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다문화상담의 개인적 차원의 상담기법
다문화가정 상담시 각종상담기법 – 권순희(전주교대)에서 발췌
(1) “생략된 모델 되찾기”를 통한 상담치료 - 내담자와 상담자 간의 언어적 소통을 통해서 내담자의 내면이 치료되기도 하고 변화되기도 한다. 내담자가 왜, 무엇을 위해서 치료를 받으러 왔는지,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를 알아내려면, 내담자가 어떤 표현을 쓰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내담자가 “나는 무서워요”라는 말을 했다고 하자. 이 말에는 ‘무엇을’ 혹은 ‘누구를’ 무서워하는지에 대한 무서움의 대상이 생략되어 있다. 내담자가 자신의 내면을 언어적 표상으로 나타내는 것에는 이와 같이 생략과 같은 언어의 보편적 현상이 내재되어 있다. 내담자의 내적 경험에 생략된 부분이 있을 때 이것을 “생략된 모델”이라고 부르며, 생략된 모델은 곧 제한된 행동선택으로 나타나며 억압된 내면의 표출을 의미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표현된 언어의 근원, 즉 속/구조를 완전하게 표현했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자는 세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즉, ⓵내담자의 생략된 모델을 그냥 받아들이든지, ⓶생략된 부분을 내담자에게 물어보든지, ⓷생략된 부분이 무엇일지 추측해 볼 수 있겠다. 첫 번째 선택, 즉 내담자의 생략된 모델을 그냥 수용하는 것은 치료과정을 느리고 지루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이유는 도움을 찾기 위해 온 내담자에게 자기의 모델에서 생략된 부분을 혼자 알아서 찾도록 전적으로 책임을 지우기 때문이다. 두 번째 선택은 내담자가 말한 부분에서 빠진 부분을 물어보는 것이다.
내담자: 나는 무서워요.
상담자: 무엇이 무서우세요?(누가 무서우세요?)
위와 같이 하면 내담자가 자기의 모델에서 생략되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기발견과 변화의 과정을 겪기 시작하고 세상에 대한 자기모델을 확장하기 시작한다.
세 번째 선택은 내담자의 언어표현에서 생략된 부분을 상담자의 경험과 직관에 의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상담자는 추측을 하거나 내담자의 표현을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두려워하는 것이 그의 아버지일 것이라고 상담자가 가정했다고 하자. 만약 이런 경우 이들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이어질 수도 있다.
내담자: 나는 무서워요
상담자: 이렇게 말해보시고 그 말이 맞는지 보세요.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요”라고.
내담자의 상담치료의 효과는 내담자의 모델에서 생략되었던 부분을 되살릴 수 있는 상담자의 능력과 관련이 있다. 상담자는 내담자가 말한 표현에서 빠진 부분, 즉 생략된 부분을 회생시켜줌으로써 내면세계에 대한 완전한 표현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2) “왜곡된 모델 되찾기”를 통한 상담치료 - 사람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 중에 한 가지는, 현재 진행과정에 있는 일을 이미 끝난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내담자는 현재 진행 중인 것들마저 자기가 조절하거나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 즉 과정이 사건화 하는 현상에 대해 명사화(nominalization)현상이라고 명명하기도 한다(김계현, 2000: 122).
예를 들면, 내담자가 “나는 내 결정을 후회합니다.”와 같은 표현에서 ‘결정(decision)’이라는 명사는 ‘결정하고 있다’거나 ‘결정할 것이다’는 용언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 결과중심적인 표현이다. 결정이라는 명사로 표현한 것을 듣고 상담자는 “당신의 결정을 재고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무엇이지요?”라고 질문한다. 상담자의 말은 이미 끝난 사건을 현재진행 중인 과정으로 재조정해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당신은 이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이야기하는데, 결정을 변경시킨다는 것으로 상상해 볼 수는 없겠어요?”라는 식으로 내담자를 일깨울 수 있다. 상담자의 메타모델식의 시도는 내담자에게 어떤 변화를 초래하기 위한 방향으로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왜곡된 모델 되찾기”이다. 명사화현상으로 왜곡변환된 것을 그것의 본래상태, 즉 과정동사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내적모델을 충실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어 내적치료가 이루어진다.
김계현(2000)에서는 인간이 심리적 고통을 받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한 가지는 자기의 모델이 빈곤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로 하여금 더 풍부한 선택가능성을 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내담자는 세상에 대해서 매우 빈곤한 모델을 만들어서 갖고 있으며 그 모델이 세상 그 자체는 아니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지금까지의 모델과는 다른 식으로 행동하도록 해서 그 결과 더 풍요한 모델을 가질 수 있도록 내담자를 도와야 한다.
(3) “긍정화”를 통한 상담치료 - 긍정화라는 말은 김계현(1995: 180)에서 창안된 용어라고 밝히고 있다. 영어의 positive reframing을 가리키는 말로 긍정적 재구성이라 부를 수 있겠지만 말이 너무 길기 때문에 긍정화라는 용어로 간소화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긍정적 관점의 선택과 표현이라는 용어를 사용해도 무난할 것이다.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는 시각의 변화를 의미한다.
다음은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교사가 지도한 사례인데, 긍정화를 통해서 학생의 태도와 행동을 변화시킨 사례이다.
