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로 가는 열차역 안은 이제 막 입학하는 아이들과 그들의 짐을 한 가득 실은 카트를 끌고 가는 부모, 혹은 집요정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해리 역시 그 사이에 끼어 지난 날 자신이 입학하던 일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미소짓는다. 작달만한 신입생들
뒤로 보이는 낯익은 모습에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것도 잊고 급히 열차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긴 열차만큼이나 길게 늘어선 통로를 따라
무작정 걷기만 하던 그는 열차의 가장 앞쪽에 위치한 문앞에 다다라서야 걸음을 멈췄다. 작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안의 풍경에 허락도 없이
벌컥 문을 열어 들어간다.
"그 동안 예의범절이란 것도 잊어버린건가, 포터."
"잊지않으셨죠? 저랑 한 약속."
해리의 말에 짜증이 가득 묻어나는 얼굴로 손에 들려진 책만 바라본다. 아니, 그는 해리가 들어오기 전부터 지금과 같은 자세로
조금의 변화도 없이 앉아있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무례하게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 이가 해리 포터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해리 역시 그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그의 맞은 편에 팔짱을 끼고 털썩 주저앚았다.
"이렇게 멋있는 남자를 앞에 두고, 딴짓만 하는건 그만두죠. 스네이프 교.수.님."
굳이 자신의 직위를 끈어 부르는 목소리에 발끈한 스네이프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해리는 그대로 굳어버린게
아닐지 의심이 되는 그의 손에서 가볍게 책을 꺼내 자신의 옆에 내려놓는다. 그제야 차가운 눈동자를 들어 자신을 보라보는 스네이프의 모습에
좀 전과는 다른 만족스런 웃음을 띈다. 그렇게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다 -스네이프의 입장에서 보자면 노려보는- 질렸다는듯이
고개를 돌리는 스네이프의 모습에 살풋 인상을 찡그린 해리가 그의 얼굴을 잡아끈다. 그에 더욱 인상을 찌프린 스네이프가 탁하고
해리의 손을 쳐냈다.
"약속. 잊었다고는하지마요. 아무리 나라도 상처받을꺼니까."
"알았으면 이제 자기 자리로 돌아가라, 포터."
스네이프의 말에 한숨을 내쉰 해리는 포기했다는 듯이 두손을 들며 몸을 뒤로 기댄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에요. 정말 나같은 남자 없다니까요. 이번에도 거절하면 후회할꺼에요. 스네이프.
멋진 남자가 되면 나랑 결혼한다고 했잖아요."
"생각해본다고 했을뿐이다."
"쳇, 그거나 그거나"
해리의 억지에 풀릴 줄 모르는 인상이 더욱 깊어진다. 어쩔수없다는 듯 이번엔 스네이프가 한숨을 내쉰 후 뭐라 말하려하자 자신의
입술 위로 손가락을 올리며 말하지말라는 해리의 모습에 다시 입을 다문다.
"무슨말 하려는지 알아요, 또 판에 박힌 이유로 거절할 생각이죠. 이미 부모님도 허락한 사인데 정말 너무하네~
그 자의 손에서 당신을 구했을뿐만 아니라 덤으로 마법세계까지구하게된, 세간에 떠드는 말로 영웅 해리포터가 이렇게 좋다고
고백하는데 말이죠."
"그럼 그 잘난 영.웅.님께선 그에 걸맞는 참한 여성과 만나지 그래, 이런 볼품없는 교ㅅ.. 아저씨가 뭐가 좋다는거지."
"아.. 나 방금.. 상처 받았어요."
해리의 말에 퍽이나 라는 얼굴로 도로 책을 뺏어 든 스네이프는 이제 그만 나가보란 듯이 대충 손을 몇번 공중에 휘젖고는 다시 책 속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그런 스네이프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만 보던 해리는 나중에 후회해도 모른다는 말을 남기고는 자리에서 떠났다.
