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4회에 걸친 구라를 찾아서를 통해 디지털 TV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찾아서 비판해 드린 바 있다. 이들 기사는 또한 일부 AV관련 리뷰들이 제조사의 앵무새 역할밖에 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보여 주기도 했다. 물론 제조사만큼 전문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리적 목적에 의해 고의로 정보를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되곤 한다. 영리 기업이 도덕군자처럼 살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최소한의 선을 지키자는 것이다.
구라를 찾아서(5)'의 마지막 시리즈로는 디지털 TV/방송과 관련된 공식적인 사이트에서마저 왜곡된 정보를 게재하고 있는 부분을 파헤쳐 드리려고 한다.
정부 지원 사이트마저... 내 세금 돌리도!
아래의 그림은 '디지털방송 포털(DigitalTV)'이라는 사이트(www.dtv.or.kr)의 메인 페이지를 캡쳐한 것이다. 사이트의 하단에 보면 '본 홈페이지는 디지털 방송정책 및 방송서비스 이용방법 홍보를 위해 정보통신부 지원으로 전파진흥협회에서 운영 및 관리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디지털TV 및 디지털 방송, DMB 등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하고 있다.
※ 디지털방송 홈페이지 (www.digitalTV.or.kr) 메인
이 사이트에 소개된 내용데로라면 정부(정보통신부)의 지원금을 받아서 '전파진흥협회'에서 만들었다는 것인데... 여기에 올려진 내용 가운데 디지털TV 관련된 설명(디지털TV 소개>>DTV종류)이 터무니 없는 엉터리 정보로 가득하다. 다시 말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엉터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어떤 것이 엉터리인지 하니씩 살펴 보기로 하자.
친숙했던 CRT-TV... 이제는 굿바이?
* 주사선수나 화질 구현능력이 뛰어나다고?
맞다. 화질 구현능력은 뛰어나다. 이것이 아날로그 디스플레이인 CRT의 최대 장점이다. 디지털 TV로 만들더라도 CRT는 결국 아날로그적으로 주사(scan)해 주기 때문에 계조표현력이 매우 좋다. 요즘 LCD나 PDP TV는 10~12비트로 신호를 처리함으로써 수십억~수조개의 컬러를 재현한다고 홍보한다. 이런 식으로 따질 경우 CRT는 무한대의 계조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아날로그이므로.
하지만 '주사선수(scan line)'이 더 뛰어나다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 마치 CRT는 주사선의 숫자가 LCD나 PDP 보다 더 많기 때문에 화질이 좋다는 뜻으로 들린다. LCD나 PDP와 같은 FPD들은 CRT와 같이 전자총으로 주사(scan)를 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개념으로 따져 보자면 더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다. 모든 디지털 TV들은 그 디바이스의 종류와 관계없이 수직 해상도의 수준(일반적으로 SD급, HD급, Full HD급으로 분류)에 따라 주사선이 더 많을 수도 있고, 적을 수도 있다.
* CRT가 수명이 길다고? 그런데...
도대체 이 장단점 부분을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묻고 싶다. '수명이 길다'는 것의 정의가 무엇인가? 몇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야 길다고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아래의 LCD와 PDP에 대한 장단점을 보면 아시겠지만... 전부 '수명이 김'이라고 되어 있다. 전부 똑같다면 그게 왜 장점인가? 그냥 그런 것이지.
LCD-TV에 대한 오해와 편견들
100년 넘게 사용해 온 낯익은 디스플레이라서 그런지 CRT에 대해서는 대략 별로 틀린 얘기가 없다. 그런데 최신의 평판디스플레이 기기인 LCD와 PDP에 대해서는 잘못된 정보가 상당하다. 아마도 이들 FPD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는데 비해, 이 사이트의 정보는 약 5년 전의 정보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된다.
* LCD가 디지털 TV 방송에 최적이라고?
