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암산 자락에 자리한 동물장례식장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장례도우미 청년이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검은 우산을 쓰고 정중하게 문상객들을 안내한다.
누구 문상을 오신건가요?
도우미 청년의 깍듯한 음성과 달리 접객실 오른켠 쪽으로 붉은 전광판 두 줄이 호들갑스럽게 번쩍였다.
윗 칸에 고견 다나, 밑 간엔 반려 가족 김영순, 문유리 두 사람의 붉은 이름이 바쁘게 밀려가고 밀려왔다.
접객실에는 반장님의 복장은 검은 댄스스포츠복 차림이었고 손에는 흰 손수건이 들려있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흠씬 묻어났다.
회장님은 입술을 뽀족이 모아 흰 소국이 소복이 꽂혀있는 백자 도자기를 가르쳤다.
경희씨는 소국 한 개를 빼 다나의 영정 앞에 바치며 기도했다.
다음 세상에서도 좋은 가족을 만나 부디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회장님은 한시도 다나의 영정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경희씨는 회장님께 짧은 목례를 하고 어쩌다가,,,,,, 라며 위로를 전했다.
보통의 문상객들이 하는 의례적인 인사말이 절대 아니었다.
어제 문자를 받고 늦둥이는 낳는 게 아니라며 침을 튀길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어찌 보면 아이가 죽었다는 말보다 반려견이 죽었다는 사실에 더 가슴 아파하는 듯 했다.
회장님은 비 맞은 낙엽처럼 축축한 음성으로 다 내가 잘못해서,
그 의사의 말만 믿지 않았으면 다나가 저리 황망히 가진 않았을 텐데, 하며 다나의 영정을 끌어 안았다.
언덕 아래 배밭에는 배나무들이 한잎 두잎 무거운 몸짓으로 잎을 떨구고 있었다.
경희씨는 다나가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 라는 인사를 남기고 댄스스포츠 회원들이
흰 소국처럼 소복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이야기를 듣자니 반려견을 키우는 회원과 키우지 않는 회원들로 확연히 나누어 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반려견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개가 14살이면 나름 호상이라며 키득거렸고,
반려견 가족들은 그 의사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해야 한다며 침을 튀겼다.
세시간 안에 수술을 하지 않으면 죽지만 수술을 하면 일년은 너끈히 살 수 있다고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옆에 춤 솜씨가 가장 뛰어나다고 자타고 공인하는 순영씨가 경희씨를 보고 물었다.
형님도 개 키워요? 라는 질문이 입술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경희씨는,
얘는 얘는 말 하는 뽐새하고는! 개가 뭐니, 개가 뭐니? 넌 반려동물, 반려견이라는 말도 모르니?
두 번씩 반복해서 말을 한다는 것은 경희씨가 성질이 났다는 것을 알만한 회원은 다 안다.
골목에서 첨보는 개를 만나 탐색전을 벌이고 있는 개처럼 경희씨는 순영씨를 향해 한참을 노려봤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분위기가 개판이 되네, 개를 개라고 부르지 못하는 세상이네요.
순영씨 멘트에 굳이 제목을 붙인다면 어이상실, 이 아닐까 싶었다.
첫댓글 뭐라고 꼬리글을 달아야 할지 잠시 고민했습니다~~근데요~~이말은 하고싶어요~~세상 참 요상하게 돌아간다고요 ~개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 사람이 참 많은 이세상 이라고~~에휴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아이는 낳지않고 반려견과 살겠다는 요상한 세상을 말하고 싶었어요^^
얼마전 티비에서 반려견의 도움으로 나이들어 외로움 가득일 황혼기를 웃음을 잃지않고 보내는 소개를 보면서,,,
나도 강아지나 키워볼까..생각 했더랬어..
사람에게 정 쏟고 사랑 쏟으면서 상처 받는거 보다야 열번은 낫겠구나 싶은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단다...
쪼오끔 이애가 될듯도 해...이런 풍경...가족과 같았던 잃는다는건 슬픔 맞아...
