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그릇 (砂の器) The Castle of Sand 1974
일본 범죄 미스터리 15세 이상 관람가 143분
감독 노무라 요시타로
출연 탄바 테츠로 (이마니시 형사 역), 카토 고 (와가 에이료 역), 모리타 켄사쿠 (요시무라 역), 시마다 요코 (타카기 리에코 역), 야마구치 카린 (타도코로 사치코 역), 오가타 켄 (미키 켄이치 역), 카토 요시 (모토우라 치요키치 역)
사회파 추리 소설의 아버지이자 일본의 국민작가로 추앙받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일본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구로자와 아키라의 제자이자 70년대 일본 범죄 영화의 대가 노무라 요시타로가 감독, 70년대 일본의 국민 배우 탄바 테츠로가 주연한 범인을 밝히는 사건해결과정을 보여주기 보다는 ‘왜 범인은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탐구해 나가는 걸작 범죄 미스테리 스릴러입니다.
도쿄 전철 역에서 60살 노인의 변사체가 발견된다. 사건의 담당자는 베테랑 형사 이마니시와 요시무라. 희생자는 원한을 살 만한 일을 저지른 적이 없고, 모든 단서는 흐릿하다. 모두가 범인 찾기를 포기할 무렵 제보를 받게 된 이마니시는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한 유명 작곡가의 과거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짐승의 길>을 감명깊게 읽고 그의 많은 작품이 영화화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찾아보게 되었으며 다층적인 추리 시퀀스를 뒷받침하는 치밀하고 탄탄한 스토리,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 구조를 뛰어넘는 섬세하고 몰입감 넘치는 연출, 50년 전 배우들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명연기, 일본의 사계를 수려하게 담아낸 영상미, 심금을 울리는 애절한 음악까지 전세계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1950년대 이후 전성기가 지난 일본 영화의 저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도쿄 열차역에서 한 노인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고 수사가 진행되며 처음에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았던 그 피해자는 한 시골 마을에서 순경으로 재직하며 많은 덕망을 얻었던 선량하고 성실한 인물이며 아내와 사별하고 퇴직을 한 뒤 고향에 와서 잡화점을 운영하다가 어느 날 그렇게 시체로 발견되었는데 대체 그는 누구고, 왜 죽었으며, 누가 살해한 것인가를 추적하는 두 형사의 집념을 그리고있습니다.
러닝 타임이 2시간 20분이 넘는 이 작품은 처음에는 수사관들이 살해당한 노인의 삶과 행적을 따라가는 내용으로 전개되다가 나병에 걸려서 정처없는 여정을 떠나는 아버지와 함께
고생스런 여정을 함께 하는 어린 소년의 슬프고 힘겨운 이야기로 옮겨가면서 복잡했던 수사극이 어느 순간 대사도 거의 없이 거지처럼 유랑하는 소년과 병든 아버지의 가슴 아픈 여정으로 바뀌게 됩니다.
후반부는 부모와 자식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숙명'의 관계를 그려내고 있는데 과장된 연기와 구성으로 관객의 심금을 울리도록 만들어진 흔한 신파가 아닌, 천륜의 정은 격정적이고 장대한 협주곡이 흐르는 40여분의 시퀀스에서 극대화되어 영상과 음악을 통한 더 높은 경지의 비극과 애뜻함을 보여줌으로써 세상에는 완벽한 선인도, 완벽한 악인도 없다는 메세지를 남겨줍니다.
