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돌이 박영래의 만화산행ㅣ가평 명지산] ‘명불허전’ 진달래·철쭉 터널 이룬 경기 2봉
글 만화등산지도 사진 박영래 객원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19.04.04.
가평 유일 군립공원이자 8경 중 4경… 명경지수明鏡之水 일품
한북정맥 강씨봉과 청계산 사이 886.2m봉에서 동남으로 가지 치는 능선이 있다. 한북정맥과 헤어지는 명지지맥이다. 명지지맥은 곧바로 귀목봉을 들어 올린 다음, 귀목고개에서 잠시 가라앉았다가 1,199m봉을 들어 올리면서 능선이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1,199m봉(결사돌파대바위가 있는 곳)에서 동으로 갈라진 능선은 0.8km 거리 1,250m봉에 이르면 또 북과 동으로 나누어진다. 1,250m봉에서 북으로 향하는 능선이 약 1.3km 거리에 이르러 빚어놓은 산이 명지산明智山(1,252,3m)이다.
결사돌파대바위가 있는 1,199m봉에서 남으로 향하는 능선은 아재비고개~연인산~우정봉~매봉~대금산~불기산~주발봉~호명산에 이르러 여맥들을 북한강에 가라앉힌다.
명지산은 산 전체가 가평군 관할이다. 세부적으로는 결사돌파대바위를 가운데 두고 북쪽과 동남쪽은 가평군 북면 적목리 도대리 백둔리, 서남쪽 일원은 같은 가평군 조종면(작년에 하면下面이었던 면명面名이 조종면朝宗面으로 바뀌었다) 상판리로 구분된다.
명지산은 경기 제1고봉인 화악산(1,468m)에 이어 경기 제2고봉이다. 명지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든다. 여기에다 가평 5대 명산에도 든다. 가평 5대 명산은 화악산, 명지산, 운악산, 축령산, 유명산을 일컫는다. 가평 5대 명산 중 유일하게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명지산은 높이에서만 평가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평군이 유일하게 ‘청정수역’으로 정한 지역이다. 주등산로인 명지계곡에는 명지폭포를 비롯해서 수많은 크고 작은 와폭들과 소沼들이 이어져 ‘명경지수明鏡之水’를 이룬다. 명지산 남동쪽 백둔리계곡도 물 맑기로 이름나 환경청이 ‘청정구역’으로 지정했다.
명지산은 들머리에서부터 표고차 1,000m 안팎을 극복해야 되는 헤비급 못지않은 미들급 산이다. 그래서 체력소모가 많다. 게다가 등산소요시간이 오래 걸리는 산행대상지이기 때문에 당일산행을 계획했다면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산 후 여유 있게 귀경 버스 편을 탈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한다고 해도 산행 들머리 주차장에서 아침 9시 전후로 출발해야 해지기 전에 주차장으로 여유롭게 되돌아 올 수 있다.
명지산 등산코스는 정상 동쪽인 관청 1리 익근리 주차장~명지계곡~명지폭포~화채바위 갈림길~화채바위, 백둔리 버스종점~죽터 생태계감시초소~대골~아재비고개~1,199m봉 결사돌파대바위~명지 3봉~명지 2봉, 상판리 귀목종점~귀목고개~1,199m봉(결사돌파대바위)~명지 3봉~명지 2봉, 적목리 논남기~임산계곡~귀목고개~1,199m봉(결사돌파대바위)~명지 3봉~명지 2봉 경유 정상에 오르는 코스들이 대표적이다.
상기 등산로들을 관청 1리 익근리주차장 들머리를 기점으로 시계방향으로 소개한다.
도대 1리 익근리 주차장~명지계곡~명지폭포~화채바위 갈림길~화채바위~정상(명지 1봉)〈약 6.3 km·5시간 30분 안팎 소요〉
익근리 주차장~승천사~명지폭포~명지산 구간만은 명지산에서 유일하게 산불예방기간과 관계없이 사계절 개방되어 있다. 명지산 등산 들머리 마을인 도대 1리는 ‘익근리’라는 지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익근리라는 지명은 이곳에서 몸에 이로운 약초가 많이 나는 마을이라서 더할 익益자와 약초 뿌리를 뜻하기도 하는 뿌리 근根자를 써서 익근리로 불렀다 전해진다.
