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앤들 산악회 여러분들에게
지금 시각, 새벽 한 시 사십 팔분입니다.
모두들 잠든 시간이겠지만,
충청도 가야산 산행을 앞두고 생각나는 몇 가지 소회를 두서없이 적어 볼까 합니다.
늦은 밤, 불면의 시간을 존 업다이크의 'Rabbit is lich' 란 소설을 읽으면서
불현듯 산악회가 떠 올랐습니다. 소설 내용중에 산악회가 나온다거나
삼도봉이 나온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아무 연관도 없는 문장에
왜 산앤들 산악회가 떠올랐는지 알 수 없지만, 저는 읽고 있는 책장을 덮고는
산앤들 카페를 찾았습니다.
최근에 느낀 것이지만 카페에 방문하면 전에 없는 서먹서먹함이
곳곳에 배여있는듯한 느낌때문에 당황스럽습니다.
자주 오시던 분들의 발길이 끊기고, 댓글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를 열어놓고 입구에서 많이 망설였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new의 이니셜인 'n'을 사각 테두리로 담아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고 표시된 것을 모두 열어보았습니다.
지금이야 습관처럼 카페를 방문하지만, 글을 올리는데만 신경썼지
남의 글을 잘 읽지 않았습니다(지금은 빠짐없이 보지만.).
마음의 소리에 '서로가 서로를 알아간다는건'에 나오는 멜로디가
알 수 없는 슬픔에 젖게 했습니다. 그저 감상적이라고 꾸짖어도 괜찮습니다.
아니 melancholy에 젖은 우울증 환자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그런 기분으로 이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저는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그리고 남미의 브라질과
에비타의 슬픈 사연이 있는아르헨티나와
7대 불가사의라고 하는 나스카까지 여행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항상 트러블때문에 혼자 여행하는 스타일이죠. 그런 제가
산앤들이란 산악회를 따라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이
그 소식을 들었다면 '그 자식 많이 변했네' 라고 핀잔을 줄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정말로 끔찍하게 생각했으니까요.
처음 산행한 곳이 노인봉이라 힘이 들었지만 다리가 많이 아팠다는것말고는
정말로 유쾌한 추억이었습니다.그것보다도 산행에서 알게된 산앤들 사장님과 사모님,
산악대장 민병서님과 그림자인 뚱, 그리고 작은 뚱,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들겠다는 아이디를 가진 최준석님,
새꼬시같은 뚱 임영아씨,
그리고 카페를 통해 알게 된 인어공주님과 박은영씨와의 삼도봉 산행.
그리고 너무나 저에게 잘해주신 성실한님(제가 찾아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과 단장님.
정말 빠르고 가깝게 알게 된 분들입니다.
그렇게 알게 된 분들이 지금은 많은 갭(Gap)이 있는것처럼 느껴집니다.
어디까지나 식스센스(육감)이지만, 말입니다.
저는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분들과 여행을 한적이 처음입니다.
그 흔하디 흔한 수학여행도 가지 않았습니다. 여럿이 어울린다는 것이 정말 불편하고,
알 수 없는 불안감때문이었지요.
저는 혼자 생활하고 혼자 여행하는 것이 천성이 되어버려 훨씬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런 제가 40명도 넘는 분들과 산행을 했다는 것은 그것도 두 번이나 그리고
가야산까지 간다니 정말 제 자신도 뜨악할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노인봉 산행에서 만났던 분들이 허물없이 대하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베풀어주어 주었기때문에 자꾸 산행이 기다려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분들은 간데없고........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저는 언제가 산행기에서 산을 내려가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하게 올린적이 있었습니다.
산행하는 연령층이 40대가 넘은 분들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을것입니다.
인생으로 치자면 정점에 터치하고, 이제 산을 내려가고 있는 중일것입니다.
정말 조심해서 내려가야겠지요.
인생이나 산행에 있어 내려가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발을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그야말로 천길낭떠러지에서 구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앤들 산악회원 여러분!
산을 내려올때,
인생으로 비유하자면 한 번도 내려가보지 못한 길이기에
갈래길이 나오면 순간 당황하고 다시 자기가 가는 길만이 맞는 길이라고 다투면서
우격다짐도 있을것입니다. 아니 멱살을 잡고 싸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잠시 생각해봅시다.
그렇게 다정하게 등산을 하면서, 갈증나면 서로에게 시원한 물을 주기도 하고,
힘들면 뒤에서 밀고 당기어 주기도 하고, 무거운 베낭을 대신 짊어 주기도 했던
우정들을 산행하면서 다 배웠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여행이란 '트래블Travei'은 이런 저런 '트러블Trouble'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이 두 단어의 어원은 같다고 합니다.
친구들과 의견차이나 대립은 인생이란 산행의 고통에 비하면
트러블은 정말 단순하고 가려움증보다도
사소한 해프닝입니다.
막거리 한 잔 하면서 서로 등을 도닥도닥하면 서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고 말것입니다.
사소한 감정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산을 찾고 호연지기를 취하면
그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갈래길에서 서로의 주장은 다 맞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갈래길때문에 다툰 것은 서로에게 상처만 주는 아픔일 것입니다.
산앤들 산악회는 '산앤들' 것만이 아닙니다.
산앤들 산악회를 통해 만들어진 작은 만남과 소통의 공간은
산앤들 산악회를 통해 만들어진 인연의 공간입니다.
개인의 호불호를 떠나 처음의 인사소개처럼 모두가 이끌어 가야하는
그런 산악회입니다.
산은 가까이에서 보면 산을 이루고 있는 나무와 수풀 그리고 돌들이 잡다하게
보일 것입니다. 우리의 사소한 감정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산을 멀리서 보면 사소한 감정같은 가시덤풀은 이미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처럼 말입니다.
조금만 멀리 떨어지면 사소한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9월 9일 모두 산행을 마치고 소주 한 잔 하면서 허심을 탄회합시다.
허
심
탄
회
바람꽃 주절주절 씀
첫댓글 그런데 어쩌지? 이번의 산행은 강천산이 아니라 가야산으로 바뀌었는데...아직도 글을 올리는데만 신경쓰고 남의 글은 잘 읽지 않는 모양이네요(본인의 말을 인용한 것이니 오해 없기를...) 아뭏든 나는 이번에는 못 가게 되었네요. 잘 다녀오길!!!
가야산으로 수정했습니다. 꾸벅 감사 죄송.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민둥-산(-山) 이라함은 나무가 없이 흙이 드러난 번번한 산. 독산(禿山). 벌거숭이산을 말하지요.어차피 학문이나 진실이란 진실과 상관없는 인간이 만든 개념이지요.
나는 모난 그릇을 보는게 아니라 절대 변할 수 없는 물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인생이란 하루 하루의 더하기지요. 하루의 쓰라림이 있다고, 인생이 곤고한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비틀지 말라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