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2승하니 '고진영시대' 활짝, 전부문 독식 가능성 UP

[선광]

고진영이 29일(한국시간)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아이언 샷 후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 | LPGA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시즌 메이저 대회 2승은 세계랭킹, 상금랭킹, 다승 1위를 선물했다. 그야말로 ‘고진영 시대’가 도래했다.

‘메이저 퀸’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한국인 선수로는 2015년 박인비(31·KB금융그룹) 이후 4년 만에 메이저 2승과 이번 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시즌 3승의 주인공이 됐다.

고진영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벵에 위치한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 71·652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바꿔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4타 차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변화무쌍한 날씨처럼 경기 흐름도 들쑥날쑥했는데 이번시즌 LPGA 투어 평균타수 1위(69.109타) 다운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지난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 10언더파 278타로 생애 첫 메이저 퀸 타이틀을 따낸 고진영은 3개월 여 만에 유럽에서 열린 첫 대회이자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에서도 우승을 따냈다. 첫 메이저 우승도 역전극이었는데 생애 두 번째 메이저 퀸 대관식도 짜릿한 역전극으로 장식했다.

시즌 3승째이자 통산 5승째를 메이저 대회에서 따낸 고진영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한 번도 26위 이상 성적을 올린적이 없었는데 예전에 비해 드라이버 샷 비거리도 늘었고 아이언 샷도 더 정확해졌다”고 자신의 플레이를 분석했다. 그는 “동반 플레이어(박성현, 김효주)가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선수들이라 마음편히 대회에 임했다. 상대 선수들이 워낙 좋은 플레이를 하다보니 내 플레이에 집중하자고 다짐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3라운드 이후 (선두와 4타 차라) 우승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평균 타수를 비롯해 올해의 선수(189점), 그린적중률(78.9%) 등에서 1위를 달리던 고진영은 이날 우승으로 그야말로 타이틀 독식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메이저대회 2승으로 아니카 어워드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2위 박성현(111점)과 간격을 78점까지 벌렸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우승할 경우 일반대회 30점, 메이저대회 60점을 얻는다. 박성현이 고진영을 추월하려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 한 뒤 남은 대회에서도 고진영보다 더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야한다. 우승 상금 61만 5000달러(약 7억 2800만원)를 추가한 고진영은 시즌 총 상금 198만 3822달러로 이정은6(23·대방건설)이 지키고 있던 상금랭킹 1위(164만 5015달러) 자리도 빼앗았다. 뿐만 아니라 이달 초 박성현에게 내줬던 세계랭킹 1위 자리도 5주 만에 되찾았다.

고진영의 놀라운 성적은 자로 잰 듯 똑바로 날아가는 아이언 샷이 원동력이다. LPGA투어 전설 중 한 명인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한국의 박지은 등의 백을 메기도 했던 베테랑 캐디 데이브 브루커는 “고진영은 스윙 일관성과 볼 스크라이킹 능력이 뛰어나 어디서든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부르커는 “공이 휘지 않고 똑바로 가기 때문에 거리 컨트롤과 코스 매니지먼트가 용이하다. 경이로울 지경이다. 모든 공을 완전히 똑바로 보내고 많은 버디로 보상을 받는다. 아니카 소렌스탐과 같은 유형의 선수”라고 극찬했다.

‘골프 대부’로 불리는 양찬국 스카이72 헤드프로 겸 우즈베키스탄 대표팀 감독(70)은 “고진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누구보다 기초가 탄탄한 선수였다. 무엇보다 스스로 이기는 선택을 할 줄 안다. 좋은 스코어를 위해서는 무모한 샷이 아니라 기초에 충실한 샷을 해야 한다. 이를 어떤 상황에서도 실천하는 선수가 바로 고진영”이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실수를 최소화하며 결정적인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발군이라는 것이다.

신앙과 독서, 명상 등으로 다져진 흔들림없는 멘탈에 한 번 훈련을 시작하면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도 채를 놓치 않는 근성도 고진영의 ‘송곳 아이언’을 만든 비결이다. 실제로 고진영은 지난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을 마친 뒤 휴가를 반납한채 시카고로 넘어가 이시우 코치와 맹훈련을 하며 흐트러진 샷을 가다듬으며 메이저 퀸 재등극을 준비했다. 아마추어 시절 김효주(롯데), 백규정(SK네크웍스·이상 24) 등의 그늘에 가렸고 프로 입문 직후에는 박성현 등에 밀려 2인자 설움을 겪었던 것도 LPGA투어 진출 이후 세계 최고 선수로 올라서겠다는 독기를 품게된 자양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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