도대체 무슨 근거로 LCD가 디지털 방송에 최적이라는 말인가? 아마도 해상도만을 고려해서 쓴 얘기인 것 같은데 지나치게 LCD를 미화하고 있다. 디지털 TV 방송에 최적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근가가 무엇인가? 패널이 디지털로 구동되면 최적인가? 아니면 '액정'이 들어가있기 때문인가? 좀 황당하다. 근거를 밝혀라!!!
* LCD-TV가 전력을 적게 소모한다고?
이미 '구라를 찾아서(1)-에누리의 DTV 구매가이드'를 통해서 밝혀 드린 바와 같이 LCD도 TV용 대형 화면으로 가면 전력 소모량이 만만치가 않다. 특히 CRT나 PDP와는 달리 LCD는 백라이트는 계속 켜져 있는 상태에서 액정이 커튼 역할만 해 주기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고압방전을 하는 PDP 보다도 오히려 조금 더 나오기도 할 정도이다. 고휘도의 대형 백라이트가 여러 개 사용되기 때문에 '열(Heat)'도 꽤 많이 나온다. 오죽하면 소니 브라비아 LCD-TV에는 팬(Fan)을 2개씩이나 달았겠는가? 다시 한번 전력 소모 비교 테스트 결과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의 호환성?
근거를 따로 밝히지 않고 결론만 내 놓았기 때문에 왜 이런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나오는지 추정하기가 힘들지만, 아마도 LCD가 기본적으로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에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의 호환성'을 얘기하고 있는 듯 하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들이란 무엇일까? 디지털 TV와 호환할 기기란 DVD플레이어, 셋탑박스,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기기들이 CRT나 PDP-TV와 연결되었을 때에는 호환이 되지 않나?
* 수명이 긴데 왜 백라이트 교체가 필요하지?
LCD에서도 수명이 길다는 점을 장점으로 넣었다. 그런데 단점에 보면 '백라이트 교체 필요'라는 단어가 있다. 그렇다면 백라이트를 교체 해 넣으면 수명이 길어진다는 뜻인가, 아니면 일단 수명은 긴데 백라이트를 교체하면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뜻인가? 여러분들도 좀 황당하지 않으신가?
참고로 설명드리자면 LCD는 백라이트를 광원으로 한다. 따라서 백라이트만 교체해 넣는다면 액정 자체는 거의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차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들이 말하는 '디스플레이의 수명은 휘도(Luminance)가 초기 대비 50% 정도의 수준으로 저하되는 시점'을 말한다. 그리고 CRT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명이 낮았던 LCD나 PDP-TV 들도 요즘은 약 5 ~ 6만 시간 정도의 수명을 가졌다고 홍보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수명 차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초대형 사이즈의 패널 양산화 애로? 고가의 패널 가격?
약 5년 전만 해도 LCD는 기껏해야 40인치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이상은 PDP가 득세할 것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LCD-TV는 이미 50인치급 이상의 크기도 잘 팔리고 있고, 80인치를 넘기는 제품도 개발이 된 상태다. 대형화에서는 PDP가 유리하다는 정설(?)을 깨 버린지 이미 오래다. 요즘 한창 디지털 TV의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렇게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를 해서야 되겠는가? 가격도 마찬가지다. 너무 빨리 떨어져서 PDP를 위협할 정되인데... 정보 업데이트 좀 하시라.
PDP-TV에 대한 왜곡과 과장
* 인테리어적 측면, 설치상 혁신적인 공간 활용?
이 말 자체는 맞다고 본다. 하지만 PDP 보다 더 얇고 가벼운 LCD-TV에는 왜 이런 것이 장점이 될 수 없는가? 3개의 디스플레이를 공평하게 비교해야지 어떤 것은 CRT와 비교하고, 어떤 것은 LCD와 비교하면 되겠는가? 이 표현은 LCD에 더 어울린다. 최소한 LCD와 PDP 모두에게 적용했어야 했다.
* 제작비가 많이 들고, 가격이 비싸다고?