문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열차가 달리는 소리에 그의 발소리가 묻힐때까지 가만히 책만 바라보던 스네이프는 그제야 해리가 앉아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그때 그대로 시간이 멈췄다면 좋았을텐데... 해리.."
눈을 감고 벽에 기댄 스네이프는 옛 일을 회상하며 쓰게 미소지었다.
깊은 숲 속에 자리집은 아담 한 집 한채, 그 밖에서 화려하게 수놓아진 꽃과 풀들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쫒아 달리던 어린 아이.
자신의 손을 이끌고 비밀기지라며 좁은 다락방으로 자신을 데려가던 작은 아이.
어느새 자신의 키를 따라 잡고는 조금만 더 기다리라던 아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일을 해내고는 당당히 자신의 앞에 선.. 영웅.
해리 포터.
어릴때부터 뭐가 그리 좋은지 유독 자신을 잘 따르던 귀엽기만 하던 해리는 어느새 자신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훌쩍 커버려서는
앞으로는 자신이 나를 지켜주겠다며 도망칠 자그마한 틈조차 주지않고 자신을 옭아맨다.
"후후.. 아들이나 다름 없던 아이였는데...해리.."
밖에선 그런 스네이프의 안타까운 목소리를 들은 해리가 그제야 떼지지않는 걸음을 옮겨 자신의 친구들에게로 돌아간다.
"정말이지, 못됐다니까."
또 다른 칸에서 해리를 기다리던 그의 친구들은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문을 바라보고 있다. 호그와트에
도착할때까지도 열리지않을것같던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친구의 모습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던 아이들은 그의 쓸쓸한 모습에
조용히 자신들의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괜히 더 마음이 답답해진 해리는 차마 다시 나가지 못하고 창가에 앉아 밖의 풍경만을
바라본다. 저 멀리 호그와트 성이 보이기 시작하자 밖에선 기대감에 가득찬 신입생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온다.
"난.. 지금이 더 좋아요."
"응? 뭐라고 해리?"
혼잣말을 들었는지 되묻는 친구의 물음에 가볍게 고개를 가로 젓는다.
"오~ 해리 너무 슬퍼하지마, 아직 기회는 많이 있어, 졸업까지는 아직 1년이나 남았고, 졸업해도 너희는 떨어지지않을꺼잖아?"
"응.. 고마워, 헤르미온느."
슬픔에 잠긴 자신들의 친구의 모습에 아이들은 하나둘 위로의 말을 건냈다. 그래도 기분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않자 이제는 서로
두 사람의 관계를 진전 시킬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붉은 머리에 주근깨 가득한 소년이 투덜거리며 귀지맛 젤리를
입에서 뱉어내며 한마디 했다.
"차라리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는건 어때? 그럼 거절하진 못할꺼 아...웩...또 귀지맛이야."
"오~ 론. 그러다 거절이라도해봐. 그럼 해리가 뭐가 되겠니."
"나도 답답하니까 그냥 하는 소리 아냐, 헤르미온느."
"음.. 아니야, 어쩌면 론 말이 맞을지도 몰라. 저렇게 보여도 교수님이 해리를 엄청 예뻐라하시거든, 설마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해리가 창피한 일을 당하게 둘린없잖아? 아마 거절은 못하실꺼야."
"드레곤, 그건 교수님께 너무 실례야.."
"익!! 그렇게 부르지 말랬잖아!!"
은빛과 금빛이 어우러진 머리칼을 가진 소년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들리고 열차가 멈춰 섰다.
그들은 하던 얘기를 마치고, 짐을 들고 열차에서 내렸다. 성에 도착해서 출석체크를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는 동안 해리는
좀 전에 론과 드레곤이 한 말을 곰곰히 곱씹었다. 모두의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거절하지..못해..? 생각을 마친 해리는 급하게
친구들을 불러 필요의 방으로 들어갔다. 몇 년전 찾았던 필요의 방은 필치에게 들켜 출입이 금지됐지만, 운 좋게 또 다른 필요의 방을
찾은 해리는 더욱 조심하며 오늘 날까지 그곳을 지켜냈다. 아마도 누군가 또 운좋은 학생이 찾아내지 못하는 이상 이곳은 자신들이
마지막 방문자가 될지도 모를 곳에 위치해 있었다.
