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책을 묶어서 뒷면에 풀칠을 하고 밖의 햇볕에 내다 말립니다.
나도 하나를 들고 가파른 층계를 내려가는데 책이 휘어 지면서 우루루 쏟아지는게 아닌가?
"어어?"
순식간에 층계가 책으로 뒤덮혔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나 나는 아주 난감하였는데
한 처녀가
"책을 들로 나올 때는 가슴에 붙여서 내려와야 해요"
라고 요령을 가르쳐 줍니다.
그러면서 종이를 하나하나 줏어 정리하고 풀이 묻은 종이들은 다 쓰레기 통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그 일로 얼마나 미안한지 그 다음부터는 매사에 조심하고 또 조심을 하였습니다.
어느날은 `계몽사`에서 70000 단어 짜리 영어 콘사이스를 만들게 되었는데 공법이 다릅니다.
인쇄소에서 아주 얇은 종이에 깨알같은 활자로 인쇄를 해 오면 여자들이 자 막대로 종이를 접는데 그들도 쩔쩔 맵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여러페이지를 맞추어 작고 두툼한 사전을 만들고 뒷면을 실로 꿰맵니다.
그리고 풀칠을 하고 말립니다.
그런 다음에 시야기를 하는데 시야기는 일본 말입니다. 큰 바퀴가 달린 엄청 큰 칼이 내려와 수십권을 한꺼번에 자릅니다.
사전의 세면을 자릅니다.
그러자 아주 산듯한 책이 된 것인데 아직 할일이 더 있습니다.
먼저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눌러 볼록하게 만든다음에 묶어서 이번에는 아교칠을 합니다.
직원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회사가 번창하게 됩니다.
일꺼리가 밀리고 이제는 24시간을 3교대로 풀 가동합니다.
나도 그동안 많이 익숙해져 영어사전 만드는 법을 열심히 배웁니다.
영어 사전의 아교칠이 마르면 비닐 표지에 금속 활자로 글자를 새기고
글자에 금가루를 뿌립니다.그러자 글씨가 선명하게 나타나며 반짝입니다.
그렇게 하여 영어사전이 탄생합니다.
나는 그 공정을 내 스스로 하며 내가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내가 사전을 하나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나는 이 사전을 평생 보존할 생각입니다.
그무렵에 우리나라의 소설가로 잘 알려진 정비석씨의 `자유부인`이라는 소설을 우리회사에서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그당이에는 굉장한 인기를 얻었지만 후에 내가 다시 읽어보니 문학적인 예술성은 없고 6.25 후의 가치관이 무너진 사회상을 그린 그렇고 그런 책입니다.
그 사람뿐만이 아니고 김래성이라는 소설가도 마찬가지 입니다.
나는 후에 그 무렵까지 존재했던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인 정지용시인이 경향신문사에서 일 하다가 어떻게 사라져 버린 일이 있는데, 그분이 계속 시를 썼더라면 아마 노벨상 감이었을 것입니다.
이글을 보시는 분들은 유튜브에 들어가서 이분의 대표작인 `향수`를 치시면 그분의 시에 곡을 붙여 아름답게 부르는 곡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서울 국립합찬단들이 하얀 긴 드레스를 입은 합창단의 모습이 나올때까지 찾아보시고 곡을 들으면 감동할 것입니다.
내가 일 한지 2개월이 되자 사장님이 월급을 주시는데 6000환입니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6천환이라니 어떻게 배가 올라갈 수 있는가?
사장님은 내가 고아이기에 아마 불쌍하여 도와주려고 그러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내가 더 열심히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잖은가?
(계속)
첫댓글 이 글을 읽고 있자니
저도 제본소에 취직 되어 일하고 있는 느낌 입니다
아마 글을 현실감 있게 그려 주셔서 그런가 봅니다
월급이 배로 뛰는 경우는 본적도 들은적도 없는데...
하여간 그 기쁨은 제 생각대로 펼쳐 보겠습니다
다음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 하네요
귀한 글에 흥미로워 하면서
평화도 함께 빕니다
어서오세요 포커스님 부족한 글인데 늘 찾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귀한글 잘보았습니다..
자연사랑님 감사합니다. 좋은 나날 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