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너의시작을응원한다)
이 글은 1년 전 셀프 인테리어를 하며 개고생을 했던 경험담이야.
집들이글 X, 예쁜 인테리어글 X
셀프 인테리어 계획이 있다면, 어떤 우여곡절을 겪게 될지 미리 보고 가.
나는 부분 셀프 인테리어(철거, 목공, 전기, 벽단열, 타일, 도배, 돔천장, 중문 등)를 했고, 1400만원 소요되었어.
결혼 준비보다 더 힘들었고 중간에 몇 번 울었다 ㅋㅋㅋ
<1.1> 당신은 셀프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지식이 있는가?
나는 주광색, 주백색이 뭔지도 모르는 인테리어에 무지한 사람이었어.
그런데 턴키업체(흔히 볼 수 있는 인테리어 가게)에서 견적을 받아보니
내 예산의 30%가 플러스되고, 자재 선택의 폭도 매우 좁더라고.
셀인이 [업체 선정, 자재 선택, 현장 감시] 정도의 일이라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막상 해보니 모든 자재를 직접 구입하고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는 사람이 용어들도 모른다는 건 말이 안되더라고. 사전에 공부가 꼭 필요해.
<1.2> 당신은 셀프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가?
셀인을 하면, 계속 시행착오가 생겨서 미리 자재를 주문하더라도 현장에서 새로 사야하는 경우가 생기더라고. 그럼 누가 사와? 내가 사와야지ㅋㅋ
내가 안 사오면, 그들은 설치를 안 하고 집에 간다고. 그니까 내가 현장에 있어야 해.
작업하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거나, 어쩔 수 없이 일정이 바뀌는 일도 생겨. 그렇기 때문에 최소 2~3주는 비워둬야 해.
<1.3> 당신은 셀프인테리어를 할 수 있는 성격인가?
관련 학과가 아닌 이상 우린 인테리어를 잘 모르잖아.
그런데 일을 맡기는 상대방은 날고 뛰는 전문가란 말이야.
거기다 이 업계 대부분은 남자란 말이지.
친절한 사람은 많이 없고, 그냥 내가 돈 준만큼만 해줘도 고마운 수준이야.
내가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건데, 내가 오히려 을이 되는 기적ㅋㅋ
나도 나름 공부 많이 하고 얘기하는건데, 공사하는 사람이
‘이 집에는 그게 안 됩니다’ 한마디면 안되는거야.
하고 싶은 인테리어 있으면 강단있게 밀어붙이고, 잘못 된 게 있으면 당당히 요구해.
근데 나는 공사 망할까봐 그게 잘 안되더라고ㅠㅠ
<2번> 업체 선정
1. 직접 가서 본다.
셀인은 작업하는 시간보다 사전에 준비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돼.
셀인의 장점은 내가 원하는 자재를 내 맘대로 고른다는 것에 있으니까 매장에 가서 보는 게 중요해.
2. 예산이 없으면, 처음부터 저렴한 곳에 가서 고른다.
나는 타일을 바꿀 때 일산 유송타일에 갔다가, 을지로에 타일집에 갔어. 근데 유송타일이 가격대가 있더라고. 그리고 그만큼 예뻐. 그걸 보고 나니까 을지로에 있는 타일들이 눈에 안 들어오는 거야. 그런데 강남에 수입 타일들은 또 얼마나 고급지고 예쁘겠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자기 수준에 맞는 곳만 가서 결정하자.
<3번> 견적 받기
견적을 받으면, 가격이 2배 넘게 차이가 나.
예를 들어 문틀을 철거한다고 하면
a업체 10만원 - 무자비하게 막 뜯어냄 -> 목공 업체가 고생 & 목공 비용 추가됨
b업체 20만원 - 일반적으로 철거 -> 목공 작업 시 조금만 손보면 됨
c업체 30만원 - 벽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철거, 마무리도 함 -> 목공업체가 바로 작업 들어갈 수 있음
내가 어떻게 철거하시나요? 후반 작업도 해주시나요? 이렇게 물어봐도
전화받는 사장은 ‘네 합니다.’ 라고 하지만
막상 그날 우리집에 온 인부는 대충 해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았었어.
<4번> 아파트 동의서 받기
1. 관리실에 가서 동의서 받기..귀찮아
2. 윗집, 아랫집, 옆집의 사인 받기...더 귀찮아
사람들이 집에 계속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옆집 사람이 없다고 저~~ 멀리 다른 층 사람의 사인을 받았다?? 그럼 나중에 공사할 때 시끄럽다고 항의함. 꼭 만나서 양해 구하기. 동의서 대신 받아주는 업체도 있음.
