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주체할 수 없는 것 같아 보이는 강하의 모습. 보아를 이끌고 겨우 안으로 들어오자 바로 바닥에 뻗었다. 상황을 볼 수 없는 보아는 그저 강하가 피곤하다고만 생각을 할 뿐. 하지만 강하의 표정은 그 이상으로 심각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건지 뭐 때문에 저렇게 하는건지.
"오늘은 ... 내가 좀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 도와줄 것 같은데 괜찮아? 아아- 급할 때는 불러.
난 깊은 잠 안 자니까 이름만 불러도 벌떡깬다. 그러니까 무슨 일 있으면 나 불러."
신발과 코트만 벗고 핸드폰은 서랍장 위에만 놔둔 채 침대속으로 스물스물 기어들어가는 강하. 혼자남아있는 보아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급하지도 않고. 할 게 없다 .. 그렇게 멍하니 있는 보아를 보더니 강하가 보아의 방에서 음악을 틀어주었다.
"미안해, 오늘 놀아주지 못 해서."
"괜찮아, 나 ...."
그리고 보아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는 강하. 그래도 가라앉은 보아의 기분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보아의 침대에 보아를 앉혀놓고서는 다시 자기 침대로 돌아온 강하. 그리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저- 강하야, 강하야?"
"응."
"너 진짜 자?"
"아니, 지금은 깼잖아."
"화 안 내는 거야?"
"응."
"왜?"
"괜찮으니까. 그런데 왜 불렀어?"
"저, 그러니까..."
"심심한까 놀아주세요~"
"응?"
"이 말 하려고 한 거 아니야?"
"아 .... 아니야!!!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 그..."
정곡을 찔린 것 같은 보아의 표정. 그리고 그 표정을 보면서 웃는 강하. 도대체 뭐가 그런 말을 하기가 어려운지. 강하는 보아의 손을 잡고 식탁에 앉혔다.
"무슨 간단한 음식이라도?"
"응. 뭐 만들어줄거야?"
"간단한음식."
"그러지 말구, 뭔가 이름이라도 있을 거 아니야."
"이름은 딱히 없는데. 뭐라고 할까 .. 식빵에다가 피자 만드는 거니까 식빵피자인가."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강하씨!!"
"먼저 토마토소스를 피자에 마르고 콘옥수수나 피망, 양파를 뿌립니다. 콘옥수수 국물은 빼고 콘만 건져줘야 되구요. 식빵은 살짝 구워주면 더 맛있어요~페퍼로니 햄을 얹어주시고 모짜렐라 치즈를 뿌립니다. 그리고 오븐이 좋지만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끝."
"과연 맛을 믿을 수 있을까요?!"
"한 달 동안 같이 살았으면서 모릅니까? 나는 조미료 이런거 사용 안 합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도 너~~무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그럼 먹지 마시던지요. 음료수는? 오렌지쥬스? 콜라?"
"콜라."
"예. 주문접수~"
콜라를 잔에 딸아서 보아에게 건내는 강하. 강하는 잠시 거실로 향했다. 구급상자를 꺼내더니 손가락에 밴드를 붙이는 강하. 사실은 칼질을 하면서 손을 베었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숨겼던 강하.
눈이 잘 안 보이는지 눈에 힘을 주면서 고개를 흔드는 강하. 그리고는 밴드를 붙이고는 다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뭐 했어?"
"응."
"말 자르는 거 봐."
그리고는 음식을 만들더니 결국 완제품이 접시에 담겨서 나왔다. 콜라가 마시고 있던 보아는 음식이 나오자 냄새부터 맡는 듯 했고, 강하는 그런 보아의 맞은편에 앉아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냄새는 굿-"
"그럼 한 번 먹어봐."
손으로 보아에게 건내주는 강하. 한입으로는 좀 큰 크기라 반절을 입에무는 보아.
뜨거워서 그런지 난리를 치고는 콜라를 마셨다.
"아, 맛있어- 근데 뜨거워!!"
"당연하지."
"먹었던 거 먹어."
씻고서 서로 누운 두 사람.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 강하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보아.
강하가 자는 척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던 보아는 그냥 누워만 있었다.
강하는 뒤척이는 소리가 나는 걸로 봐서 보아가 자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보아의 예상대로 강하는 자고 있지 않았다.
"못 자겠으면 이 쪽으로 오면 되잖아, 바보야. 누가 오지 말래."
"안 가!! 그리고 나 바보 아니야."
"꼴에 자존심은."
"내 꼴이 뭐가 어때서?!!"
자존심.
이 세 글자 때문에 보아는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고맙다고도.
강하는 수 많은 날들을 보아에게 미안하다거나 하는 말들로 도배를 한 반면에 한달이 넘도록 살면서 아직 그런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는 보아. 물론, 강하가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셋 셀 때 까지 와라. 하나, 둘, 셋."
잠잠한 집 안 공기. 강하는 벌떡 일어나더니 보아의 방으로 향했다 어느샌가 강하는 등지고 누운 보아.
강하는 썩은미소를 입가에 드리운 채 보아를 번뻑 들었다. 그러자 놀란 표정으로 소리르 질렀다.
"누가 보면 강도 들어온 줄 알겠다."
"놔, 안 놔!! 야!! 넌 무슨 여자가 그렇게 무식하게 힘만 세!!"
"무식하니까."
"야, 야, 싸이코. 야!! 당장 안 내려놔!!"
"발버둥 치지마. 그냥 손 놓아버릴 줄 알아."
결국 강하의 침대에 눕게 되버린 보아. 하지만 표정에는 싫다는 기색은 없었다. 괜히 까칠하게 왜 데려왔냐는 등 이런 말만 하는 보아. 당하가 니 방으로 데려다줄까? 라고 되받아치면 아무 말도 없이 잠잠해지는 보아를 보면서 강하의 웃음지었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에 어느새 보아의 입가에도 미소가 자리잡았다.
첫댓글 헉.....설마......?!ㅋㅋ...그런것도있어야지-.-다음편빨리 gogo여~_~
여허,강하너무 힘들어보여,,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