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온라인하면 따라오는 말은 곧 '쇼핑'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비단 쇼핑 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온라인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우선 온라인 엔터테인먼트가 더 확산될 것이다. '라면 먹고 갈래?' 라고 물어볼 필요없는 'Netflix & Chill'의 시대는 더욱 공고해 질 것이다. 공중파를 보지 않아도 넥플릿스와 유튜브를 TV로 보며 보내는 주말은 사탕처럼 달콤하다. 온라인 교육도 가속화 될 것이다.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방송을 하면 학생이 듣는 시스템도 확산될 것이다. 이미 클래스101, 에어 클래스와 같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은 전방위로 교육 콘텐츠를 흡수하고 있다. 유튜브 유명인, 오프라인 유명 강사, 작가들 모두 온라인 교육 영상을 찍느라 더 바빠지고 있다. 강사들은 오프라인에서 하는 강의를 온라인으로 그대로 옮기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인구에 가장 많이 회자된 상품은 바로 마스크다. 전염을 막기 위해 국가도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수요가 폭발하다 보니 국내에서 마스크를 사재기 해 중국에 파는 이들도 많았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발을 굴렀고 가격은 기존 가격의 몇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어르신들 카톡방을 중심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오래 가면 생필품 부족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 펴졌다. 그래서 2월 말에는 대형마트의 식품 코너에서는 물, 쌀, 라면, 즉석밥, 캔 음식 등을 사재기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모두 만약의 사태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려는 불안 심리 때문이었다. 생필품을 준비해서 만약의 사태를 대비할 뿐 아니라 평소에 개인의 면역력을 더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식이 커졌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사율이 높지 않고 확진자도 기저 질환이 없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에 홍삼처럼 면역력에 좋다는 식품의 인기가 올라갔고 모두 기초 체력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도 혹시 생길 수 도 있는 사태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예방하려는 생각이 기저에 깔릴 것이다. 그로 인해 면역, 살균, 청소와 함께 개인의 기초 체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비 접촉의 시대다. 서로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가까이 하는 모든 행동을 자제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많은 인원이 모이는 종교행사를 자제해 달라는 문자고 오고 있다. 어린이들이 뛰어 놀던 놀이터는 적막 뿐이고 평상시라면 사람들이 줄을 서야 했던 놀이 동산도 한산하기 그지 없다. 사람들이 서로 접촉을 하지 않으려 한다. 동네 패스트푸드점에 처음 주문용 키오스크를 조우했을 때가 떠오른다. 종업원에게 '데리버거 세트 포장해 주시구요, 콜라는 제로콜라로 주세요' 라고 2초만에 끝낼 수 있던 주문. 그 주문을 하려고 키오스크와 마주서니 쩔쩔매며 진땀이 흘렀다. 불과 일년 전 일이다. 지금이야 익숙해 졌지만 처음 키오스크와 대면했을 때는 그 커다란 크기만큼 내가 디지털 세상에 뒤쳐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최초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설치했던 비 대면 주문은 이번 사태로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로 인해 온갖 세균이 묻어 있을 수도 있는 현금의 사용은 더욱더 줄어들 것이다. 이미 접촉을 꺼리는 언택트가 쇼핑과 관계의 하나의 트랜드로 등장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은 사람과 말을 하는 것보다 키오스크를 누르며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낄 수도 있다. '엄마, 옛날에는 사람한테 말로 주문을 했다고?' 라고 놀랄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꼭 직접적으로 만나지 않아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휴교령으로 학교에 가지 않던 아이가 인스타 라이브나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켜 놓고 친구와 대화하며 그림을 그리고 자신이 만든 것을 보여 주며 노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리적 단절을 뛰어 넘기 위해 사람들은 계속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고 문화를 만들어 간다. 같은 공간 안에서 Face to Face 로 얼굴을 맞대지 않아도 함께 느낄 거리는 늘어날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 원격이다. 온라인의 시대에 비 접촉은 곧 원격으로 완성된다. 원격 변화의 가장 큰 축은 바로 원격 근무다. 이번 사태에 SK, CJ, 넥슨, 넷마블, 네이버, 쿠팡 등의 회사가 한시적으로 원격 근무를 시행했다. 재택, 원격 근무 솔루션의 접속자가 수십배 이상 증가했고, 원격 회의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도 접속자가 폭증했다. 위에 언급한 회사는 기본적으로 IT기반의 업종에 해당된다. 하지만 원격 근무에 대해 생각해 본적 없는 회사도 이번 기회에 원격 근무에 대해 진지하게 도입을 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 되었다. 이미 회사들은 원격 근무 매뉴얼 작업을 시작한 곳도 있다.
원격 근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일차적인 이유도 있다. 하지만 회사는 추후 원격 근무를 더욱 확산하는데 대한 Trial 개념으로 생각할 수 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원격 근무를 하면 소위 농땡이를 치거나 느슨하게 근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컴퓨터의 카메라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초 단위로 체크할 수 있고, 매일 수행한 업무를 보고 해야 하고 컴퓨터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모두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당연히 업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도 아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일을 하는지 또, 하지 않는지 알기 쉽다. 나아가 어떤 사람이 한 일이 가치가 있는지 어떤 사람은 정말 불필요한 사람인지 파악하기가 쉽다. 관리가 쉽고 평가가 용이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