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다닐 때였어요. 그 때는 어디 간다는 게 무지무지 신나고 큰 일이잖아요. 엄마와 함께 자연농원에
가게 되었는데 얼마나 신나던지 전날 밤에는 잠을 설쳤죠.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제발 비가 안 오게 해달라고 빌었으니까요. 다음날 아침, 기도의 효력이 발휘된 탓인지 날씨가 정말 좋았어요. 여태껏 그 때처럼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없을 정도로요.
지금은 가수 활동하고 학교 다니느라 전혀 짬을 낼 엄두도 못 내지만
언젠가는 그때 동심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그 때는 작은 일에도 기뻐서 깔깔거리고 사소한 일로도 상처 받았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행복했던 시절이었어요.
또 있어요. 아주 가슴 찡한 기억인데, 강아지 인형에 관한 거예요. 초등학교 때 아빠 친구 분이 커다란 강아지 인형을 선물로 사주셨죠.
강아지 인형의 눈이 살아있는 것처럼 예뻤는데 전 그 눈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훌쩍훌쩍 울어 버렸죠.
사춘기 였냐구요? 글쎄요, 어쨌거나 눈빛이 너무 슬펐던 강아지 인형이 지금도 간혹 생각나곤 해요.
어린 시절 하면 무엇보다 어린이날이 생각나요. 어렸을 때 어린이날의 의미를 알아야 얼마나 알겠어요. 그냥 신나고, 부모님들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날 만큼은 들어 주신다는 것 정도였죠. 특히 제 경우 어린이날은 엄마와 아빠를 끝까지 졸라 외출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바다 언니나 유진처럼 유원지에 놀러 가기도 하고, 부모님이 사다주시는 맛있는 케익과 선물을 풀어 보는 재미에 초등학교 졸업 할 때까지 어린이날을 생일 보다 더 기다렸으니까요.
한번은 부모님과 함께 유원지에 갔었는데,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사주셨죠. 그런데 유원지에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지나가던 남자 아이가 저를 건드려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을 놓쳐 버렸지 뭐예요.
그런데 이상하게 아까운 생각보다 괜히 슬퍼지는 거예요. 떨어진 아이스크림을 보며 얼마나 울었던지. 엄마와 아빠가 한참을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더래요. 나중에 아이스크림을 두개 사줬더니 그제서야 울음을 그치더라나요?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다른 건
몰라도 먹는 욕심 만큼은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많았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살이 안찌는거 보면 참 신기해요. 그죠?
우리 가족은 야외로 캠핑 가는 것을 매우 좋아했어요.
특히 캠핑 가는 날이면 우리 가족을 비롯한 친척과 주변 이웃들이 서로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 함께 가곤 했는데, 그 곳에서 낚시도 하고 또래 아이들과 정말 즐겁게 놀았어요. 강이나 바다로 갈 때면 어머니가 사주신
예쁜 수영복을 준비했었는데… 물론 지금은 너무 작아서 입지 못하지만 서랍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어요. 간혹 집에 가서 서랍을 열어
수영복을 보며 피식 웃곤 한답니다.
어찌 보면 자랑할 만한 추억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족에 관련된 기억은 잔잔하고 조그만 게 더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3학년 때 동생과 사촌 남동생들, 작은 엄마,
작은 아빠와 함께 동네에 있는 그린 공원에 갔던 것도 생각나요. 5월의 따스한 햇살이랑 상쾌한 바람,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 눈을 감으면 그 때의 추억들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 날씨에 취하고 간만의 나들이에 매우 가슴 벅찼던 그 때의 느낌. 정말 그리워요.
우리 부모님과 작은 엄마, 작은 아빠 앞에서 사촌 동생들과 함께 일렬로 서서 노래를 불렀었는데, 아마 그 때부터 전 가수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때요? 한편의 영화 같지 않아요? 아~ 갑자기 부모님과 동생, 사촌들이 보고 싶어요.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만큼 예쁘고 잘빠진, 그야말로 부러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여자 연예인들이 꼭 해보고 싶어하는 일이 있다. 뭘까? 바로 화장품 모델이다.
작은 얼굴과 또렷한 이목구비, 잡티 하나 없는 맑고 깨끗한 피부, 그리고 상품의 컨셉을 확실하게 소화해 낼 수 있는 개성을 지닌, 그야말로 100명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완벽한 여자만이 화장품 모델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의식이 변화되면서 미의 기준도 달라졌다. 이제는 美 보다는 얼마만큼 차별 화된 개성을 지녔냐가 최대 관건인 것이다.