나는 네이버까페 맘이베베-핫딜방에서 휴지 핫딜이 떴을 때 미리 사놨다가 사인 받을 때 주었더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
<5번> 승강기 보양하기
인테리어하는 첫 번째 과정 업체에게 승강기 보양 해주세요(물론 돈 추가됨)라고 해도 되고, 내가 인터넷에서 자재 사서 해도 됨.
<6번> 간식, 쓰레기 봉투 준비
이제 업체들이 줄줄이 소세지처럼 올 것이기 때문에 간식과 캔커피, 생수 등을 준비해서 집에 놔둠.
쓰레기 봉투는 마대자루로 된 거 100리터 준비함
<7번> 철거
1) 가장 중요한 것은 철거 전, 모든 계획이 나와 있어야 한다는 거야. 가전, 가구 배치까지.
우리 집은 인테리어 다 끝나고 이삿날에 세탁실 문이 작아서 세탁기가 안 들어가더라고.
이사 후 동네 철거업체 불러서 벽을 부쉈지.
2) 너무 싼 철거업체를 쓰면 뒤에 목공 비용이 추가됨
제대로 된 철거업체는 뒤에 오는 사람들이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마무리 작업도 하고 가거든
우리집은 문, 문틀, 벽 위에 몰딩, 아래 걸레받이, 베란다 천장 건조대, 장판 등을 철거하는 데 80만원이 들었어.
<8번> 목공
셀인의 메인이자 꽃 '목공'
가장 많은 지출이 있는 과정이지. 나는 네이버 까페에서 유명한 목공 3인 중 한 분에게 맡겼어.
그런데 공사 전날, 비번을 알려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작업을 시작했어.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지금 인원 도착했는데 시작해도 되죠?” 라고 하길래 나는 헐레벌떡 아파트로 갔어.
가서 내가 말해줘야 하는 부분,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
그런데 자기네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고, 심지어는 팀장은 둘째날부터는 안 오고 인부만 왔어 휴우....
그리고 집에서 담배 핀다...
<9번> 전기
어디에 주광색 조명을 달고, 어디에 주백색 조명을 달고,
눈이 부시지 않으려고 혹은 너무 어둡지 않으려면 몇 W인지 계산해서 달아야해 ㅎㅎㅎ
스위치랑 콘센트도 요즘 넘 이쁜 것들이 많이 나와서 나도 주문했어. 그리고 못 썼지ㅠㅠ
셀프인테리어는 내가 자재를 다 주문해야해. 목공 과정에서 내가 산 거는 경첩, 문고리, 조명, 스위치, 템바보드였어.
문고리: 원목으로 통일했는데, 화장실 생각을 못함ㅠ 화장실 손잡이는 물기가 닫는 곳인데 나무로 해서 불편함
조명: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잘못와서 퀵으로 다시 받음
스위치: 수입산 2구 스위치 예쁜 거 주문했는데, 4구가 필요해서 결국 내가 철물점 가서 급하게 사온 걸로 끼움ㅠ
<10번> 타일
타일가게에 가서 내가 타일, 줄눈 등등을 직접 사야해.
면적을 그려서 가면, 직원이 대충 계산해서 타일 몇 장이 필요한지 알려줘.
타일을 집에 배송시키면, 주차장에 내려놓거든. 집 안까지 배달시키려면 배송비 5만원이 추가되더라구.
1층에서 우리집까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싶었는데, 배달된 양을 보니 끌차가 없으면 나 혼자서는 힘들었겠다 싶더라.
타일 작업하는 분도 내가 섭외해야 하지.
유송타일에서 타일 구입하면서 대건 안드레아라는 분을 소개 받았어. 인터넷에 너무 정보가 없어서 불안했거든. 근데 공정들이 추가되고, 없어지고 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연락드렸는데 그때마다 너무 친절하셨어.
사장님이 타일 작업하실 때 난 다른 방에서 페인트 작업했었어. 보통 그러면 방해되서 별로 안 좋아하실텐데, 오히려 나처럼 셀프인테리어 열심히 하는 사람들 보면 자기가 더 신경써서 잘 해주고 싶다고 하시더라구.
사장님 좋으신데 많이 알려지셨으면ㅠ
<11번> 마루
시공하시는 분이 원래 두 사람이 와야하는데, 혼자 오셨어.
실측 온 분에게 전화드렸더니 둘이 작업하면 단가가 안 나온대요.