명지계곡의 백미인 명지폭포는 V자로 갈라진 높이 20m가 넘는 암벽 틈바구니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이다. 높이 7~8m 직폭이다. 폭포 아래는 폭 10m가 넘는 소沼가 폭포수 물을 받아내고 있다. 화채바위는 마치 모양새가 상여(장례 때 사체 운구 들것을 화채라고도 불렀다)를 닮은 바위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명지계곡 화채바위 갈림길(↑명지 1봉 1.5km, ↑명지 2봉 2.0km, 명지 1봉 2.1km→)에서 왼쪽 난간다리 건너 서쪽으로 더 들어간 곳인 명지 2봉 갈림길(←명지 2봉 1.3km, ↑명지 1봉 푯말)에서 오른쪽(북서쪽) 급경사 돌밭길로 이어지는 산길을 타고 정상 남릉 전망바위 밑 삼거리(←명지 2봉 1.1km, 정상 0.1km 푯말)를 경유해 정상에 이르러도 된다.〈약 6km·4 시간 안팎 소요〉
익근리 주차장에 자가용을 두고 원점회귀 산행을 하는 경우에는 정상 동릉인 화채바위~사향봉 능선을 타고 내리는 것도 괜찮다. 명지계곡 하산보다 약 1시간 더 걸린다.
백둔리 버스종점~죽터 생태지 감시초소~대골~아재비고개~결사돌파대바위~명지 3봉~명지 2봉~정상(명지 1봉)〈백둔리 버스종점 기점 약 6.6km·5시간 30분 안팎 소요〉
아재비고개에는 다음과 같은 비극적인 전설이 전해진다. 옛날 극심한 가뭄으로 전 국토가 메말라 굶어죽는 사람들이 속출續出했을 때 가평읍에 살았던 주민이 식량을 구하려고 이 고개를 넘어 상판리로 넘어갔다. 당연히 상판리에도 식량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때 어떤 집에서 식량을 구하러 온 가평읍 주민에게 “굶어 피골만 남은 한 아이를 가평으로 데려가 무엇이든 먹여 애 좀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식량을 구하지 못한 가평 주민은 오히려 덤터기로 아이를 살리려고 고개를 넘어 백둔리~목동리를 지나 마장리~가평으로 가는 고갯길을 또 하나 넘게 되었다.
이때 배가 고프다 못해 하늘이 노랗게 보이며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가평 주민의 가슴에 사슴 한 마리가 안겨 있었다. 그는 ‘아 하늘이 나를 돕는구나’라는 생각에 그 사슴을 생으로 먹으려고 살점을 씹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상판리서 데리고 온 아이가 비명을 질러, 마침 지나는 다른 사람에 의해 구조되어 가평으로 옮겨졌다. 그후 이 사건으로 인하여 상판리에서 백둔리로 넘는 고개를 아이를 잡아 넘어갔다는 뜻인 ‘아재비 고개’, 아이가 사슴으로 보였다는 목동에서 마장리로 넘는 고개를 ‘사슴이고개’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사슴이고개에는 현재 6.25 때 전사한 전투경찰 충혼비가 세워져 있다.
※ 이 전설은 필자가 수 십 년간 상판리 백둔리 도대리 적목리 일원에서 100여 년 전부터 수 대째 살아오셨던 노인들로부터 수집한 자료입니다.
상판리~귀목고개~결사돌파대바위~명지 3봉~명지 2봉~정상(명지 1봉)〈약 6.4km·4시간 30분 안팎 소요〉
귀목고개에서 약 1시간 오른 곳인 작은 공터와 1,117.4m봉을 지난 문바위는 재미가 듬뿍 묻어나는 장소이다. 바위틈(침니)이 50~60cm 정도로 몸무게가 좀 나가고 뚱뚱한 사람은 배낭을 벗어야만 쉽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바위를 지난 난간 다리 오른쪽 아래는 십 수 길 낭떠러지다. 다리가 놓이기 전 예전(1970~1990년)에는 다리 아래 바위벽 하단부 작은 동굴속 샘터(석간수)에서 버너와 코펠로 밥을 지어먹기도 했었다. 지금은 다리 아래로 길이 사라져 접근이 어렵다.
