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가 꼭 하고픈 말 🐖
그렇지요!
갈비,
안심,
등심,
사태,
항정살,
앞다릿살,
뒷다릿살,
머릿고기,
뼈찜,
감자탕,
수육,
편육,
순대,
족발,
아강발,
목살,
삼겹살,
껍데기,
꼬리구이,
특수부위,
내장국밥 등등등...
이 세상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시는 대한민국 국민들이시여!
제 얘길 좀 들어보세요!
아기 예수가,
세상에서 가장 낮고 미천한 마굿간에서 태어나셨다지요!
그래요?
허나 저는
어떤지나 아시나요?
저는 말이죠
이 세상에서 가장 비좁고, 가장 더럽고, 가장 악취가 심한 곳에서 태어났지요
물론,
태어남은 내 의지가 아니였기에
그걸 푸념한다면
그건
내 부모님께 항거하듯 따지는,
즉
제 부모님께 누가 되는 말이 되려니
내, 차마 그 얘긴 하질 않겠소
어찌됐건 난
마굿간은 사치스런 곳일 정도로
참으로 비참한 곳에서 세상과 만났답니다
해도,
당신들은 내 태어남에
동방박사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커녕,
그 누구도 위로나 동정의 말 한 마디 건네지도 않았지요
그렇지요?
제 말이 맞지요?
그래요
그래도 어찌됐건
난 내 부모님들께 걱정을 안 끼칠려고,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자고 맹세하고 다짐하며
형제들과 어미젖을 열심히 빨고,
참으로 부단히도 애를 쓰고 노력하며 열심히 자랐다오
내가 그렇게 삶에 충실하여 건강하게 자랐건 만
당신들은 어떻소!
누가
뭘 좀 잘 먹으면,
'돼지같이 먹는다'느니
또
누가 좀 뚱뚱해 보이면,
'돼지같아 보인다'느니
누가 좀 못 생기면,
'돼지같이 생겼다'느니 하질 않나...
이 보시요
잘 난 인간 님네들!
당신들은 우리에게 무슨 억하심정들이 있어서
뻑하면 우리 돼지들을 그렇게 험담의 대상으로 삼는지
난 정말로 모르겠소!
도대체
우리가 당신들에게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리도 무시하고 천시하고 하찮게 여긴단 말이요!
우린 오직,
우리들 삶에 충실하려고
당신네들이 먹다 남긴
그 지저분하고 더러운 잔반들을 남김없이 열심히 먹어치웠을 뿐이고!
그 열악하고 더러운 곳에서도
오직 당신들께 폐를 안 끼치고,
오직 당신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그 어떤 군말도 없이 열심히, 정성껏 살았을 뿐이라오!
그런데도 당신들은 우리가 잘 크면,
그 어떤 감사와 위로의 얘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질 않고
오히려 잔인하게 도축하여,
머리부터 발과 꼬리까지 버릴 것 하나 없다며
좋아라 박수들을 치고 거지같이 잘들 먹지요!
잘 난 인간 님네들!
그래도 우린,
그런 당신네들을 위해
죽어서조차도 고삿상 위에서 빙그레 웃어 준다오
한 가지 다행스런 것은,
우리들의 마지막 고삿상 위의 그 웃음에
당신들이 큰 절을 올려주시니
그나마
'우리 돼지들의 삶이 헛되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오
아무튼 말이요
당신네들은 영리하고 위대하니,
내가 한 마디만 해도 무슨 말인지 다들 잘 알아 들으셨으리라 여겨지고,
우린 그런 당신네들을 위해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으로
억울하게,
산 채로 잔인하게 매몰돼 다 죽어도 좋으니
그리들 알고나 계시고,
우린 당신네들에게
그 어떤 욕을 먹어도 괜찮으니
제발,
복권 살 때만
'돼지꿈을 꿔 달라'고 기도하지 마시고!
서로 삿대질을 하며,
'돼지같다'느니
'돼질 닮았다'느니
'돼지처럼 어떻다느니',
그런 유치한 쌈박질과 험담들이나 하지 말고 다정히들 좀 사시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오!
그리고 차라리
'돼지처럼,
복스럽고 우아하게 살자'고!
서로가 서로를,
따뜻이 위로하고 격려하며 존중하고
그리들 잘 사시길
간곡히 부탁을 드리는 바이옵니다요!
아시겠죠!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
제발~
서로서로 정답게 보듬고 격려하며 따뜻이들 좀 잘 사시라는 말이지요!
잘 알아들 들으셨죠?
그래요
우리 돼지들은 살아있는 그날까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들 모두가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사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요!
아무튼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의 어려운 시기에
코로나 잘들 이겨내시고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들 사세요잉.
-이름없는 시골 똥돼지 올림-
첫댓글 끝까지 잘 읽엏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