그게 무슨 말인지;; 원래 둘이 오기로 했는데 일정이 생겨 한 명이 못 오게 된 건데 사실 단가가 안 맞아 한 명 오는 게 맞다니ㅎㅎ 그럼 처음부터 한 명만 온다고 얘기하던가. 이해가 안되네.
셀인 견적 물어볼 때, 지금 얘기하는 분이 당일에 오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오는지 꼭 물어봐. 그리고 몇 명이 오는지도. 말이 달라.
작업하시는 분이 마루깔기엔 바닥이 너~~무 안 좋다고 하더라.
실측 온 분은 그 정도로는 얘기 안 했었어. 만약 실측 온 분이 너~~무 안 좋다고 했다면 마루 안 했을거야.
결국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가구 설치하는 분도 농이 앞으로 쓰러질 수도 있다고 바닥에 디디는 거 여러 개 끼워놓고 가셨어.
<12번> 도배
셀인으로 업체 잡으면서 가장 예약하기 힘들었던 공정이 도배였어.
2개월 전이었는데도 유명한 도배사는 다 예약이 차 있더라고.
셀인할 계획 있으면 도배사를 먼저 컨택하는 걸 추천해.
사전에 우리집에 도배사가 보러 왔을 때는 벽이 울퉁불퉁하다는 말 안 했었거든.
그런데 도배 후에 천장이 너무 울퉁불퉁해서 전화하니까
구조상 어쩔 수 없었대. 시공하면서 나한테 얘기했으면 내가 돈을 추가하고 퍼팅작업을 요청했을텐데ㅠㅠ
그리고 안방이랑 작은방이랑 도배 실력차이가 너무 나
작은방은 도배지 연결부위에 뜨고, 울퉁불퉁한 곳도 너무 많고.
<13번> 화장실 돔천장
천장은 누수 때문에 시공하게 되었어. 천장에 배관이 낮게 내려와있는 상태였는데 기존 타일은 높게 설치되어 돔을 하면 배관에 천장이 닫는 상황이었어. 타일 사장님께 제일산업 임근성 사장님을 소개받았어.
몰딩을 치고 해야하는데, 하필 내가 몰딩이 필요없다고 전날 연락을 드리는 바람에ㅠ 사장님은 몰딩을 안 갖고 오시고,
집은 내일 이사라 벌써 문틀이며 강마루가 다 되어있고 입주청소까지 끝난 상황이라 사장님이 시공하기 너무 조심스럽다며ㅠ 시공이 어렵다고 하셨어.
내일 이사인데ㅠ 부탁드린다고 재차 말씀드렸더니 차에서 이것저것 갖고오셔서 계속 자르고 대고 해보시더라구.
다른 집보다 많이 어려운 여건이라 작업하시는 걸 보면서 비용 걱정을 했는데, 하아..
걱정하는 내 표정을 읽으셨는지 깎아달라는 말씀도 안 드렸는데 원래 견적보다 저렴하게 해주셨어.
내 후기에 소개된 업체에게는 1원 한푼도 받은 거 없어.
셀프인테리어는 너무 어렵고 힘든 과정인 건 분명해.
그치만 비용 아낀 것도 기분 좋고 무엇보다 내가 우리집을 지은 것 같은 뿌듯함이 든다 ㅎㅎㅎ
모두들 용기내서 성공하길 바랄게!
나는 방 하나만 도배하고 싶은데 창가쪽 아랫부분에 곰팡이가...많이 펴있더라고ㅠㅡㅜ 단열벽지 셀프로 해놨었는데 누수가 있었던건지 뭔지... 이러면 그냥 도배만 할게 아니고 뭘 해야될까...
혹시 돔천장 가격이 어느정도야? 나 천장만 교체할까 하는데 궁금해서!
와 진짜 몸소 겪은 내용들 실제로 겪지 않으면 몰랐을 디테일까지 너무 고마워. 원하는 인테리어로 꼭 한번 진행해보고 싶었는데 참고할게 여샤! 정성 가득한 글 고마워!!!
나중에 집 매매하게되면 그때는 웬만하면 공실사서 셀인하고 들어가고싶었는데 너무도움되는글이다 고마워!!
여시 글에서 담담함이 느껴지는데.. 얼마나 고생했을지... 예쁜집에서 행복하구 좋은일 많이 생기길~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2.11 08:57
와 여샤 대단하다ㅠㅠ
와 진짜 고생햇어 여샤
인테리어 준비하다보니 얼마나 힘든일인지 뼈저리게 공감
하 여시야 나는 턴키로 하는데도 눈물날거 같은데.. 진짜 대박 고생했다... 존경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