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5일 발사된 한국형 달 궤도탐사선 ‘다누리’가 발사 135일 만인 12월 17일, 드디어 달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한다. 다누리는 현재 타원 궤도를 따라 달을 공전하고 있으며 앞으로 네 번에 걸친 궤도 안정화 작업이 예정돼 있는데 다누리가 임무 궤도에 안착하면 내년 1월부터 1년 동안 하루 12회 달을 공전하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달 표면을 정밀 촬영해 2030년대 초 발사될 예정인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물색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다누리가 최종 성공 판정을 받게 되면 한국은 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 달 탐사국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과거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확보 경쟁처럼 앞으로는 달에 매장되어 있는 광물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동요 가사에서처럼 단지 토끼와 계수나무가 있는 줄 알았던 달이 이제는 바야흐로 광물 자원 확보의 전초기지가 된 것이다. 필자가 달을 포함해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초등학교 3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간 과학관에 설치된 플라네타리움(Planetarium)을 통해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난 이후이다. 도시에서는 빛공해로 인해 밤하늘의 별을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던 터라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우주에 관한 뉴스나 책이 나오면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문과와 이과를 선택할 때 수학만 조금 뒷받침해주었으면 아마 천문학으로 전공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입시공부의 고단함도 우주에 관한 책을 읽거나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면 신기하게도 사라지는 체험을 하게 되었으니 우주는 필자의 관심 사항 제1순위에 자리하게 되었다. 우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 그리고 스티븐 호킹 박사님의 『시간의 역사』는 이해 여부와 관계없이 수시로 읽게 되었다. 브라이언 그린의 또 다른 저서인 『우주의 구조』는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라는 부제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이해하기에 힘든 부분이 많아서 읽는데 애를 좀 먹었던 책으로 기억된다. 어렵기는 마찬가지이지만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는 하나의 우주가 아닌 ‘다중우주(The Multiverse)’에 관한 내용인지라 흥미를 가지고 읽어 나갔다. 하나의 우주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광막한데 다중우주 혹은 평행우주라니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솔직히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와중에 『우주를 만지다』를 쓰신 권재술 박사님의 『우주, 상상력 공장』을 접하게 되었는데 부제 ‘우주, 그리고 생명과 문명의 미래’에서 보듯이 여느 우주에 관한 책들과는 서술관점이 조금 다르다. 우주의 탄생인 빅뱅(Big Bang)과 시공간, 끈 이론 그리고 다중우주 등을 기술한 것은 대동소이하지만 단순히 우주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책의 곳곳에 저자의 주관적인 견해와 상상까지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 과학서가 아닌 철학서로 분류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심오하고, 남녀가 처녀, 총각으로 있던 모습과 결혼해 부부가 된 모습이 다르듯이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되면 원자가 가지고 있던 성질과는 전혀 다른 특성이 만들어진다는 것처럼 비유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기술하고 있다. 책의 목차를 보면 CHAPTER 0 태초(太初), CHAPTER 1 존재, CHAPTER 2 우주, CHAPTER 3 생명, CHAPTER 4 정신, CHAPTER 5 문명, CHAPTER ∞ 태종(太終)으로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순히 우주에 관한 정보를 기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간과 공간, 존재의 의미, 우연과 필연, DNA, 진화, 외계인과 UFO, 의식, 인공지능(AI), 지구 문명과 우주 문명 그리고 종말(과학의 종말, 생명의 종말, 정신의 종말, 문명의 종말, 종교의 종말, 우주의 종말)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다루고 있으며, 우리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주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호기심 가질만한 책이라 생각되고, 개인적으로는 저자가 책의 말미에 수록한 “참고문헌”을 모두 읽고 싶은 욕심이 난다.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광활하고,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오래되었고,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는 신비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첫댓글 저도 "우주,상상력 공장"을 읽었습니다.
코스모스와는 비슷하지만 색다른 철학적 시각으로 쓰여진 것 같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지금은 벽돌책 코스모스를 거의 다 읽어가는 중입니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으로 읽히는 이런 우주이야기를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항상 잘 쓰시는 덕무선비님 서평 잘 봤습니다.
늦은 시간에 아씨님께서 글을 읽어 주시고 댓글까지 정성껏 달아주셔서 감개무량합니다.
우리 모두는 별에서 온 뿌리가 같은 사람들입니다. 우주를 생각하다보면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은 어쩌면 사소해 보입니다. 바쁘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하루에 한 두번은
하늘을 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밤은 아씨님과 우주여행을 하는 상상을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