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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시간은 DX에 불리 - 정오인 지점을 경로로 거치는 두 지점 간에는 높은 신호 감쇄로 인해 전 밴드 DX에 유리하지 않음
15m 및 20m가 주력 - 늦은 오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트여 있음. 컨디션이 좋은 경우 20m에서 EU, NA가 모두 오픈, 15m는 24시간 내내 오픈
10m는 활용이 제한적 - 극지방을 지나는 경로로는 교신이 불가. TEP(Trans-equatorial propagation)를 활용한 남반구/적도지역 교신, 그리고 스포라딕 E를 활용한 로컬 교신만 가능
전략: 콘테스트 룰 상 48시간 중 주어진 36시간을 대부분 밤시간에 활용, 그리고 스포라딕 E가 등장하는 타이밍에 맞추어 변칙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최선.
콘테스트 진행
위에서 언급한 전략대로, 오전 9-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는 무조건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게 나름 고역이었는데, 평소의 생활리듬과는 정반대로 지내는 것이다 보니 거의 이틀간 잠을 제대로 못 자면서 지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교신 하나하나 할 때마다 즐거움에 잠결에서 조금씩 벗어났습니다.
고득점을 위해서는 다양한 밴드에서 교신하는 것이 필요한 부분인데, 밤시간 40m 상태가 약간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10m가 심심한 밴드가 되어버릴 것을 생각한다면 조금 불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안고 콘테스트를 개시하였습니다. 막상 콘테스트에 들어가보니 확실히 예상대로 10m에서 100 QSO도 하지 못했을 정도로 고전하였을 뿐만 아니라, 40m에서는 전 대역 엄청난 OTH(over-the-horizon) 레이더 잡음으로 인해 신호 수신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20/15m가 저녁부터 밤새 아침까지 좋은 상태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교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80m band
80m는 안테나가 짧은 제게 상당히 어려운 밴드입니다. HL/JA 단 4국과 교신하는 데에 만족했습니다.
여름 컨디션이 되었음에도 나름 해외 80m 참가자들의 평을 들어보니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고 합니다.
40m band
40m는 OTH 레이더 노이즈 때문에 수월한 교신이 어려웠습니다.
국내에서보다는 JA에서 노이즈가 더 심해서 그랬는지, 특히 JA에서 CQ를 내는 사람이 평소와는 달리 많이 없었습니다. 또한 RBN 리포트 상 제 신호는 BY와 미국 쪽으로 잘 들어가지만 JA 쪽으로는 신호가 잘 안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간간이 아침저녁 잠깐씩 교신하였더니 120 QSO가 어느새 완성되었습니다.
20m band
이번 콘테스트의 가장 주축이 되는 밴드였습니다.
일요일 오전 3시경부터 EU 신호가 확연히 올라오기 시작한 20m 컨디션이 최고조였습니다. 안정된 지자기 상태의 힘을 받아 아이슬란드의 TF3B와 교신할 수 있었을 정도로 훌륭한 상태였습니다.
아침저녁으로 20m에서 모로코의 CN3A는 JA보다도 더 강하게 들리는 데다가, 좀더 경로가 긴 카보베르데의 D4Z 또한 어느정도 잘 입감되어 교신이 가능했던 등 전반적인 20m 상태가 최고를 보여주었습니다.
양일간 저녁 5-6시 사이에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보네어의 PJ4A가 꾸준히 잘 들리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쉽지만 100W로 교신은 못함)
DX가 잘 안들리기 시작하는 시간대에는 JA가 잘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과 이른 저녁시간에 애매한 전파상태일 때가 마침 20m run을 하기 괜찮은 때였고, JA에서도 마침 응답이 잘 왔습니다.
15m band
15m 또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한창 해가 떠오르면서부터 극지방 경로의 신호 감쇄가 심해지는 등 low power에게는 조금 답답한 면도 있었습니다.
일요일 일출 후 1-2시간 동안은 15m에서 NA, EU, 및 SA가 모두 시원시원하게 들리는 상태였으며, 특히 미국 북동부 신호가 아주 좋았습니다. 이때 K1LZ, K9CT 등의 초대형 빅건뿐만 아니라 다른 kW 무선국들과 편안한 교신이 가능했습니다. 한편 월요일 아침에는 15m 상태가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토요일 아침의 한두시간 덕분에 많은 WPX multiplier를 챙길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요일 오후 2시경부터 JA/BY를 상대로 run을 하며 약 60-100 QSO/h로 꾸준히 로그를 채워나갔습니다. 저녁시간만 되면 로컬 스킵이 되는 것을 전날인 토요일 오후에 겪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일찍 리그 앞으로 복귀하여 run을 한 것이 교신 숫자를 늘리는 데에 한몫 했습니다.
10m band
예상대로 EU, NA 신호는 전혀 입감되지 않았습니다. 좋은 안테나를 가지고 있어야 교신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TEP로 VK/ZL과 교신하는 것도 이른 아침이 아니면 쉽지 않은 등, 전반적으로 답답했습니다.
그나마 토요일 오후 2-3시 경 스포라딕 E 타이밍을 잘 잡아 로컬국들을 로그에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일요일 오전도 기절해 잠들지 않았더라면 교신 숫자를 약 20-30개는 더 늘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기타 통계
이번 콘테스트에서는 15m보다는 20m 밴드의 역할이 조금 더 컸습니다. 한편 PSKreporter로 본 FT8 데이터 상 17m가 가장 DX에 적합한 시기였습니다.
