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0 국기를 단 마라토너
대한민국이 일제 식민지 하에 그의 옷에는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 마지막 날인 1936년 8월 9일에 손기정과 남승룡이 1등과 3등을 차지했다.
올림픽 마라톤 종목 최초 동양인 우승자이자 마의 2시간 30분대를 깨고 2시간 29분 19초로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남승룡은 중위권에 있다가 2등 하퍼 선수와 딱 19초 차이로 들어왔는데 3등으로 여유 있는 모습으로 골인했다. 세계는 1등으로 들어온 동양인 소년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지만, 정작 그는 시상대에서조차 고개를 푹 숙이고 손기정, 남승룡 두 사람은 일장기를 단 유니폼을 입고 섰다. 월계관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릴 수 있는 손기정이 남승룡은 너무 부러웠다.
1947년 4월 19일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가 열리던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시내의 마라톤 결승선 쪽으로 키 160㎝의 작은 체구의 한 동양인 선수가 1등으로 달려왔다.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들 중에는 "저게 어느 나라 국기냐"며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처음으로 태극기를 달고 뛴 마라톤 우승자'의 영예를 안은 이 선수는 만 24세의 서울 출신 서윤복이었다. 기록은 2시간 25분 39초로 당시 세계 신기록으로 세계 4대 마라톤(보스턴·뉴욕·런던·로테르담)인 보스턴 마라톤 첫 동양인 우승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11년 전 일제 치하에서 일장기를 가슴에 단 채 올림픽 마라톤 우승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손기정 선수의 한을 풀었다.
서윤복의 감독으로 현장에 있던 손기정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코치는 베를린 올림픽 3위였던 남승룡이었다. 서윤복과 얼싸안고 펑펑 울던 손기정은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서군이 부럽다. 태극기를 달고 뛸 수 있는 그는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가." 남승룡은 36세의 나이로 12위를 했는데 페이스메이커로 뛴 것에는 태극기를 달고 뛰어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태극기를 달고 뛸 수 있는 국가가 있고, 세계 어디를 가든지 국적이 있어 보호받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 추위를 가리고 안식할 가정이 있고, 일하러 갈 일터가 있고, 아내와 남편, 자녀가 있고, 공부할 학교가 있고, 친구들이 있어 대화하고, 소속된 그룹이 있다는 것은 가슴벅찬 감사의 일이다. 아프지만 병원에 갈 건강과 치료받을 희망을 가진 자, 물질이 있어 치료 받으로 갈 수 있는 것도 그저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