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320i를 추천해준 뒤 한 달이 지났을 때다. 사건이 터졌다. 그와 함께 차를 산 친구의 320i가 ‘주행 중에 시동이 자주 꺼진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딜러에서 AS를 받았지만 만족스럽지 않다며 기자에게 힘을 써줄 것을 부탁했다.
지인과의 인연을 고려할 때 한국인 특유의 ‘아는 사람’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야 당연하다고 해도 이유야 어떻든 기자를 믿고 차를 산 그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에 마음이 무거웠다. 또 과거 경험을 비춰봤을 때 새 차 품질 불만 클레임이 좀처럼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우려됐다. 해당 오너에게 전화를 돌렸다. 화난 목소리 대신 기자를 무척 반기는 음성이 들렸다.
“아~. 편집장님! 잘 해결됐습니다. 320i를 해당 딜러에게 중고차로 매각하고 대신 523i를 유리한 조건에 사기로 했어요. 523i를 싸게 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려고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320i 환불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던 해당 딜러는 때마침 특별 프로모션이 진행되던 523i를 더욱 유리한 조건에 판매하고 기존 320i는 중고차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매입, 처분해주는 것으로 이번 클레임 건을 해결한 듯했다. 이후에도 자동차 매니아들이 즐겨보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320i와 관련한 시동 꺼짐 클레임을 심심치 않게 접했던 기억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320i 오너 가운데 품질 불만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 모두가 앞서 언급한 지인의 친구처럼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기자는 지난 1월 4일 BMW 그룹 코리아에 공식 질의서를 보냈다. ‘320i의 시동 꺼짐과 관련해 소비자 불만이 있는듯한데 임포터에서 파악한 공식적인 원인과 대응 사례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BMW 그룹 코리아의 담당자가 구두로 한 답변은 “320i에는 고급 휘발유를 써야하는데 일반 휘발유를 쓰면서 생긴 문제다”라는 것이다. 또 이와 관련해 “엔진 제어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했기에 현 상황에서 더 이상 클레임 사례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앞으로 모든 BMW는 고급 휘발유를 쓰도록 오너들에게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의문이 생겼다. ‘모든 BMW가 고급 휘발유를 써야한다’는 점이다. 또 ‘고급 휘발유를 쓰지 않았기에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진다’는 점도 납득할 수 없었다.
기자는 2001년부터 고급 휘발유를 종종 이용해왔다. 당시 타던 기아 엘란이 일반 휘발유를 넣으면 노킹이 조금 일어났기에 연료를 넣을 때 주유소에 고급 휘발유가 있다면 꼭 이용했다. 문제는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고급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를 찾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2002년에 있었던 BMW 4세대 7시리즈(E60) 국내 론칭 행사장으로 기억한다. 독일 본사에서 내한한 BMW 엔지니어에게 “뉴 7시리즈에는 고급 휘발유를 꼭 써야할 텐데 우리나라는 아직 대다수 주유소에서 고급을 팔지 않는다”며 “차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닌가?”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당시 엔지니어는 일반 휘발유를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BMW는 수출하는 국가의 실정에 맞는 차를 생산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에 유통되는 연료 품질에 적합한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고급 휘발유는 BMW의 권장 사항이며 일반 휘발유를 넣어도 차에 이상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탓일까? 기자는 BMW 325i를 구입한 뒤 고급 휘발유 꼭 넣겠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과거보다 고급 휘발유를 취급하는 주유소가 훨씬 늘어났지만 상황에 맞춰 일반과 고급을 적절히 주유한다. 또 유럽 출장을 가서 보름 가까이 318i를 렌트해 몰 때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레귤러 휘발유를 넣었고 아무런 문제없이 탔다.
실제로 기자가 가지고 있는 BMW 그룹 코리아가 제작한 4세대 3시리즈(E46) 세단 매뉴얼을 살폈다. 그러자 ‘이 엔진에는 무연 휘발유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엔진에는 노크를 제어하는 기능이 있으므로 등급이 다른 휘발유를 주유해도 됩니다. 귀하의 BMW 엔진은 다음과 같은 연료를 사용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는 문구가 써있다. 그 아래에는 연료 등급에 따른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있다.