DX와의 교신 비중이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주변국 오퍼레이터들이 많이 깨어 있는 낮시간의 운용 비중을 좀더 가져갔더라면 교신 수를 좀더 늘릴 수는 있었겠으나, 교신 당 3점 대신 1점이라 점수는 더 낮았을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고득점을 위한 계획대로 잘 움직였습니다.
운용 이모저모
한 달 전 한국을 방문해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OH5BQ Pauli와 20m에서 교신이 되었습니다. 콘테스트를 마치고 WhatsApp으로 안부를 전하며 같이 갔던 여의도한강공원 피크닉을 추억해보았습니다. 직접 아는 사람의 타전을 멀리서 전파로 마주하는 기분이란 묘하게 즐겁습니다.
이외에도 유능하고 젊은 DXpeditioner이자 콘테스터인 DJ4MX Sven이 CQ에 응답하여 교신되었습니다. 콘테스트 직전 트위터에서 제 글에 소심한 좋아요를 하고 갔던 친구인데, 올해 22살로 앞으로 수십 년간 전파상에서 마주할 친구들 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8R7X DX페디션에 주축 멤버로 다녀온 멋진 분입니다.
국내에서는 대형 콘테스트라면 언제나 등장하시는 DS4EOI, HL2BQG님이 High power로 run하시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저녁시간 위주로 DS5DNO, HL4CEL님이 run하시는 것을 RBN 스팟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파일업에서 몇 번 마주쳤던 HL1VAU님, 잠깐 run을 하시다 일하러 가신 6K2CFI님 외에도 그리고 로그 제출 명단에서 개근하시는 DS3EXT, HL5YI님 등등 여러 OP들의 콜사인이 보입니다.
콘테스트 Youth overlay에 새로운 콜사인 DS3QOL님이 등장했습니다. 젊은 분의 CW 콘테스트 유입을 멀리서 축하드립니다.
좋았던 점
Raw score 상 SOABLP 부문 국내 신기록을 기대할 만한 점수가 나왔습니다. 콘테스트 후반부가 되어서야 신기록을 의식하게 되었을 만큼 이번 콘테스트는 가늘고 길게 QSO 수를 채워간 것 같습니다.
계획된 전파상태와 실제가 거의 비슷했기 때문에 예상했던 바 거의 그대로 교신을 할 수 있었습니다.
집 엘리베이터가 동작할 때마다 20m 밴드에서 노이즈가 크게 생기는데, 밤시간 위주의 운용을 하다 보니 그 시간에 엘리베이터 타는 사람이 없어 쾌적하게 운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CQ WW DX CW 콘테스트 Rookie overlay에서 high power 참가자에 밀려 전세계 2등을 해버리는 바람에 상패를 얻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과연 이번에는 1등을 해서 상패를 얻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아쉬웠던 점
40m 밴드를 가득 채운 OTH 레이더 노이즈로 인해 CQ를 내어도 응답이 많지 않아 교신 수를 더 늘리지 못했습니다.
일요일 오전 9시쯤 기절해 잠드는 바람에 10m에서 몇몇 스포라딕 E 교신 찬스를 잡지 못하여, 더욱 안정적인 하이 스코어를 획득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콘테스트라는 태양 폭발 때문에 생체 리듬에 지자기교란이 온 듯합니다. 이후 며칠간 회복이 필요할 만큼 피곤합니다.
국내 multiplier를 많이 획득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밤시간 위주의 운용이라 마주치기 힘들었던 데다가, 40m 상태가 나빠서 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마무리
이번 콘테스트는 현재 집에서의 마지막 콘테스트이자 Rookie 부문에서의 마지막 참가입니다. 이제는 rookie의 때를 벗어난 만큼 더더욱 노련해지는 것에 집중을 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며칠 뒤 앞으로 새로 이사가는 곳에서의 햄 생활이 무엇으로 채워지게 될지 많은 기대가 됩니다.
이번 여름에는 수 차례 IOTA 원정운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놓치면 10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태양활동 극대기를 한번 제대로 즐겨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요 몇 년 열심히 일하면서 열심히 놀아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콘테스트에 앞서 많이 응원해주신 KCC 선배님들, 햄 생활에 관해 많은 이야기와 노하우를 나누어주신 DS4EOI 이은광 OM님, 그리고 이 악랄한 취미를 옆에서 무한 응원해주는 DS1ULP 예비 XYL님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GL DX, 73 de DS1T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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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대단 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멋진 컨테스트 리포트를 즐감합니다.
정리를 하시는 실력이 탁월하셔서 호기심이 배가 되는군요.
덕분에 컨테스트엔 참여하시 못하였지만 대리 만족을 하기에는 충분한것 같습니다.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동입니다.
늘~ 아마추어무선과 함께하시는 모습이 보기에 참좋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대단히 훌륭한 보고서 입니다. 잘 정리된 글 감사드립니다.^^
아따...이제 루키라는 단어는 버려야 하십니다..ㅎㅎㅎ 주말내내 업무에 가봉에 정신없이 지나가서 BNO들이 좀들렸는데.... 쉽지 않더군요.... 정말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