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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륜구동차 대명사, 지프와 코란도 그리고 SUV
자동차를 분류할 때 말하는 SUV는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sport utility vehicle)’을 뜻한다. 대체로 일반 승용차보다 차체가 높고
네 바퀴를 굴릴 수 있어 험로를 잘 달릴 수 있으며 튼튼해 보이는 외장과 넓은 공간을 갖춘 차들이 속한다.
SUV란 말이 자리 잡기 전까지 널리 쓰였던 명칭은 ‘오프로드용 자동차’ ‘사륜구동차(4WD, 4×4)’였다. 그리고 ‘찝차’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박스 형태의 소형 상용차를 죄다 ‘봉고차’로 불렀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브랜드 지프(Jeep)는 군용차로서의 활약상에 힘입어 험로용 차량의 대명사가 됐다.
마침 지프가 1984년 미국 시장에 가족용 차로 내놓았던 체로키(Cherokee)야말로 현대적인 SUV의 원형으로 꼽히는 차다. 당시 유사 차종들이 픽업 트럭의 뼈대에 지붕이 길고 문이 두 개뿐인 차체를 얹은 것에 불과했던 것과 달리 체로키는 지상고를 높게 하되 승용차 방식으로 만든 왜건형 차체에 4개의 문을 단 것이 특징이었다. 물론 정통 지프와 완전히 달라 기존의 군용차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는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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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산 SUV는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훼미리’
같은 맥락으로 보자면 첫 국산 SUV는 쌍용자동차가 1988년 내놓은 코란도 훼미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SUV의 대표 브랜드라
할 수 있는 코란도(Korando)도 지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코란도의 역사는 1970년대 신진자동차가 미국 지프의 CJ-5 모델을
라이선스 생산한 것에서 시작됐다. 신진이 거화로 바뀐 1980년대 들어 지프라는 이름 대신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
라는 뜻을 담아 새로 붙인 차명이 코란도였다.
원조 코란도는 거화에서 동아자동차를 거쳐 쌍용자동차에 이르러서도 오리지널 지프를 일부 개량한 형태 그대로 1995년까지 생산됐다.
가장 대표적인 3도어의 기본형 외에 차체가 긴 다인승 버전도 있긴 했지만, 요즘 말하는 SUV가 아니라 과거의 험로용 자동차에 머문 형태였다. 아시아자동차가 1990년 출시한 록스타, 기아차가 1998년 내놓은 레토나 역시 3도어의 짧은 차체를 바탕으로 군용차에서
파생된 험로용 자동차, 혹은 정통 지프의 이미지를 내세웠던 모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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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도 어울리는 다목적 차’ 지향한 것이 특징
반면 코란도 훼미리는 코란도와 엔진, 변속기를 공유하되 차체와 뼈대는 지프가 아니라 당시 일본의 왜건형 SUV를 바탕으로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졌다. 가령 ‘도시에도 어울리는 다목적 차’를 지향한 것이 기존 지프형 차들과의 차이점이다. 잠시 코란도 훼미리가
독점했던 이 시장에는 1991년 현대정공이 만들고 현대자동차서비스가 판매하기 시작한 갤로퍼가 뛰어들어 비로소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갤로퍼 출시로 큰 타격을 받은 쌍용차는 1993년에 코란도 훼미리 후속이자 상위 모델로 무쏘를 내놓았다. 당대 SUV 중 가장 큰 차체에 파격적인 디자인과 벤츠와의 기술제휴를 바탕으로 정장을 입고 타도 어색하지 않은 고급 SUV를 지향했다.
무쏘보다 몇 달 앞서 기아자동차가 출시한 스포티지는 경쟁 모델들보다 작은 체구였지만, 도로와 험로를 모두 아우르는 도심형 SUV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제시하며 주목을 끌었다. 일자 프레임을 적용하던 기존 SUV와 달리 그릇 모양으로 아래로 꺾인 프레임을
적용해 무게 중심을 낮추고 탑승 공간을 넓혔으며 박스형 차체를 탈피해 부드러운 곡선의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인 것도 차별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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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싼타페, 당시 세계적 모델로 손꼽혀
그런가 하면 2000년 나온 싼타페는 현대자동차의 첫 번째 자체 개발 SUV이자 국산차 최초로 승용차 바탕의 뼈대 일체형 차체를 사용한 SUV였다. 즉, 싼타페 이전의 국산 SUV들은 모두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구조였다.
지금이야 프레임 방식 SUV가 드물 정도로 승용차형 차체 구조의 SUV가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엔 세계적으로도 앞선 모델에
속했다.
이후 공간 효율성, 경제성, 승차감 등 다방면의 장점을 인정받아 승용차 기반의 SUV가 많아지면서 네 바퀴 굴림이 아닌 두 바퀴 굴림, 특히 앞바퀴 굴림 SUV도 보편화됐다. 야생이 아니라 도시생활에서 다목적으로 쓰기 적합한 차로 진화해 나가면서 차 바닥도 낮아져 험로 주파 기능은 갈수록 퇴화하는 양상이다. 결국, SUV라는 말이 자리 잡기 전에 사용되던 오프로드용 자동차나 사륜구동차 같은
말은 더 이상 이런 종류의 차들을 대변할 수 없게 됐다.
출처 : 탑기어 민병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