이 길들여졌는지 다른 버섯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한 가지 큰 목표를 세웠다면 거기에 전념해야지 작은 일에 한눈팔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땀줄기가 이마에 등에 흐른다. 능선위에 자리를 잡았다. 미리 준비해 온 닭 소금구이를 안주삼아 캔맥주를 들이켰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맥주보다 시원한 맛이다.

 

 

준비해간 캔맥주로 갈증을 달랬다

 

불어오는 바람에 금세 땀줄기는 마르고 선선함을 느낀다. 이때 뒤에서 누군가 빤히 쳐다보고 있을 거란 공포심이 잠시 스쳐간다. 갑자기 휙 뒤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공포란 마음먹기에 달린 듯하다. 의연하게 마음먹으면 산중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무섭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산은 커다란 공포로 다가 올 것이다.

 

멧돼지 습격을 걱정할 수도 있지만 사람의 냄새나 인기척이 있으면 500미터 밖으로 알아서 도망가는 게 멧돼지의 습성이기도 하다. 간혹 민가나 도시에 출몰해 사람을 공격하는 멧돼지는 흥분상태에서 제 정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이 좋아 전국의 산을 모두 다녔다는 어떤 이는 호루라기를 불며 다녔다고 한다. 미리 멧돼지나 산짐승을 멀리 달아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니 간간히 소리를 질러주는 것도 멧돼지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땀을 골랐으니 다시 버섯을 찾기 시작한다.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딱 한개만 발견되라.”


능이는 군락을 이뤄 균생한다. 때문에 한 번 눈에 뜨이면 한 곳에서 1킬로 채취하는 건 일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에게 그런 행운이 올까.

 

 

점점 깊어지는 산

 

 

첩첩산중이란 말이 실감난다. 저 멀리 구름뒤에 솟은 게 지리산 천왕봉

 

산은 점점 깊어지고 더욱 비탈진다. 다시 능선에 올라 시야를 저 멀리 둔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맨 끝에 구름위에 솟은 지리산 천왕봉도 보인다. 만약 길을 잃었다면 천왕봉을 나침판 삼으리라 생각했다. 내가 서 있는 곡성보다 남동쪽에 지리산이 있으니 말이다. 숨고르기를 한 다음 다시 뒤를 돌아 버섯을 살펴 나가기 시작했다. 능선을 넘으면 또 능선... 이젠 맛객도 점점 방향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한다.

 

 

 능이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 능이를 발견한 장소에서 촬영

 

 

다른 버섯에 비하면 큰편이지만 다 자란 능이에 비하면 아주 작은 편이다

 

 

조심스럽게 능이를 따고 있다

 

 

다른 곳에서 딴 능이버섯

 

 

능이의 아랫부분, 소의 5번째 위장인 처녑을 닮았는가 하면 고라니의 털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렇게 산을 타기 시작한지 3시간여 지났을까?  눈동자를 확 커지게 만드는 저것은 틀림없는 능이였다. 드디어 능이를 발견하는 순간, 두 주먹을 꼭 쥐었다. “능이 찾았다아~”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주위부터 둘러보았다. 한 개가 더 눈에 뜨일 뿐 군락을 형성하진 않았다. 누군가 채취해 가고 용케 이놈들만 살아남은 듯하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고 조심스레 버섯을 챙겼다.

 

 

 고기 소화제라 할 수 있는 능이버섯

 

 

싸리버섯

 

능이를 보고나자 지쳐가던 몸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다. 이 에너지를 발팜 삼아 더욱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누군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더 이상 능이는 발견되지 않는다. 대신 영지 한개와 싸리버섯을 약간 채취하였다. 올해는 비가 많이 와 능이와 송이는 대풍을 맞았다. 특히 송이는 북한산까지 들어오는 바람에 가격폭락을 맞아 10월 3일 현재 킬로당 5만원, 하품은 3만5천원까지 형성하고 있다. (경동시장 기준) 오히려 싸리버섯이 귀물이 되어 능이, 송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능이버섯,독특한 생김새만큼이나 개성있는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벌써 오후 4시가 넘어섰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와도 서늘한 기운을 느낀다. 산은 기온의 변화가 심하고 금세 어두워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쯤에서 하산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능이를 발견한 장소에서 얼마나 더 내려갔을까? 또 다시 능이가 눈에 띈다. 이번엔 3곳에서 자라고 있다. 상태도 처음 것보다 좋다. 8부 능선에서 훨씬 아래쪽에서 자라는 관계로 앞선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능이는 참나무 아래 낙옆과 마사토가 적당히 있는 경사진 곳이나 바위틈에서 많이 자란다

 

능이는 참나무 숲 중에서도 낙엽이 많은 곳은 자랄 확률이 적다. 낙엽과 마사토가 일정 비율로 섞인 곳, 약간 경사진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능이를 살펴봐도 대부분 모래흙이 묻어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처럼 능이가 자라는 흙의 성분까지 파악을 하게 된다면 능이를 찾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헛심을 덜 쓰게 된다.

 

 

무엇일까? 하산길에 만난 능이버섯이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이것만 따도 족히 1킬로는 넘는 양으로 보인다

 

 

바로 옆에서도 능이가 죽어가고 있다

 

김치찌개의 지존 '표고돼지고기김치찌개'

 

자연 상태의 버섯은 맛과 향에서 진미라 할 수 있다. 뿐인가? 버섯에 함유된 항함효과는 우리 몸에 이로운 먹거리라는 것을 말해준다. 예로부터 우리 선인들이 나물반찬으로 즐겼던 버섯은 전통 먹거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간혹 버섯의 미끌거리는 쫄깃함이나 향기가 싫다고 멀리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신의 몸을 생각한다면 무엇이 참다운 먹거리인지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버섯의 제맛을 모르게 한데는 버섯 재배농가의 책임도 있다. 물을 뿌려 속성으로 기른 물표고는 표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갓의 크기는 줄이고 기둥만 살찌운 새송이는 영양학적으로 그리 점수를 줄 수는 없다. 버섯의 영양은 기둥보다 갓에 70프로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둥을 크게 만드는 건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쫄깃함이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은 표고가 제철이다. 여름에 먹었던 하우스나 물표고가 아닌 노지에서 자란 표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 고기 집에 대한 불만도 여기에 있다. 이 철만이라도 실내에서 재배한 새송이나 양송이 대신 표고를 내주면 참 좋겠는데 말이다. 굳이 표고와 돼지고기의 음식궁합을 따지지 않더라도 값도 싸고 영양도 풍부한 시기가 아닌가. 업소의 무신경과 획일화에서는 결코 감동을 줄 수는 없으리라고 본다.

 

표고의 시세는 경동시장에서 1킬로에 2~3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우리네 선인들이 그랬듯 요량 있게 넉넉하게 구입해도 될 성 싶다. 버섯은 말리면 맛도 영양도 향기도 진해진다. 올 겨울 김장김치가 맛나게 익걸랑 삶은 돼지고기와 말려둔 표고를 넣고 김치찌개를 끓여 보시라. 김치찌개 중에 김치찌개의 맛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아무튼 이 버섯 철에 식탁마다 버섯의 향기를 피워보길 권한다.

 

(2007.10.4 맛객블로그= 맛있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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