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벽초지수목원
점심 식당에서 가까운 벽초지 수목원은 크게 동양식 정원과 서양식 정원 두군데로 꾸며졌는데 이번엔 서양식 정원이 재단장 중이라 감상못해서 아쉬웠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을 천천히 둘러보며 즐기려면 다시 한번 와도 좋을 것 같다
입구 들어서자마자 현란한 국화 조형물에서 화려한 사진들이 많이 나왔고, 보라와 진홍의 연꽃이 남아있는 연못의 다리와 정자의 풍경이 압권인 동양식 정원에서 동기들의 즐거움이 담긴 사진도 보기 좋다.
78명 참석한 동기들 중 캐나다에서 잠시 다니러온 동기, 동기 여행에 처음 참여한 동기들이 스스럼없이 헤쳐 모여 따로 또 같이 다닐 수 있는 근저에는 72년 고대 입학이라는 캠퍼스의 추억이 탄탄한 자부심으로 자리잡고 있으리..
벽초지 입구의 카페에서 잠시 숨고르며 커피 마시며 쉬는데 몇몇 동기들이 미팅하듯 자기 소개하는 과정에서 국민학교 동창회도 열리고..
소풍에 참석 못했으나 나중에 사진으로 보고 학과 미팅 시 파트너였던 여학생 기억해서 아쉬움을 전한 친구도 있었다.
흐린 날씨가 개고 햇살 번져 기분도 화사해진 날 시간이 빨리 가는 것이 아쉬운 가운데 추억들 곱게 접혀간다.
심단같던 머리, 사슴처럼 꼿꼿했던 다리등이 예전 같지 않아도 앉은 자리가 꽃자리임을 알아가는 초긍정의 지혜가 하루를 지배한다.
4. 파주 삼릉
수목원에서 부지런히 삼릉으로 달려가보니 드넓은 왕릉의 적요함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삼릉은 10대에 요절한 세자빈과 왕비는 한명회의 두딸의 릉, 그리고 영조의 첫 장자 효장세자의 영릉등 세개의 능이 있으니 제법 규모가 크다.
학창시절 동구릉같은 왕릉으로 소풍갔던 기억처럼 잔디밭에서 단체사진 한번 더 찍고 조용한 파주 삼릉 개천의 다리 건넜다.
재실 마루에 앉아 65학번 고대 선배님의 해설 들으며 치유의 숲길이라 명명된 단풍길 지나 홍살문, 정자각을 향해 걸어보았다.
조선전기의 문제적 인물 한명회와 후기의 괴팍한 왕 영조의 자식으로 산다는 건 어땠을까?
자식을 잃고 돌아가던 아비의 발길에는 어느 정도의 애상과 회한이 묻어있었을까?
나오는 길 입구의 벤취에서 잠시 쉬며 경영학과 동기들에게 양도세와 상속세에 관한 팁도 들을 수 있었던 장면도 캡쳐되었다.
소풍 후반전 아무리 짧게 걸었다 해도 동기들이 살짝 피곤해 보이나 마지막 스팟 출판단지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안도의 마음들었다.
5.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저녁식사
왕릉이 자연미술관이라면 파주 출판단지는 자연속 건축미술관이라 할 수 있어 출판단지만 시티 건축투어해도 멋있는 하루 코스가 되었을 것이다.
소풍코스의 다른 장소도 나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그중 미메시스 뮤지엄은 최고의 건축적 조형미 끝판왕일 수도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여겨졌다.
책이 있고 카페가 있고 자연광으로 그득한 하얀 곡선미학의 뮤지엄의 그림들 역시 해설사의 안내로 2조로 나뉘어 미술관 투어했다
정원의 뷰가 멋진 카페의 실내와 야외 테라스에서 담소하는 동기들의 모습들도 그림같았다.
뮤지엄 건너 지혜의 숲 건물로 향하려 버스 타려는데 한 친구가 묻는다.
어디 또 가나요?
지혜의 숲 건물 블럭도 볼 거리 많지만 서둘러 저녁식사하러 문발식당으로 직진했다.
문발(文發),,,,
글이 피어오르는 곳이라는 뜻이다.
문종때 황희 정승이 89세로 사망하자 문종이 친히 행차해서 지어준 이름 문발리의 지명에서 따온 유래가 있다.
조촐한 집밥같은 식탁에 차려진 밥상에서 반주 겸한 회식을 마무리하는 식사 자리에서 변부홍 동기회장이 앞으로도 오늘처럼 건강하게 함께 지내기로 하고, 12월 7일 5시 반 고대교우회관에서 열리는 정기총회에도 많은 동기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인사말이 있었다.
식당에서 합정역으로 가는 차와 잠실로 가는 차를 나누어 타고 1시간 걸려 목적지에 도착하니 행복한 마음의 하루가 이쁘게 지나갔다.
좋은 일정 잘 보내고 나니 가을 저녁 바람이 상쾌하여 발레리의 시와 가수 이소라가 생각났다.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
이소라의 명곡 (바람이 분다)에는 이런 귀절이 있다
---그대는 내가 아니다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
협소한 시각, 주관적으로 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