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모터사이클 메이커가 자사의 중 고급형 모터사이클들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을 주기로 잡고 계속 신제품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대다수의 중 고급형의 소비자들은 모터사이클을 일상적인 제품으로 여기지 않는다.(일상적인 실용제) 대부분 일정 이상의 소득을 가진 중산층 이상이며 모터사이클 외에도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취미의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는 중 고급형 모터사이클의 소비자들은 제품의 디자인이나 품질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짧은 주기로 이들 회사들이 제품을 출시하는 이유는, 일단 제품 라인업이 제 위치를 잡아가면 엔진과 메인 프레임에는 전반적인 큰 공장의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반면에 적은 비용의 시설 구축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슷한 가격에(일본의 4대 모터사이클 회사들은 가격이 거의 동일) 제품을 내는 회사들중에서 어느 하나의 회사가 더 짧은 주기로 신제품을 내기 시작하면 디자인과 품질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더 첨단이고 새롭다고 여겨지는 제품에 몰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회사들도 이 주기를 따라갈 수 밖에 없게된다. 지금의 신제품 출시 주기가 더 줄지 않는것으로 봐서는 회사들에게는 2년이라는 시간이 시장동향을 지켜본 다음에 안정적인 판매고를 잡기위한 딱 최소한의 기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동일한 카테고리의 스포츠 모델들과 심지어 동일 배기량의 스쿠터모델들 사이에도 성능적인 차이는 실제로 미비하다. 현실적으로 이런 모터사이클을 타는 대다수의 사람들도 그 차이는 인식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1,2마력의 작은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대다수 모터사이클 잡지들도 이 차이점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주지시킨다. 왜냐하면 조금의 차이라도 비교우위를 지정하는 기사가 독자들을 더 많이 그들 잡지에 머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모터사이클 회사들이 하나,둘,셋 구령에 맞춰 동시에 새로운 모델을 더 이상 출시하지 않거나 다음 모델의 출시 사이의 기간을 늘린다면 회사들은 모두 디자인과 마케팅에 들어가는 부수적인 비용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쟁관계의 모터사이클 잡지들도 동시에 동일 등급의 모터사이클 간의 비교를 그만둔다면 현재의 현실성이 결여된 일견 종교적이기까지 한 표현들을 잡지 리뷰의 지면에서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같은 산업의 어느 누군가는 경쟁자들보다 우위에 서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모두가 이런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게 된다.
결국 짧은 주기의 신형 모터사이클의 출시는 결과적으로 봤을때는 이들 모터사이클의 중고 가격을 하락시키는 이유가 된다.(물론 기존의 제품을 대체하는 신형이 나왔을때의 이야기이다.)
위의 사례는 또 다른 부분에 적용시킬수도 있다. 두카티는 데스모세디치를 출시했고 이로써 회사의 프리미엄 세일즈 포인트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일부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하길 MotoGP바이크를 시장에 출시한 두카티의 과감성을 칭찬하면서 이로인해 기술의 혼다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혼다가 곧 RC211V를 어떻게든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혼다가 RC211V를 제품으로 만들까?
물론 일본의 회사들이 데스모세디치같은 바이크를 만들만한 설비와 연구인력은 충분하다. 그러나 앞으로 수년간 그런 최고급형의 바이크를 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만약 혼다가 프리미엄급 스포츠 바이크를 출시한다면 야마하와 스즈키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대체적으로 시설비용대 이익이 크지 않은 더 복잡한 공정의 기계들은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계속 최신형으로 제작할수록 회사에 주는 손실은 커진다. 단, 여기서 말하는 최신형이라는 뜻은 당연히 현재의 설비능력보다 앞서나가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이지 람보르기니같이 하나의 라인으로 버젼만-색상과 일부 소소한 변경- 계속 바꿔서 다른 제품이라고 하는 것은 제외한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까지 이들 일본 회사들이 시장 선도형 모델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해서 과도한 경쟁구도를 벌였던 상황을 기억하고 있다면 최근의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산업의 일반적인 트렌드-디자인 중시, 트랜스미션이나 기타 성능향상을 통해 연비향상에 주 목적을 두는것 그리고 전체적인 라인업의 양적인 부풀리기 보다는 질적인 진보를 추구하는-로 봐서 일본의 회사들이 제 살 깎아먹기를 다시 벌일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한다.
반면에 두카티나 MV같은 회사들은 아예 처음부터 프리미엄급 제품을 팔기로 마음을 먹고 있고 소비자들도 이들 회사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비싼 모터사이클을 출시해도 사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리고 자동차 업계에서 아우디의 R8의 출시처럼 슈퍼카 산업이 80년대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같은 경쟁 이후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것을 모터사이클 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최근에 아프릴리아가 V4의 슈퍼바이크(비쌀것이 분명한)를 출시하려고 준비하며 KTM의 RC8의 출시와 BMW의 차세대 4기통 슈퍼바이크의 개발 그리고 과거 도산했던 이탈리아 북부와 스페인 일부의 소규모 회사들이 값비싼 주문형 모터사이클을 다시 생산하고 있는 상황들이 이를 증명한다.
비록 모터사이클 산업이 전반적으로 자동차와 크기와 성격은 다르다고 하지만 중간 가격의 모터사이클은 중간 가격의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극히 일부의 최고급 수요층을 위한 모터사이클은 지금의 슈퍼카 시장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리고 위의 사례들은 시장에서 어떤 공급자가 생산비용을 훨신 초과하는 많은 수익을 내기 시작하면 그 시장에서의 경쟁자가 언제나 생긴다는 당연한 시장논리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