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참 교사, 이오덕 선생
지난 5일 저녁 청송종합문화복지타운 소강당에서 청송문학의 밤 행사가 열렸다.
(사)한국문인협회 청송지부가 주관한 이날 문학의 밤 행사에는 청송 군수를 비롯한 기관단체장과 안동·의성·영덕·울진 등 인근지역 문인협회 회원과 주민 등 250여 명이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번 문학의 밤은 최근 다섯 권의 「이오덕 일기」가 발간된 것과 때를 같이하여 그를 조명한데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고 이오덕 선생은 청송 출신의 시인이며 아동문학가, 교육운동가로 왕성한 활동을 한 분이다. 행사는 선생의 유고시(遺稿詩) 20여 편이 낭송되고 그의 제자이며 선생의 시 세계를 연구하는 어린이 문화연대 대표인 이주영 문학박사의 시 해설로 2시간여 동안 이어졌다.
이오덕 선생은 1925년 청송군 현서면에서 태어나 1944년부터 1986년까지 43년을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하루도 그르지 않고 일기와 시를 써 온 일화로 유명하다.
2003년에 세상을 떠난 이오덕 선생의 일기가 최근 정리되어 나왔다. 「이오덕 일기」는 산골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1962년부터 2003년 8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오덕이 시대와 맞닿아 쓴 42년의 기록이다." 개인사의 증언일 뿐더러 시대의 기록으로서도 가치가 높을 터이다. 일기가 책으로 출간되기까지의 과정도 지난했을 텐데, "크고 두툼한 일기장부터 손바닥만 한 작은 수첩 일기장까지 모두 아흔여덟 권. 그 안에 담긴 42년의 시간. 그 모든 것이 원고지 3만, 7,986장, A4 4,500장으로 바뀌는데 꼬박 여덟 달이 걸렸다. 그리고 2년 넘는 시간 동안 가려내고 또 가려내어 다섯 권의 「이오덕 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오덕 선생은 평생을 우리말 연구와 어린이를 지키고 살리는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실천하면서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의 바른길을 열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가꾸고 살리는 길을 개척해 온 ‘이시대의 참 교사’로 불리고 있다.
일제 말부터 교사 생활을 시작한 이오덕은 일제 군국주의를 위한 식민지 노예교육과 미국의 경험주의 교육을 벗지 못하는 한국의 교육 현장을 끊임없이 질타했다. 그는 우리 겨레와 겨레의 희망인 어린이를 지키는 교육으로 ‘삶을 가꾸는 교육’, 즉 ‘참교육’이라고 했다.
참교육은 1980년대를 지나면서 교육민주화와 교육개혁을 지향하는 용어로 부각되었다.
청송문협 박성애 회장은 “선생의 유고시집을 읽노라면 아이들의 순수함과 자연, 그리고 우리말을 진심으로 사랑한 선생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며 “문학의 밤을 통해 어린 시절 순수했던 마음을 회상하며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존경할만한 교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이오덕 선생의 삶은 모든 교사들의 사표가 될 만한 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오덕 선생의 일기를 읽고 우리말과 글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느끼면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순수함과 배웠으면 한다.
성범죄,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차별적 시각 바꿔야
최근 대학가에서 발생하는 성추문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수와 남학생이 여학생을 “몰카”로 찍고,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는 일까지 생겼다. 대학이 성범죄의 장소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억장이 무너진다.
지난 한 주 사이 고려대에서는 교수와 학생의 성추행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교수 한 명은 진로상담을 하러온 여학생과 부적절한 접촉을 한 것으로 밝혀졌고, 또 한 교수는 영화관에서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여성의 치마 속을 찍다가 적발되어 사직했다고 한다. 심지어 연구실에서도 여학생들의 신체 부위를 찍어 보관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남학생이 여학생 19명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28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각 대학 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성범죄 사례는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0년 0.8건, 2011년 1.2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별로 1건씩이라고 해도 모두 합치면 성폭력 피해자가 해마다 수백 명이 된다는 말이다.
인간 사회의 도덕이나 규범, 법과 제도는 대체로 인간의 기본 욕구를 통제하고 조절하는 과정 속에서 발전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 불교와 같은 보편 종교의 역사나 세속 국가의 역사를 성찰해 보면 이런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성범죄는 인간의 탐욕적 이기심 때문에 발생한다. 인간의 이기심을 자연 상태 그대로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암흑과 같은 아비규환으로 빠져들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규제해서 파국을 막고 각 개인의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자유주의의 근본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범죄의 근본 동인은 인간 특히 남성들의 성욕에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자연 상태 그대로라면 그러한 인간의 성욕과 그 욕구 분출 행동은 그 어떤 것이라도 비난받을 일이 못 될 것이다. 그러나 동등한 인격을 전제로 한 현대사회에 있어서 일방적 욕구 충족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각 대학은 성범죄에 대해서는 조금도 용서 없이 강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일상 속에 퍼져있는 한국내의 성 문제에 대해서도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음담패설을 농담처럼 행해지는 현실에서 성범죄는 근절될 수 없다. 아울러 초등학교에서부터 성범죄 예방 교육과 양성평등 교육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성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데에 대해서는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논란이 생기는 것은 아마도 묵시적 도덕률로써 해소되어야 할 부분이 명시적 법률로 강제되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인이 봉착하고 있는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대학 내에 퍼져있는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차별적인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문제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