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풍성한 삶으로 가는 길
-황정한 / 공터 2020년판
한 권의 책 속으로 여행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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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긴 여행과 같다. 수많은 문학 작품에서는 사람을 ‘인생의 여행을 떠나는 나그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삶의 여정 중간 중간에서 사람들이 쉼을 얻고자 할 때 선택하는 것은 여행이다. 여행은 복잡다단한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떠나게 함으로서 지친 영혼에게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아서 이런 기회들을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제공하지 못한다. 이때 방편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독서다.
독서는 잠시 세상과 다른 세계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다.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고 다른 세상을 여행하며 꿈을 꾸는 시간은 삶에 지친 모든 현대인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힐링 타임을 제공한다.
책 <에콰도르, 풍성한 삶으로 가는 길>은 어렵지 않은 문장들로 엮어져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가며 잠시 다른 세상을 꿈꾸며 여행하는,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는 편안한 시간으로 곁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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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는 태평양 해안지역, 안데스 산맥지역, 아마존 열대우림지역 해서 3개 권역으로 크게 나눈 지역에 다양한 사람들이 분포해서 살고 있다. 사는 인종도 스페인 본토에서 넘어와 혈통을 유지하는 부류(크리오요)와 현지 원주민과 결합해서 낳은 혼혈인종(메스티소), 오랜 시간 터전에서 살아온 본토 원주민(인디안)과 노예로 팔려와 정착한 흑인들, 그리고 유럽과 아시에서 이주한 이민자들로 다양하게 섞여서 살고 있는 나라다.
역사적으로는 페루의 잉카 문명의 영향을 받았고, 스페인의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서구식 종교와 문화가 유입되어 다양화되면서 2차 세계대전이후로 수많은 제3세계 국가처럼 서구열강의 식민지로부터의 독립에 대한 열망과 정치이념의 갈등을 거치며 근대화 과정을 통과하여 지금의 국가가 형성되었다.
책을 읽어가며 느낀 감동적인 부분은 미국처럼 원주민인 인디안이 멸종단계까지 삶의 터전에서 밀리지 않고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토착 원주민들의 전통을 존중하여 헌법에 그들의 사상을 수용하여 명기하며 삶의 터전을 합법적으로 보장해주었다는 점이다.
자연을 사람의 영혼처럼 존중하며 공존의 기반으로 여기는 원주민들의 사상-풍성한 삶은 자연으로부터 온다-은 자본주의와 이기주의에 매몰된 현대 국가 사회의 각박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며, 서로 나눔과 베풂의 풍요로움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동시에 미래 사회에 거는 인류의 희망을 지향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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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안의 에콰도르 지역은 전반적으로 평온하고 따스하다. 어쩌면 에콰도르가 보이는 삶의 이면이 이렇듯 평화롭고 따스함을 지향하기 때문인 것 같고 저자의 기획과 서술 기법적 측면에서 그렇게 유도하는 면도 크다고 하겠다. 저자는 오랜 기간 에콰도르에서 코트라(KOTRA) 관련 업무에 종사하며 느낀 애정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일 게다.
안데스 산맥 곳곳에서 느껴지는 풍경 사진과 안내는 편안하다 못해 먼 고향을 찾는 아늑한 느낌을 갖게 한다. 비정한 도시의 차가움 대신 민속전통 차림의 소박한 원주민들의 표정과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지도급 인사들의 소개에서 평화로운 공존과 풍요한 삶을 지향하는 다소 느리지만 목표가 확고한 사람들의 희망을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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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에콰도르의 잉카문명 시대의 역사,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역사,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후의 근대역사 등의 역사가 설명되고, 지금의 국가형태를 이루기까지의 국토의 개발 과정, 정치, 경제, 문화 등이 상세히 안내되어 있다. 또한 지금의 에콰도르를 유지해온 정체성과 인종간의 화합과정 뿐만 아니라 현대 에콰도르를 움직이는 지도층 인사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미술계의 세계적인 거장 과야사민과 축구계 소식 등을 모아 소개하는 별도의 장도 있어 에콰도르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있어 조금도 손색이 없다.
에콰도르는 먼 나라였다. 이 책을 접하지 않았으면 아마 중남미의 한 나라로 치부되며 별 관계가 없는 국가였을 수도 있었는데 우연히 이 책을 읽음으로서 어느 나라보다도 가까운 이웃국가로 탈바꿈되었다. 역시 저자의 공이 큰 덕이다.
퇴근 후 짬짬이 읽었는데 힘든 일상을 잊게 해주었고, 소년처럼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 충만한 마음으로 재미있고 편안한 시간이 되어준 고마운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23.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