"모두들 와줘서 고마워"
해리의 말에 당연하다며 옹기종기 모여앉은 아이들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기겁을 했다. 하지만 해리의 결의에 찬 눈빛에 어느 누구 하나
반대의 말 한마디 못하고 그의 계획을 경청해야만 했다. 설마 자신이 가볍게 던진 말을 그가 이렇게 덥썩 물꺼라 생각 못했던 론만이
뭔가 죄지은 것같은 마음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우선은 신입생들이 호그와트에 적응하고 잠잠해질 동안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한동안 조용한 나날이 계속 될 무렵...
"꼭 해내고 말겠어!"
해리의 결심에 친구들은 환호로 그를 응원해줬다.
어느덧 흥분과 호기심으로 시끄럽던 신입생들도 실수로 길을 잃거나 교칙을 숙지하지 못해 무수한 벌점이 깍이는 시기도 지나
평온한 하루하루를 맞이하게 된 호그와트. 오늘도 해리는 스네이프의 교수실에 들러 그의 일을 도우며 하루를 마감하려한다.
"스네이프."
"교수님"
학교에서는 꼬박꼬박 '교수님'이란 그 잘나빠진 석자를 붙이지 못해 안달인 스네이프의 모습에 인상을 쓰던 해리는 그런 자신의 생각을
떨쳐버리듯 가볍게 고개를 젓고는 그가 원하는 질문을 시작했다.
"스네이프, 교.수.님."
제대로 된 호칭이 붙고나서야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돌린 스네이프는 뭔가 미묘한 표정의 해리를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후~ 이번엔 또 무슨 일이냐.."
"너무하시네~ 온 마음을 담아 고백하려는 학생에게..
스네이프 정말 약속 안지킬꺼에요? 음.. 나도 아직 연애 한번 못해봤으니까 우선 연인부터 시작해요!"
"또 그 얘기라면..."
"아~ 알아요, 알아. 그건 어린날의 네 치기어린 마음이다. 착각이다. 뭐, 이런말 하려는거죠?! 쳇.. 뭔 레파토리가 맨날 이래.
이젠 저도 몰라요. 나중에 후회해도 늦었으니까. 지금 거절한건 스네이프..교수님이란거 잊지마요."
해리의 말에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 스네이프는 그가 작업을 마무리하고 기숙사로 돌아갈 동안 학생들의 시험지에서 눈을 떼지않았다.
아니, 어쩌면 떼지 못했다는 말이 더 타당할지도 모르겠다. 해리가 나가자마 깃펫을 쥐고 있던 손이 멈춘걸보면말이다. 지겹게 달라붙던
송충이가 떨어져나간다는데 이 찝찝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다. 아니 찝찝함이라고 딱, 잘라말하기 어려운.. 뭐라 형용할수 없는 기분.
하지만 스네이프는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해리를 응원하기로 마음 먹었다. 어린날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왕자도 아니고
멋진 기사가 되어 구해주겠다던 해리의 말에 잠시나마 정말 그러기를 바랐고, 그럴 수 없다는 현실에 절망했다. 그러면서도 뭔지도 모르고
뱉은 해리의 말은 그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것이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에서 아직은 떳떳히 나설수없는 사랑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을
보며 알지못할 죄의식을 가져야했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것은 아닐지, 자신도 모르게 그 어린 아이에게 너무 기대었던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길을 걸어가겠다는 제자를 붙다는 짓은 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것은 그가 제자이기 전부터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아무리 그의 부모이자 자신의 친구들이 인정했다한들 변하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손가락질 받을
사랑을 당당히 할 정도의 용기가 없었다.
