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신념, 영화 <12명의 성난 사람들>
202011648 신현우
편견 없이 논리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까. 또는 여러 사람들이 모두 객관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의견을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가능할까. 편견은 언제나 진실을 감춘다. 지나친 감정이입은 판단기준의 쟁점을 흐리게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점을 알고도 막상 자신에게 닥쳐온 상황들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 이러한 점은 평소 무언가를 판단할 때 어려움을 겪는 나와도 연결된다. 이 영화는 편견과 진실을 정확히 가려내야 재판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12명의 배심원들끼리의 갈등을 나타낸다. 나는 이 배심원 12명이 평소 나의 모습과 비슷하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이 영화는 소년이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판결을 기다리는 것에서 시작한다. 최종판결은 12명의 배심원들이 하며, 반드시 유죄 혹은 무죄가 만장일치로 확정되야 죄를 확정할 수 있다. 만장일치로 유죄로 최종판결될 경우 소년은 사형 집행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칼과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는 목격자 증언 등 여러 정황들을 고려했을 때, 소년이 유죄를 받는 것은 당연해 보였고 실제로 그렇게 마무리 될 줄 알았다. 하지만, 8번 배심원이 한 아이의 생명과 관련된 무거운 사건으로써 합리적인 의심을 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나머지 11명의 배심원들이 유죄를 주장할 동안 무죄를 주장해 사건의 진위를 밝혀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유죄파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8번 배심원의 주도로 상황을 가정하고, 직접 거리를 재보기도 하는 등 사람들은 증언의 타당성을 평가한다. 참고로 이 때는 무더운 여름이었는데, 선풍기까지 망가져 사람들의 신경은 점점 예민해져가고 있었다. 8번의 논리적인 설득에 무죄로 기운듯 했다. 토론 도중, 계속 유죄를 고집한 10번 배심원은 소년이 살고 있던 빈민가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그에 대해 나머지 배심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 서있는 행위로 대적하는데, 이는 무언의 협박으로 10번 배심원은 자신이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무죄로 입장을 바꾼다.
영화는 1957년 개봉해서 흑백영화로 세트장 등 최신 영화와 매우 다른 느낌이 난다. 그리고 작고 한정된 하나의 공간에서만 촬영이 진행되기 때문에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액션 없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로만 진행된다. 하지만 배심원 12명끼리의 끊임없는 토론과 갈등은 오히려 한정된 공간이 영화에 몰입하게 도움으로써, 내가 능동적으로 토론에 직접 참여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좁은 배심원실은 창문이 있어 바깥 풍경이 보이는데, 이것은 장소가 넓게 보이는 효과를 제공했다. 초반 장면부터 더운 날씨에 망가진 선풍기는 토론이 깔끔하게 끝나지 않을 것을 암시하고, 배심원들의 땀을 클로즈업함으로써 직접적인 표현없이도 현재의 상황을 잘 알수 있었다. 후반에 고쳐진 선퐁기는 땀을 식히는 역할로서 어느 정도 갈등 해소의 조짐을 나타낸 듯하다.
이 영화에는 편견과 신념, 밝혀지지 않은 진실, 가벼운 판단, 지나친 감정, 원망 등이 12명의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나는 그 중 편견과 신념에 눈길이 갔다. 8번 배심원은 홀로 무죄를 주장하며 "이럴 때 개인적 편견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언제나 편견이 진실을 가리기 마련입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는 살아온 환경과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사람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나는 이 과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개인적 편견을 가지고 하나의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처럼 편협된 생각은 사고의 폭을 제한하고 오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어떤 의견을 주장하거나 판단하는 데 있어서 8번 배심원처럼 명확한 신념을 가져야 겠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