사실 나도 사람에 의해 상처 받고 할땐 차라리 개와 친하게 지내는게 났다고 생각을 할때도(무조건 하고 오로지 주인만 보면 좋아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충성심으로 평생을 하는....) 있지만 개가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받는다는건 뭔가 허탈함이란.......나도 개를 엄청 좋아해 하지만 개는 개라고 .....
난 결코 반려견은.......안키울거야 ......
요즘 동물 장례식장도 있는거야 선재땜시 세상돌아가는 풍경도 알게되네~
근디..난 집에서 키우는것을 너무 좋아하지 않아서..좀 그러네
세상이 많이 변했구나..먹고 살만하구나..란 표현을 하고싶네요
보편타당하다면 ..좋을수가 있겠지요..전 근디 아니네요...............좋은글 감사합니다
동물장례식장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있다만 반려견 이란말은 개&개 인줄 알고 읽었는데 사람&개? ㅎㅎ남편같고 자식같은?ㅎㅎ
강아지를 키워보니 정이 담뿍 들기는 하더라만 그래도 개는 어디까지나 개 지뭐~
ㅎㅎㅎㅎㅎ
나도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가족이 좋아하니 어쩔수 없이 키우는데
정말 애 하나 더 키우는거 같어. 돈도 무시 못하게 들어가고..나 어디 가지도 못하고..흑흑..
그리고 10 여년이 넘으니 정 들어서 어디다가 떼어놓지도 못하고.
그렇다고..난 저렇게 장례식은 안해줄거 같아..
몇일 울고 울고 하다가 세월이 가겠지만..
글보면서 몰랐던 부분도 알았네~~ㅎ 얼마전에 강아지 한마리 가져왔는데 양평에 혼자 일주일 두는게 무리인거 같아 아랫집에 줬는데 갈때마다 보고 오는데 이쁘더라. ㅎ정들면 사람이 짐승이나 떼는거 어렵고~~ 집안에서 키우는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ㅎ
ㅎㅎ~~ 글쎄~~~~ 내생각은 ~~ 넘 ~~ 요란떠는것도 ~~ 좀 그런거 같아~~~ ^^
개 알레르기가 있던 나도 가족들이 내가 여행가고 없을 때
사다 놓은 강아지를 어찌 할 수가 없어서
8년이란 세월을 한 지붕 아래 살다보니 얼마나 이쁜지
이뻐서 이쁜감 정이 들어서 이쁘지 수없이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가족으로 받아들여 넘넘 이뻐 냉정하고 쌀쌀 맞은 새끼보다
위안이 될 때가 있다니까
나도 모르겠어 닥쳐봐야 알지 장례식은?
분명한 것은 동물들을 사랑에 눈으로 보인다는것...
지난번 다큐로 유기견에 대해서 나오던데..보면서 많이 아프고 안타까웠단다..잃어 버려서 애타게 찾는 사람들 , 병들었다고 아님 키우기 힘들다고 차로 멀리 데리고 가서 버리고 가는 사람들...그리고 보호소...며칠 지나도록 주인이나 새주인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키는 장면까지...ㅠ,ㅜ 나도 딸도 동물을 좋아해서 키울까 생각하다가도 정 떼는것 그걸 못할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단다...무엇이든 다가온 인연에게 함부로 하는건 반대야..그리고 이렇게 해서라도 위안이 된다면 나도 그렇게 할것 같아...ㅎㅎㅎ울집에 지금 지렁이도 키우고 있단다...과학 전시회에 갔다가 얻어 왔는데..울딸 매일 보면서 웃고 그런다..고운밤 잘자^^
참 복잡케 사는 사람많지, 난 내 몸도 간수하기 심들어서^^
선재칭구 뭐라꼬 말해야돼~~~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고 개는 개 인데
그랗지에? 개는 갠데~~~ 선재는 선재고^^
선재야 요즘 대포가 영 힘을 못쓴다 니가 우예 조치를 좀 취해 봐라~
힘쓰게 하는 데는 내가 특별한 기술을 가꼬 있다는 소문이 벌씨 거까지 났든가베^^
정이란 게 무시할순 없지만 ?~ 그래도 개는 개쟎아 !~ ^&^ 아마도 그 사람은 부모형제보다 개를 더 극진히 모셨을 것 같아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