"미안했다 해리.."
다음 날, 아침 연회에서 만난 해리는 자신에게 말 한것과 달리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친구들과 모여 간단히 식사를
하며 간간히 자신을 바라보며 장난끼어린 눈웃음을 보내 온다거나, 뒤편에 앉은 드레이코와 장난을 치느라 반장에게 지적을 받는 등
아직까지는 딱히 변했다할만한 일은 일어나지않았다. 그동안 해리의 마음이 착각이었건 진실이었건 사람 마음이란것이 그리 쉽게
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에게서 멀어지는것도 좋은 방법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곤 그런 자신의
마음에 넌더리가 난다는 듯 살풋 인사을 찡그렸다.
"어? 어제 무슨 일 있었어? 교수님 표정이 안좋은데?"
"아니, 별일 없었어. 그저 이제 어린애 장난은 그만하기로 한거지."
"장난? 그동안 교수님께 했던 일이 장난이란거야, 해리?"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금방이라도 달려들려는 친구들의 모습에 해리는 급히 변명아닌 변명을 털어놓았다.
"아냐! 이제 장난같은 고백을 관두겠다는거야. 전에 말한거 있지, 오늘 저녘에 실행하려고"
"헤~ 멋진데 해리"
"고마워. 드레이코. 그래서 말인데.. 나 좀 도와줘야겠어. 친구들."
평소와 다름 없이 하루 일과를 마친 학생들이 저녘을 먹기 위해 연회장으로 들어선다. 그 사이로 자그마한 짐꾸러미를 든 해리와 친구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 받으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늘따라 늦어진 연회에 허겁지겁 음식물을 흡입하고는 통통하게 부른 배를 두드리며
후식이 나오는 동안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떠들기를 잠시.. 해리는 헤르미온느에게 받은 머글들의 확성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
처음 써보는 물건에 익숙하지 않아 꽤나 요란한 잡음과의 사투 끝에 겨우 사용법에 익숙해진 해리가 다시 확성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혹시나 자신을 보지 못할 학우들을 위해 멀리서 들려오는 반장의 제지도 무시한 채 의자에 올라 서는 것도 잊지않았다.
"아, 아. 거기 앞에서 멀뚱멀뚱 이 잘.난. 해리포터를 앞에 두고도 못본척 하는 슬리데린 담당, 모든 호그와트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마법약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마법약을 담당하고있는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새 또 말꼬리가 짧아진 해리를 향해 이죽이듯 '교수님'이라고 뒷말을 붙여준 스네이프는 그가 오늘은 무슨 말썽을 부리려고 저러나
알수 없는 표정으로 해리를 바라봤다. 제 아비를 닮아 그 누구도 생각해보지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은 장난들을 일삼던 골치덩이
제자가 이번엔 또 무슨 일을 벌이려 처음보는 물건을 들고있건지 걱정이 앞섰다.
"내가 어릴때 가장 좋아한 동화책이 뭔줄 알아요, 바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였어요. 왠 줄 알아요, 난 그 책에 나오는 왕자님처럼
위험에 처한 스네이프..아~ 알았다구요, 쳇.. 스네이프 교수님을 -만족하냐는듯 스네이프를 흘깃 쳐보다곤 말을 이었다.- 보고
내가 지켜주고 싶었거든요. 아무리 어린 나라도 밤마다 찾아와서 스네이프..교수님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를리가 없다구요."
해리의 말에 순간 자신을 도와주겠다며 모여든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그 핑계로 허구헌날 제임스의 집에 모여 먹고
자고 떠들며 기숙사 생활을 하던 두 친구의 얼굴이 유독 머리속의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 같았다. '구해주는거 좋아하시네.
그 핑계로 밥 얻어 먹으러 다닌거 모를까봐'라는 얼굴로 그런 주제에 새벽까지 수다떨다가 곤히 자던 해리를 깨우던 지난 날이 떠올랐다.
