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돼지고기 생산
냉장돈육과 냉동돈육
주선태교수
(경상대학교 축산과학부)
돼지고기는 많은 수분과 단백질, 지방 등 다양한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온에서 쉽게 변패하므로 오랜시간 저장할 수 없다. 한번 변패가 일어난 고기는 그 품질면에서 치명적인 결함을 갖게 되고, 따라서 업계에서는 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이용하여야 한다. 이런 돼지고기의 변패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학적, 화학적 및 물리학적 변화를 방지하여 장기간 돼지고기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저장온도를 낮추는 것이 가장 필수적이며, 저장온도는 냉장과 냉동의 두가지 방법이 있다.
돼지고기의 냉장 저장
냉장돈육은 말 그대로 얼음이 생성되는 동결점 이상의 온도 (보통 0-4℃)에서 저장된 돼지고기를 말하며, 냉동돈육은 동결점 이하의 온도 (보통 -18~-24℃)에서 저장된 돼지고기를 말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저장온도가 높은 냉장돈육은 저장기간이 짧지만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고, 반면 냉동돈육은 저장기간은 길지만 육질의 저하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위생처리가 잘된 돼지지육의 경우, 약 20일 정도 냉장저장이 가능하며, 소매육의 경우는 4일 이상의 냉장저장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냉동저장된 돼지고기는 9개월 정도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냉장돈육의 제품수명을 결정하는 요인은 주로 육색의 변화, 미생물 증식, 지방산패 등을 들 수 있다. 신선한 돼지고기 표면의 밝은 핑크빛 선홍색은 고기내 육색소인 옥시마이오글로빈에 기인하며 상품가치를 높힌다. 그런데 이 밝은 핑크빛 선홍색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4~5일 이내의 메트마이오글로빈이 형성되어 갈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육표면의 수분감소, 지방의 변화 및 미생물 증식 등에 원인이 있다. 소매점 단계에서 냉장돈육의 제품수명을 1주일 이내로 보는 것은 육색의 변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생물 증식으로 고기가 부패하기 때문이다. 보통 돼지고기를 절단한 후 첫날에는 미생물 수준이 고기표면적 1cm2 당 1,000 마리 정도가 존재하는데, 일주일 후에는 만배인 10,000,000마리로 증식하게 된다. 미생물 수준이 107/cm2을 일반적으로 부패수준으로 본다. 돼지고기의 지방은 냉장저장 중 수분처럼 그 함량은 변하지 않으나 질이 변하기 때문에 풍미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육질을 크게 좌우한다. 이런 지방의 변패는 돼지고기내에 존재하는 효소나 직접적인 화학작용에 의한 산화 또는 가수분해가 일어나는데 원인이 있다. 지방의 산화 속도는 돼지고기가 소고기 보다 빠르며, 어린 가축의 고기가, 또 사료의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많을수록 빨리 일어난다. 이 지방의 산화는 육색의 산화에도 연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냉장돈육은 냉동돈육에 비해 신선육으로서 육질에 큰 손상을 주지 않아 제품가치를 높일 수 있지만 냉장온도에 의해 제품수명이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4℃ 이하의 저장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작업실의 온도도 5~10℃ 내외를 유지시키며, 이 온도에 고기를 노출시키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필요하고, 고온다습한 날씨에는 운송차량의 냉장능력이 초과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냉장저장기간을 연장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진공포장 또는 가스치환포장 방법들이 개발되었으며, 이러한 방법으로 고기를 포장하면 약 60~70일 이상 냉장육으로 저장이 가능하다.