Super Plus(옥탄가 98)의 경우 ‘주행성능과 휘발유소비율에 대한 정격값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능한한 이 휘발유를 주유하라’고 기재했다. Super(옥탄가 95)는 ‘사용 가능한 연료’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옥탄가 91은 ‘허용가능한 최저 등급’이라고 명시했다. 위의 등급은 거의 모든 주유소에서 초고급, 고급, 일반으로 나뉘는 3가지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는 유럽 실정에 따른 것이다. 국내 기준과 맞춰 살펴보자. 현재 우리나라 품질 기준에 따르면 옥탄가 91~94인 일반 휘발유와 옥탄가 94 이상인 고급 휘발유가 유통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의 협조를 얻어 취재한 ‘자동차용 연료 품질조사 보고서’에도 언급된 내용이다.
취재를 담당한 김준형 기자에 따르면 “유럽이나 우리나라 모두 동일한 측정기준으로 옥탄가를 측정하기 때문에 독일 91이면 우리나라도 91”이라고 한다. 또 “국내 정유사가 공급하는 고급 휘발유는 기준치보다 옥탄가가 높고 실제로 GS 칼텍스 킥스 프라임의 경우 출고 당시 옥탄가는 100이다”라고 확인했다.
참고로 여기서 인용한 옥탄가는 리서치법에 따른 수치다. 우리나라, 일본은 옥탄가를 리서치법으로 측정한다. 반면 미국은 모터법을 쓴다. 독일, 영국 등의 유럽은 양쪽을 함께 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독일은 같은 휘발유의 경우 리서치법에 따른 옥탄가는 수치가 같다. 다시 말해 독일에서 옥탄가 91짜리가 우리나라에서 95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결국 우리나라 일반 휘발유는 BMW의 허용가능한 최저 등급임이 분명하다. 참고로 독일의 일반 휘발유 옥탄가는 90이상으로 우리보다 떨어진다.
아쉽게도 현행 5세대 3시리즈(E90)의 매뉴얼을 구하지 못했다. 대신 2005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프레스 론치 행사 때 BMW가 제공한 프레스 킷을 살폈다. 320i를 비롯한 모든 3시리즈의 연료 등급인 옥탄가 91~98로 명기해두었음을 확인했다. 그 밖에 본지가 보유한 5, 6, 7, X3 등의 다른 모델 프레스킷도 확인한 결과 91~98로 같았다. 단, 135i 쿠페와 Z4 M이 옥탄가 95~98, M5는 옥탄가 98이었다.
의문이 계속 생긴다. 분명 다른 모델처럼 고급 휘발유가 꼭 필요했다면 출시 당시 320i도 제원에 그렇게 명기했어야 한다. 옥탄가 91~98로 적었다가 이제 와서 고급 휘발유를 써야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320i에 관한 진실을 꼭 밝혀내겠다.
첫댓글 그게 사실이라면 건설교통부에서 차량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다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링 rpm의 유지와 보정관련 프로그램에 버그가 있다는거, 대충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지요. 그래서 맨날 프로그램 업데이트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일단은 BMW 코리아에서 시키는대로 고급만 넣어보면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꺼지면 연료통에 있는 기름 채취해서 BMW 코리아보고 확인하라고 하면 될듯 하네요. 저 10년전 쯤 EF소나타 탈때 분당 고속화 도로에서 분당 진입하는 초입에 있는 GS주유소에서 주유 후 바로 시동꺼지고 RPM이 불안정해지는 황당한 경우가 두번이나 있었는데요...현대 A/S 가봐도 차는 정상이라고 하더군요. 그 주유소 안가고 다른 주유소가서 주유하면 멀쩡했구요. 거긴 다신 안가고 있습니다.
절데로 기름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만 비엠측에선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절대 옥탄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분명다른 문제가 있는것으로 생각됩니다...고급휘발유 없는 동네에서 주유하고 다녀도 아무 문제없이 타고 다니는 735i e65 오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