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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長恨歌) - 백거이(白居易)
漢皇重色思傾國 한황중색사경국
御宇多年求不得 어우다년구부득
楊家有女初長成 양가유녀초장성
養在深閨人未識 양재심규인미식
한(漢)나라 임금님이 미인을 좋아해 천하절색을 찾았으나
천하 다스린 지 여러 해 되도록 얻지 못했네.
양씨 집안 처녀가 이제 갓 성인이 되었으나
깊은 규방 속에 있어서 남들은 알지 못했네.
* 漢皇 : 唐 玄宗 李隆基를 지칭. 작가 백거이가 이 글을 쓸 때가 아직 唐나라였으므로 당 황제를 직접 지칭할 수 없었고,
또한 옛날 漢武帝와 李夫人의 故事를 인용하는 비유수법에 의해서 시적 감흥을 한층 높이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봄.
* 傾國 : 傾國之色의 준말. 漢 武帝와 李夫人의 故事에서 유래된 말.
* 御宇 : 천하를 통치한다는 架御宇宙의 준말.
玄宗이 천하를 다스리는 황제가 되었음을 뜻함.
* 楊家有女 : 양귀비(楊貴妃:719-756)를 지칭함. 楊貴妃의 본명은 玉環, 고향은 四川,
아버지 楊玄埮은 蜀州의 하급관리인 司戶였다 하나, 早失父母하여 叔父 집에서 자라났음.
天生麗質難自棄 천생려질난자기
一朝選在君王側 일조선재군왕측
回眸一笑百媚生 회모일소백미생
六宮粉黛無顔色 육궁분대무안색
타고난 고운 모습 스스로 버릴 수 없어서
어느 날 간택되어 임금 곁에 있게 되었네.
눈동자 굴려 한번 웃으면 백가지 아름다운 모습 생겨나니
여러 궁궐 속 곱게 화장한 궁녀들이 무색해졌네.
* 天生麗質 :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고운 모습. 麗質 : 美麗的 姿容
* 難自棄 : 自難棄로 된 곳도 있음,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다는 뜻.
* 一朝選在君王側 : 楊貴妃(玉環) 17세때 玄宗의 18번째 아들인 수왕(壽王:李瑁)의 妃가 되었음.
* 廻眸 : 눈동자를 굴려 돌아보다. Text에 따라서는 回頭로 된 곳도 있음.
* 六宮 : 皇宮 內의 여섯 개의 궁전, 즉 궁녀들이 거처하는 모든 곳.
* 粉黛 : 옛날 여자들이 쓰던 脂粉(지분), 부녀자를 가리키는 말로서, 여기서는 宮中의 미녀들을 가리킴.
* 黛 : 눈썹먹 대,
春寒賜浴華淸池 춘한사욕화청지
溫泉水滑洗凝脂 온천수골세응지
侍兒扶起嬌無力 시아부기교무력
始是新承恩澤時 시시신승은택시
날씨 차가운 봄날 임금님 온천에서 목욕하게 되어
매끄러운 온천물에 희고 고운 살결 씻어냈네.
시녀들이 부축해 줄 때 힘없는 듯 교태부리니
이로부터 임금님 은총을 받는 계기가 되었네.
* 華淸池 : 長安(현재의 西安) 驪山(여산) 기슭에 있는 華淸宮(화청궁) 안에 있는 황제전용의 온천.
황제전용 온천이므로 황제가 특별히 허락했다는 뜻으로 賜浴(사욕)이라 한 것이다.
* 凝脂 : 응고된 기름덩어리처럼 희고 고운 楊貴妃의 피부를 나타낸 것.
* 侍兒 : 貴妃의 어린 侍女.
* 新承恩澤 : 楊貴妃가 처음으로 황제의 은총을 입어 동침하게 된 것을 말함.
* 玄宗황제가 寵愛(총애)하던 王妃 武惠妃:무혜비(壽王의 生母)를 사별하고 너무나 상심해 하자,
간신 高力士 등의 책략으로, 재색겸비의 楊貴妃를 脫俗(탈속)시켜서(22세때) 도교의 道士(도사)로
만들어 궁중의 太眞宮(태진궁)에 머물게 하다가, 24세때 貴妃로 책봉하였음.
* 楊貴妃를 羞花美人(수화미인)이라 할 정도로 그녀가 미모의 소유자였겠지만,
정작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웃는 모습이 아름답고 매력적인데다가,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고 춤 솜씨도 일품이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玄宗은 다재다능해서 직접 서역(西域)의 음악을 모방한 <霓裳羽衣曲:예상우의곡>이란 곡을 만들어 연주하게 하며
궁중 여인들에게 춤을 추도록 했는데, 楊貴妃의 춤에 현종이 제일 만족해했다고 한다.
* 백낙천 자신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지었다고 하는 신악부(新樂府) 50首 중의 하나인,
호선녀(胡旋女)란 시의 내용을 보면, 서역에서 들어온 남녀가 빙글빙글 돌며 춤추는 호선무(胡旋舞)라는 춤이 있는데,
그 춤을 제일 잘 추는 사람으로, 여자는 楊貴妃, 남자는 安祿山을 거명하면서,
두 사람의 호선무(胡旋舞)에 임금이 마음을 뺏겨 나라를 망치게 된 것을 한탄하는 내용이 있다(...貴妃胡旋惑君心...).
雲鬢花顔金步搖 운빈화안금보요
芙蓉帳暖度春宵 부용장난도춘소
春宵苦短日高起 춘소고단일고기
從此君王不早朝 종차군왕부조조
꽃다운 얼굴 구름 같은 머리에 금빛 머리장식 흔들며
연꽃무늬 휘장 따뜻한 방에서 임금님과 함께 봄밤을 보내네.
봄날의 밤은 너무 짧아서 해가 높이 떠오른 후에야 일어나니
이때부터 임금님은 아침조회를 열지 않게 되었네.
* 步搖(보요) : 부녀자들의 머리장식. 윗부분에는 꽃, 새 등을,
아랫부분에는 구슬을 매달아서 움직이면 흔들리게 되어있다. 금으로 된 것이 금보요(金步搖).
* 芙蓉帳(부용장) : 연꽃무늬가 새겨진 휘장
* 苦短(고단) : 짧은 봄날의 밤을 원망하며 일어나기 싫어하는 모양. (苦:怨恨)
* 早朝(조조) : 아침 조정회의에 참석하여 대신들로부터 국정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일.
* 長恨歌의 또 한사람의 주인공인 현종:玄宗(李隆基:이융기 : 685-762)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의 할머니이자 중국역사상 유일한 여황제인 즉천무후(則天武后)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玄宗을 唐(당)의 6번째 황제라 하지만, 실제로는 10번째 황제라고도 할 수 있다.
3번째 황제인 고종 때부터 50여년간 정권을 마음대로 휘두른 則天武后에 의해서 황제 자리가 여러 번 갈렸기 때문이다.