(사례) : 다문화가정의 자녀 조선자(가명)는 책가방이 자주 비어 있었다. 그러나 교사가 꾸중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교사: “어머~ 내일 책 가지고 오면 선생님은 조선자 덕분에 행복할 거야”
그 후 조선자는 아침에 학교에 등교해 교실에 오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학생: 선생님, 오늘 숙제해 왔어요. 책 가져왔어요.
교사의 말 한마디가 그리고 긍정적인 표현 한 마디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관점을 달리하여 표현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사례) : 2학기 때 온누리안을 파악해 달라는 공문을 받고 교사A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되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혹시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교사A: 엄마가 외국어를 잘 하시는 분, 계시면 손 들어봐요.
그랬더니 몇 명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고, 그중 김동수(가명)의 엄마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었다.
‘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과 ‘반이나 있다’고 말하는 사람 간에 관점의 차이를 흔히 논한다. 같은 상황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는 것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보는 것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다. 상담에서도 이러한 지혜가 필요하다. 교사 자신이 긍정적 표현을 사용할 뿐 아니라 학생도 긍정화를 통해서 표현을 변화하고 태도를 변화하도록 유도한다.
(4) 결손가정 - 김영수(가명)의 어머니는 중국계 조선족이다. 어머니는 김영수가 5살 때 집을 나가서 서울의 모텔에서 카운터 일을 보고 있다. 지금은 노동일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주택을 보유하지 않아 마을의 빈집에서 생활하며, 집 주인이 비워달라고 하면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면서 살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 김영수(가명)는 어머니의 빈 공간을 채우려는 행동이 학교에서도 나타난다.
(사례) : 3월 중순경에 엄마가 학교로 찾아왔는데 서울에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였으며, 김영수는 친구들에게 자기도 엄마가 있다는 것을 자랑하는 듯한 행동을 함
학교에서 가족신문 만들기를 했는데 유치원 때(7살) 중국에 가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랑 찍은 사진을 가지고 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가족신문에 사진을 붙임. 엄마랑 어릴 때 찍은 사진도 붙이면서 자랑함. (전북 ○○초등학교 2학년 김영수(가명))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빈 공간이 드러난다.
(사례) : 아버지는 노동일로 공사장 등 일거리를 찾아 일을 하는 관계로 아침에 일찍 밥을 차려놓고 나간다. 아버지는 김영수가 자고 있을 때 집을 나선다. 김영수는 알람시계소리에 잠을 깨서 아침밥을 먹고 등교한다. 학교가 끝난 다음에도 혼자 집으로 돌아가 혼자 저녁밥을 차려먹는다. 언젠가는 얼굴 여러 곳에 화상을 입어 이유를 물었더니 저녁밥을 먹으려고 햄을 볶다가 기름이 튀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 내용을 듣고 마음이 아팠으며 기름에 물이 들어가면 그렇게 되니까 앞으로는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라고 알려주었다. (엄마나 아빠가 해주지 못하는 상황을 아는 교사로서는 요리방법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함)
(전북 ○○초등학교 2학년 김영수(가명))
결손가정의 경우는 학교와 가정의 연계지도가 어렵고, 학부모의 학교 참여도가 낮아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이 많다. 좋은 아버지, 좋은 어머니 강좌 등 학부모를 상대로 특강을 개설하는 방식이나 가정끼리 멘토를 맺는 방식 등을 취하여 결손가정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 차원에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5) 급식지도 - 일본인 어머니와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자녀 이영희(가명)는 평소에 한식 위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학교급식에서 문제가 없었다.
(사례) : 평소 가정에서도 한식 위주로 된 식사를 마련해주기 때문에 학교급식은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식사예절도 바르고 잔반도 거의 남기지 않았다.
(○○초등학교 2학년 이영희(가명))
그러나 러시아인 어머니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의 자녀 정○○의 경우는 채소류를 잘 먹지 않으려 하였다.
(사례) : 채소류는 잘 먹지 않으려 하고 육류와 튀김, 면류를 좋아함.
(부천 ○○초등학교 2학년 정○○)
다음은 필리핀 어머니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의 자녀 이철수(가명)의 편식을 지도한 사례이다.
(사례) : 학교급식 중 생선구이와 스파게티만 먹을 수 있음. 설득하면 김치도 조금은 먹지만 그 외의 음식은 모두 거부 반응함.……
상담을 통해 어머니의 고향이 섬나라(필리핀)이므로 주로 해주는 음식이 생선요리이고, 한국음식은 김치와 몇 가지를 빼고는 먹어본 것이 거의 없었다. 이철수(가명)는 토마토를 가장 싫어하고, 바다에서 난 음식들과 어머니가 직접해 준 음식에는 호감도가 높다는 것을 알았다. 편식을 고치기 위해 다소 강압적이긴 하지만 모든 음식을 조금씩이라도 먹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지도했고, 때로는 처음 보는 야채라며 먹지 않을 경우 스파게티의 한 종류나 다름없다고 말해 주어 그 야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먹도록 시도했다. 한 번 먹어본 음식은 다음에는 조금 덜 거부했으며 생선과 스파게티 말고도 좋아하는 음식이 한두 가지 더 생겼다.
(○○초등학교 1학년 이철수(가명))
편식의 문제는 개인차원의 문제이기도 하고 가정문화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문화적인 차원에서 논의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편식을 지도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체질에 따라 몸에서 요구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편식을 지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본고에서는 이 문제를 논란의 대상으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다만, 초등학교급식시간에 편식을 지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지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거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