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이는
성경의
창세기에서 등장하는 카인(קין, Qayin)과
아벨(הבל, Hevel)의 이야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그는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의
장남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인류 최초의
살인자이다. 특히나 최초의
살인이
동생인 아벨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사실은 신화적 메타포로서 의미심장하다.
성경에 기록된 사람만이 실제로 존재한 사람이라고 가정하면 카인이 휘두른 돌은 인류의 1/4을 죽인 무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당연히 이는 우스갯소리일 뿐. 카인이 살인죄를 쓰고 쫓겨나서 "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해꼬지를 할까봐 두렵습니다(창세기 4장 14절)"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성경에 기록되지 않았을 뿐, 사람이 있었으며, 그것도 꽤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의 일생은 그 한 장면 한 장면이 오늘날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단순히 교육적인 내용으로 읽을 수도 있지만, 워낙 의미심장한 이야기라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다. 이하 원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
아담이 아내 하와와 한자리에 들었더니 아내가 임신하여 카인을 낳고 이렇게 외쳤다. "야훼께서 나에게 아들을 주셨구나!" |
2 |
하와는 또 카인의 아우 아벨을 낳았는데, 아벨은 양을 치는 목자가 되었고 카인은 밭을 가는 농부가 되었다. |
3 |
때가 되어 카인은 땅에서 난 곡식을 야훼께 예물로 드렸고 |
4 |
아벨은 양떼 가운데서 맏배의 기름기를 드렸다. 그런데 야훼께서는 아벨과 그가 바친 예물은 반기시고 |
5 |
카인과 그가 바친 예물은 반기지 않으셨다. 카인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야훼께서 이것을 보시고 |
6 |
카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왜 그렇게 화가 났느냐? 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느냐? |
7 |
네가 잘했다면 왜 얼굴을 쳐들지 못하느냐? 그러나 네가 만일 마음을 잘못 먹었다면, 죄가 네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릴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그 죄에 굴레를 씌워야 한다." |
8 |
그러나 카인은 아우 아벨을 들로 가자고 꾀어 들로 데리고 나가서 달려들어 아우 아벨을 쳐죽였다. |
9 |
야훼께서 카인에게 물으셨다.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
10 |
그러나 야훼께서는 "네가 어찌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시면서 꾸짖으셨다. "네 아우의 피가 땅에서 나에게 울부짖고 있다. |
11 |
땅이 입을 벌려 네 아우의 피를 네 손에서 받았다. 너는 저주를 받은 몸이니 이 땅에서 물러나야 한다. |
12 |
네가 아무리 애써 땅을 갈아도 이 땅은 더 이상 소출을 내지 않을 것이다. 너는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될 것이다." |
13 |
그러자 카인이 야훼께 하소연하였다. "벌이 너무 무거워서, 저로서는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
14 |
오늘 이 땅에서 저를 아주 쫓아내시니, 저는 이제 하느님을 뵙지 못하고 세상을 떠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저를 만나는 사람마다 저를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 |
15 |
"그렇게 못하도록 하여주마. 카인을 죽이는 사람에게는 내가 일곱 갑절로 벌을 내리리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야훼께서는 누가 카인을 만나더라도 그를 죽이지 못하도록 그에게 표를 찍어주셨다. |
16 |
카인은 하느님 앞에서 물러나와 에덴 동쪽 놋이라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
창세기 4장 1 ~ 16절 (공동번역성서) |
해석하자면 이렇다.
농부인 카인은 곡물을 기르고
양치기인 아벨은
양을 쳤는데,
야훼에게
제사를 지낼 때 카인은 곡물을 바치고 아벨은
새끼 양의
고기를 바쳤다. 그런데 야훼는 아벨의 것만 받고 카인의 것은 받지 않았더란다. 원문에서는 야훼가 카인에게 네가 네 동생처럼 제대로 제사를 드렸냐고 면박을 주는 장면이 있지만, 정확하게 무슨 이유인지는 알 수 없어서 해석이 다양하다.
고기가 없잖아!
우선 인류가 농경과
유목이라는 갈림길에서 갈라져 서로 대립과 반목을 시작하는 것을 신화적으로 풀어서 묘사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히브리인이 유목민이었기 때문에 농경민인 카인이 악인으로 묘사되었다는 것. 실제로도
유대교의 전통적인 번제 의식은 짐승의 고기를 태워서 야훼에게 바치는 것이었는데, 이 같은 측면에서 바라보면 본 신화는 유대교 제사 의식의 기원을 설명한 것일 수도 있다.
유대인들이 정착하여 농경생활에 접어든 후에 쓰여진
탈무드에서는 아벨이 자신의 가축을 카인의 밭으로 몰아넣고 곡식을 짓밟게 하면서 카인에게
너는 내가 생산한 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고 있으니 내 가축들이 너의 밭을 짓밟아도 어쩔 수 없지 놀렸다고 한다.