高宗 이후 玄宗까지 황제 자리의 변천을 간단히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唐 高祖-->太宗(李世民)-->高宗-->中宗-->睿宗-->則天武后(周)-->中宗-->(李重茂,溫王)-->睿宗-->玄宗(李隆基)
則天武后는 원래 太宗의 후궁이었는데, 太宗의 아들인 高宗의 눈에 들어 연애하다가 太宗이 죽고 高宗이 즉위하자 그의 후궁을 거쳐 皇后가 되었고, 남편 高宗이 죽은 후에는 太后가 되어 자기가 낳은 제7왕자 中宗(李哲)을 즉위시켰다. 武后는 高宗 재위시절에도 병약한 高宗을 대신해서 국사를 전담했었다. 그녀의 아들 中宗이 즉위하자 이번에는 며느리인 중종의 부인 韋皇后(위황후)가 則天武后처럼 득세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즉위 58일 만에 中宗을 퇴위시키고 그 밑의 아들 睿宗(예종:李旦)을 세웠다. 그러나 예종은 허수아비 황제에 불과했고 則天武后가 모든 권한을 행사하다가, 드디어 자기 자신이 중국 역사상 唯一無二(유일무이)한 女皇帝(神聖皇帝)까지 되면서 국호도 周로 고쳤었다. 그 則天武后가 82세로 늙어 죽게 될 무렵, 세력이 약해지자 신하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中宗을 황제로 다시 세우고, 나라 이름도 唐으로 환원되었다. 그 中宗의 왕후인 韋皇后(위황후)가 이전부터 시어머니 則天武后처럼 女人天下를 만들고자 했었다가 실패했었는데, 中宗이 다시 황제가 되고 則天武后도 죽자, 다시 권력을 휘어잡기 시작해서, 결국 남편인 中宗을 독이 든 만두로 시해하고, 자기의 4째 아들인 이중무(李重茂)를 황제로 세웠다. 그리고 자신이 태후로서 섭정을 하고자 했는데, 이 꼴을 보다 못한 황족 李隆基(이융기: 예종의 셋째 아들)가 정변을 일으켜서 큰어머니인 위태후(韋太后) 일파를 제거하고, 자기 아버지 睿宗을 황제로 내세웠다가 양위(讓位)를 받아 스스로 황제가 된 것이다. 8일만에 황제 자리에서 쫒겨난 溫王 李重茂는 황제시호를 받지 못하고 물러난 듯 하다.
玄宗은 용모가 수려하고 영특했으며, 음악과 서예 등 모든 면에 뛰어나서, 당 왕조의 전성기를 누리기에 가장 적합한 天子였다고 한다. 음악적인 재질도 뛰어나서 霓裳羽衣曲, 新曲 40余曲 등을 편곡하거나 직접 제작했으며, 궁중에 梨園(이원)이라는 음악교습소를 두고 수백명의 梨園弟子(이원제자)들에게 직접 笛(피리) 등 음악을 가르쳤다 한다.
현종황제는 서예도 名筆이어서 泰山 정상 부근의 바위 절벽에 쓴 1008字의 紀泰山銘이란 황금색 글씨가 있는 <唐磨崖(당마애)> 라는 곳은 태산관광에서는 빼놓을 수없는 명소로 되어 있다.
꺼져버릴 번했던 당 왕조를 되살려 30년간의 <開元之治:개원지치> 태평성세를 이룩해 놓은 후 정치에 염증을 느낀 듯, 천하절색 양귀비를 데리고 인생을 즐기다가 운이 다했는지, 총애하던 安祿山(안녹산)이 반란을 일으켰고 그 와중에 양귀비를 잃고 쓸쓸한 여생을 보내서, 50년 후에 나타난 白居易에게 <장한가>의 소재거리를 제공해 주고 만 것이다.
玄宗의 할머니 則天武后는 太宗의 후궁이었다가 그 아들 高宗의 황후가 되어 父子를 남편으로 삼은 셈이고, 양귀비는 수왕(壽王)의 부인이었다가 그 아버지 玄宗과 살아서 결국 父子를 남편으로 섬긴 것이 되니, 당대 두 미녀의 공통적인 운명 같은 게 있었다고 할까?
承歡侍宴無閑暇 승환시연무한가
春從春游夜專夜 춘종춘유야전야
後宮佳麗三千人 후궁가려삼천인
三千寵愛在一身 삼천총애재일신
임금님 즐거움을 받들어 모시고 잔치 여느라 한가할 틈 없었고
봄엔 봄놀이 친구 되고 밤이면 임금님 사랑을 독차지 하였네.
후궁엔 아름다운 궁녀가 삼천이나 있었지만,
삼천궁녀가 받을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네.
* 承歡 : 현종황제의 즐거움을 받는 것을 말함.
* 佳麗 : 美女
* 春從春遊夜專夜 : 낮 야유회 때나, 밤에 침전에 들 때나 현종황제는 항상 양귀비만을 데리고 다녔음을 뜻함.
* 三千人 : 많다는 수를 나타낸 것. 실제로 당 나라때는 궁녀의 수가 三千 이상이었으며, 특히 玄宗 시절에는 4万名 이상의 宮女가 있었다 한다.
* 玄宗이 양귀비를 데리고 노닐던 곳은 주로 집무실로 쓰던 興慶宮(흥경궁)과, 溫泉이 있는 華淸宮(화청궁), 그리고 漢 武帝때 渭水(위수) 강물을 끌어들여 만든 曲江(곡강) 유원지 등이었다고 하는데, 흥경궁과 화청궁은 옛 모습을 복원, 공원으로 되어 있어서 필자도 현장에 가서 1200년 전 옛날을 회상해 보았으나, 시인 杜甫(두보)가 양귀비 死後에 찾아가서 그녀를 추모하는 <哀江頭:애강두>란 시를 지은 曲江유원지는 거의 흔적을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金屋粧成嬌侍夜 금옥장성교시야
玉樓宴罷醉和春 옥누연파취화춘
姊妹弟兄皆列土 자매제형개렬토
可憐光彩生門戶 가련광채생문호
황금침실에서 곱게 화장하고 애교 부리며 모시는 밤
옥루에서 열린 잔치 끝나면 술에 취한 채 봄과 어울리네.
자매형제 모두 봉토를 받아 제후의 반열에 서게 되니,
남 부러워하는 광채가 가문을 비추었네.
* 金屋 : 남자의 총애를 받는 여자의 침실을 가리킴. <漢武帝의 고사에서 유래, 漢武帝가 어렸을 때 그의 고종사촌인 미녀 阿嬌公主(아교공주)를 부인으로 삼아 황금으로 된 침실에서 데리고 살겠다고 한 데서 유래함>
* 玉樓 : 화려한 궁궐 내의 누각
* 列土 : 大官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고 제후에 봉하던 제도. 分封土地, 楊玉環이 貴妃에 책봉되고 황제의 총애를 받으면서, 그녀의 세 언니도 韓國夫人, 괵국부인(虢國夫人), 秦國夫人 등에 封하여지고, 사촌오빠인 楊錡, 楊劍(楊國忠) 등도 侍御使(시어사), 우승상(右丞相) 등이 되어서, 양씨가 아니면 행세를 못할 정도였다 함.
* 可憐 : 부러워할 만한, 可羨, 可愛
遂令天下父母心 수령천하부모심
不重生男重生女 부중생남중생녀
驪宮高處入靑雲 려궁고처입청운
仙樂風飄處處聞 선낙풍표처처문
마침내 세상 부모들은 마음속으로
아들 낳는 것 보다 딸 낳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네.
여산 화청궁 높은 곳은 푸른구름 속에 있는 듯 하고
신선세계의 음악소리는 바람타고 사방으로 울려 퍼졌네.
* 遂 : 于是, 드디어, 마침내
* 不重生男重生女 : 白樂天이 仙游寺에 가서 長恨歌를 지을 때, 지방 隱者인 王質夫와 함께 따라 갔었던 陳鴻이 지은 傳奇小說 <長恨歌傳>에 의하면, 當時 유행하던 民謠에 “딸 낳았다 슬퍼 말고, 아들 낳았다 좋아하지 말라(生女勿悲酸, 生男勿喜歡)”는 노래가 있었다고 함.
