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반도 되지 않아 기상을 하여 선식을 한 잔 타서 마시고 학원을 향하였다.
양위딴 선생이 지도하는 아침 9시반 초급중국어반에 옮겨 앉아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수업에 임하였다.
9월에 원어민 회화반 입문반에서 같이 동문 수학하였던 우솔지라는 여학생과 중국의 이우-상해 인근 도시-라는 곳에서 1년 정도 거주하며 상업 쪽 일을 거들다 귀국한 어느 여성 한 명 등 세 명의 수강생이 이 달의 동급생이 되어 강의를 경청하게 된 것이다. 초급중국어 상편이다 보니, 그리고 이틀 동안 결석한 것을 만회한다며 지하철을 타고 오며 가며 몇 번이나 읽고 단어 등을 익힌 보람(?)이 있어 매우 능통한 사람처럼 대화를 하며 수업에 주도적으로 임한 셈이 되었던 것이다. 그랬더니 중국에서 왔다는 여성 수강생으로부터 감탄사를 다 듣기도 하였다.
내친 김에 영어 회화반의 시간도 오후 2시 다른 선생이 가르치는 반으로 수강 신청을 변경하여 들었는데, 여기에서도 톨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선생과 젊은이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던 것이다. 실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뻔치 좋게 아무 말이나 주섬주섬 집어 삼키는 내가 그들이 보기에 꾀나 괞찮아 보였던 모양이다. 한편, 시간 조정을 하게 되는 저간의 사정을 저스틴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하기도 하였는데, 야간반은 아무래도 결석해야 할 일이 무수히 많이 생길 것 같아 오후 2시반으로 시간표를 조정한 것이 아주 잘한 처사 임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후 4시가 넘어 병원에 도착하였더니 아내와 규화가 어제 산책할 때 앉았던 벤치에 있다고 하여 내려 가 보니 아내의 옆 자리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았던 군산시청 이정민이라는 사람과 그녀의 올케가 앉아서 진해에서 올라 오는 남동생을 기다리고 있다며 담소를 나누고 있어 같이 앉아 좌담을 나누었던 것이다. 같은 병실을 사용하면서 쩗은 기간 동안 정이 푹 들어 헤어지기가 무척 서운하였던지 할 말이 그리도 많았던 모양이다.
한편 스테파니아는 당초 복강경 수술을 받게 되면 사나흘 정도만 입원하고 곧 퇴원 조치될 것이라고 하였는데 오늘 오후 시간까지 병원측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궁금하였는데 담당 간호사를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이번에 수술을 받으면서 또 조직을 떼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퇴원 이야기가 없는 것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금주 주말과 주일을 이 곳에서 지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을 해 보는 것이다. 일단 내일이 되어 봐야 무슨 변동사항을 알 수가 있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만 말이다. 늦은 시각 누님께서도 퇴원 하였느냐며 전화를 걸어 와 깊은 관심을 보여 주시기도 하였는데, 부디 스테파니아의 조직검사 결과 또한 좋게 나오기를 간절히 빌며 기도드리는 심정이라는 게다.
오늘 저녁에는 과거 시청에서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이 광진구청 앞 먹자골목에서 만나 식사를 하기로 약속을 한 날이라 일찍 나가려는데 방송대 차기 전국 총동문회장으로 당선된 채규희군과 신완우 전 경제학과 총동문회장이 문병을 오겠다고 하여 위 시청 사람들과의 식사 시간에 도저히 맞출 수가 없을 것 같아 규화를 데리고 구내식당에 내려 가 식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출발한 것으로 알고 인사까지 나누었던 우리 옆 자리의 군산시청 사람과 그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가 우리가 먹던 식대 마저 부담을 해 주는 바람에 졸지에 공짜 밥을 먹게 되어 여간 미안한 일이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후일 군산에 꼭 한 번 내려 오라고 다시 한 번 당부를 하던 그들이 출발하고 병실에 올라 가니, 방송대 두 사람이 도착하여 잠시 담소를 나누었던 것이다. 바쁜 사업가들인데 이렇게 찾아 와 주니 얼마나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싶어 깎듯이 그들에게 인사를 치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귀로에 광진구청 까지 태워 준다고 하여 신완우군의 제너시스 차에 동승하여 아주 편하게 약속 장소로 이동할 수가 있어서 좋았고 말이다.
쭈꾸미집으로 통칭되는 "고향집"이라는 식당에는 식사를 마친 12명의 전직 공무원들이 모여 앉아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내가 출현하자 모든 시선이 집중하여 그들의 질문에 응하느라 한참 동안 분주하였고, 이얘기 저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꽃을 피웠던 것이다. 이 자리에는 얼마 전 코레일관광개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방태원 전 동대문구청 부구청장을 비롯하여 이석호, 신승츤 전,현 강남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등이 모여 환담을 나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