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2110762_thumb.jpg)
이상도 하지. 분명 작년에 서른이 됐다며 까불어댔는데, 올해 또 서른이 되었다. 우리나라만의 나이 계산법이 일 년을 더 벌어준 것만 같은 기분. 한 번 더 부여된 올해가 내게는 조금 더 뜻깊다. 그래서 이번 23년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했고, 제주에 사는 나는 여지없이 한라산을 택했다. 제주는 딱 1년에 한 번, 한라산에 야간 산행을 허락하는데, 그게 새해다. 운이 좋다면 꼭 가겠노라며 예약 창을 열고, 열심히 광클한 나는 결국 성공했다. 새해 한라산 등정을.
원래의 한라산은 누구나 예약없이 오르는 산이었다. 하지만, 생태계를 지키겠다는 제주의 마음은 하루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제한했다. 그게 맞는다고 수긍했던 나기에 예약 시스템에게 제발 한 번만 오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빌었고, 그게 제대로 통했다. 누가 들으면 예약이 조금 쉬워 보일 수 있으나, 굉장히 어려웠다. 나는 성공했고, 내 친구들은 모두 실패했으니까. 서버가 터질 정도로 한라산의 인기는 대단했다.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2](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3146163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3208657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3234961_thumb.jpg)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
입산통제시간 : 동절기(11,12,1,2월) 06:00부터 탐방 가능, 성판악탐방로 입구 12:00부터, 성판악 진달래밭안내소 12:00분
탐방가능여부 : 탐방 가능
총 9.6㎞ [성판악→진달래밭(7.3㎞)→동능정상(9.6㎞)]
한라산 동쪽코스인 성판악탐방로는 관음사탐방로와 더불어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을 오를 수 있는 탐방로이다. 한라산 탐방로 중에는 가장 긴 9.6㎞이며, 편도 4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성판악관리사무실(해발750m)에서 출발하여 속밭, 사라오름입구,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는 대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어 큰 무리는 없으나 왕복 19.2km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체력안배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하산은 관음사 코스로도 가능하다.
또한 탐방로 5.8km지점에 사라오름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600m를 오르면 산정호수와 한라산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사라오름전망대가 있다. 이 탐방로의 특징은 백록담 정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숲으로 형성되어 있어 삼림욕을 즐기며 탐방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탐방로에서 보이는 오름군락은 화산섬의 신비감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한라산 자생지인 구상나무 숲이 가장 넓게 형성된 곳이며 한라장구채 큰오색딱따구리 오소리 노루 등의 한라산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5](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3528338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6](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3540799_thumb.jpg)
야간 산행 시작
1월 1일만큼 성판악은 치열했다. 1월 1일이 되는 0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천 명이 오르는데, 나는 2시 반쯤 오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1시 반쯤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한라산을 가기 위해 준비했다. 하지만, 웬걸 한라산에서 온 문자엔 벌써 성판악 코스 주차장이 꽉 찼으니 제주국제대학교에 주차를 하고 움직이라는 문구가 쓰여있었다. 예약을 했더라도, 주차장은 여전히 치열했다.
국제대학교에는 우리 같은 사람을 태우는 택시 기사들로 가득했다. 모두 담합이라도 한 듯 성판악 코스까지는 만 오천 원의 요금을 받았다. 물론 이 가격을 꽤나 합리적이었기에 나는 지불을 하고 성판악으로 향했다.
성판악 탐방로 입구에 도착한 나는 자그마한 랜턴 하나를 머리에 끼고 천천히 산행을 시작했다. 해가 뜨는 시간이 오전 7시 반이었기에 적당한 속도 조절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한라산 정상은 그 어떤 곳보다 극도로 춥고, 바람이 차다. 만약 먼저 올라갔다면 30분도, 아니 길어야 20분 버티고 내려왔을 것이다. 보통의 속도보다 조금은 천천히 오른 한라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랜턴을 끼고 눈길을 오르는 건 묵묵히 침묵을 견디는 것과 같았다.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7](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5323556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8](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5324460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9](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5345670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0](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5359469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1](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4%2F20230114235401899_thumb.jpg)
보채는 사람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며, 쉬지 않아도 될 구간에서도 쉼을 청했다. 열을 계속 유지해야 이 산행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은 영리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웬걸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1시간은 쉬고 가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사실, 그 선택을 내가 한 것이긴 하지만, 생각해 보면 너무 억울하다. 진단래밭 대피소 내에 직원의 꼬임에 넘어간 거니까. 20분가량 쉬었을까. 직원은 계속 쉴 새 없이 외쳤다. 해를 보려면 지금 올라가야 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남은 길이가 짧아 지금 출발하면 분명 일찍 도착할 텐데, 대피소에서 정상까지 두 시간은 족히 걸린다며 으름장을 넣는 모습이 마치 꼭 그럴 것만 같았다. 10분을 더 버티며 한 시간을 쉬겠다 버티던 마음도 그의 단호한 외침에 녹아내려 출발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 한 시간 만에 정상에 닿았다. 시간은 7시. 딱 한 시간 쉬고 출발했다면 딱 맞았을 시간. 나는 정상의 어둠 속에서 버텨야 했다.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을 라면에 붓고 겨우겨우 몸을 녹이며 버틴 시간. 라면은 그 어떤 라면보다 달콤했지만, 그 직원은 얄미웠다.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2](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0027347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0037346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4](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0035264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5](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0045224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6](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0043333_thumb.jpg)
고통스럽지만
라면도 한순간 동났다. 해가 뜨기 전의 공기는 그 어느 순간 보다 차가웠다. 너무나도 춥게만 느껴지는 시간. 굳이 해를 봐야 하나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1분이 10분처럼 느껴지고, 다리는 이미 동상에 걸린 것처럼 아려왔다. 포기할까 수십 번 했던 고민. 기다리고, 오른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워 억지로 버틴 끝에 나는 비로소 만났다. 한라산 위로 떠오르는 여명의 눈동자를. 구름을 뚫고 나오는 아름다움. 2023년을 밝히는 새해가 한라산 위로 떴다.
나는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올해 이룰 모든 것들을 위해.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7](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0457676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8](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0511338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19](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0537864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20](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1027798_thumb.jpg)
![새해에는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21](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s%3A%2F%2Fstorage.doopedia.co.kr%2Fupload%2F_upload%2Fimage5%2Ftravel%2Feditor%2F2023%2F01%2F15%2F20230115001042134_thumb.jpg)
하얀 설산을 뒤덮는 주황빛. 이는 한라산을 덮으며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차가웠던 공기는 점차 햇살을 머금은 채 따뜻해졌고, 매섭게 불던 바람은 조금 잠잠해졌다. 마치 이 순간을 즐기라는 듯 기회를 주는 것처럼.
풍경을 눈으로 가득 담은 뒤, 천천히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어찌나 쉽던지, 오르는 것에 비하면 2배 아니 3배는 쉬웠다. 어둡고 미끄러운 길을 흐릿한 빛 하나로 의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햇살이 인도하는 내리막은 쉬웠다.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마친 등산. 이는 하나의 인생을 경험한 듯 여러 감정을 겪게 했다. 그리고 느끼게 했다. 한라산을 통해 일 년을 더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새해가 된다면 등산을 해보자. 산을 오르며 겪은 여러 감정들이 일 년을 살아갈 자양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