* 驪宮 : 驪山 기슭에 있는 華淸宮을 말함. 옛날부터 溫泉이 나와서 역대 황제들의 별장이 있어서 溫泉宮이라 했었는데, 玄宗이 이를 크게 확장, 華淸宮으로 改名하고 楊貴妃와 어울렸음. 이곳은 지금도 잘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근세에도 中華民國 總統이던 將介石이 毛澤東이 지휘하던 八路軍 討伐을 督勵하기 위해 西安에 와서 이곳 華淸宮에 머물다가, 國共合作을 주장하던 張學良에게 軟禁된 西安事變의 현장으로도 유명하다.
* 仙樂 : 신선들의 음악소리. 여기서는 玄宗이 西域에서 전래된 舞曲을 편곡해서 만들었다는 <예상우의곡:霓裳羽衣曲>을 말함.
緩歌慢舞凝絲竹 완가만무응사죽
盡日君王看不足 진일군왕간부족
漁陽鼙鼓動地來 어양비고동지내
驚破霓裳羽衣曲 경파예상우의곡
느즈러진 가락 부드러운 춤이 악기 반주와 어울리는데
임금님은 종일토록 쳐다보면서도 지루한 줄 모르시네.
동북 어양 땅에서 일어난 반란군 북소리 지축 울리며 닥쳐오니
예상우의곡 가락에 맞추던 잔치판 혼비백산 깨져 버렸네.
* 凝絲竹(응사죽) : 歌舞(가무)와 악기반주가 잘 어울리는 상태를 말함.
ㅇ絲 :현악기(絃樂器) ㅇ竹 : 관악기(管樂器)
* 看不足(간부족) : 보면서 싫증내지 아니함, 看不够, 看不厭
* 鼙鼓(비고) : 고대 기병(騎兵)들이 진군할 때 사용하던 작은 북
* 漁陽鼙鼓(어양비고) : 天寶(천보) 14년(755년) 11월에 安祿山(안녹산)이 范陽(범양)에서 반란을 일으킨 것을 말함. 安祿山은 玄宗의 신임을 받으며 현재의 北京 지역인 范陽(범양), 河東(하동), 平盧(평로) 등 3개 節度使(절도사)를 겸하고 있던 중, 楊國忠이 右丞相(우승상)이 되어 국권을 전횡하는데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킨 것. 실제 거병한 곳인 范陽(범양) 대신에 漁陽(어양)이라 한 것도 漢(한)나라 시절의 고사를 들어 비유한 것.
* 霓裳羽衣曲(예상우의곡) : 玄宗이 西域지방에서 들어온 음악을 바탕으로 편곡했다고 하는 큰 舞曲. 白樂天의 또 다른 장편 서사시 琵琶行(비파행)과 胡旋舞(호선무) 등에도 나오는 데, 당시에 많이 유행되었던 듯 함.
ㅇ胡旋舞(호선무)란 시에 의하면 당시 이러한 무곡에 맞추어 춤을 제일 잘 추던 사람이 楊貴妃와 安祿山이었다 함.
* 安祿山(안록산): 安祿山은 胡人(호인) 출신으로 원래 이름이 康軋犖山(강알낙산)이었는데,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突厥(돌궐) 장수인 安延偃(안연언)과 재혼하자 그에게 입적, 성과 이름을 安祿山으로 바꾼 것이다. 용맹하고 주변의 蕃語(번어) 등 6개 언어에 능통하는 등 능력을 인정받아 幽州(유주)절도사이던 張主珪(장주규)의 양자로 그의 막료로 있다가 740년(개원28년) 平盧兵馬使(평로병마사)로 발탁되었는데, 2년 후인 742년에는 平盧節度使(평로절도사)로 승진하였다. 그는 체중이 200斤이 넘는 육중한 몸매의 巨軀(거구)임에도 불구하고 춤도 잘 추고 몸이 날쌘 장수였고, 玄宗과 楊貴妃에게 아첨을 잘해서 사랑(?)과 신임을 받으며, 그들과 양자관계까지 맺었고(나이는 양귀비보다 오히려 많았다고 함. 그러한 신임을 바탕으로 천보 10년(751년)에는 平盧, 范陽, 河東 3개 지역 절도사를 겸하는 막강한 실력자가 되었다. 그런데 양귀비의 사촌(?)오빠인 楊國忠이 권신 李林甫(이림보)의 후임으로 右丞相(우승상)이 되어, 권력을 左之右之(좌지우지)하며 경쟁관계가 된 그를 모함하며 견제하자, 755년 11월 간신 楊國忠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반란을 일으켰고, 다음해인 756년 6월14일 피난길 마외파에서 양귀비가 죽었다. 그런 그도 다음해인 757년 1월 5일 자기의 둘째 아들 安慶緖(안경서)에게 피살당하고 만다. 의붓아버지(玄宗)를 배신하고, 자기 친아들에게 배신당한 것이다. 그가 현종과 양귀비의 養子로 되었으나, 사실은 양귀비의 언니인 괵국부인(虢國夫人)과는 물론 양귀비와도 불륜관계였으며, 그가 반란을 일으킨 진짜 목적은 스스로 황제가 되어 양귀비를 차지하기 위했던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그는 756년 大燕皇帝(대연황제)라 칭하고 당 왕조를 뒤엎으려 했다.
* 安祿山의 출생연도는 대부분 불명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양귀비보다 14년 위인 705년생으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九重城闕煙塵生 구중성궐연진생
千乘萬騎西南行 천승만기서남항
翠華搖搖行復止 취화요요항복지
西出都門百餘里 서출도문백여리
아홉 대문 깊은 궁궐이 전쟁 연기에 휩싸이니
천승만기의 황제 행차가 서남쪽(蜀지방)으로 쫓기게 되었네.
오색 깃발의 황제 어가가 흔들흔들, 가다 서다를 반복하더니
서쪽으로 성문 나선 지 100리 남짓에서 (멈춰 버렸네)
* 九重城闕 : 수도 長安을 가리킴. 중국의 皇宮(황궁)이 아홉 겹의 성문으로 되어 있었던데서 유래.
* 煙塵 : 전쟁으로 인한 화재, 연기를 뜻함.
* 千乘萬騎 : 천대(千台)의 수레와 일만필(一万匹)의 말이 따르는 행차(行次), 즉 황제의 행차를 뜻함.
* 乘(승) : 네 마리의 말(馬)이 끄는 수레.
* 翠華 : 황제 행차 때의 깃발. 오색 빛나는 물총새 깃털로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이름.
* 行復止 : 행렬이 가다가 멈추었다가 하는 것을 반복함을 말하는 것으로, 피난행렬에 내분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음.
* 西出都門 : 6월 13일 미명(未明)을 틈타 수도 장안성의 서문(西門)을 통해서 서남쪽 사천지방을 향해 피난길에 나선 것을 말함. 장안성의 西門을 보통 안정문(安定門)이라 부르는데 西域(서역)으로 가는 silk road의 시발점인 거대한 3층 문으로, 손오공 이야기로 유명한 삼장법사 玄藏(현장)스님도 이곳에서 대장정의 출발을 했다는 기념물 등이 보존되어 있다.
