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일기(18) - 역답사(평창역/둔내역)
1. KTX 전용역들은 대부분 황량한 장소에 홀로 서있다.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역에서 이동하는 길은 사람이 걷기에는 불편한 도로인 경우가 많다. <평창역>에서 가장 가까운 장평까지 가는 길도 그랬고, <둔내역>은 마을과는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매력적인 코스는 아니었다. KTX역들은 오로지 교통의 편의로만 그 의미가 있거나, 관광지인 경우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상업시설만이 눈에 띌 뿐이다. 어제 내린 눈으로 주변 풍경이 설경으로 바뀌지 않았다면 너무도 평범한 모습에 어떤 감흥도 얻지 못하는 답사가 되었을 것이다.
2. 그나마 <평창역>에서는 특별한 장소를 발견했다. 평창역에서 약 20-30분 정도 이동하면 <서울대 평창캠퍼스>가 나타나는데 학교 입구에서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 만들어진 캠퍼스가 제법 멋진 모습이었다. 방학 중이라 사람이 없는 캠퍼스는 고요했다. 농업과 축산 관련 학과가 있는 곳이지만, 이곳에서 실제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지 궁금했다. 홈페이지에 바이오 관련 대학원, 농업대학 목장, 국제농업기술대학원과 같은 특수 시설만 소개되어 있는 곳으로 보아 대학 수업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만약 이 곳에서 대학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진 곳이었다.
3. 오늘은 약 5시간 정도 그리 좋지 않은 길을 걸었다. 길을 가리지 않고 걷는 편이지만, 눈이 쌓여 인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차도 가장자리로만 걸었다. 눈이 많이 왔지만 날씨가 더워 금방 녹아내렸다. 역과 지역을 이해하는 답사지만 오늘은 조금 지루하고 불편했다. 특별한 지역적 특성도, 매력적인 장소도 만날 수 없었다. 눈도 쉽게 녹아내려 걷기에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강원도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겨울의 맛을 만날 수 없었다. <양동역>에서는 직접 갈 수 없어 <양평역>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걷는 시간과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맞먹을 정도로 비효율적인 여행이었다. 강원도의 겨울을 보기 위해 왔지만, 강원도의 힘을 느끼지 못했다. 다음 기회, 힘차고 차가운 강원도의 겨울을 기다린다.
첫댓글 - 발길 닿는대로 걸어가는 길, 보이는대로 바라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