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MBK)의 딜러인 한성자동차가 지난 1월 중고차사업을 접은 반면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DCK), BMW코리아 및 포드코리아 딜러 선인자동차는 올해 중고차사업을 확대 운영한다. 한성의 경우 누적된 적자로 중고차사업을 아예 포기하고, 신차 구입 시 기존 보유차를 처리해야 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중고차업체를 통해 위탁 판매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MBK 관계자는 “중고차사업은 이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당분간 새로 시작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2002년 수입차업계의 판매볼륨이 한창 커질 때만 해도 업계는 중고차사업에서 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각 업체별로 적극 검토에 나섰다. 그러나 2003년 하반기부터 경기침체로 중고차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신차 판매에 각종 프로모션 등으로 중고차 시세가 떨어졌기 때문. 현재 대부분의 업체들은 벤츠처럼 위탁판매 형식으로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업체들이 중고차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신차 판매에 도움이 되는 데다 볼륨이 있는 브랜드의 경우 중고차사업으로도 어느 정도 수익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신차 볼륨은 전년보다 커졌으나 할인 및 각종 프로모션 등으로 차 1대 당 이익은 크게 줄어 올해부터는 흑자구조를 만들자는 업계의 목소리도 중고차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러나 아직 수입차업계의 중고차사업은 초기 단계여서 가야 할 길이 더 멀다는 견해가 많은 편. 각 업체별 중고차사업 계획을 알아봤다.
▲DCK, 올해 중고차사업 대폭 확대
DCK는 국내 수입차업체들 가운데 최초로 2003년 10월 서울 양평동에 420평 규모의 중고차 전시장을 직접 개장, 지난해의 경우 170여대를 사들이고 140여대를 판매했다. 한 달 평균 11대 정도 판 셈이다. 한 달에 20여대를 팔아야 수익이 나는 구조여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DCK측은 “지난해는 제대로 판매를 시작한 첫 해이므로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올해는 매매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측은 올해부터 중고차사업을 대폭 강화한다. 일단 일반고객의 매입용 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판매차 대부분은 회사의 시승차나 업무용차, 신차 구매 고객, 또는 렌터카업체에 팔았던 신차들을 1년이 지난 후 중고차로 되사들인 경우였다. 그러나 새해부터는 일반고객 매매를 활성화시켜 수익을 낸다는 계획이다. 이 곳의 올해 판매목표는 260대 정도. 무상 보증기간이 끝난 차의 경우 1년 2만km까지 보증해주고 있으며, 중고차 매입과 판매 시에도 철저한 품질점검을 거치는 게 특징.
▲BMW코리아, 딜러들의 중고차 합작법인 설립 및 통합운영
지난해까지 딜러들에게 중고차 매매권을 부여해 서울 3곳, 부산 4곳, 인천 1곳 등 전국에 8곳의 중고차 전시장을 유지시켰던 BMW코리아는 오는 5월부터 새로운 중고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리미엄 셀렉션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걸 도입하는 것으로 아시아지역에서는 처음 실시된다.
우선 딜러들이 출자해 중고차사업을 위한 독립법인을 세워 서울 강남에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에 150대 정도의 중고차 전시장을 연다. 이렇게 되면 딜러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했던 매장들은 단계적으로 문을 닫게 된다. 또 공동 출자인 만큼 수익은 지분별 또는 판매기여도별로 차등 지급하게 된다. 이 밖에 애프터서비스는 물론 중고차 전문 할부금융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된다. 현재 딜러들과 장소 및 시행방법, 무상 보증기간 등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중이다.
BMW 관계자는 “ BMW에서는 딜러들에게 수익을 주기 위해 마케팅 등의 비용으로 10억원을 별도 지원하되 이익금을 챙겨 가지는 않을 계획”이라며 “올해 판매목표는 1,000대 정도”라고 설명했다.
▲선인자동차, 중고차 인허가 내고 사업 확대 고려
포드코리아 딜러인 선인자동차는 중고차상사 인허가를 낸 후 홈페이지인 바이포드(www.buyford.co.kr)를 통해 중고차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 정비공장 4~5층에 180평 규모의 전시공간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50~60대 정도를 판매, 소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선인측은 “중고차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준비는 끝난 상황으로 진입시기만 엿보고 있다”며 “올해 경기상황이 풀릴 조짐이고 신차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별도의 중고차 전문팀을 구성하는 등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