六軍不發無奈何 육군부발무나하
宛轉蛾眉馬前死 완전아미마전사
花鈿委地無人收 화전위지무인수
翠翹金雀玉搔頭 취교금작옥소두
황제 근위병이 움직이려 하지 않으니 어쩔 것인가 ?
아름다운 양귀비, 천자의 군마 앞에서 죽고 말았네.
꽃비녀 땅에 버려져도 아무도 거두는 자 없네.
비취머리빗, 황금공작, 옥비녀 모두 버려져 있었네.
* 六軍不發(육군불발) : 황제 근위부대인 육군(六軍)이 가던 길을 멈추고 떠나지 않음. 6월 13일 날이 밝기 전에 수도 장안성을 급히 빠져나간 황제 근위부대(近衛部隊)가 다음날 오후까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기진맥진 행군하며 70여 Km 떨어진 마외파(馬嵬坡) 언덕에 이르러서 불만이 폭발, 반란의 원인을 제공한 양국충(楊國忠) 등 양씨 일족을 처단해 버린 후, 다시 양귀비의 죽음까지 요구한 사태를 말함.
* 육군(六軍) : 황제 직속의 6개 근위부대(近衛部隊). 즉 용호군(龍虎軍), 신무군(神武軍), 신책군(神策軍)이 각각 좌군(左軍)과 우군(右軍)으로 나뉘어 도합 6개 부대로 편성되어 있었음. 1개 軍은 12,500명으로 편성.
* 無奈何(무내하) : 어떻게 다른 방법이 없다는 말. 중국어의 또 다른 표현으로 無可奈何(wukeneike), 無辨法(wubanfa) 등이 있음.
* 宛轉蛾眉(완전아미) : 아름다운 양귀비의 모습을 가리킨 말. 宛轉(완전)이란 동그랗게 아름다운 이란 뜻으로 해석한 곳과, 슬프고 괴로운(凄楚)이란 뜻으로 풀이한 곳이 있으나, 여기서는 뒤의 누에나방의 눈썹(蛾眉:아미))처럼 동그랗고 예쁜 양귀비의 눈썹을 가진 양귀비로 해석하였음.
* 馬前死(마전사) : 양귀비가 천자 앞에서 끌려가 죽은 것을 말함.
* 花鈿(화전) : 귀부인들이 머리에 꽂던 꽃무늬 자개 장식품.
* 翠翹(취교) : 물총새의 오색 깃털로 만든 머리장식. * 翹(교):꼬리긴 깃털 교.
* 金雀(금작), 玉搔頭(옥소두) : 모두 금이나 옥으로 만든 머리 장식품.
* 楊貴妃가 죽어간 모습을 이 시에서는 <황제근위대가 움직이려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황제 군마 앞에서 죽고 말았네(六軍不發 ~ 馬前死)>의 2句로 간단히 표현해 버리고 말았는데, 실제로 양귀비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설이 일정하지 않다.
<長恨歌와 楊貴妃>의 저자인 곤도하루오(近藤春雄) 교수에 의하면, 안록산 반군이 낙양을 함락시키고 수도 장안을 향해 질풍처럼 쳐들어오자, 다급해진 玄宗 일행이 황제근위대(6군)의 호위를 받으며 6월 13일 날이 새기 전에 장안성을 빠져나와서 다음날인 6월 14일 오후에 마외파역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잠도 못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기진맥진해서 행군하던 장병들의 분노가 폭발해서, 반란의 원인인 재상 양국충(楊國忠) 등 楊氏 일가를 죽여야 한다고 함성을 지르며, 우선 양국충의 목을 잘라 역문(驛門)에 내걸고, 이어서 양귀비의 언니들(진국부인, 한국부인, 괵국부인)까지 죽였다. 그리고 나서도 장병들이 행군할 생각을 하지 않아 현종이 그 연유를 물으니, 호위대장 진현례(陳玄禮, 陳元禮로 된 곳도 있음)가 나아가 성난 장병들이 이번 환난의 씨앗인 양귀비도 죽이지 않으면 한 발짝도 행군할 수 없다 한다고 아뢰었다. 현종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데, 양귀비를 현종에게 천거(?)한 장본인 환관 高力士가 공포에 질려 황제 앞에 엎드려있는 양귀비를 끌어내 근처 불당 앞 배나무 아래로 끌고 가서 비단수건(羅巾)으로 목매 죽게 했다고 한다. 또는 목을 졸라 죽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君王掩面救不得 군왕엄면구부득
回看血淚相和流 회간혈누상화류
黃埃散漫風蕭索 황애산만풍소삭
雲棧縈紆登劍閣 운잔영우등검각
임금님도 얼굴만 가릴 뿐 그녀를 구해주지 못하고
되돌아보는 얼굴에 피눈물이 범벅되어 흐르네.
황토먼지 자욱하고 바람소리 쓸쓸한 피난 길
구름다리 구불구불 돌고 돌아서 검각문에 올랐네.
* 掩面(엄면) : 얼굴을 가림. 현종황제가 그의 면전(面前)에서 사랑하는 애비(愛妃)가 죽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얼굴을 감싸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
* 血淚相和流(혈루상화류) : 죽어가는 양귀비 얼굴에 피눈물이 어지러이 흘러내리는 모습. 비통함의 극치를 나타낸 것. 텍스트에 따라서는 “돌아보는 현종황제 얼굴에 피눈물이 가득했다” 라고 해석한 곳도 있다.
* 黃埃散漫(황애산만) : 피난행렬로 인하여 시골 황토 길에서 누런 흙먼지가 일어나 흩어져 있는 모습. 옛날부터 패전부대 행렬을 나타낼 때 누런 황토먼지가 일어난다고 했음.
* 蕭索(소색) : 황량하고 쓸쓸한 모양. 중국어식 해설:凄凉的樣子(처량한 모습).
* 雲棧(운잔) : 높은 산허리에 걸려 있는 구름다리.
* 縈紆(영우) : 구불구불하게 휘돌아 감겨 있는 모양.
* 縈: 돌아얼킬 영, * 紆: 휘돌아 감돌 우
* 劍閣(검각) : 四川省 劍閣縣(검각현) 동북쪽에 있는 大劍山(대검산)과 小劍山 사이에 있는 要塞(요새) - 장사 한명이 검각을 지키고 있으면 만명의 군대도 저지할 수 있다는 요새.
峨嵋山下少人行 아미산하소인항
旌旗無光日色薄 정기무광일색박
蜀江水碧蜀山靑 촉강수벽촉산청
聖主朝朝暮暮情 성주조조모모정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사람 드문데
황제 일행의 깃발 광택을 잃고 햇빛도 희미해졌네.
촉나라 땅의 푸른 강과 초록빛 산 경치 좋건만
임금님은 아침마다 저녁마다 잃어버린 정만 생각하네.
* 峨嵋山(아미산): 사천성의 수도 成都(성도) 서남쪽 100 Km 정도에 있는 3,099m 높이의 산. 玄宗 피난 시 아미산까지 가지 않았으나, 사천성의 상징적인 존재이므로 인용한 것. 사천성 북부 九寨溝(구채구)· 黃龍(황룡)지역에는 5,000m가 넘는 봉우리만도 300개가 넘는다고 할 정도로 높고 험한 지역이지만, 아미산은 남쪽 성도 근처에 있는데다가 중국불교 4대聖地(성지) 중의 하나이고 산 정상 근처 3,077m 암벽 위의 절 金頂寺(금정사) 근처에서 바라보는 雲海(운해)를 仙境(선경)에 비유하는 유명한 산이다.
