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생미사 & 연미사
천주교가 참 좋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아닐까? 주일 어느 성당에서든 주님을 뵐 수 있으니, 그 자체가 은총이고말고. 그래서 출타도 가능하고, 행여 드물게 외국에 갈 일이 있어도 걱정이 없다. 우리 가족이 가장 멀리서 미사에 참례한 것은 삼 년 전, 괌 한인성당에서였다. 괌에서의 무심한 미사-내 사랑하는 임(아내가 아님)을 위한 연미사-가 후회된다. 백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이라도 봉헌했다면? 이처럼 가슴이 아프진 않았으리라.
그래도 주님이 깨달음을 주셨으니, 조금씩 개선은 되고 있다. 작년엔 옛날 다니던 본당의 주임 신부(시설에서 사목한다.)에게 부탁하여 일 년 동안 연미사 예물을 미리 전하고 기도를 부탁했다. 엄마와 아버지, 처부모, ‘임’ 등의 기일 및 명절 등을 잊지 말라는 간청을 했다. 참 편리(?)했다. 직접 못 갈 때는 전화를 통하면 되니까.
각설하고.
엄마 아버지는 왕복 열 시간 이상 걸리는 밀양 성당 천상 낙원에 누워 계신다. 일 년에 한 번 이상 가 뵙기 힘든데, 두 분을 위한 연미사는 대개 지금 내가 나가는 본당에서 올린다. 물론 내려가 밀양 성당 사무실에 들러 약간의 예물을 맡기도 오는 수도 있고. 내려간 김에 그곳 노인학교에서 강의를 하기도 한다. 실로 기가 막히는 사연이요, 불효라 하자. 참, 두 분은 생전에 불교 신자셨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개신교 신자신데, 세례명이 없으니 예물 봉투에 그냥 이름자만 적어서 우리 본당에서 연미사를 봉헌한다. 장모님의 유택은 여기 가까운 데에 있다.
근데 근래에 나는 미사 예물에 대해 색다르면서도 거룩한 체험을 했다. 몇 달 전부터 오십오 만원의 돈줄이 끊기고 말았다. 그러니 내가 힘을 못 쓸 수밖에. 실제 아내나 딸 내외 및 손자 두 녀석을 위한 생미사도 큰마음 먹지 않고서는 힘들다. 사무장도 아는 처지에, 너무나 적은 액수의 예물을 넣기는 낯간지럽고. 여남은 군데 성당 및 시설에 자동 이체하는 소액 후원금이 십이 만 원인데, 아내가 주는 삼십 만원을 갖고는 문학 단체 회비에도 모자란다. 몇 달 전만 해도 한 달 팔십오 만원으로 흥청망청(?) 썼었는데….그 시절이 그립다(?) 그래도 살아간다니 이상하다.
하여튼 털어 놓자. 기가 막히는 미사 예물 이야기. 가수 황금심 마리아를 위하여 연미사를 넣었다. 같은 날 노무현 유스토에 대한 연미사도 같은 액수로 넣었고. 내 ‘임’한테도 마찬가지. 아내를 위한 생미사와 손자 두 녀석을 위한 생미사도 봉헌했다. 이경혜 카타리나 자매가 정의로운 일을 할 기회를 갖도록 해 달라는 생미사까지. 십만 원+육 만원. 참 기분이 좋았다, 모처럼 하느님이 기뻐하실 일을 했다는 자긍심이 생겼다. 황금심 마리아와 우리 가족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고백(?)했고말고. 그러나 노무현 유스토는 들먹이지도 않았다. 그날 주임신부가 노무현 유스토를 거론할 때 내 가슴이 사뭇 떨렸다. 이유는 설명하지 말자.
며칠 있다가 이경* 카타리나 자매에게서 전화가 왔다. PBC 매일미사를 시청하면서 기도에 동참해 달라고. 나는 흔쾌히 대답하면서도 명동성당에 물어 계좌 번호를 알아 오만 원을 보냈다. 두어 주일 전까지 약속을 해야 하는데, 이경* 자매의 친척들이 미리 예물을 보냈기 때문에 주님이 그걸 아시는 터라, 따로 지향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늘 저녁에 비례 대표 순위가 발표가 되는 날이니, 사뭇 떨릴밖에. 아무튼 모두가 하느님 뜻이다. 나는 이제 가끔은 평화방송을 통해 연미사와 생미사를 봉헌할 생각이다. 예물 액수가 적어도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니 마음은 편하리라. 손자 둘을 위해 지향을 넣는다 치자. 이름과 세례명이 하단에 표시되니, 오학년 바오로는 뭐가 느끼는 게 있으리라. 전국의 수많은 교우들이 동참해 줄 테고. 우리은행 454-000383-13-105 평화방송.
예물 없이도 연미사 생미사를 봉헌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리라. 나는 거기에 포함되니 하느님 보시기에 참 얌체일 수밖에. 바로 한국가톨릭문화원이다. 앞서 슬쩍 내비쳤는데, 소액 후원을 하는 시설에 이 한국가톨릭문화원 포함된다. 한 달 만원, 죽을 때까지. 이제 일 년이 가까워 오는데, 수시로 문자가 오는 것이다. 각종 행사 안내가 주를 이루지만, 가끔은 미사 지향 안내도 있다. 따로 예물을 안 내도 되는 것이다. 답신을 보낸다. 시각 장애 복지관 박성* 주임신부가 실명 중이지만, 교우들을 위하여 사목 활동을 더 열심히 해 주도록 기도하나이다. 인천 청각 장애 복지관 안규* 주임신부도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참 기분이 좋고말고. 기분이 날아갈 듯해야 하는데 아직 거기까지 이르진 못해 안타깝지만.
노무현 유스토와는 극을 이루는 생미사 이야기도 들었다. 바로 박근혜 율리아나 자매를 위해 봉헌했다는 어느 형제를 며칠 전 만났다. 아무려면 어때! 우리는 정치가를 위해 기도하자는 ‘보편지향기도’를 봉헌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김정은이 비록 교우는 아니지만, 세계 평화에 역행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생미사를 넣으면? 그가 죄인이라도 하느님은 너그러이 받아 주시리라. 내가 꼭 한 번 방법을 강구할 생각이다.
후기/ 이백 자 원고지/ 열석 장 반. <성경>을 따라 가능한 한 아라비아 숫자를 기피한다. ‘13장 반’은 내가 읽어 보니, ‘십상 장 반’이다. 아홉 시를 9시로 적어 놓고 아홉 시로 읽는다? 언어도단이다. 우리 모두가 산문을 쓸 때에는 원고지 張數를 나타냈으면 한다. 참, 枚數는 일본말 찌꺼기라더라.
첫댓글 선생님 대단한 저력이십니다. 원고지 열세장 반을 쓰시는 능력은 아무나 못하지요. 일곱장을 쓰려고 해도 끙끙 거리기 일쑤이거든요.
그저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저력을 가졌다는 칭찬을 처음 듣습니다. 채찍으로 여길게요. 위 장애 자매의 손을 주님께서 들어 주시지 않아서 절망했습니다. 당사자와 통화도 못하고 있습니다. / 국장님이야말로 우리 문인회의 자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