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영광 마라톤을 신청했다.
영광은 나의 고향이고, 어머님이 2005년에 돌아가신 뒤로 아직까지 시골 살림을 정리하지 않은채 빈집으로 그대로 있다. 어머님의 손때가 묻은 세간을 차마 정리 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나이 들면 내려가 쉬고 싶은 고향이기 때문이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설날과 추석명절 그리고 여름철 휴가때를 포함해서 1년에 고작 서너번 내려갔는데, 대문을 들어서면 반갑게 맞아 주시던 어머님의 손길이 그리워서 일까, 달려가 문을 열고 봐도 횡 하니 어머님 옛 모습만 잔영으로 남은 빈방에서 하룻밤을 잘망정 그래도 고향 산천을 둘러보고 오면 마음이 한결 안정 되는것 같아 금년 들어 벌써 6번째 내려가니 어머님이 돌아가신 후로 오히려 더 자주 영광을 찾게 되는겄 같다.
그동안 없는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고향에를 자주 내려갔는데 이번에 영광군에서 잔치 마당을 벌려 놓고 셔틀버스까지 대주면서 내려오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작년에 내려 갈 때도 하루 전에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서 달림이 들과 함께 내려갔다.
몇분은 주로에서 낯이 익은 분이고 대부분은 초면인데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모두들 구면인것 처럼 금방 친해져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모두가 영광이 초행이었고, 그중에는 광화문 마라톤 모임에서 페이스메이커로 주최측의 초청으로 오시는 분들과, 무작정 마라톤이 좋아 전국을 유람삼아 마라톤 여행을 다니던 중에 굴비로 유명한 영광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부부가 함께 오시는 분, 또는 혼자서 내려오시는 분도 계셨다.
내친김에 영광을 알리는 좋은 기회라 싶어 마이크를 잡고 영광 길안내 겸 소개를 시작했는데, 준비가 되지 않은 관계로 두서없이 하다 보니 주무시는 분도 계시고, 매우 유익한 정보였다는 분도 계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영광까지 오는 동안 굴비이야기, 백제불교 최초도래지, 영광 향교, 110년전통영광초등학교, 강항선생, 연안김씨종가, 전주이씨 고택, 영월신씨 화로 이야기 등 아는대로 다 털어 놓은것 같다.
여기까지는 그런대로 잘 했는데 마지막에 백수 해안도로를 안내하기 위하여 해안도로에 들어섰다가 엄청 망신을 당했다.
영광에 도착하니 이미 해는 저물어 어둠이 깔린 상태 였지만 해안도로를 한번 보고싶다는 분들이 계셔서, 그래도 어느정도 밤풍경이 있을것으로 알고 기사님에게 부탁하여 조금만 수고해달라는 양해를 구하고 차를 석구미쪽으로 안내 했는데, 왠걸 달도없는 칠흑같은 밤으로 아무것도 안보이고, 처음 오시는 분들이라 차가 깊은 산속으로만 계속 들어가는것 같은 착각이 들어 웅성거리고, 저녁식사 시간은 이미 지난 상태라 식당으로 빨리 가자고 불평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법성까지 갈려면 30분은 가야하고 정말 난감했다. 대치미를 지날 때 팔여각을 설명해도 이미 관심 밖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법성에 도착하여 모두들 내려 드리고 나는 다시 영광집으로 가야 하는데 버스가 이미 끊긴 상태였다. 일행중에 한분은 어느 초등학교 서무과에 근무하는 20대 후반의 젊은이였는데 영광이 초행이고 숙소도 정하지 않았다고 하여 우리집이 비어 있으니 함께 자자고 했더니 선뜻 따라 나서 하룻밤을 함께 지내기로 했다. 마라톤 모임이 아니었다면 따라오는 사람이나 모시고 가는 사람이나 쉽지 않았을것이다. 내년에 또 만나기로 하고 해여졌는데 그때 그분 작년에 기억을 더듬어 금년에 또 오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아니 금년에는 아예 한차가 같이 갔으면 좋겠다. 아무도 안계시니 식사 제공은 못하더라도 잠자리야 얼마던지 제공할 수 있다. 우리집이 모자라면 콘도에 버금가는 마을회관도 있고, 부담없이 하룻밤을 같이 하고 싶다. 작년에 법성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하여 영광으로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고 가시는 분들을 보고 고향을 찾은 손님들에게 매우 죄송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금년8월이면 어머님이 돌아가신지 만 3년이 된다. 옛날 같으면 3년상을 치르기 때문에 아직 상중으로 나는 어머님을 여읜 죄인의 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흰옷에 짚신을 신고 뛸 생각이다. 건강하게 낳아준 어머님을 생각하며 어머님 품속같은 고향산천을 흰옷에 짚신 신고 마음껏 달려 보련다.
(참고로 본인의 고향은 단주리 월현부락이 고향이고, 마라톤경력은 99년부터 시작하여 풀코스38회 기록은 3시간27분이며, 100km3회 기록은 10시간2분입니다. 이 글은 영광마라톤 홈페이지에 본인이 출사표로 올린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