*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 사천지방은 예부터 山高水麗(산고수려)하고 물산이 풍부해서 天府(천부: 천당과 비슷한 뜻)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데, 황토 흙먼지로 뒤덮인 벌판뿐인 중국 중동부 지역과 달리, 가는 곳마다 푸른 산과 파란 물을 볼수 있는 아름다운 고장이다.
行宮見月傷心色 항궁견월상심색
夜雨聞鈴腸斷聲 야우문령장단성
天旋地轉廻龍馭 천선지전회용어
到此躊躇不能去 도차주저부능거
피난처 행궁에서 바라보이는 달을 보고 마음 아파하고,
비오는 밤에 들려오는 잔도의 방울소리에 창자 끊어지듯 애달파 했네.
갑자기 천하 정세가 바뀌어 임금님 행차가 서울로 되돌아가는데,
이 곳 마외파에 이르러 머뭇거리고 차마 떠나질 못하네.
* 行宮(행궁) : 황제의 正宮 이외에 임시로 머무는 궁전.
* 夜雨聞鈴(야우문령) : 玄宗황제가 西蜀(서촉) 지역으로 피난하는 도중에는 협곡 사이에 걸려 있는 잔도(棧道)들을 건너게 되어 있는데, 마침 큰 비를 만나 棧道(잔도) 사이에서 10여일을 머문 적이 있었다. <잔도>는 폭이 좁아 片道通行(편도통행)만 가능해서, 비 오는 밤 등 어둡고 시끄러워서 맞은편 사람이 보이지 않고 인기척도 들을 수 없을 때, <잔도>를 건너다가 중간에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사람이 건널 때마다 방울소리를 내도록 되어 있었는데, 그 방울소리가 날 때마다 마외파에 두고 온 양귀비가 살아서 왔으면 하고 애가 탔던 모양이다.
* 天旋地轉(천선지전) : 숙종(肅宗) 2년 9월 곽자의(郭子儀) 장군 등이 수도 長安을 수복하여 정세가 호전된 것을 말함. 天旋日轉으로 된 곳도 있음.
* 龍馭(용어) : 임금님이 탄 수레, 御駕(어가)
馬嵬坡下泥土中 마외파하니토중
不見玉顔空死處 부견옥안공사처
君臣相顧盡沾衣 군신상고진첨의
東望都門信馬歸 동망도문신마귀
마외파 언덕 아래 진흙 속에
고운 얼굴 보이지 않고 미녀 죽은 자리만 허무하네.
임금과 신하 서로 돌아보며 눈물로 옷깃 적시고
동쪽으로 황궁성문 향하여 말 발길에 맡긴 채 서울로 돌아왔네.
* 馬嵬坡(마외파) : 양귀비가 자살(自殺)을 강요받아 목매어 죽은 장소. 馬嵬驛(마외역)이라고도 함.
* 不見玉顔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 이제 아름다운 양귀비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고, 미인 죽은 자리만 허무하게 보일 뿐이라는 내용. <新唐書(신당서)>에 玄宗이 귀경할 때에 양귀비의 관(棺)을 새로 준비하여 개장(改葬)토록 했는데, 개장할 때에 양귀비의 香(향)주머니가 발견되어 玄宗을 더욱 비통(悲痛)하게 했다 함.
* 東望都門(동망도문) : 동쪽으로 수도 長安城門(성문)을 향하여. 서쪽으로 피난 갔던 것이니 돌아갈 때에는 東向(동향)이 되는 것임.
* 信馬歸(신마귀) : 말 가는대로 내버려 두는 것. 현종으로서는 사랑하던 양귀비가 없는 장안성이고, 천하통치의 실권은 이미 아들 숙종(肅宗)에게 넘어가 있는 상태이므로, 서둘러 귀경할 의욕도,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는 상황을 나타낸 것. 말 가는대로 내버려두어도 제 갈 길을 잘 찾아간다는 것은 2500년전 <老馬(노마)> 라는 고사에서 유래된 것. (현대 중국어식 표현 --> 聽任馬走:ting ren ma zou).
* 老馬(노마) : 한비자(韓非子) <說林篇:설림편>에 나오는 이야기. 옛날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重臣(중신)이던 管仲(관중)이 인접한 고죽국(孤竹國)을 정벌하던 중 비바람 치는 山中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경험 많은 늙은 말(老馬)을 풀어놓게 하고, 그 老馬 가는대로 따라가서 길을 찾았다는 고사(故事).
歸來池苑皆依舊 귀내지원개의구
太液芙蓉未央柳 태액부용미앙류
芙蓉如面柳如眉 부용여면류여미
對此如何不淚垂 대차여하부누수
돌아와 보니 궁궐 안의 연못과 정원은 옛날 그대로,
태액연못의 연꽃이나 미앙궁 버드나무 모두 그대로 있네.
연꽃은 그녀 얼굴로 보이고 버들잎은 눈썹처럼 보이는데,
이런 정경을 대하면서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으리오.
* 太液 : 대명궁(大明宮) 내에 있는 연못(池) 이름.(漢代의 것)
* 未央 : 漢代의 궁궐(宮闕) 이름.
太液이나 未央 모두 옛날 漢 王朝 시절의 이름을 사용한 것도 역시 첫머리에서 唐 현종을 직접 지칭하지 못하고 漢皇이라 표현한 것과 같은 비유(比喩) 手法이라 할 수 있다.
* 芙蓉 ~ 不漏垂 : 활짝 핀 연꽃을 보면 양귀비 얼굴이 연상되고, 가느다란 버드나무 잎을 보면 그녀의 곱게 구부러진 눈썹과 맑은 눈이 생각나는 등 무엇을 보나 죽은 楊貴妃가 생각나서 눈물 마를 날이 없었던 모양.
春風桃李花開日 춘풍도리화개일
秋雨梧桐葉落時 추우오동섭낙시
西宮南內多秋草 서궁남내다추초
落葉滿階紅不掃 낙섭만계홍부소
봄바람에 복숭아 자두 꽃피는 날이나
가을비에 오동나무 잎 떨어질 때에도 양귀비 생각 뿐
서궁과 남내궁엔 가을 풀 무성하고
낙엽이 섬돌에 붉게 가득 쌓였어도 쓸지 않네.
* 花開日(화개일) : Text에 따라서는 花開夜(화개야)로 된 곳도 있음.
* 春風 ~ 葉落時 구절 : 봄가을 할 것 없이 일년 사시사철 양귀비만 그리워 하며 보내는 현종의 모습을 나타낸 것. 현종은 귀경한 후에도 그의 別殿(별전)에 죽은 양귀비의 초상화를 걸어놓고 밤낮으로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 西宮南內(서궁남내): 西宮은 太極宮(태극궁), 南內는 興慶宮(흥경궁)의 별칭. 태극궁은 宮城(궁성)의 서쪽에 있었으므로 西宮이라 했으며, 흥경궁은 남쪽 城內에 있었으므로 南內라 했음.
현종이 장안으로 돌아온 후 上皇(상황) 신분이었지만, 외부와 접촉을 차단당한 채 처음에는 양귀비와 함께 집무실로 사용하던 흥경궁에 머물다가 다시 좁은 태극궁으로 옮겨졌다 함.
