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상형문자
임유화
어머니에게는 어머니만의 문자가 있었다
어머니만의 상형문자는
자식들을 십이지(十二支) 띠를 그리고 있고
그 옆에 전화번호를 숫자로 그린 고대 이집트 음가문자이다
종종 전화선 타고 안겨오는 어머니의 분홍 꽃돼지
내 전화번호 적힌 목걸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내 어머니 상형문자는 갑골문자가 아닌
아메리카의 단순한 그림문자를 뛰어넘은
그대 이집트의 상형문자이다
어머니의 돼지그림을 보면 “자식들” 소리가 난다
꼬깃꼬깃한 메모지에 그려진
때로는 둘째딸유실이의 목소리도 들린다
유실아 서울 아이들은 잘 있냐?
첫마디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외손자 걱정에 숨겨놓은 어머니 마음
내 걱정 어머니 걱정
서로 닮았다
내 어머니만의 문자는
거북 등딱지도, 수소 견갑골도 아닌
더더구나 동굴 속 바위벽도 아닌
여러 날 궁금증에 침샘 말리다
어머니 가슴팍에 새기는 뜻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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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상형문자/임유화(한국방송통신대 주최 전국 문예지 경연 시창작 우수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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