"스네이프~ 여기요~"
잠시 다른 생각에 빠진 스네이프의 뚱한 표정을 눈치챈 해리는 손까지 흔들어 가며 그를 불렀다.
"얘기 마저해도 되겠죠? 흠흠..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모르고 자장가 삼아 듣던 이야기를 언젠가 엄마가 읽어준 동화책을 보고 깨달았죠.
세베루스 스네이프는 못된 마녀의 마법에 걸려 잘들어버린 미녀일꺼라고. 아, 거기 인상찡그린, 그래 네놈들. 나중에 후회할줄알아.
아, 다시 본론으로.. 그때 어린 나랑 제일 잘 어울려주던 사람은 스네이프뿐이었으니까 나도 당신이 무슨 걱정하는지 알아요.
그걸로 가장 많이 걱정하고 고민하던 사람이 나니까요. 그래서 깨닫고 나서는 당신이 질리도록 고백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아직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어요. 아니, 그저 거부하기만 하는거겠죠. 내가 보기에 당신은 그저 저 높은 탑 꼭대기에 갇혀 있던
기억 때문에 이 넓은 세상으로 나오길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란거.. 알아요?!
난 알겠던데"
교수석은 물론 학생들 모두가 수업시간에도 보여주지않던 집중력으로 그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다.
간간히 스네이프의 펴질줄 모르는 얼굴을 흘긋거리며 앞에 나온 달콤한 후식의 유혹도 잊은채 해리를 바라봤다.
"어느 머글세계의 법에 따르면 저도 이제 어엿한 한 사람의 성인이에요. 물론, 원한다면 결혼도 가능하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아니, 알겠죠. 이제 모른척하지 말아요. 억지로 고개 돌리려하지도 말고, 겁먹고 숨을 곳을 찾으려하지도 말아요.
알겠어요!? 나 지금 이 많은 증인들 앞에서 당신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거라구요. 그러니까, 세베루스 스네이프.
얌전히 나한테 시집와요!!!
나 상처받았다구요.."
그의 말 하나하나를 귀로 듣고 눈으로 읽던 스네이프에게만 들린 목소리.
해리의 고백이 끝나가는 순간 여기저기서 터지는 환호 소리에 자신을 응원해주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조용히 고개 숙여 내뱉은
해리의 마지막 혼자말을... 그는 그 말에 무언가 커다란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했다. 그동안 수 없이 듣던 듣던 장난스런 고백을
그저 어린 날의 착각, 어딘가에서 들은 사춘기에 한번쯤은 겪을 수 있다는 혼란 정도로 치부하려했던 자신은...
과연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던 것이인가...
어린 아이의 진심어린 고백? 사람들도부터 듣게될 저주만큼이나 지독한 독설? 이제는 활짝 열려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문 밖을 바라만 보며 망설이는 겁에 질린 자신?
그동안 해리와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며 모른척하려했던 일이 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됐을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도피처였다는것을..
스네이프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해리는 론에게서 받은 꽃다발과 드레이코에게서 받은 작은 상자를 들고 교수석으로 향했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스네이프는 해리가 자신의 코앞에 얼굴을 들이대고서야 그를 올려다 보았다.
"저랑 결혼해주세요. 세베루스 스네이프.
연인 사이도 좋지만 전 꽤나 참을성이 없다구요. 동화 속의 미녀가 왜 잠들어 버렸는지 알아요?"
뜬금없는 해리에 인상을 찡그린 스네이프는 그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들었다.
"그녀는 겁쟁이었거든요.
자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될까 두려웠으니까요. 바보같이..
그런 그녀에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마녀에게 맞서 싸운다는 선택지는 없었거든요.
알겠어요 스네이프? 당신에겐 이제 무시무시한 마녀도, 당신 앞을 가로 막고 선 굳게 잠긴 문도 없어요.