* 현종이 모란꽃의 명소인 흥경궁의 침향정(沈香亭)에서 양귀비를 데리고 노래하며 놀다가, <명화 모란꽃과 천하일색 양귀비에게 옛날 노래는 어울리지 않다.>며, 李太白을 불러와 새로운 노래를 짓게 하고, 당대의 명창이던 李龜年(이귀년)에게 창(唱)하도록 한 후, 황제인 이융기(李隆基) 스스로 옥피리를 불며 놀았다는 곳이다.
梨園子弟白發新 이원자제백발신
椒房阿監靑娥老 초방아감청아노
夕殿螢飛思悄然 석전형비사초연
孤燈挑盡未成眠 고등도진미성면
황제에게 노래 배우던 이원의 제자들도 백발 늘어나고
초방 후궁의 내관과 예쁜 궁녀들도 늙어 갔네.
어둑해진 궁전에 반딧불 날라드니 쓸쓸함 더하고
하나 뿐인 등잔불 심지 돋아 다 타도록 잠들지 못했네.
* 梨園弟子(이원제자) : 현종은 스스로 작곡을 할 정도로 음악에 정통해서, 전국에서 재질이 있는 젊은이 3백명을 선발하여 궁녀들과 함께 이원(梨園)에서 직접 音律(음률)을 가르쳤는데, 이들을 <이원제자>라 하였다.
* 椒房(초방) : 황후(皇后)가 거처하는 곳. 漢나라 때 미앙궁(未央宮)에 있던 방 이름. 고대 중국에서는 황후의 방 벽에 산초가루(山椒紛)를 칠했는데, 그 향기로 사악한 기운을 내쫓고 실내가 따뜻하게 유지되도록 했으며, 또한 산초(山椒)는 열매가 많은 나무이므로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뜻도 있었다고 한다.
* 椒(초): 산초나무 초
* 阿監 : 궁궐 안의 女官 이름, 궁녀의 관직 명칭.
* 靑娥 : 젊고 예쁜 궁녀
* 悄然 : 말없이 시름겨워 함, 조용히 근심함.
* 孤燈 : 하나 뿐인 등불. 여기서는 西宮(서궁), 南內殿(남내전) 등으로 옮겨지며 외부와 접촉을 차단당하여, 돌보아 주는 사람도 없이 외롭게 지내는 현종의 상태를 나나낸 것임.
* 未成眠 : 잠들지 못함. 未能眠(미능면)으로 된 Text도 있음.
遲遲鐘鼓初長夜 지지종고초장야
耿耿星河欲曙天 경경성하욕서천
鴛鴦瓦冷霜華重 원앙와냉상화중
翡翠衾寒誰與共 비취금한수여공
느릿느릿 울리는 종소리 북소리, 가을 초저녁은 길건만,
반짝반짝 빛나던 은하수는 어느새 밝으려 하네.
황궁의 원앙 기와에 서리꽃 겹겹이 쌓여 있는데,
비취 무늬 차가운 이불을 누구와 함께 덮을까?
* 鐘鼓(종고) : 고대에 시간을 알리던 종소리와 북소리. 지금도 西安 즉 옛 長安 시내 사거리 한복판에 거대한 종루(鐘樓)가 있고, 거기서 멀지않은 곳에 고루(鼓樓)가 남아 있다.
* 耿耿星河(경경성하) : 반짝반짝 밝게 빛나는 은하수.
* 欲曙天(욕서천) : 하늘이 밝아지려 하다. 天欲曙로 표현되어야 하지만, 음운(音韻) 관계로 <天>을 뒤에 배치한 것.
* 鴛鴦瓦(원앙와) : 궁전 지붕에는 암·수의 기와를 썼고, 그 기와에는 부부 금슬이 좋은 원앙새 모양이 새겨진 것을 사용했기 때문에 <원앙와> 라고 하였음.
* 翡翠衾(비취금) : 물총새(비취:翡翠)가 새겨져 있는 이불. 물총새는 색깔이 곱고 아름다운데다가 원앙새와 같이 부부 사이가 좋기 때문에 부부 함께 덮는 이불에 새겨졌음.
悠悠生死別經年 유유생사별경년
魂魄不曾來入夢 혼백부증내입몽
臨邛道士鴻都客 임공도사홍도객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아득히 먼 이승과 저승으로 헤어지니 해가 바뀌는데도
그리운 여인의 혼백은 꿈에도 찾아올 줄 모르네.
그때 임공의 고명한 도사가 장안에 머물고 있었는데
마음껏 치성 드리면 죽은 사람 혼백도 부를 수 있다 하네.
* 悠悠生死(유유생사): 아득히 먼 이승과 저승의 거리, 살아 있는 현종황제와 죽은 양귀비.
* 別經年(별경년) :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나타낸 말. 천보(天寶) 15년 가을 숙종(肅宗)이 즉위하여 연호(年號)를 지덕(至德) 元年으로 바꾸었으므로 다음 해는 <지덕 2년>으로 바뀌었음. 실제로는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흐른 것은 아닌데, 연호(年號)가 바뀐데다가 밤낮으로 죽은 양귀비 생각만 하는 현종 입장에서 일각여삼추(一刻如三秋)처럼 긴 세월이 경과한 것으로 표현한 것임.
*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래입몽) : 죽은 양귀비의 혼백이 현종에게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함. 中國에서는 누군가의 꿈을 꾸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이 이쪽으로 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 臨邛(임공) : 四川省(사천성)의 지명, 이곳을 인용한 것은 옛날 한(漢) 나라 때의 미녀 청상과부 탁문군(卓文君)이 문인 사마상여(司馬相如)와 금기를 깨트린 사랑을 했던 곳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라 함. <임공도사>를 실재인물로 묘사한 경우도 있다.
<楊太眞外傳>이란 책에는 때마침 서촉지방의 임공에서 온 양통유(楊通幽)라는 유명한 道士가 장안 시내에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 鴻都(홍도) : 한대(漢代)의 수도였던 낙양(洛陽)의 궁전 이름인데, 여기서는 수도 長安(장안)을 가리킴.
爲感君王展轉思 위감군왕전전사
遂敎方士慇懃覓 수교방사은근멱
排空馭氣奔如電 배공어기분여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임금이 잠 못 이루며 죽은 귀비를 못 잊어 하는데 감동하므로
도사에게 은근하게 양귀비의 혼을 찾아 나서도록 하였다.
도사가 공중으로 치솟아 바람을 타고 번개처럼 내달리며
하늘에 올라보고 땅속에 들어가 구석구석 찾아보았네.
* 展轉思(전전사) :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며 생각하는 모양.
* 方士(방사): 도사(道士). 앞의 <임공도사>의 제자 정도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똑같은 단어를 반복 사용하지 않는 수법을 쓴 것으로서 <임공도사>와 동일인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 殷勤(은근) : 은근(慇懃)으로 된 곳도 있음. 소문내지 않고 조용히, 은근하게.
* 遂敎方士殷勤覓(수교방사은근멱) : 장안에 머물던 고명한 도사가 현종의 비통해하는 마음에 감복, 그를 찾아뵙자, 현종이 도사에게 소문내지 말고 은근하게 양귀비 혼백을 찾아보도록 했다는 것.
* 排空(배공) : 공중(공기)을 밀어낸다는 뜻. 排雲, 排風으로 된 곳도 있음.
* 馭氣(어기) : 대기(大氣)를 올라타고, 대기를 制御(제어)하고 라는 뜻.
* 奔如電(분여전) : 번개처럼 내달리다.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낙하황천
兩處茫茫皆不見 양처망망개부견
忽聞海上有仙山 홀문해상유선산
山在虛無縹緲間 산재허무표묘간
위로는 천당에서 아래로는 황천 끝까지 찾아보았지만,
양쪽 모두 한없이 넓어서 찾아내지 못하였네.