돼지고기의 냉동 저장
돼지고기를 장기간 저장할 필요가 있을 경우 어쩔 수 없이 냉동시키게 되는데, -20℃ 이하에서 냉동저장하게 되면 화학적, 효소적 변화를 최소화시키고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냉동저장 중에도 수분의 승화, 단백질의 변성, 지방산패, 세포조직의 파괴 등 물리화학적 변화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냉동된 돼지고기가 냉장된 돼지고기와 비교하여 육질에 가장 큰 손상을 받는 것은 고기를 동결할 때 발생하는 근육세포의 파괴이다. 만약 냉동속도가 느리면 고기내 얼음결정 형성시간이 길어지므로 소수의 커다란 얼음결정이 근섬유 내부보다는 외부에 형성된다. 그 결과 큰 얼음결정에 의한 부피의 증가로 고기는 물리적 손상을 받아 세포조직이 파괴되어 해동시 많은 유리육즙이 발생한다. 따라서 가능한 급속동결을 권장하는데, 동결속도가 빠르면 얼음결정이 작고 많아져 근육세포 주위에 골고루 분포되기 때문에 부피의 변화가 적어 고기세포의 물리적 손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냉동저장 중 온도의 변화가 적으면 고기세포내 얼음결정이 더 이상 커지지 않으므로 해동시 유리육즙의 양도 적어진다. 돼지고기를 냉동하게 되면 단단한 고체상태가 되어 취급이 용이해 지지만, 고기내 수분중에 분산하여 콜로이드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단백질, 당질 등의 성분들이 수분의 동결에 따라 그 위치가 고정될 뿐만 아니라, 염류, 당류 등의 수용성 성분들이 분리, 농축되어 한곳으로 편재됨으로 단백질의 변성을 초래하고, 그 결과 돼지고기는 탄력성을 잃게 된다.
이 밖에도 돼지고기의 냉동저장은 고기표면의 탈수건조에 의한 동결소의 형성, 지방산패에 의한 풍미의 변화, 단백질의 변성과 세포조직의 파괴에 따른 보수력 및 유화특성의 저하 및 해동시 유리육즙의 발생에 의한 영양성분의 손실 등의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동결중 돼지고기의 표면으로 부터 일어나는 수분증발 현상은 감량을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외형상 제품의 기호성을 떨어뜨리는데, 이를 동결소 (freezer burn)라고 한다. 냉동저장중 육색소의 산화에 의한 변색은 완만하게 진행되며, 냉동저장 온도를 -24℃ 이하로 내리면 상당히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포장재의 이용으로 크게 감소시킬 수도 있다. 동결된 돼지고기의 지방 산패는 저장기간 및 제품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돼지고기는 소고기 보다 불포화지방이 많아 산패가 쉽게 일어나 저장기간이 짧아진다. 산패방지를 위해 항산화제를 사용하거나 진공포장 또는 가스치환포장 방법 등을 사용하여 저장기간을 어느정도 연장시킬 수는 있지만 산패 그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소금은 산화를 촉진시키므로 소금이 첨가된 돈육가공품은 냉동저장기간이 짧다. 따라서 염지나 훈연된 제품은 냉동저장을 피하는 것이 좋다. 돼지고기 조직내 수분이 동결되면 무기성분이 농축되어 단백질의 변성이 일어나며, 단백질 분자의 주위에서 탈수가 발생하여 단백질 분자들은 서로 결합하여 응집이 이루어 진다. 특히 육단백질인 마이오신, 액틴, 액토마이오신 등은 탈수에 의해 각기 펼쳐져 서로 측면에서 결합되어 응집변성이 발생한다.
냉장돈육으로 승부해야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냉장돈육은 신선육으로서 냉동돈육과 비교해 육질이 월등히 우수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우리나라 돈육산업은 유통구조의 문제점으로 인해 냉장육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고기를 냉동시켜 판매하였고, 지금도 대부분의 많은 정육점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의 고기음식문화에도 이유가 있지만, 지금까지 외국으로 부터 수입된 고기는 냉동육이어서 냉장육으로 판매가 가능했던 국내산 돼지고기는 그 만큼 육질에 있어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곧 태평양을 건너 진공포장 냉장돈육이 들어온다. 더 이상 냉동돈육으로 냉장돈육과는 경쟁할 수는 없다. 이제 소비자가 그 맛을 알기 때문이다. 반면, 대 일본 돈육수출에서 우리는 덴마크, 미국 또는 대만 등 경쟁국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장점을 충분히 살려, 냉장돈육을 수출함으로써, 신선도와 육질면에서 유리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냉장돈육 브랜드육 산업이 호황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은 우연이 아닌 당연한 결과이며, 국내 돈육산업 발전을 위해 무척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첫댓글 냉장육돼지고기도 수입되었지만 냉동수입육 보다 맛이 떨어져 식당에서 인기가 없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