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주걱 거기에 소금만 넣고 끓였다는 맑은 미역국 한 국자 양배추에 뭉덩뭉덩 썰어서 만든 오이 무침 작은 주걱으로 하나 미역국밥에 얹어 주는 것 안 먹어 본 사람은 그 맛 모르겠지요.
오십견이 와서 오른쪽 팔은 잘 못 쓰면서 봉정암 가니 세느강변이라도 걸으면서 운동도 해야지 했던 것이 말에 그치고 준비도 없이 겁은 나는데 그래도 가겠다고 나셨지요
청광스님과 보명심 총무 보살님과 비롯해서 모두 아홉분이 청광스님께서 운전하시는 스타렉스로 새벽 6시30분에 당고개 역에서 출발을 했습니다 언제 들어도 좋은 한글 천수경을 들으며 백담사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20분
등산화 끈을 다시 매며 박카스만 마셔도 좋을 것을 잘 올라 갈 수 있을지 겁이 나서 피로 회복제까지 먹고 무사히 봉정암에 도착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 잡습니다
가을에 왔을 때 보단 해가 길어져서 아무리 늦어도 해가 있을 때 까지는 도착 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의 부담은 덜 했지만 겨울을 나며 숨쉬기 운동 밖에 안 해서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나이 드신 도반들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을까 염려되는 마음과 뒤쳐지지 말아야지 하는 긴장감으로 자꾸 소변 보고 싶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린잎에 내려 않은 해맑은 햇살이 너무도 깨끗해서 품에 가득 담으면 어느새 저만치에 앞에 있는 반짝 반짝 빛나는 상수리 잎에 앉아있습니다 부지런히 쫒아가 잡으려 하면 또 저만치 달아나고. 어린 햇살 덕분에 한동안 힘든지 모르고 계곡을 오릅니다 계곡에 흐르는 물 또한 어찌나 맑던지. 잠시 선녀가 되어 맑은 물에 몸을 담그고픈 유혹에 살며시 등산화를 벗고 발을 담구어 봅니다. 물에 담그는 순간 얼얼하던 발이 시원해지며 피로가 싹 풀리는데 그것도 잠시 계곡물이 맑은 만큼 차거워 발이 아립니다.
처음에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같이 가다가 매일 등산 하신다는 이영애 보살님과 몇몇 보살님이 훌쩍 앞서 가시고
뒤처진 총무보살님과 한 팀이 된 나머지 보살님들은 뒤에서 지켜 주시며 올라오시는 청광스님 힘으로 쉬엄쉬엄 올라갔습니다
깔딱 고개만 넘으면 다 왔노라며 크게 숨 들이쉬고 파이팅을 외치고 깔딱 고개를 네 발로 기어올랐습니다 그렇게 걸어서 봉정암 도착한 시간 4시 40분. 보통은 4시간 30분이면 오른다는 거리를 5시간 20분이 걸려서 도착 했습니다.
그래도 작년 가을에 왔을 때 6시간 넘게 걸렸는데 이번엔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고 다음에 오면 더 빨리 오를 수 있을거라 했습니다
평일이라 복잡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완전히 깨고 전국 각지에서 얼마나 많은 신도님들이 오셨는지 방에 들어가 보니 다리 뻗고 앉을 자리가 없었지만 작년 가을에 비하면 호텔이라 했습니다 좁은 공간이 보여 엉덩이를 내려놓고 슬금슬금 비비고 앉아 다리를 뻗고 허리를 눕히고 잠시 쉬었더니 아픈 허리도 불나던 발바닥도 한결 편안해 졌습니다. 그렇게 쉬었다가 저녁 공양을 하고 저녁 예불과 기도에 동참을 했습니다
조금 쉬긴 했어도 발을 옮겨 놓기도 힘들어 법당 올라가는 계단을 어기적거리며 올라가며 힘들어 기도를 할 수 있을까 했는데 노전 스님 기도 염불에 신심이 나서 108배 절까지 했습니다
기도 후 법문이 이어졌는데 천만명 발심하여 만명만이 봉정암에 온다며 봉정암 온 불심으로 누구에게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라는 마음을 가지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는 입에 염불하기 먹는 밥에 공들이기라 하시며 숨 쉬는 것을 의식하며 염불을 입에 달고 살라 하셨습니다 밥 먹을 때도 늘 감사함을 잊지 말라는 다 아는 말씀을 하셨는데 안다고 실천하는 것이 아니니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순간을 사는 것조차 내 힘으로 사는 것이 아니고 우주의 힘을 받고 주변의 도움으로 사는 것이건만 내 뜻에 조금만 어긋나면 마치 나 혼자만 옳고 바르게 사는 양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면 불만과 불평을 합니다 늘 깨어 있는 마음으로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하는데 .