난간다리에서 5분 거리 작은 봉우리인 1,199m봉 왼쪽 안부 삼거리에 있는 한문으로 ‘決死突破隊결사돌파대’라고 음각된 바위가 인기 있다. 이 글씨를 배경으로 ‘명지산 어느 방향 들머리에서건 표고차 1,000여 m를 죽기 살기로 돌파했다’는 기분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다. 예전에는 검은색 페인트가 칠해져 눈에 잘 띄었으나 지금은 페인트칠이 사라졌다.
적목리 논남기~임산계곡~귀목고개~결사돌파대바위~명지 3봉~명지 2봉~정상〈약 8.2km·5시간 30분 안팎 소요〉
적목리 논남기는 용수목으로 들어가는 큰길가인 미약골 삼거리(일명 적목 삼거리)에서 서쪽 강씨봉자연휴양림 방면으로 4km 거리이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임산계곡에서는 숯가마에서 만들어진 숯이 매일 두 트럭씩은 반출되었다. 이때는 논남기에서 남쪽 임산계곡으로 들어가려면 일단 가평천을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없었다. 그러나 숯을 나르던 트럭들이 건너 다녔던 개울 바퀴자국 옆으로 돌출된 돌덩이들을 딛고 개울을 건너다녔다. 임산마을 푯말이 있는 합수점에서 서쪽 골짜기는 귀목봉 북릉과 강씨봉자연휴양림 방면이다. 임산마을 푯말 왼쪽 길로는 곧 민가가 나온다. 민가 일원은 예전 규모가 큰 숯가마(두 트럭분 원목이 들어가는 규모)와 인부들 숙소가 있었던 곳이다.
민가를 지나 두 번째 합수점을 지나가면 푯말(↑명지산 5.2km, ↑귀목고개 1.3km, ↓논남 3.0km)이 나온다. 이후 귀목고개 막바지에서는 산길이 급경사로 이어진다.
문바위에서 5분 거리인 난간 다리. 폭 1.5m에 길이 8m가량인 다리 오른쪽 아래는 절벽바위이다. 마주보이는 봉은 1,199m봉이다. 1,199m봉 왼쪽 안부 방면으로 2분 거리인 난간 계단을 지나 2분 더 가면 결사돌파대바위에 닿는다.
문바위에서 5분 거리인 난간 다리. 폭 1.5m에 길이 8m가량인 다리 오른쪽 아래는 절벽바위이다. 마주보이는 봉은 1,199m봉이다. 1,199m봉 왼쪽 안부 방면으로 2분 거리인 난간 계단을 지나 2분 더 가면 결사돌파대바위에 닿는다.]
[수림이 울창하고 수도권에서 가깝기 때문에 당일 산행지로 알맞은 명지산은 가평군청에서 북쪽으로 18km 떨어져 있는 높이 1,267m의 산이다. 명지산은 경기도 내에서 화악산 다음으로 높아 정상에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조망이 좋아 정상에서는 국망봉, 광덕산, 화악산, 칼봉산 등 높은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봄에는 진달래가 여기저기서 많이 피어나고, 28km에 달하는 명지계곡은 여름철이면 물놀이 피서지로도 알려져 있다. 활엽수가 많은 이곳은 가을엔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으로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비교적 산세가 험난하지 않아 겨울에는 능선을 따라 멋진 설경이 펼쳐져 이를 위해 산을 찾는 이들도 많다. 다양한 등산 코스가 있지만 명지산 서쪽의 상판리에서 정상에 올라 동쪽인 익근리로 내려오는 코스는 초보자들도 찾기에 무리 없는 코스이다.
가평군 명지산 산행지도
가평군 [명지산&연인산]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