그래서 카인은 정당방위로 아벨을 죽였다는 것. 유대인들이 농경민이 되면서 반대로 유목민인 아벨을 악인으로 묘사하게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 다른 해석으론 위에 언급된 대로 카인의 됨됨이가 잘못되었기에 그 제물을 받지 않았다는 해석이 있다. 아무래도 성경이 종교 서적이다 보니, 유목민과 농경민의 대립보다는 도덕과 마음 가짐을 다루는 것이 더 아귀가 맞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주장한 신학자들은 역사/문화 배경을 빼놓긴 했지만 "야훼를 어찌 육식선호자 따위로 치부하느냐, 이는 잘못된 해석이다"라는 나름대로 일리있는 말을 하고 있다. 또한
시편 50장 13절에서도 이 사건에 관해서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다만 어째서 야훼가 카인을 반기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다. 진심이 아니어서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
어찌됐든 동생의 제물만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
열폭한 카인은 질투심 때문에 아벨을 죽였고, 아벨의 피가
땅으로 스며들자 땅은 카인에게
저주를 내린다. 그는 땅으로부터 무엇인가를 얻을 수 없으며 땅으로부터 도망다녀야 한다. 그런데 카인이 농부라면 땅의 저주를 받았다는 이 대목은 해석하기 난감하다. 일단 가장 온건한 해석에 따르면, 농부가 고생한 것에 비해서 소득을 얻기 힘들다는 사실에 대한 비유라고는 하지만... 또한 지나친 관개농업이 불러온 토양의 황폐화를 묘사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관개농업으로 인한 토양의 황폐화로 쇠퇴했다는 설을 보면 그렇다.
그리고 야훼는 격노하여 카인을 추방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때 카인은 야훼가 자신을 버리면 사람들이 자신을 업신여기고 죽이려 들 것이라고 하소연한다. 그러자 야훼는 그에게 표식을 주고
카인을 죽이는 자는 7배의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것이 소위
카인의 낙인이라는 것인데, 이 또한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요소. 왜 벌을 내리면서 결정적으로 그의 목숨을 보전시키려고 한 것일까? 이에 대해선 카인이 쉽게 죽을 수 없으므로 그 평생동안 최초의 살인자로 낙인이 찍히고 평생 고통받으며 살았으리라는 것이고, 이게 궁극적인 형별이라는 설이 있다. 물론 후대의 신학 해석에선 '죄인조차도 신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다'라는 훈훈한 의미로 해석한다. 혹은 산 제물(=아벨)을 신에게 바친 사제(=카인)가 그 피를 흘리게 한 죄를 닦는 정죄 기간 동안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있고, 그 정죄 기간 동안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표식을 받는다는 바빌로니아의 관습이 성경에 융합된 거라는 설도 있다. 나름대로 설득력은 있는데
일단은 설이다.
이후로 카인은 놋 땅에서 결혼하고 정착하게 된다. 누구와 어떻게 결혼했는지는 성경에 나와있지 않으므로 알 수 없다. 그래서 이 역시 창세기 4장 14절과 같은 이유로 신학계에서는 오랜 떡밥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많은 사학자들은 카인의 부인이 다름아닌 그의 여동생 혹은 누이라는 설을 제시한다. 즉 아담과 하와는 세 아들 이외에도 여러 딸들을 낳았지만, 구약성서의 특성상 기록되지 않았고 카인과 셋은 그런 자기들의 여자 형제들과 결혼하여 자손을 낳았다는 것이다.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다른 아담의 자손이라는 설이 있으나, 이는 어쨌든 추론일 뿐이다. 이상하게도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정황은 누락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쉽게 결론을 지을 수는 없으며 창세기의 구멍으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멸시하고 자신을 죽이려고 들까봐 두려워서
성을 쌓았다는 사실.
심시티의 시초? 혼자서
도시를 건설한 것은 대단하다면 대단하다만
누이들사람들이 두려워서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도시를 만들었다니 실로 아이러니하다. 이로써 그는 최초의 도시 건설자가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는 역시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유목·수렵·채집 생활로는 도시를 세울 수 없기 때문. 수렵이나 채집으론 도시를 세울 만한 식량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농업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축을 기르면 되겠지만, 땅에게 저주를 받은 카인이 어떻게 가축을 기르고 먹일 수 있었는가하는 문제가 남는다. 농사꾼이었던 카인이 도시를 세웠다는 것, 땅으로부터 저주 받은 카인이 어떻게 도시를 세울 만한 생산력을 갖출 수 있었는지 등 흥미를 유발시키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첫댓글 정신없는 장난치는 글이군요. 모르면 올리지를 말지요. 모르는 것을 언급하면 무식하다 소리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