하지만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옆에 있잖아요, 그들은 당신이 무슨 선택을 하던 돌아서지않을꺼에요. 그거면 되지않을까요?
다른 수 많은 사람들이 뭐라 손가락질 하던간에, 날 알아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뭐, 난 당신만 있어도 상관없겠지만
당신은 그렇지않을테니까. 그래서 알아줄때까지 기다리려고했는데 이젠 안되겠어요.
아까도 말했다 싶이 나는 참을성 없는 신체건강한 남자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넘어와줘요~ 세베루스~"
론에게 받아든 장미꽃 한송이를 그에게 내밀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꽃 송이를 보고 고민하듯 머뭇거리는 스네이프에게 팔 아프다며
꽃 송이를 슬쩍 흔드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꽃을 받아든 스네이프는 순간 자신의 행동에 놀라 변명을 늘어놓듯 자리에서 일어나
입만 달삭일뿐 제대로된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의 멍청함을 자책하고 있을때 얼굴에 드리워진 어둠에 고개를 들었고
순간 입술에 전해져오는 부드러운 감촉에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사랑해요 세베루스 스네이프."
그러고는 좀 더 깊은 키스를 시도하려는 해리의 행동에 기겁을 하며 그를 밀어냈다. 아니.. 밀어내려했다.
하지만 신체건강한 남자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황당한 마음과 가쁜 숨에 못이겨 겨우 팔로나마 테이블을 잡고 지탱하던것마저
힘이 빠져 쓰러지려할쯤에야 입술을 떼어낸 해리가 야속했다.
"해리!!"
"크~ 아깝다. 조금만 더하면 됐는데.."
"너..!!"
도대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짓을 해놓고는 뭐가 아깝다는 건지.. 그런 해리를 향한 손가락질을 하며
제대로 말도 못하고 더듬거리는 자신을 보며 곰곰히 생각하던 해리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또 다른 손에 쥐어져있던 상자를 열었다.
"에이~ 그렇게 나랑 결혼하고 싶었어요?! 아직 제대로 청혼도 안했는데 벌써 손을 주면 어떡해요.
자, 그리고 손가락은 여기가 아니라.. 여.기.죠"
손가락을 펼쳐 반지를 끼워준 해리는 만족스런 얼굴로 다시 한번 스네이프에게 짧게 키스하고는 교수석과 학생들이 앉은 자리를
쭉 둘러보았다.
"자, 그럼 이 많은 증인들 앞에서 우린 이제 부부가 된거나 다름없다는거 알겠죠, 세베루스"
해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연회장 여기저기서 터진 꽃가루와 아이들의 환호소리, 그 뒤 졸업식날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려야한다,
내가 드레스를 만들어주겠다, 주례는 당연히 덤블도어야한다 등 아이들의 아우성으로 저녘 연회는 막을 내렸다.
그럼.
우리의 겁 많은 숲 속의 잠자는 미녀... 아니, 이제는 미중년이 된 세베루스 스네이프와 마법세계의 영웅으로 이름을 새긴 해리 포터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원작 동화의 결말은 해피엔드였다는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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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후.후....
전 대체 무슨 짓을 한걸까요... (먼산...)
뭔가 제목과 터무니없이 멀어진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뭔 소린지도 모를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일단 던지고 도망... ㄱ-
첫댓글 잘읽었어요!
잘 봤어요
ㅋㅋㅋㅋ 진짜 잘 쓰셔요!!!!
근데 왜 한국분들은 이름이 아니라 성을 많이 쓰는지.....?
우와 재밌네욬ㅋㅋㅋ 잠자는 숲속의 미인 세베루스라.. *-_-*.. 참 어울리는데 말입죸ㅋㅋㅋㅋㅋ 으앜 드레스!! 꺄악 드레스!!! 너.. 너무 좋다 드레스... 어서 웨딩드레스를 입으세요!! 어섯ㅅ!!!!!(사심가득)
ㅋㅋㅋㅋ 드래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