언 듯 들리는 말에, 바다위에 신선들이 사는 산이 있다는데,
그 산은 보일 듯 말 듯 아득히 먼 곳에 있다 하네.
* 碧落(벽락) :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하늘나라, 天國, 天上의 세계.
* 黃泉(황천) : 지하의 세계, 지옥.
* 兩處(양처) : 벽락과 황천. 즉 하늘 위와 땅 속 모든 곳.
* 忽聞(홀문) : 언 듯(생각지도 않던 중에) 들리는 말,
* 虛無縹緲間(허무표묘간) : 일체의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 머나먼 곳. 속세로부터 멀리 단절된 다른 세계(공간)을 말함.
* 縹(표): 옥색 표.(中國辭典--> 靑白色:light blue, 若有若無:diaphanous.)
* 緲(묘) :희미할 묘.
樓閣玲瓏五雲起 누각령롱오운기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中有一人字太眞 중유일인자태진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삼차시
누각은 찬란하게 빛나고 오색구름 피어나는데,
그 속에는 가냘프고 아름다운 선녀들이 많다 하네.
그 가운데 한사람 태진이라는 이름의 선녀가 있는데,
눈처럼 흰 살결에 꽃 같은 얼굴이 마치 양귀비 같다 하네.
* 樓閣(누각) : 樓殿(누전)으로 된 곳도 있음.
* 玲瓏(영롱) : 옥처럼 찬란하게 빛남.
* 綽約(작약) : 몸이 가냘프고 아름다운. ** 중국식 해설--> 体態柔美
* 綽: 너그러울 작, 몸이 가냘프고 맵시가 있을 작
* 太眞(태진) : 양귀비가 貴妃(귀비)로 되기 이전의 도가법명(道家法名).
현종황제가 그의 아들 壽王(수왕)의 아내인 며느리를 곧바로 자기 왕비로 삼을 수 없어서, 자기 아들과 이혼하게 하고 당시의 국교였던 도교의 승려로 출가시켜서, 궁중의 도가사원(道家寺院)에 머물게 했다. 그리고 다시 환속(還俗)시켜서 귀비(貴妃)로 책봉, 자기 부인으로 삼았는데, 그 때 출가했을 때의 법명(法名)이 太眞(태진)이었으므로, 仙女의 이름을 太眞이라 한 것임.
金闕西廂叩玉扃 금궐서상고옥경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九華帳裏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황금색 대궐 서쪽 별당의 옥 대문을 두드려서
소옥선녀와 쌍성선녀를 거쳐 태진 선녀에게 전하게 했는데.
한나라 천자로부터 사신이 왔다는 소식 전해 듣고서
화려한 꽃무늬 휘장 속에서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났네.
* 金闕(금궐): 황금으로 단장된 궁궐 .
* 西廂(서상): 본당 등의 서쪽에 있는 별당, 별채. 보통 여인들의 거처로 표현하고 있음.
* 敎(교) : ~ 에게 ~ 하게하다. 令과 같은 뜻의 사역동사(使役動詞)
* 小玉, 雙成(소옥, 쌍성) : 고대 전설 속의 선녀 이름. <소옥>은 오나라 왕 부차(夫差)의 시녀였고, <쌍성>은 西王母의 시녀였는데, 모두 仙女가 되어 나중에 仙女가 된 양귀비의 시녀가 되었다 함.
* 扃 : 빗장 경, 출입문 경
攬衣推枕起徘徊 남의추침기배회
珠箔銀屛迤邐開 주박은병이리개
雲鬢半偏新睡覺 운빈반편신수교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내
옷을 걸치며 베개를 밀쳐내고 일어나서 잠시 배회하다가
진주주렴 은병풍을 차례차례 밀쳐내며 나오는데.
구름 같은 머리 한쪽으로 기울어 막 잠에서 깨어난 듯
머리 화관도 바로잡지 못한 채 마루 아래로 내려오네.
* 睡覺(수교) : 잠에서 깨어남. 보통 “각”으로 발음되지만, 이 경우엔 “교”라 함.
* 雲鬢(운빈) : 옆머리를 구름 모양으로 틀어 올린 머리모양
* 鬢(鬂:빈): 귀밑털 빈, 구렛나루 빈.
* 迤邐開(이리개) : 침상과 출입문 사이에 있는 여러 겹의 주렴, 병풍 등이 차례차례 밀쳐지며 열리는 모양.
* 迤(이): 비스듬할 이, 잇대어 이어질 이
* 邐(리): 비스듬하게 이어질 리(이)
風吹仙袂飄飄擧 풍취선몌표표거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玉容寂寞淚闌干 옥용적막누란간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바람 불어 신선의 소매 자락이 하늘하늘 나부끼니
마치 예상우의곡 가락에 맞추어 춤추는 것 같네.
옥 같은 얼굴 쓸쓸한데 눈물이 어지러이 얼굴 적시니
한 가지의 배나무 꽃이 봄비에 젖은 듯 하네.
* 飄颻擧(표요거) ; 회오리바람에 나부끼듯 하는 모양.
* 霓裳羽衣舞(예상우의무) : 霓裳羽衣曲(예상우의곡)에 맞추어 추는 춤.
* 淚闌干(루난간) : 눈물이 종횡으로 어지러이 흐르는 모양
* 袂(몌):소매 몌(sleeve) mei
* 飄(표):회오리바람 표, 나부낄 표
* 颻(요):불어 오르는 바람 요
* [楊貴妃의 모습과 려지(荔枝) 이야기]
양귀비의 미모를 나타냄에 있어서 흔히 천하절색(天下絶色), 경국지색(傾國之色) 등 뛰어난 미인들에게 쓰이는 일반적인 표현 이외에 구체적으로 나타낸 것은 별로 없고, 이 시에서도 옥용(玉容), 설부화모(雪膚花貌), 廻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등 애매한 표현으로 일관되어 있다.
현종황제에게 불려가 양귀비를 보면서 청평조사(淸平調詞)라는 시를 쓴 李白도 “구름 같은 옷에 꽃 같은 얼굴(雲想衣裳花想容)”, “옛날 한나라 왕비 조비연(趙飛燕)이 새옷 입은 듯” 등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같은 시대의 杜甫(두보)도 애강두(哀江頭)라는 양귀비 추모 시에서 “소양궁 안에서 제일가는 미인(昭陽殿裏第一人)”, “눈이 맑고 새하얀 치아의 미인(明眸皓齒)” 등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한편 <舊唐書>의 후비전(后妃傳)에 <태진자질풍염 太眞資質豊艶>이라고 되어 있는 것 등을 근거로, 풍만(豊滿)한 체형의 미인으로 해석하여, “양귀비의 몸매는 풍만하고 뚱뚱했었기 때문에 요즘 태어났다면 미인 축에 못 들었을 것이다”라고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자질:資質>을 <체질:體質>로 간주하고 “체질이 풍만하고 예쁘다”라고 잘못 해석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양귀비가 예쁘기도 하지만 노래, 춤 등에 대한 재주가 비상했고 웃는 표정 등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자질이 뛰어났다는 것은 장한가 이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豊>은 풍만한 체형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한문법의 기본대로 뒤에 있는 글자 <艶>을 수식하는 것이다. 즉 <太眞資質豊艶>은 “양귀비는 천성적으로 아름답고 고운 자질이 많이 있었다.” 라고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다. 중국사전(中國 語言硏究所 編, 漢語祠典 등)에는 <豊>이란 글자 자체에, “아름다운 용모와 자태”라는 뜻이 있다. (* 豊,feng1: ②美好的容貌和姿態, graceful bearing demeanor)
곤도하루오(近藤春雄)의 <長恨歌와 楊貴妃>라는 책에 의하면, 楊貴妃는 원래 “흰 비단을 묶은 것처럼 가느다란 허리 모양(束素細腰型)”의 <날씬하고 피부가 흰> 미인이었고, 백낙천의 호선녀(胡旋女)라는 시에 묘사된 대로, 호선무(胡旋舞) 음악에 맞추어 빙글빙글 돌며 추는 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추었기 때문에, 음악과 가무에 남다른 안목이 있는 玄宗황제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되어 있다.