미모와 개성을 동시에 겸비한
<S.E.S>는 이 시대가 원하는 가장
최적의 모델이 아닐 수 없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아름다움과 각기 다른 개성, 가수라는 직업에서 자연스레 몸에 배인 카리스마로 가요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S.E.S>.
그런 그들이 얼마전 화장품 모델로 첫 데뷔를 했다. 시종 맑고 깨끗한 모습을 보여줘 온 이들이 생전 처음으로 색조 화장한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며 쑥스러워 하던 날의 모습을 앵글에 담아보았다.
이날 촬영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CM파크 스튜디오에서 저녁 5시부터 진행되었다. 2시에 스튜디오에 도착한 <S.E.S>는 기초화장을
꼼꼼히 한후 본격적으로 색조 화장에 돌입했다.
화사하게 변화되어 가는 자신들의 얼굴이 신기한 듯 거울을 들여다
보며 마냥 즐거워하는 바다, 유진, 슈. 서로 눈이 마주치자 주변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자지러지게 웃곤 한다.
“와! 이건 옛날 우리 엄마 루즈 같애.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슈가 유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뽀뽀를 하려고 하자 유진이 예쁜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인다.
“안돼~ 하지마. 립스틱 뭍으면 메이크업 고쳐야 되잖아.”
실크 소재 바지와 블라우스를 입은 슈는 이제까지 보아 온 중 가장
섹시하다. 긴머리카락을 물결처럼 굵게 컬하고 화사한 프릴이 달린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유진은 꽃집 아가씨처럼 청순하고 예쁘기 이를 데 없다.
동생들보다 늦게 메이크업을 마친 바다.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그녀가 갑자기 허리춤에 손을 얹으며 동생들을 뒤돌아본다.
“짠! 나 어때? 괜찮아?”
“오~ 멋있어” 마치 엄마의 화장한 모습을 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처럼 손뼉 치며 좋아하는 유진과 슈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지켜보던 감독이 촬영 시작을 알린다.
“자, 시작합시다.” 미리 준비된 세트 안으로 <S.E.S>가 들어서자
조명 하나를 더 밝힌 것처럼 주변이 훤해 진다.
준비된 콘티에 따라 포즈와 표정을 시시각각 바꾸던 유진이 갑자기
인상을 찌푸린다.
“잠깐만요.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잠시 촬영이 멈춘 틈을 타 바다와 슈는 또다시 장난 끼가 발동했는지
새소리와 동물 울음소리를 내며 깔깔댄다. “자, 다시 시작합니다.”
또다시 카메라에 불이 켜지고 3집 후속곡 ‘Twilight Zone’이 촬영장 안의 소음을 집어삼킨다. 음악에 맞춰 다양한 포즈를 취하는 바다, 유진, 슈는 더 이상 깜찍하고 귀여운 소녀가 아니었다. 어느 덧
여인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져 간다.
한국에서의 결코 길지 않았던 3집
활동을 마감하고 또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는<S.E.S>. 매번 사랑의 감정만 싹틔워 놓고 떠나버리는 그들을 꽉 붙잡아 놓을 좋은 방법은 없을까?
“우리도 한국에서 오랫동안 활동 하고싶지만 일본에서 다섯 번째
싱글 앨범 ‘Sing of Love’, ‘Miracle’과 두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 때문에 앨범 프로모션 투어를 비롯한 방송 활동을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이번 일본 활동은 예년 보다 좀 길어질 것 같아요. 한국에는 늦어도 가을쯤에 돌아 올 것 같거든요.”
이미 NTV를 비롯한 후지 TV와 요코하마 라디오 등에서 오락프로
고정 출연을 비롯한 호치 스포츠 등 일간지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S.E.S>는 이번에는 도쿄 근교에서 자선 공연을 겸한 대형 야외 콘서트를 선보일 계획이기도하다.
지난해 12월 8일 일본 전역에 발매된 다섯 번째 싱글 앨범 ‘Sing of
Love’는 일본의 유명한 작곡가 <Groovy Boyfriends>의 타카하시
케이이치와 야마모토 케이크가 참가하였으며, ‘Miracle’에는 한국
음악의 히트메이커 김형석이 참가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