만약 CRT와 비교한다면 제작비가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요즘 디지털 TV 사는 사람들이 PDP를 LCD와 비교하지 CRT와 비교하는가? CRT 보다는 비싸겠지만 LCD 보다 저렴하다. 내용을 잘 모르는 초보자가 읽는다면 PDP는 가격도 비싸고, 전기는 많이 먹지만 장식품(인테리어)으로 쓰면 좋다는 생각을 가질 것 같다.
프로젝션 TV에서도 LCD 밀어주기?
* LCD는 자연스럼 색상, DLP는 심도깊은 원색을 표현한다고?
AV관련된 사기성 리뷰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표현이다. 일단 CRT의 색 표현력부터 보자. 'color 색상 표현'???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컬러 CRT-TV가 당연히 color=색을 표현하지 흑백 화면을 표시하겠는가?
CRT는 거의 표준적인 색감과 무한대의 부드러운 계조를 표현해 준다. 이에 비해 LCD나 DLP로 만드는 프로젝션 TV들은 CRT방식에 비해 더욱 밝고 선명하게 보여주기는 하지만 이것이 '자연스럽다'거나 '심도 깊은 원색'이라는 표현은 매우 부적절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년특집]구라를 찾아서(4)-소니 브라비아 LCD-TV 리뷰'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 응답속도가 어째서 DLP가 가장 빠르고, CRT가 가장 느릴까?
이 장단점을 쓴 사람이 '응답속도(Response Time)'을 어떻게 정의했는지 매우 궁금하다. CRT는 micro second단위의 응답속도 특성을 가지고 있어 잔상으로 인한 불만족감이 거의 없다. 반면에 PDP는 약 8 ~ 12ms, LCD는 8 ~ 25ms 정도의 응답속도를 가졌기 때문에 CRT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잔상이 많다.
* LCD-PJTV가 가장 눈이 편안하다고?
매우 주관적일 수 있는 부분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부분은 시청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특히 제조사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크다. 일반화시키기 어려운 부분을 너무 과감하게 딱 잘라 말하고 있다.
만약 필자가 프로젝션 TV를 사야 한다면 아마도 DLP 방식을 살 것이다. 충분히 밝고 선명하다는 것을 익히 봐서 알기 때문이다. 반면에 기존에 보아 온 대부분의 LCD 방식 프로젝션 TV의 경우 어두워서 눈이 불편했다. 하지만... 최신의 LCD 방식 프로젝션은 오히려 DLP 보다도 더 밝고 선명할 지도 모른다.
이상 '디지털방송'이라는 공공 사이트의 'DTV종류'라는 코너에 게재된 일종의 구매가이드의 문제점을 간략히 살펴 보았다. CRT, LCD, PDP, 프로젝션 TV 등 종류에 따른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은 좋은데... 약 4~5년의 오래 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라 현재 시점에서 디지털 TV를 구매하려고 하는 분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도움이 안 되는 정도가 아니라 어찌 보면 심각한 수준의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세금이 아깝다. |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우리동네 헬쓰장에 삼성 DLP 가 있는데 엄청 잘 나와요. 사람들이 일반채널로 마이걸 보길래 내가 HD채널도 잡아 놨는데, 무지개 노이즈 보려고 눈을 굴리다가 그만 눈만 아팠던 기억이.....
CRT와 LCD 프로젝션을 비교한게 아니구... CRT프로젝션이랑 LCD프로젝션을 구분했는데.. 좀 오해를 산듯 한데용?? CRT 프로젝션이 이미 사양길로 가서 그런가? 글구... 세금이랄수도 있긴 하겠지만 전자진흥협회는 가전사들이 돈걷어서 만든 협회인데... ㅋㅋㅋ 그거보다 방송사들 콘텐츠 제대로 안만드는게 더 아깝죠^^
오해가 아니죠 CRT 프로젝션과 LCD 프로젝션을 구분한거 맞습니다 편의상 CRT라고 한것뿐 ~! 다시한번 자세히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