감독 노무라 요시타로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 여덟 편을 영화로 연출했고 그중 몇몇 영화들은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수사극이나 범죄극에 더 가깝고, 비정한 원작과 달리 멜로드라마의 구조와 신파적 감동을 끌어내는데 집중한 각색을 취했으며 속임수과 동기 중 후자에 집중하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품답게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동기가 되는 범인의 과거가 밝혀지는 길고 긴 후반부이며 반면에 모든 사건의 시작이 되는 최초의 살인 사건의 범행과정이 전혀 재연되지않는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추리작가로서 보다는 문학계의 거장이자 사회파 추리작가로 인정받는 작가답게 서스펜스 보다는 휴머니즘이 작품에 녹아있으며 추리물로써의 반전이나 짜임새 보다는 인생사에서 벌어진 가슴 아픈 내용이 더 두드러지며 문서관리의 한계가 있었던 70년대라는 시대상이 그대로 반영되어 단서가 되는 실마리를 하나 하나 찾아가는 끈질김과 기록수사라는 고뇌를 실천하는 장면을 통해서 느껴지는 진정한 형사로서의 자세가 감명 깊습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 소설을 읽으면, 영화에서 소략된 부가적인 정보와 사건들을 다시 접하면서 더 재미있게 읽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오히려 소설의 산만함을 집약시켜 주제의식을 더 돋보이게 만들며 원작의 기조를 살리면서도, 영화에서 살리고 싶은 핵심적인 요소는 놓치지 않았으며 중반까지 마치 미궁을 헤매는 듯한 수사과정에서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서스펜스 넘치는 긴박한 추리물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진부한 영화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75년 시네마 준보 선정 최우수 각본상 수상, 1975년 마이니치 영화제에서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 수상, 1975년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작품상 후보 및 감독상을 수상을 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인정받았으며 1974년 영화화 외에도 2004년, 2011년 TV 드라마로 제작되었는데 마쓰모토 세이초 원작 소설을 영상화한 사례 중에서 가장 걸출한 작품으로 손꼽히며 영화와 드라마 모두 명작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중년의 형사 이마니시 경위 역의 탄바 테츠로는 루이스 길버트 감독의 <적과 백(The 7th Dawn, 1964)>, <007 두번 산다(You Only Live Twice, 1967)> 등에 출연한 당대 일본을 대표하는 국민 배우이며 이 작품에서 세련된 외모와 함께 차분하고 휴머니즘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고
요시무라 형사 역의 모리타 켄사쿠가 그려낸 지치지않고 열정적으로 수사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복수는 나의 것>의 오가타 켄의 명불허전 연기력 그리고
파라마운트사에서 영화로도 만들었던 80년대 전설적인 대하드라마 <쇼군>의 여주인공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던 시마다 요코의 엄청난 미모는 이 작품을 더욱 빛내줍니다.
<모래 그릇> OST
영상만큼이나 뛰어난 음악을 만든 음악감독은 아쿠타카와 야스시이며 그는 일본의 유명 소설가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아들이자 일본의 엔니오 모리꼬네라고 불리는데 원작 소설에서 이마니시 경위가 수사 중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밀감>을 떠올리는 대목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메인 테마곡은 듣자마자 저의 감성을 크게 울려 몇날 며칠을 들었는지 모릅니다.
로더리고 영화 글 모음 1000
첫댓글 일본영화 모래그릇 한번 보고싶은데
볼 수 있는 루트가 있을까요
지금 찾아보니 예전에 찾아던 루트가 없어졌네요. 찾게되면 댓글 남기겠습니다 ^^
@로더리고1 항상 유익하고 즐겁게 올려주시는 자료들 보고 있습니다.감사드립니다.혹여나 찾게 되시면 저도 부탁 드려도 될까요?
@크리에이티브하게. 그럼요. 찾게 되면 댓글 드리겠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더리고1 감사합니다.
@로더리고1 저도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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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에는 없는 걸로 나오네요
네 74년작은 없을겁니다.
70년대는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영화도 ㄷㄷㄷ
메인테마에 빠져 몇주동안 계속 틀었네요.
와 이거 이번주 내내 보고싶어서 다 뒤져도 못찾고 러시아꺼 찾앗는데 자막이 없고 정말 요샌 고전영화 어찌봐야 하는지...유튜브 변둘이의 영화 채널 보면 요약본 있는데 일부러 안보는중
요약본 보시면 감동이 줄어듭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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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미스테리 장르 영화라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OST가 매력적입니다. 서사 가득한 마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같은 음악때문에 더욱 영화를 보고싶게 만드는거 같아요.
고퀄 영화글 감사합니다
제가 이 OST에 빠져서 헤어나오는데 힘들었네요. 서사가득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라는 표현.. 너무 공감됩니다. 멋진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오오. 이런 영화가..!! 보고싶어지는 영화네요. 과연 찾아서 볼 수 있으란지
..! 늘 이렇게 좋은 영화를 알려주셔서 덕분에 흥미롭고 인상적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로더리고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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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몰랐던 영화네요.
되는데 까지 찾아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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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가없넹
그래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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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와드!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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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구해서 봐야겠네요. 74년 04년 11년 모두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