저녁 기도를 마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고 사리탑에 올라가서 기도를 합니다
보석같이 빛나는 별들은 늘 그 자리를 지키고 5월 하순에 들어선 날씨는 철야정진 하기 좋게 신선합니다 깜깜하던 사리탑 주변이 산등성이 뒤에서 올라오는 보름달로 환히 밝아지며 환희심을 일으킵니다
사리탑 기도를 마치고 겨우 겨우 낀겨서 눕긴 누웠지만 새벽 기도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구 선잠을 잡니다. 신도분들 시간 확인하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눈 비비고 새벽 예불에 동참은 합니다. 노전 스님께서 잘 주무셨느냐는 말씀에 모두 웃습니다. 전날 힘들게 올라온 봉정암에 잠자러 온 것 아니니 주무시지 말고 기도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하셨거든요 .. 예불을 마치고 기도에 들어가 천수경 독송 하는데 꾸벅 꾸벅 졸립니다. 눈을 크게 뜨고 목소리를 크게 해서 독송을 해도 잠시 후 다시 꾸벅거리는 나를 봅니다
천수경 마치고 108법당으로 내려와 잠시 눈을 붙이는데 왜 이리 꿀맛이 던지요 그래도 마음은 법당에 있어 기도 끝내고 천도재를 지내는 소리에 다시 법당으로 올라가 조상님께 물 한잔 올리며 역대 조상 선망 부모 일체 여러 영가 왕생극락 하옵소서 하며 절을 합니다 새벽 기도 끝으로 봉정암 기도를 마칩니다
아침 공양을 하고 주먹밥 하나 얻고 물 한 병 떠 가지고 힘들게 올라온 길은 내려갑니다.
올라올 때와 기도하며 얻은 그 환희심은 계속 간직해야 하는데 속세로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부처로 살고 싶은데 산에 있을 땐 부처 마음 가진 것 같은데 속세로 내려와서 부처마음으로 산다는 것이 쉬운일 아니지요
작은 다툼으로 연락을 끓고 지내는 사람에게 먼저 전화해서 나로 인해 마음고생 했다면 용서 해 달라고 말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용기도 그런 경지에도 이르지 못했나 봅니다
미워하는 사람에게 조차 미워했던 마음을 내어서 미안하다고 손 내밀어 화해의 말을 전하는 것이 아직은 쉽지 않는 중생일 뿐입니다 그저 속으로 모두를 이해한다 사랑한다 용서한다 하며 위안을 삼을 뿐..
살면서 사람들로부터 상처 입은 것만 기억하고 늘 소외된 서운함을 말 합니다 나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도 있고 나로 인해 피해 입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나에게 서운함을 느낀 사람들도 많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있는 것조차 잊고 지내며 늘 나면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를 내어 구업을 더 쌓지 말아야 하는데 속상해 하며 원망 하는 마음도 갖지 말아야 하는데 모두가 내 할 탓이라고 돌리고 늘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고 살아야 한다면서도 속세로 내려오는 순간 잊고 맙니다.
수렴 산장을 거쳐 영시암에서 점심 공양을 하고 백담사로 내려오니 몸은 천근만근 곧장 집으로 향하고 싶지만 모두들 낙산사를 들러 가야 할 것 같다는 똑 같은 생각을 합니다
양양에 들어서는 순간 푸르름 짙어야 할 산들 여기 저기 시꺼먹케 변한 곳도 있고 갈색으로 변한 곳도 보입니다. 갈색으로 변해 버린 곳에 낙산사 해수 관음보살님이 외롭게 서 계십니다
“어쩜 좋아” “어떻게”를 연발하며 불났을 당시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상상해 봅니다 어디 특정 지역이 아니라 여기 저기 산발적으로 불이 옮겨 다녔는지 갈색으로 혹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낙산사에 들어서니 홍예문은 불타 사라지고 석축만 남아 있었습니다 홍예문 옛 사진에 곧 복원하겠다는 정념 주지스님 의지의 글이 보이는데 왜 눈물이 나는지.
불났을 당시 어수선한 모습은 생각 보다 많이 수습이 되어 있었지만 여기 저기 황폐해져서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보이는 것은 모두 갈색으로 편해 버린 낙산사를 지키고 있던 아름답던 소나무들.
칠층석탑 아래서 기도 하시는 정념스님 뒷모습을 뵈니 봉정암 불사에 의지를 붙태우던 모습이 그려져서 낙산사 불사도 원만히 이루어 내시리라 굳게 믿어 보지만
동승이 있던 자리엔 동승은 자빠져 있고 그 옆 돌기둥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조차 갈음이 가지 않는 빈자리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보실지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었습니다.
사업을 잘 해서 낙산사 불사에 한몫을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만 담아서 식구대로 기와 불사만 한 마음이 짠했습니다.
홍련암 근처 까지는 불길이 닿지 않아서 홍련암이 보존되었는줄 알았는데 홍련암 근처 나무들도 모두 불타 있었고 탐스럽게 핀 수국이 너무도 이뻐 언젠가 아이들과 그 아래서 사진도 찍었는데 그 수국도 붙 타 사라지고 뿌리는 남았던지 자리에서 새싹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홍련암만이라도 무사한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얼마큼 세월이 흐르고 나면 예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을는지
첫댓글 소영님의 불심은 대단하시군요. 항상 고운 님의 발심이 푸른 소나무같으시길.........좋으 신 행보이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