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2천년의 비밀』(5)
주나라의 시조와 계보
사마천은 『사기』 「주본기(周本紀)」에서 주나라의 시조 후직(后稷)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다.
"주나라 후직의 이름은 기(棄)이다. 그의 어머니는 유태씨(有邰氏)의 딸 강원(姜原)이다. 강원은 제곡(帝嚳)의 원비(元妃)가 되었다.
[周后稷 名棄 其母有邰氏女 曰姜原 姜原爲帝嚳元妃]"
주나라 시조 후직은 제곡(帝嚳)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제곡은 소호(小昊)의 손자이다. 그런데 제곡의 아버지, 즉 후직의 할아버지는 교극(蟜極)이다. 교극은 제곡의 아버지이자 후직의 할아버지이고 요(堯)와 설(契)의 할아버지이다. 『백도백과』는 교극의 민족귀속성을 말하는 민족족군(民族族群)항목에서 '화하족(華夏族)'이라고 써놓고, 아버지를 '현효(玄囂)'라고 써 놓았다. 사마천처럼 소호라는 잘 알려진 이름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현효라는 이름을 썼지만 아버지 소호[현효]가 동이족인데, 아들 교극이 하화족이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교극의 손자인 요, 설, 후직은 모두 동이족일 수밖에 없다. 2,000년 전 사마천이 했던 고민을 현재의 중국공산당 정부가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후직의 어머니 강원(姜原)은 유태씨(有邰氏)다. 태(邰)는 나라 이름이다. 유태씨는 염제 신농씨의 후손이니 동이족이다. 중국에서는 유태씨가 현재의 섬서성(陝西省) 미현(眉縣)의 태정(邰亭)에서 기원해 동쪽의 분수(汾水) 하류로 이전했다고 본다. 이때부터는 태태(台駘)로 불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나중에 다시 동쪽의 산동성 비현(費縣)의 태정(台亭)으로 이주해서 묵태(墨胎)씨라고 불렸는데, 묵태국은 춘추 초기에 노국(魯國)에 합병되었다. 묵태씨의 국가로는 고죽국(孤竹國)도 있다.
동이족 유태씨의 딸인 강원이 제곡의 원비(元妃), 즉 첫째 왕비가 되었다. 제곡 고신이 동이족이고, 어머니 강원이 동이족이니 아들 후직이 동이족인 것은 분명하다.
은나라 시조 설(契)의 아버지와 주나라 시조 기(棄)[후직]의 아버지는 모두 제곡 고신씨이다. 설의 어머니 간적은 제곡의 차비(次妃)이고, 기의 어머니 강원은 제곡의 원비(元妃)이다. 설과 기는 어머니가 다른 이복(異腹)형제다. 제곡은 동이족 소호의 손자고 간적과 강원은 모두 동이족이니 은나라 시조 설과 주나라 시조 설도 모두 동이족이다.
또한 제요(帝堯)는 제곡이 진봉씨의 딸에게서 낳은 아들이니 또한 동이족이다. 황제와 누조의 첫째 아들은 소호이고 둘째 아들은 창의다. 첫째 아들 소호가 동이족인데, 아버지 어머니가 같은 동부동복(同父同腹)동생 창의가 동이족이 아닐 수 없다. 또 두 아들이 모두 동이족인데, 그 아버지 황제가 동이족이 아닐 수 없다. 황제의 아들 창의의 후손인 제순(帝舜)과 하우(夏禹)도 모두 동이족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뿐만 아니라 금문(金門)에 쓰인 문자를 연구했던 낙빈기의 『금문신고』와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금문신고』는 후직의 어머니가 강원이 아니라 간적이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아버지는 제곡으로 같다. 또한 『금문신고』는 황제 헌원, 소호 김천, 전욱, 곡, 당요, 우순은 물론 하(夏)·상(商)·주(周)의 삼대 왕조가 모두 동이족이라고 서술했다. 고사변학파의 양관도 「중국상고사도론」에서 “제준, 제곡, 대호, 제순은 은나라 사람과 동이의 상제(上帝) 및 조상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기』「오제본기」 '황제' 조의 『사기색은』주석에서 사마정은 “현효[소호]는 제곡의 할아버지[祖]이다"라면서 송충의 말을 인용해서 “현효와 청양이 바로 소호이다. 황제를 계승해 즉위했다.”라고 말했다.
사마천은 계보를 모호하게 서술했지만 『사기』 본문과 주석을 분석하면 황제, 제전욱, 제곡, 제요, 제순의 오제는 물론 하·은·주 삼대가 모두 동이족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중원 고대 국가들의 민족귀속성을 살펴보면 이른바 하화족의 국가는 찾을 수가 없다. 중국상고사의 가장 큰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공자가 이상사회로 높인 하·은·주(夏殷周) 삼대도 모두 동이족 국가이다. 은나라가 동이족 국가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에서 하화족의 나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주나라도 다름 아닌 사마천이 작성한 계보를 보면 동이족 국가이다. 주나라 시조 후직이 동이족 소호의 손자인 제곡의 아들이자 후직의 어머니 강원이 동이족 유태씨니 부계로 보나 모계로 보나 주나라는 동이족(東夷族)국가이다. 하화족(夏華族)이라고 볼 수 있는 사료적 근거가 없다.
출처: 『사기, 2천년의 비밀』214~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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