楊貴妃가 좋아한 음식과 관련하여 <려지(여지): 荔枝, lizhi, 리즈> 이야기가 유명하다. <려지>는 중국 남방지역에서 나는 과일인데, 열매를 딴 후에 맛이 쉽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냉장고 같은 게 없는데다가 달리 가공하거나 보존하는 기술이 없던 당시에 북방의 長安에서 신선한 <려지>를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따뜻한 사천지방에서 자란 양귀비가 그 <려지>를 특히 좋아한다고 해서, 황제의 특명으로 남방에서 날마다 그걸 수확하자마자 말에 싣고 수천리 길을 밤낮으로 달려서 양귀비에게 전달되도록 했는데, 요즘처럼 평평하게 포장된 길도 가로등도 없던 시절, 칠흑같이 어두운 험한 산길을 달리던 말이 낭떠러지에 굴러 떨어지거나 해서 희생된 인마가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심지어는 피난 중 마외파 언덕에서 양귀비가 숨을 거둔 직후에 그 <려지>가 도착되어서 보는 이들을 더욱 가슴아프게 했다 한다.
含情凝睇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량묘망
昭陽殿裏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정겨운 눈길로 지그시 바라보며 임금께 예를 표하고 말하기를,
“한번 이별한 후엔 음성도 모습도 아득하기만 합니다.
소양궁전에서의 임금님 은총 끊어진 이후
이곳 봉래궁에서 보낸 나날 길기만 했답니다.
* 凝睇(응제) : 눈을 가늘게 뜨고 지그시 바라봄. 여기서는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도 눈길을 떼지 않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것임. * 凝眸(응모)로 표기된 곳도 있음.
* 謝(사) : 말하다.(중국어 해설: 告訴 ---> 말하다)
* 渺茫(묘망) : 아득히 먼, 끝없이 막막한.
* 昭陽殿(소양전) : 한무제(漢武帝)의 후궁이었다가 나중에 성제(成帝)의 王妃가 된 조비연(趙飛燕)의 침궁(寢宮) 이름. <조비연>과 <소양전>을 양귀비 관련 시에 인용한 것은 이백(李白), 두보(杜甫)의 시에서도 볼 수 있음.
* 蓬萊宮(봉래궁) : 중국 동해 바다 속에 있는 신선들의 세계인 봉래도(蓬萊島)에 있다는 궁전. 양귀비 사후에 신선이 되어 살았다고 하는 곳. 일본에서는 그 봉래도가 일본을 지칭하는 것이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를 말하는 것이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 중국의 전설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回頭下望人寰處 회두하망인환처
不見長安見塵霧 부견장안견진무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채기장거
고개 돌려 아래쪽 인간세상 내려다 보았으나,
장안성은 보이 않고 티끌먼지만 보이더군요.
다만 옛 물건으로 저의 깊은 정 나타내고자
자개함과 황금 비녀을 보내드리려 합니다.
* 人寰處(인환처): (신선들이 아닌) 사람들이 사는 세상.
* 寰(환): 인간세상 환, 천자가 직접 관할하던 畿內(기내)지역
* 鈿合(전합) : 자개로 장식된 보석함 등 상자. (合; 盒)
* 金釵(금채) : 금으로 된 두 가닥의 다리가 있는 비녀, 머리핀 등 장식품.
釵留一股合一扇 채류일고합일선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금합분전
但敎心似金鈿堅 단교심사금전견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비녀핀에서 다리 하나 남기고 보석함 뚜껑 한쪽 남기고자
비녀핀에서 황금다리 잘라내고 보석함에서 뚜껑을 떼어냈지요.
두 사람 마음을 금비녀와 자개함처럼 굳게 가지고 있으면
하늘과 인간세계로 나뉜 두 사람이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 釵留一股(채류일고) : 두 가닥 다리의 비녀(머리핀)에서 한 가닥을 남기다.
* 合一扇(합일선) : 보석함 중 뚜껑 한쪽을 남기다. 鈿合留一扇의 생략형
* 擘(벽); 쪼갤 벽, 찢어낼 벽
* 天上人間(천상인간) : 마외파에서 죽어 하늘나라(天上)의 선녀가 된 양귀비와, 아직 인간세계에 살아 있는 현종 두 사람을 말함.
臨別殷勤重寄詞 림별은근중기사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량심지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도사가 떠나려할 때 또다시 은근하게 전하는 말 있었는데
말 속에서 천자와 둘만의 마음속 맹세가 있었음을 알았네.
칠월 칠일 칠석날 천지신명께 제사 드리는 장생전에 나아가,
아무도 없는 밤중에 둘이서 귀엣말로 속삭여 맹세하기를
* 重寄詞(중기사) : 양귀비가 도사에게 거듭거듭 부탁의 말을 전해달라고 하였음을 말하는 것.
* 兩心知(양심지) : 현종과 양귀비 둘만의 마음속으로 알고 있는 것.
* 七月七日 : 후한(後漢) 시대부터 전해지는 민간전설에, 1년에 단 한번 사랑하는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고 하는 날, 칠석절(七夕節).
* 長生殿(장생전) : 현종황제가 화청궁(華淸宮) 내에 지은 신(神)에게 제사 드리던 전각 이름. 집영대(集靈台) 또는 집선대(集仙台)라고도 하였음.
* 夜半(야반) : 한밤중
* 私語(사어) :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게 속삭여 하는 말.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련리지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하늘에 있을 때는 비익조처럼 붙어서 날아다니고
땅에서는 연리지처럼 한데 얽혀 사랑하자 하였네.
아득히 먼 훗날 이 세상 하늘과 땅이 없어질지언정
두 사람 사랑의 한은 영원히 끊이지 않으리라.
* 比翼鳥(비익조) : 암·수 두 마리의 새가 각각 눈(目)과 날개(翼)를 하나씩만 갖고 있어서, 둘이 합쳐야만 하늘로 나를 수 있다는 전설상의 새.
* 連理枝(연리지) : 뿌리와 나무 밑둥은 다르지만 윗줄기나 나뭇가지가 한데 엉겨 붙어 있는 나무. <연리지>나 <비익조> 모두 금슬 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일컬어 짐.
* 天長地久(천장지구): 이 세상천지가 장구(長久)하게 존재한다는 뜻으로 어순(語順)을 조합해 멋을 부린 것. 2500년 전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있는 문구를 인용한 것.
* 綿綿(면면) : 오래도록 지속되며 끊이지 않는 모양.
* 無絶期(무절기): 다하여 없어질 때가 없다. 無盡期(무진기)로 되어 있는 책도 있음.
[출처] 장한가(長恨歌) - 백거이(白居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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