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석화 김영욱
몇 년 전부터 매년 초하루에는 반듯이 올라야할 산이 있다. 그 산은 불태산 귀바위(이재산성)이다. 임인 년에도 어김없이 등산을 해야 하는데 은근히 걱정이된다. 아내가 코로나 3차 방역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눈치만 보다가 여보. 어깨는 좀 어때. 하고 묻자 3일이 되니 다 가라 앉았다고 한다. 차마 산에 가잔 말은 못하고 심지를 살피고 있는데. 9.30분이 되자 산행을 준비 하잔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을 것 같아서 내의 하나에 돋바 하나를 걸치고 나서자 아내는 배낭에 무엇인가 담아 놓고 있었다. 그리고 짊어지란다. 배낭을 짊어지고 나서는데 루비가 따라가고 싶어서 안달이다. 여보! 루비를 데리고 갈까? 그냥 갑시다. 그러지요 뭐. 아내는 오늘은 깃대봉 헬기장으로 가잔다. 자갈길이라서 위험하기도 한데. 하지만 당신이 가잔데. 그렇게 합시다. 그리하여 출렁출렁 흔들이는 출렁다리를 지나 깃대봉을 오른다. 처음에는 경사도가 가파르자 숨이 찬다. 호흡곤란을 일으켜서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다는 지인생각이 난다. 이러다가 쓰러지는구나.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한 오백보를 올라가다가 의자가 준비되어있어서 한 숨을 돌리기로 하고 앉았다. 아내도 따라 올라와서 그 옆자리에 앉았다. 상당하게 가파르네요. 그러게요. 마침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막 받으려하니 끊어지고 만다. 굵은 소나무 숲이라서 전파가 차단된 것이다. 잠시 앉아서 숨고르기를 하고 걷기 시작한다. 한참 오르는데 아내가 여보. 그 시 이시죠? 태산이 높다하되 그런 시 말이에요. 응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매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마는 사람들은 뫼만 높다하도다. 그래요. 얼굴색이 피곤함이 드러난다. 그래요 그 시를 을프니까 힘이 나네요. 그까짓 것 하늘아래 있지. 또 올라갑시다. 그런데 벌써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 남자들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여성이란다. 대단 일이에요. 여성이 어찌 혼자 이 높은 산을 올라갔다가. 내려온다는 말인가. 가끔 보면 담대한 여성들이 있지요. 혼자서 산을 오르는 여성들 말이요. 참으로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그러게요. 마침 올라가는 길에 의자가 있어서 숨을 잠재운다. 그러고 보니 8부 능선 쯤 왔나보다. 저 아래는 호수가 세 개나 물을 채우고 하늘처럼 맑게 누어있다. 그 곁으로는 마을들이 고즈넉하게 펼쳐있어 시골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산을 보러 산에 왔는데 호수와 마을들을 보고 있다. 우리가 저런 시골에서 산다는 것이 어쩌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앉은 김에 배낭에서 물을 꺼내서 먹고 홍삼 팩을 주어서 마시니 새로운 힘이 나는 듯싶다. 얼마 남지 않는 목적지를 향하여 발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아내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왠일일까? 생각해보니 나는 배낭을 지고 그녀는 빈 걸로 가는 것이 그 이유였다. 깃대봉 탈환은 아내가 먼저 깃발을 꽂았다.
배낭을 내려놓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이 친구여. 전화를 했는데 산속이라서 받지를 못했네. 어이. 자네는 산에 갔는가. 응 아내와 함께 불태산 깃대봉 헬기장에 와서 전화하네. 하여튼 자네는 대단 사람이야. 만년 청년이지. 자네에게 본받을 일이 많아. 하지만 우리가 카톡으로 멧세지를 보내는 것보다 신년 초하루니 전화해서 목소리를 들어 보러고 전화 했었네. 고맙네. 그나저나 새해를 맞았으니 건강하고 행복하게나. 자네도 그 무거운 짐을 부려야 할 것인데. 안타까운 일이야. 본인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살 바에야 먼저 하늘나라에 가는 편도 좋을 것 같은데. 안타깝기 그지없네. 아무튼 한 해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비네. 전화를 끊고 아내 쪽으로 가니 벌써 컵라면을 끓이는 중이다. 먼저 향기 나는 귤이라며 주먹만큼이나 큰 귤을 준다. 그 귤이 우리 동네 진원에서 생산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받아먹으니 신선한 맛이다. 그리고 끓인 라면을 마후병 뚜껑에 덜어주기에 먹어보니 별미였다. 나는 라면을 먹지 않는다. 특별한 경우 1년에 한 두 번이나 먹을 정도다. 그런데 산행 후에 먹은 것이라서 일까. 특미다. 라면도 먹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내와 나는 후룩후룩 맑은 산허리를 돌아오는 공기와 더불어 빨아 넘기고 있었다. 마침 건장한 젊은 사람 둘이서 오더니 새해 인사를 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더니 내게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래요. 나보다 아내가 더 잘 찍으니 그리하며 아내에게 권하자 아내가 사진 두 판을 찍어 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광주에서 왔습니다. 우리들도 광주에서 살았는데. 아 그러신가요. 광주 어디서 사셨어요. 첨단에서도 살고 수완지구에서 살았지요. 한 사람이 여기가 고향이신가요. 아내가 받았다. 예 제 고향이 여기입니다. 한 남자가 제 아내의 고향도 용산이랍니다. 진원 동초등학교를 졸업했다내요. 그리고 나서 귀바위로 해서 내려가자고 아내가 제의를 한다. 그럽시다. 하고 이정표를 따라 가려니 눈이 녹지를 않은 탓에 미끄럼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여보. 오던 길로 다시 내려갑시다. 하고 내려오는데 올라올 때는 보지 못했던 눈길이 제법 많다. 미끄러져서 환도 뼈나 다쳐놓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조심조심 지팡이를 짚고 내려왔는데 다행히도 무사고로 완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 땀을 많이 흘린 탓에 옷이 다 젖어있어서 갈아입고 목욕을 하고 왔다.
오늘처럼 힘이 들더라도 임인 년의 최고봉에 깃발을 세웠으면 좋겠다.
첫댓글 작가님의 임인년 첫날 부부 동반 산행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새해를 맞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방문을 감사합니다. 윤작가님도 임인년에 더욱 건강하시고 더욱 행복하시고 형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임인년의 최고봉에 깃발을 꽂으세요.
집과 그리 멀지않은 진원은 저도 참 좋아하는 동네고 초등학교입니다.산은 못가도 학교 운동장을 돌다 그 앞 카페에서 책도 보고 요^^
브부의 모습이 이처럼 정갈하고 건강하시니 곱습니다.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차꽃님 반갑습니다. 진원초등학교에 계십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문전이지죠. 불태산 정기받은 학교죠. 언젠가 지인들과 불태산 불출봉까지 등산을 했는데 동네에서 8시간 걸리더라구요. 불출봉에서 뒤돌아보는 불태산은 큰 매머드가 갈기를 펴고 서 있는 형국이더라고요 지리산보다 더 코스라고 생각했지요. 블태산 자락으로 둘러있는 둘레길은 평화롭고 좋은 산행길이지요. 차꽃님의 방문을 환영하며 감사드립니다.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